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2조원 상당의 주식을 팔았다. 한국 정부가 투자자들의 원성에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높아지는 변동성 높은 파도를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와 코스닥 국내 증시에서 2조 2260억원 상당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2조 1510억원, 기관은 7380억원 순매수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최근 며칠만 보면 개인투자자는 주식을 팔고 외국인은 사들이는 형국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점차 한국 증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식수탁은행인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은 최근 한국주식 전산대여를 중단한다는 공문을 주요 기관투자자들에게 보냈다. 서비스 중단 이유와 기간, 재개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의 한국 주식 대여 서비스 중단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해외 투자은행의 불법 공매도를 전수조사하고 전 종목에서 공매도를 금지한 상황에서 나온 조치 때문에 한국 시장 철수 또는 비율 축소를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은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이 전산시스템 정비 차원에서 서비스를 중단한 것이지 한국 시장에서 손을 떼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공매도 재개 후에도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이 서비스를 재개하지 않는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매도를 위해 빌릴 수 있는 한국 주식의 규모가 감소하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선물과 현물(주식) 차익거래를 주로 하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현물시장 공매도 금지가 주식을 팔 유인요인이 될 수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공매도 금지는 선물보다 현물의 상대적 고평가를 수반하는데 이때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현물매도(숏), 선물매수(롱)의 매매차익거래를 한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물시장에서 주식을 살 때도 매수와 공매도를 함께 하는 롱쇼트 전략을 많이 펼친다. 이 때문에 공매도를 금지하면 그만큼 사는 물량도 함께 줄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2020년 3월 16일부터 2021년 4월 30일 투자자별 동향을 보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3조 1936억원, 코스닥에서 31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에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75조5574억원, 코스닥에서 19조3122억원 순매수해 대조를 이뤘다.
외신들은 공매도 금지가 한국 증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선진시장 편입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블룸버그는 한국 증시의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며 로이터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한국 증시를 선진국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요인 중 하나로 공매도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꼽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금지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달리 정치권은 오히려 추가 규제를 압박하는 양상이다. 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시장조성자 유동성 공급자에 대한 공매도까지 금지해야 한다는 질의를 받고 시장조성자에 대해서도 (공매도를) 막는 게 좋을지 다시 한번 의견을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를 발표하면서 ▽시장조성자의 시장조성 목적 ▽유동성 공급자의 유동성 공급 목적 ▽파생시장조성자의 헤지(위험회피) 목적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자의 헤지 목적 등에 한해 차입 공매도를 예외적으로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