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도 너무 춥다. 요즈음은 매일 영하 20~30도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난방을 넣어도 거실 온도는 영상 15~17도. 천장이 높고 단독주택이라 위층과 아래로 열을 빼앗겨 어쩔 수 없다. 햇빛이 비치면 20~22도까지 올라간다. 침실은 그나마 천장이 낮아 영상 20도 정도 유지하고 있다.
내의를 입는 기본이고, 거실에서는 그 위에 스웨터를 입고 털모자를 쓴다. 아침 해뜨기 직전 체감온도는 영하 25~30도로 매우 춥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따뜻한 물을 두 컵 정도 마셔 몸을 데운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 배운 보건체조를 10여 분 정도 한다. 그렇게 하면 몸이 더워진다.
몸이 더워지면 청소를 한다. 요즈음 운동은 실내 청소가 유일하다.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한다. 매일 쓸고 닦아도 왜 그렇게도 먼지가 많은지. 햇빛에 반사되는 먼지의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걸 마시지 않으려면 매일 쓸고 닦을 수밖에 없다. 1층과 2층까지 청소를 하고 나면 몸에 땀이 흥건히 밴다. 역시 움직이는 것이 최고다.
청소를 끝내고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길고양이 도사들에게 뜨거운 물 한 바가지와 고양이 먹이를 들고 나간다. 문소리가 나면 벌써 알아차리고 길고양이들이 읍소를 한다.
“집사님 좀 더 빨리 나오세요. 춥고 배고프다고요 야옹~”
“그래 그래 미안하다. 어젯밤에 많이 추웠지? 자 뜨거운 물 마셔라.”
“야옹, 야옹~ 고마워요.”
이 추운 날 밖에서 알몸으로 긴긴밤을 견디는 고양이들을 보면 우리가 실내에서 겪는 추위는 추위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녀석들을 볼 때마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물통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지만, 곧 얼어버린다.
아내는 침실에서 8시경 나온다. 면역이 약한 아내가 추위에 노출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폐렴이 잘 걸리는 아내에게는 추운 공기는 아주 해롭다. 8시경이면 햇볕이 거실 깊숙이 들어오기 때문에 추위가 덜해진다.
한 달 전 아내가 호박을 썰다가 왼쪽 검지를 베어 요즈음 내가 아내의 부엌일을 거들어 주고 있다. 늙은 호박이 너무 단단하여 잘게 썰다가 검지 끝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여보, 내년엔 호박 농사짓지 말아요!.”
“오케이.”
화가 난 아내에게 농사를 짓지 말라는 핀잔을 받아야만 했다. 아내는 거의 한 달 동안 전곡 보건소를 드나들며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아직도 베인 자국에 살이 덜 차올라 무거운 것을 드는 것이라든지, 설거지 등 물을 묻히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 덕분에 내가 과일을 깎는 일, 설거지를 하는 일, 상을 차리는 일, 청소를 하는 일 등 아내가 시키는 대로 잔심부름을 해야 한다.
아침을 먹고 나면 9시가 넘는다. 설거지를 하고 나면 10시다. 두 시간만 지나면 또 점심을 먹어야 한다.
그 동안 아내는 유투브를 열어놓고 임영웅의 노래를 들이며 컬러링을 색칠을 한다. 여행을 가지 못하는 요즈음 아내의 유일한 취미는 임영웅의 노래를 들으면서 컬러링 노트에 색칠을 하는 일이다. 난세에 나온 임영웅이 너무도 고맙다. 무료함을 달래며 소일 거리를 주었으니 말이다.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나면 오후 2시다. 해가 짧아 4시부터 어두워진다. 다시 저녁을 준비하고, 먹고, 설거지하고 나면 밤 8시가 된다. 씻고 나서 9시경 TV를 잠깐 보다가 나는 곧 잠이 들고 만다. 이게 요즈음 일과다. 해가 지고 뜨고 날이 밝고 어두워지고, 먹고 쓸고 닦고 씻고 잠을 자는 일이 전부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다. 이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마지막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는 것이 너무 감사한 일이다.
제행무상!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다.
더구나 나약한 인간은 매 순간이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다.
누가 아는가? 아침에 집을 나간 사람이 저녁에 돌아올 수 없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꽃을 시들기에 아름다운 것이고
인간도 매일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기에
그 삶이 아름다운 것이다.
모든 것이 사라지기에
모든 것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요즈음 내 삶이 그렇다.
코로나 때문에 최전방 오지에서 갇혀 살고 있지만
아내와 함께 하는 매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아름다운 꽃을 영원히 볼 수는 없다.
허공에 휘날리는 눈송이를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도 없다.
꽃은 곧 시들고
눈은 금방 녹아버린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삶은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 같고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다.
그러니 마땅히 오늘 하루 주어진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후회 없이 살아가야 한다.
첫댓글
부산도 많이 춥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시퍼런 바닷물이 더 추워보이네요.
아파트인데도 어젯밤엔 방기운이 서늘해서 마스크를 하고 잤더니 훨씬 나았습니다.
아점으로 떡국을 먹고 티비보다. 폰보고.. 태블릿으로 영화보고 그러면서 시간 죽입니다. ㅎㅎ
귀중한 시간을 이리 보내는 세월이라니...
ㅎㅎ 우리랑 비슷하군요~ 추위 잘 견디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