엔화의 미래
50년 만의 엔저, 일본 경제의 희망인가 독인가?
필자 ‘가라카마 다이스케’는 일본 ‘미즈호’ 은행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다. 외환시장 경제 분석을 담당하고 저서로 <유럽 리스크>, <ECB 유럽중앙은행>, <애프터 메르켈> 등 다수가 있다.
1달러에 150엔이 깨진 환율 엔저는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풍문에 도는 이원론에 얽매이지 않고 ‘엔화, 나아가 일본 경제의 구조 변화’를 가능한 묘사한 것이 필자의 목적이란다. 일본에서 본격적 엔저 현상이 부상한 것은 2022년 3월 이후로 20년 만에 ‘미국 달러 대비 엔저 수준’이었다. 외환시장은 실효 환율(REER, Real Effective Exchange Rate)이라는 개념이 있다. 안전 자산인 엔화 매입이나 위험 회피를 위한 엔화 매입은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세계 최악의 정부 채무와 고령화가 진행되고 G7 중에서도 잠재성장률이 가장 낮은 나라의 통화가 왜 안전할까? 의문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저무는 성숙 채권국의 지위는 2021년 이후 독보적인 엔저 현상의 배경이다. 외환시장은 성장률, 금리,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적 논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성장률의 격차는 금융 정책의 격차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시장에 금리 인상 신호를 주고, 해당 국가의 통화 금리는 착실하게 오르며 투자자도 재미를 볼 수 있었다. 뿌리 깊은 엔저 요인은 수요와 공급으로 강조하고 싶은 논점이다. 국제 수지의 발전단계설로 보는 구조 변화는 일본은 미성숙 채권국에서 성숙 채권국으로 넘어가는 단계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다. 그러나 미래는 채권 소진국으로 떨어질 것이다.
자원의 가치 상승은 채권소진국을 예감하게 하는 계기다.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사고파는 외환거래로 이어지는 무역수지가 중시되어야 하는데, 적자가 지속될 공산이 크다. 1차 소득수지 흑자를 중심으로 본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2012년부터 엔화 환율을 지탱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빨 빠진 호랑이’였다. 실제로 외환시장에서는 초엔고로 세상이 대혼란에 빠지는 일은 없어졌다. 저출산, 고령화를 배경으로 축소되는 일본 국내시장은 일본 기업의 시선이 해외로 향했다. 이런 대외 순자산 변화는 안전 자산써으로 엔화의 매입은 중요한 이야기다. 위험 회피를 위해 위험 있는 유가증권보다 엔화로 바꾸는 것은 매수한 해외 기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직접투자가 대외 순자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외화로 돌아오지 않는 엔화의 비율이 늘었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최대 대외 순 자산국은 자랑스러워할 일이 아니다. 대외 순자산 Stock은 매년 경상수지 흑자라는 현금 flow의 축적된 결과다. 일본 국내에서 국외로 증권 투자나 직접투자가 왕성하다는 것은 국내에서 투자 기회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외 순 자산국이란 것은 일본 기업이 국내시장을 단념하고 해외 기업의 인수나 출자에 힘쓰는 ‘잃어버린 시대’의 부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높은 통화 가치--> 수출 감소-->무역수지 흑자 감소 -->경상수지 흑자 감소”가 전개된다.
엔저 공죄론이라는 사고방식은 위험하고 안이한 선악 이원론이다. 일본은행이 생각하는 엔저의 장단점은 경제 주체에 따라 변하므로 가볍게 결론지을 수 없다. 엔저의 평가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엔저는 철저한 우승열패를 추구하는 환율 현상이다. 재계에서도 엔저가 싫다는 목소리가 있다. 엔저는 ‘총론으로는 일본 경제에 플러스이지만, 각론으로는 마이너스라는 목소리가 두드러져 양극화를 조장한다‘. 엔저가 진행되면 언론에서 ’나쁜 엔저‘라는 표현이 성행하는 이유는 GDP 계산상 ’글로벌 대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을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플러스‘라고 할 수 있어도 ’가격 인상 등으로 마이너스는 보기 쉬웠지만 어디에 플러스가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엔저 장점의 파급 경로 확보는 정부가 할 일이고 구조 변화가 의심되는 가운데 ’레벨‘은 어디까지 회복될까? 오랫동안 디플레이션으로 살아온 일본에서는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언젠가는 원래대로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여기서 나라도 사람도 실패한 경험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성장이 먼저다. 팬데믹 이후 일본의 성장률이 크게 뒤떨어진 것은 상대적인 엔화와 주식의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말한 대로다. ‘새로운 자본주의란 주가와 경기를 희생하는 것인가‘ 하는 현실만이 남은 것처럼 보인다. 보수성향이 강한 고령자층의 높은 지지율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행동 규제나 영업시간 단축 조치 등 민간 경제 활동 하나하나에 개입하는 나라에서 소비나 의욕이 자라날 리가 없다. 인구가 감소하고 자원도 부족한 나라가 성장을 포기하면 빈곤만 늘어난다.
