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축구 스타이며 현재 독일에서도 그 명성을 널리 알리는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해리 케인입니다. 해리 케인은 현재 활약하고 있는 전세계 스트라이크 가운데 으뜸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키도 엄청 크고 그가 가진 타이틀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가 영국 프리미어리그인 토트넘에 그냥 남아도 그는 대단한 영웅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이루지 못한 것이 단 한가지 있습니다. 바로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한 것입니다. 월드컵이나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이나 유럽프로축구 리그 뿐 아니라 잘잘한 그런 대회의 우승컵도 들어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자신보다 못한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환호할 때 자신은 쓸쓸히 쓴 술을 마시며 눈물지었다고 말이죠. 축구 종주국인 영국의 대표팀 주장까지 맡고 있는 그이기에 우승컵을 향한 그의 집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이 강할 것이라 짐작이 갑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해리 케인은 자신의 팀이자 그야말로 친정집 같았던 토트넘을 과감하게 버리고 독일로 날아갑니다. 독일의 세계적인 명문팀인 바이에른 뮌헨팀이지요.
뮌헨팀은 지금까지 11년 연속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한 팀입니다. 정말 그 기록은 앞으로도 깨어지지 못할 대기록일 것입니다. 그야말로 독일내에서 감히 뮌헨팀을 넘볼 팀이 없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팀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뮌헨팀도 아직 배가 고픕니다. 유럽 프로축구 리그에서 우승을 해보고 싶은 것입니다. 뮌헨팀의 욕심과 해리 케인의 욕심이 맞아떨어졌습니다. 해리 케인은 일단 분데스리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뒤 유럽 프로축구 리그까지 석권하면 일석이조 아니 그가 그렇게 꿈꾸어왔던 야망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토트넘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 아닙니까.
독일 뮌헨팀의 투헬감독도 대만족이었습니다. 해리케인이 오자마자 골을 작렬하더니 드디어 리그에서 최다골을 성공시킵니다. 처음에 기존 멤버들과의 약간의 갈등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나름 극복하고 잘 해주니 투헬감독은 케인을 신뢰하게 됩니다. 하지만 케인에게는 또 다른 약점이 있었습니다. 워낙 어릴때부터 최고의 대우를 받고 주변 선수들도 어릴때부터 오로지 케인만을 위해 존재했는데 뮌헨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다소 없는 듯한 느낌 말입니다. 그래서 그는 감독에게 요구합니다. 토트넘의 숨은 인재가 있으니 영입해 달라는 것이지요. 바로 에릭 다이어입니다. 에릭 다이어는 토트넘 시절 케인의 마당쇠였습니다. 개인 비서역할을 자처했지요. 에릭 다이어도 나름 엄청난 금수저입니다.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가 영국의 스포츠를 주름잡는 그런 인물들이지요. 영국의 앵글로 색슨의 후예들이란 말입니다. 감히 에릭 다이어의 앞길을 막는 존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에릭 다이어는 케인에 비해 개인 기량은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에릭 다이어는 결정합니다. 자신은 오로지 해리 케인의 하수인으로 존재하자, 그리고 케인을 대단한 존재로 만들어 그 후광을 입자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하지만 토트넘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콘테감독을 경질하고 그 후임에 호주출신인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선임합니다. 포 감독은 이미 에릭 다이어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케인과 다이어 등 앵글로 색슨들이 토트넘을 장악해서 다른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케인이 뮌헨으로 떠나자 팀내 대정비를 벌입니다. 손흥민과 그동안 외곽으로 밀렸던 선수들을 핵심을 내세운 것입니다. 당연히 다이어는 아웃이지요. 그는 포 감독 휘하에서 그라운드에 발을 밟아보지도 못했습니다. 선수가 부족해 할 수없이 기용된 한두 경기 빼고는 말이죠. 다이어는 이를 갑니다. 자신은 영국 정통 가문의 후예인데 웬 호주 떨거지에게 무시당하고 아시아의 변방출신인 손흥민에게 주장타이틀을 빼앗겼다는 분함에 치를 떱니다.
