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산[飛鳳山] 670m 경북 청송
산줄기 : 낙동태행단맥
들머리 : 파천면 송강리 수정사입구
위 치 경북 청송군 진보면/파천면
높 이 670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솔숲 사이로 솟구쳐 나래 펼친 봉황... 비봉산(670.1m)
4년 전 2월, 필자는 의성군 금성면에 자리한 비봉산을 알려지지 않은 산으로 소개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전국의 산 목록을 정리하던 필자는 여럿의 비봉산 중에 같은 높이에 飛鳳山(비봉산)으로 한자까지 이름이 같은 산을 청송군에서 발견했다. 혹시나 하여 여러 지도를 살폈더니 산자락에 자리한 절(수정사) 이름까지도 똑같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더더욱 지금까지 등산 관련 잡지나 단행본에 전혀 소개되지 않은, 말 그대로 알려지지 않은 청산이었으니. 호기심을 참지 못한 필자는 두 번이나 청송 땅을 찾게 되었다.
오늘 소개하는 비봉산은 청송군 진보면과 파천면의 경계에 자리한 해발 670.1m의 산이다. 영양 땅을 지나 남하하던 낙동정맥이 청송 땅의 대둔산(900m)에 이르러 서쪽으로 곁가지를 일으킨다. 이 산줄기는 청송군의 최고봉 태행산(928m)을 일으킨 후 다시 두 줄기로 나뉜다. 그 한줄기는 중대산과 방광산을 일으킨 후 용전천에 스며들고, 다른 한줄기는 비봉산을 마지막으로 반변천에 내린다.
비봉산 산행들머리는 파천면 송강리 계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 수정사(054-872-2631)이다. 고려 공민왕 때 나옹선사가 건립하였다고 전하는 수정사는 조선시대에 중건되었으며,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73호 대웅전을 비롯하여 산신각과 요사채가 있는 단출한 사찰이다. 법당 앞에서 합장에 두 손을 모아 겨레의 영원한 번영과 오늘의 안전산행을 기원한다. 때마침 법당문을 나서던 주지 연암스님의 "추운 날씨에 뜨거운 차라도 한잔 하라"는 고마운 말씀에 가슴이 저절로 따뜻해 온다.
비봉산 등산로의 들머리는 200m를 되돌아 나가야 한다. 울창한 솔숲 속에 '수원지 상류' 팻말이 자리한 지점에 '비봉산 2.3km'의 이정표가 자리한다. 이곳에서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북쪽 산길을 이어가면 오래지 아노아 능선길에 올라선다. '비봉산 2km, 수정사 0.3km' 이정표가 자리한 곳에서 오른쪽(북동)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뚜렷하다. 아름드리는 없었으나 소나무가 빽빽이 자란 산길은 이 고장 이름이 말 그대로 청송임을 무언으로 증언하였으니.
느긋한 산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어가면 다시 이정표를 만난다. '비봉산 1km, 너분등삼거리 1.5km, 옹기도막 2.9km'로 표시된 이정표와 진보비봉산악회에서 설치한 현수막 옆에서 잠시 머물며 진보면 방면의 내림길을 살펴보았다. 다시 산길을 이어가면 묘한 자태의 소나무를 만난다. 다산이 중요시 되던 농경사회에서는 음양의 뜨거운 결합은 미덕이었으리라. 아무튼 남녀가 같이 보기에는 얼굴이 붉어질 묘한 자태의 소나무를 카메라에 담아본다. 관악산을 능가하는 높이에 이렇듯 등산로가 잘 정비된 산이 아직도 신문 잡지에 한번도 소개되지 않았다니 산을 소개하는 필자는 비봉산에 대한 미안한 생각을 금할 길이 없었다.
다시 산길을 이어가면 정수리를 저만치 바라보는 헬기장에 올라선다. 북쪽을 굽어보면 진보면 시가지와 너른 들판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구불구불 흘러가는 반변천이 한 폭의 그림마냥 아름답다. 다시 산길을 이어가면 이정표 사거리에 이른다. '정상 0.4km, 수정사 1.9km, 너분등 1.9km, 동천지 1.9km' 이정표가 자리한 이곳이 진보면으로 내려가는 짧은 하산길이다. 뒤이어 두 개의 돌탑을 만난다. 정성스레 쌓은 돌탑을 카메라에 담으며 우리 겨레는 참으로 정성스레 탑을 쌓는 '탑의 민족'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방방곡곡의 무수한 산에 탑이 전혀 없는 산이 없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일일까. 이윽고 정수리에 올라선다.
드넓은 헬기장 정수리에는 1979년 8월에 개설한 삼각점과 1997년 1월1일 진보일출산악회에서 세운 정상 빗돌이 자리한다. 정수리의 조망은 참으로 시원하다. 북쪽으로 진보면 시가지와 추수를 끝낸 너른 들판이 한눈에 들어오고, 용틀임하며 임하댐을 향해 달려가는 반변천의 물길이 눈부시다. 남쪽으로는 산줄기를 이어온 태행산, 대둔산이, 동쪽으로는 독경산, 맹동산, 명동산을 이은 낙동정맥의 주능선이 뚜렷하다.