일본이 관광 대국이라는 미사여구. 일본인의 바람과 상관없이 값싼 일본에 매력을 느끼는 외국인은 일본에 들어와 소비와 투자를 즐기고 돌아간다. 돈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규제가 없으면 어느 정도 합리적이다. 2019년 관광객은 3,200만 명으로 1일 8.8만 명인데 요즘 입국 규제 상한이 1일 2만 명이다. 여행수지를 둘러싼 엔화와 위안화의 관계는 여행수지는 무역수지보다 주목을 덜 받지만 환율 움직임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일본 관광객은 30%가 중국인 18%가 한국인(558만 명) 15%가 타이완이었다. 민주주의 국가는 다수파의 의견이 잘 통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020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는 엔화 실효 환율 기준 16%, 실질환율 기준 24% 달러 대로 떨어졌다,
엔화 매도가 급가속할 가능성은 보수적인 일본은 현금과 예금이 50%가 넘는다.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자원 상승과 엔저가 겹친 결과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재화, 즉 식용유나 밀가루를 사용하는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이 눈에 띄었고, 물류비 상승으로 주류와 음료의 가격도 많이 올랐다. 분산 투자를 하지 않고 들고 있던 엔화 자산은 주머니에서 빠진다는 결론이다. 자원 수입국이고 교역 손실의 확대는 피할 방법이 없다. 일본은 무슨 일이든 하나의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움직이는데, 앞으로 ’엔화로 보유하는 것 자체가 손해이자 리스크‘라는 분위기가 사회에 자리 잡으면 가계 주도의 엔화 환율은 한층 떨어질 우려가 있다.
현금과 예금을 ’잠들어 있다’라고 표현하는 위험성, 환율 외에 ’자산 소득 배증 계획‘과 관련 불안 요소는 일본 국채가 엔화 금리에 미치는 영향으로 ’저축에서 투자‘가 추진됨에 따라 국채 안정 구도의 무너짐이다. 가계와 기업은 합리적 경제 주체다. 일본 경제가 침체하여 자국 통화의 현금과 예금이 리스크가 적어 보이는 운용 형태를 선택한 것을 이해하면, 변동 환율제 이후 만약 외화나 주식이라도 유망한 투자 기회로 판단되면 정부가 밀지 않아도 가게는 적극적으로 이를 선택할 것이다.
일본인이 저축하지 않으면 누가 일본 국채를 사는가? 버블이후 일본은 대출이 활기를 띠지 못하고 국채 투자가 증가한 것은 ’자금이 남는 주체‘가 된 가계나 기업으로부터 이를 메우기 위한 재정 지출을 해야 하는 ’자금이 부족한 주체‘가 된 정부에 은행 부분을 매개로 자금이 융통되었다고 이해해야 한다. 세계는 통화 강세 경쟁이 일어난 양상이다. 미국 경제는 대량 실업자를 내는 것 외에, 임금 서비스 물가 억제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책이 출간될 무렵 엔화 환율 상황이 과연 그런 대국적 관점과 일치해 있을까? 필자도 자신이 없단다.
직정적인 외환시장이 잘 보이지 않은 과도기임이 틀림없단다. 필자는 ’값싼 일본‘으로의 부활이 나쁠 것이 없다고 본단다. 이제 이를 활용하는 것으로 사고를 전환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소개한 여러 나라에 비해 일본의 저렴함은 시원찮은 국내 임금의 결과도 포함하고 있고, 오랜 세월 끝에 축적된 국내외 가격 차이다. 따라서 쉽게 해소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2023.11.07.
엔화의 미래
가라카마 다이스케 지음
신희원 옮김
에이지 출간
첫댓글
매사는
장단점이 존재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