그리고 뮌헨에 가있는 해리 케인에게 다급하게 타전합니다. 제발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말입니다. 해리 케인도 토트넘 소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한때 자신의 개인비서였던 에릭 다이어가 가엾게도 생각되었고 다이어의 부모들의 위상을 감안할 때 케인이 은퇴후에 그의 도움을 받아야할 필요성을 느낀 것입니다. 케인은 강하게 투헬감독에게 어필합니다. 투헬도 케인의 끈질긴 요구에 허락을 합니다. 에릭 다이어는 이게 왠 떡이냐며 짐을 싸서 뮌헨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집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바깥에 나간다고 새지 않겠습니까. 그의 수비는 정말 수준이하입니다. 명문팀의 입장에서는 말이죠.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그 어느 구단도 에릭 다이어를 데려가는 곳이 없었습니다. 실력이 있다면 왜 그렇게 했겠습니까. 그에 대해 너무도 잘 아는 것이죠. 하지만 독일 뮌헨팀의 투헬감독은 잘 몰랐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하필 그 시점에 뮌헨의 수비수들이 연이어 부상을 당합니다. 수비의 핵이라는 김민재선수도 아시안컵에 차출돼 없습니다. 에릭 다이어는 틈새 공략에 아주 능한 인물입니다. 그렇게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해리 케인뿐 아니라 부주장이자 공수의 핵인 뮐러선수까지 공략합니다. 골프에 초대해서 다이어가 직접 캐디역할도 자처합니다. 그런 접대에 익숙하지 않은 뮐러도 입이 찢어집니다. 자기에게 잘해주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요. 감독도 마찬가지입니다. 투헬도 혹합니다. 에릭 다이어는 정말 그런 면에서는 천재입니다. 투헬감독은 에릭 다이어를 잠시 잠시 기용합니다. 다이어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공격에서 날카로움이 덜한 팀과 몇번 경기를 가졌고 투헬감독은 그를 주전으로 기용하기로 결정합니다.
드디어 바로 지난 2월 11일 뮌헨은 최강의 라이벌과 경기를 갖습니다. 절대 져서는 안되는 경기입니다. 상대는 현재 리그 1위인 레버쿠젠입니다. 뮌헨은 승점 2점차이로 2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뮌헨 입장에서는 레버쿠젠에 이길 경우 다시 선두로 복귀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경기입니다. 투헬 감독은 에릭 다이어를 수비의 핵심에 세웁니다. 그를 너무 믿은 탓인가요. 그냥 구멍이 생깁니다. 레버쿠젠 감독은 떠오르는 명장이라는 칭송을 받는 젊은 감독인 사비 알론소입니다. 43살에 벌써 명장대열에 합류하려는 감독입니다. 그는 정확하게 에릭 다이어의 구멍을 찾아냅니다. 그곳으로 집중 공략합니다. 수비의 김민재도 허둥댑니다. 에릭 다이어가 거의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그 구멍을 대신 메우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수비가 뻥 뚫리니 공격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해리 케인도 그야말로 졸전에 졸전을 거듭합니다. 어디있는지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뮌헨은 레버쿠젠에게 0대 3 대참패를 기록합니다.
투헬감독이 길길이 뛰어보지만 별 수가 없습니다. 그냥 무너집니다. 뮌헨팀의 베테랑 뮐러는 매우 격앙된 목소리로 자신의 팀에 대해 질책했습니다. 케인의 고개숙인 모습이 카메라에 아주 크게 잡힙니다. 케인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경기의 패인에 자신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물론 뮌헨이 앞으로 경기를 모두 이기고 레버쿠젠이 실수를 해서 패하면 또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분데스리가의 모든 팀들이 에릭 다이어의 구멍을 알아차렸습니다. 에릭 다이어만 나오면 그곳으로 공격을 집중할 것입니다. 수비가 흔들리면 공격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합니다. 축구의 기본적인 상식입니다.
언론에서는 토트넘의 저주가 드디어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으로 옮겨졌다고 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15 시즌에 케인과 다이어가 토트넘에 합류한 이후 거의 10년동안 둘이 함께 했지만 한번도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빗댄 것이죠. 만일 분데스리가가 이대로 끝나 우승을 못한다면 뮌헨은 12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해리 케인은 그렇게 바라던 우승컵은 커녕 뮌헨의 우승을 망친 주범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자신의 외로움과 팀내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깜도 않되는 친구를 억지로 데려와 결국 치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에도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뮌헨의 투헬감독의 경질설이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우승이 좌절되면 경질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습니까. 에릭 다이어가 몰고온 엄청난 폭풍을 해리 케인과 투헬 감독이 고스란히 뒤집어 쓸 상황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누굴 탓하겠습니까. 친구를 제대로 파악못한 해리 케인과 선수를 제대로 파악못한 투헬감독이 책임져야지요. 사람 한명 잘못 선택하면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초래합니다. 인생사가 그렇지만 말이죠.
2024년 2월 1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