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무기보다 더 중요해진 반도체와 2차전지 그리고 UAM
바이든이 한국에 오자마자 삼성의 이재용을 만났고 현대의 정의선도 만난다. 우리가 알듯이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올 때는 언제나 일본 방문 끝에 마지못해 와서 하룻밤 자고 가는 게 전부였다 . 그러나 이번에는 일본보다 먼저 한국에 와서 꽉 찬 2박 3일의 일정을 보낸다. 아무래도 삼성과 현대를 만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려 700명을 이끌고 다니는 미국 대통령의 행차는 고대 중국의 제왕이나 로마 황제의 거동보다 더 대규모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관절 왜 미국은 한국과 동아시아를 이토록 중시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을까?
세상의 변화가 너무도 빨라서 우리는 요즘 평생 공부한 것이 강하게 요동치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핵무기나 석유가 제1이었던 세상이었는데 이제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제 핵무기나 석유보다는 반도체와 2차전지, 그리고 UAM(Urban Air Mobility, 도심비행이동수단)과 로봇 같은 것이 더 중요해진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왜 바이든이 한국 땅을 밟은 지 단 10분 만에 삼성전자를 방문하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인 것은 사실이지만 메모리보다 더 비싸고 어려운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대만의 TSMC에 비해 절반 수준도 안 되는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최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TSMC는 나노5에서 경쟁하다가 TSMC가 먼저 나노4를 선점하면서 치고 나갔다.(1나노는 10억 분의 1미터,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 반면에 삼성전자는 나노4 생산에서 매번 실패를 거듭했다. 10개를 만들면 불량품이 7개 꼴로 나온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당연히 TSMC가 독주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아예 나노4를 건너뛰어 완전한 신기술로 나노3 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TSMC도 1년 내지 1년 반 후에라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며 미루던 고난도의 공정이었다. 바이든이 눈독을 들인 것은 바로 삼성의 나노3이었고 이에 부응하여 이재용은 바이든에게 이를 소개했다.
또한, 2차전지는 하나 당 최소 2천만 원을 호가한다. 전기 자동차 가격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의 엘지와 SK와 삼성 SDI는 세계 6대 2차전지 기업에 포함된다. 그런데 엘지와 SK는 이미 대규모의 미국 투자를 확정지었지만 삼성은 미국 투자에 보수적이다. 바이든은 나노3 외에도 삼성 SDI의 미국 투자를 권유했을 것이다.
현대차는 이미 9조 원 규모의 미국 전기 자동차 공장 건립을 결정했다. 하지만 바이든은 현대의 전기차 외에도 UAM이나 로봇의 미국 투자를 원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을 따로 만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국력을 따질 때 ‘양탄일성’이 최우선이었다. 원자탄과 수소탄 그리고 인공위성이다. 중국도 북한도 이미 양탄일성을 이루었다. 하지만 양탄일성은 아니더라도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는 10여 개국이 넘는다. 또한 핵무기는 관리 비용이 엄청나며 대외 협박용이나 자주국방으로만 유용할 따름이지 인민의 삶을 향상시키지는 못한다.
반도체와 2차전지 그리고 UAM이나 로봇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 둘밖에 없다. 인터넷을 만든 것은 미국이듯이 반도체나 이차전지 그리고 UAM이나 로봇을 최초 이론화한 것은 미국이었다. 그러나 이것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춘 나라는 중국과 한국뿐이다. 음악으로 치면 미국이 작곡가라면 중국과 한국은 연주가이다. 음악에서 연주의 중요성은 작곡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아직도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말하는 지식인들이 있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 그리고 한국의 미사일들은 마음만 먹으면 10분 이내로 일본 전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이런 정황에 일본 군국주의가 어떻게 부활할 수 있단 말인가? 북한이 양탄일성을 가졌기 때문에 미국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꼴통들도 있다. 하지만 양탄일성은 상호적이다. 세상이 바뀌어도 과거만을 주장하는 사람이 곧 ‘꼰대’인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비해 직접 생산력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미국은 못하지만 중국이 하는 일을 중국 못지않게 할 수 있는 한국이 대폭 중요해진 것이다. 바이든의 삼성, 현대 우대는 이를 말해준다. 양탄일성이나 석유보다는 반도체나 이차전지가 훨씬 더 중요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평생 공부한 것이 송두리째 요동치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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