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가 많이 내렸지만
새벽 하늘은 보름달이 서쪽 하늘에 걸렸고 별빛이 반짝였습니다.
베낭을 메고 산행을 하는데 얼마가지 못해
어르신 한 분이 내려와서 안녕하세요 벌써 다녀오십니까 인사를 나누었는데
어르신은 걸음을 멈추고 멧돼지를 만나 겁이 나서 되돌아 왔다고 하였습니다.
멧돼지가 출몰한 위치가 어디냐고 물으나끼
첫번째 목조 데크 다리 가기 전 90도 우회하는 지점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어르신을 뒤로하고
바로 앞에 멧돼지가 있는 곳으로 돌진하며 아카시아 막대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멧돼지를 보았다는 지점과 불과 200여 미터.....
현풍천에서 용봉천으로 90도 우회하는 지점은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의 중간 지점이라 가장 어두웠습니다.
이윽고 멧돼지를 보았다는 지점에 도착하였으나
주변을 살펴도 멧돼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용봉천교에서 순환도로를 따라 산행하며
2단계 오르막길에서 어르신 두 분을 마중하고 함께 내려오면서
그 동안 산행하면서 멧돼지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 중에 노인회 회장은 대여섯 번 보았다고 하였고
81세 어르신은 한 번 보았다고 하였습니다.
어르신들과 용봉천교에서헤어지고
다시 순환 산책로를 따라 두 번을 반복 산행하고 날이 밝아지면서
멧돼지가 출몰하였다는 저점으로 가서 그 흔적을 찾아 보았습니다.
우선 데크 다리 위를 살폈으나 너무나 깨끗하엿고
흙이 묻지도 않았고 멧돼지 발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리에서 조금 위로 올라가서 목책을 유심히 살폈는데
줄이 아래로 쳐져 있고 흙이 있는 곳에 멧돼지 발자국이 선명하였고
또 멧돼지가 지나간 자리는 코스모스를 비롯하여 환삼덩굴과 야생콩 덩굴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풀이 쓰러진 흔적을 추적하며
다리 건너편 목책을 살펴보니 풀이 쓰러져 있고 목책의 줄 사이로 지나간 흔적이 보였습니다.
아마도 멧돼지는 계곡의 깊이가 가장 낮은 아랫쪽을 선택하여
그 새벽에 물을 마시고 간 것 같았습니다.
그 동안 멧돼지가 출목한 자역은 목격자의 말을 들어보면
산책로 끝에 있는 농장 주변과 그 아래 대나무밭과 용봉천교 건너편에 있는 텃밭 주변이었습니다.
현풍천과 용봉천이 만나는 곳은 지대가 낮아서 뱀이 자주 출몰하고
또 그 곳에서 낮에 2미터가 넘는 큰 구렁이가 아카시아 나무 숲에 있 것을 보았다는
목격담을 직접 들었습니다.
이 곳에 멧돼지가 출몰 한 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오늘 처음으로 산행하는 길목에서 멧돼지를 목격하고 기겁하여 되돌아 온 어르신의 증언을 들었습니다.
멧돼지는 사람을 보면 먼저 도망가기 때문에
새벽에 만나도 전혀 위험하지 않고 무서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 산행을 하면서 내려 오는 길에 평소 인사하는 어르신 한 분을 만났는데
조금 불편하게 걷는 모습을 보고 어디 편찮으시냐고 물었습니다.
어르신은 걸음을 멈추고 한숨을 쉬며 지난 겨울 세 번째 데크 다리 위에서 운동을 하다가
장갑을 다리 아래 계곡에 떨어뜨렸는데 목책의 난간을 붙잡고 내려가다가
그만 미끄러져서 추락하였다고 했습니다.
그 곳은 산책로 가운데서 계곡의 깊이가 가장 깊은데 그 곳에서 낙상 사고 당하였으니
6개월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고 아직 다리에 철심을 몇 개 박혀 있다고 하였습니다.
어르신은 몇 개월 동안 입원하였다가 퇴원하고 몸이 회복되어
재활운동으로 다시 새벽 산행을 시작 하였다고 했습니다.
새벽을 깨우는 어르신들의 정신은
뱀이 출몰하고 멧돼지가 나타나는 위험을 무릎쓰고 건강을 위해 새벽 산행을 합니다.
저는 어릴 때 산촌의 시골에서 자랐고 또 강원도 백두대간을 발품팔아 산약초 산행을하였으며
몇 년 동안 비슬산 순환산책로를 따라 새벽 산행하였지만 아직 멧돼지를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