하산은 여러 코스가 있다. 가장 빠른 길은 400m 되돌아간 이정표 사거리에서 동천지로 표시된 북녘 길을 내리면 과수원을 지나 진보면가에 도달한다. 필자는 남녘 능선을 이어 옹점봉(666.5m)으로 향했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어울려 자란 느긋한 능선길을 걸어가면, 불어오는 산바람은 아직 코끝이 알알해도 아련히 봄내음이 풍겨온다. 옹점봉과의 경계를 이룬 안부(해발 약 510m)를 지나면 고사목을 만난다. 죽은 지 제법 세월이 흘러 손을 대면 푸석푸석 떨어져 흙이 되면서도 꼿꼿한 자태를 유지한 소나무의 옹고집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지나온 나의 삶의 과연 어떠하였던가.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여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아름드리 노송들이 더러 자태를 나타내는 옹점마을 삼거리를 지난다. 이곳에서 오른쪽(남쪽)으로 내려가면 바로 옹점마을에 닿는 지름길이다. 필자는 옹점봉을 향해 왼쪽(동쪽)의 능선길을 오르다 오래된 무덤을 만난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원을 그린 듯 둘러싼 무덤 앞에서 음택의 주인에게 인사를 드리고 잠시 쉬어간다. 다시 이어간 오름길에서 송이움막을 만나고, 계속되는 아름드리 솔숲길을 이어가면 해발 666.5m인 옹점봉에 올라선다. 베어 눕힌 큰 나무 대신 가시덤불이 주인처럼 자란 정수리에는 '청송 303. 2004 복구' 라고 표시된 삼각점이 자리한다.
이곳에서 하산은 지나온 삼거리로 되돌아가서 옹점마을로 내리는 것이 편하다. 그러나 산꾼이라면 어찌 되돌아 내릴손가. 남녘 능선을 내려가서 다시 제법 가파른 비탈을 힘들게 올라 590m봉에 이르고 그 남쪽 봉우리를 오르내린다. 이어진 울창한 솔숲을 지나가면 엄마누 묘목을 심은 농장을 만나고 임도에 내려선다.
임도에서 왼쪽으로 조금 돌아가서 농장 출입문을 지나 능선길을 내리면 생활용수시설과 밭길을 이어 옹점마을에 도착한다. 파천면 신기리와 청송읍 부곡리를 잇는 길가에는 '옹정리 쉼터'인 정자가 자리하고, 돌무더기 성황단과 고사목이 된 당나무가 마을의 오래된 역사를 무언으로 전해준다. 또한 송강교를 눈앞에 둔 31번 국도 들머리에는 효부각과 천연기념물 제192호 '신기동의 느티고목'이 자리한다.
*산행길잡이
1코스:수정사-(50분)-삼거리 이정표-(20분)-정상-(1시간)-진보면
2코스:수정사-(50분)-삼거리 이정표-(20분)-정상-(1시간)-옹점리 삼거리에서 남쪽 길-(40분)-정자 쉼터
3코스:수정사-(50분)-삼거리 이정표-(20분)-정상-(1시간)-옹점리 삼거리에서 동쪽 길-(1시간30분)-정자 쉼터
비봉산의 들머리는 파천면 송강리에 자리한 수정사. 탑 대신에소나무를 심은 조촐한 법당에서 200m 되돌아온 지점에 자리한 이정표(비봉산 2.3km)에서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북쪽으로 지능선을 오르면 다시 '비봉산 2km'로 표시된 이정표를 만난다. 오른쪽(북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가면 삼거리 이정표(비봉산 1km, 수정사 1.3km, 너분등 삼거리 1.5km, 옹기도막 2.9km)에 이른다. 계속되는 북동녘 능선길을 이어가면 580m봉 헬기장과 사거리 이정표(정상 0.4km, 동천지 1.9km)를 지나 정수리에 올라선다. 넓은 헬기장 정수리에는 삼각점(1979년 8월 재설)과 정상석(1997년 1월1일. 진보일출산악회)이 있다.
하산길은 여러 코스가 있다. 1코스 정상에서 400m 되돌아간 이정표 사거리(너분등 1.9km, 동천지 1.9km)에서 북쪽으로 내려가면 동천지를 지나 진보면 시가지에 이른다. 2코스 정수리에서 정남녘 능선을 이어가면 옹점이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바로 내려가면 논골마을과 옹점마을을 지나 쉼터 정자에 내려선다. 3코스 취재진은 옹점리 삼거리에서 동녘 능선을 이어 옹점봉(666.5m)에 올랐다. 이곳에서 동남쪽의 590m봉을 이어 임도에 이르고, 다시 남녘 능선을 이어 옹점리 쉼터 정자로 내려섰다. 비봉산 산행은 ㅂ코스 2시간30분, 2코스 3시간30분, 3코스 4시간 정도 소요된다.
*교통
동서울터미널(ARS 1688-5979)에서 1일 5회 운행하는 고속버스로 청송군 진보면에 내린다. 또는 안동(1일 31회), 동대구(1일 24회)행 시외버스를 이용하여 진보에서 하차하면 된다. 진보에서는 진보택시(054-874-2929, 요금 8천원)를 이용하여 파천면 송강리 수정사에서 하차. 하산 지점인 옹점에서는 청송택시(054-873-1188, 요금 7,000원)를 이용한다.
진보면-청송읍 구간을 운행하는 좌석버스가 1일 28회 다니나 들,날머리와 너무 멀다.
*잘 데와 먹을 데
들머리와 날머리에 식당과 여관이 전혀 없다. 진보면에 부경식당과 두 개의 여관이 있고, 청송읍에는 식당과 여관이 많이 있다.
글쓴이:김은남 1943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은행지점장을 지냈으며 92년 계간 <시세계>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시조집 <산음가1,2,3>, <시조시인산행기>, <일천산의 시탑1,2>를 펴냈다. simsanmunhak@hanmail.net
참고:월간<사람과산> 200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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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