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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1jxry86/a_town_without_doors/
Reddit u/Saturdead
여성시대 pedo.rapist.abuser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다. 나는 크라쿠프 남쪽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엄마, 아빠, 그리고 두 명의 여동생과 함께 살았다. 그 시절은 뿌연 안개 속처럼 흐릿하지만, 도진키(Dożynki) 수확제 때 동네 집들을 돌아다니며 과자를 얻어 먹던 기억만은 또렷하다. 우리만의 전통이었다. 이웃들이 항상 과자를 너무 많이 사두곤 했거든. 우리는 남은 것들을 모아 나름의 작은 잔치를 열었다. 어느 집 문을 두드리든, 이웃들은 늘 장난기 어린 웃음으로 우리를 반기며, 다브로브스키 집안의 말썽꾸러기들이 또 왔다고 다정하게 핀잔을 주곤 했다.
행복한 기억은 이유가 있어서 행복한 법이다. 그보다 더 안 좋은 일들이 생기고 나면, 비로소 그것들이 얼마나 빛났는지를 알게 된다. 부모님은 이혼했다. 엄마는 우리를 데리고 바르샤바로 이사했다. 할머니, 외삼촌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도록. 아빠, 야로미르는 여전히 우리 삶에 남아 있으려고 애썼지만 점점 어려워졌다. 일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고, 그래도 매달 돈을 보내주려 애썼다. 그는 우리가 아름다운 삶을 살기를 원했다. 자신은 그 삶 속에 있지 못하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방문은 뜸해졌다. 부활절이 먼저 사라졌고, 그 다음은 크리스마스, 그리고 생일, 마침내는 매년 함께하던 도진키 축제마저도.
우리가 마지막으로 아버지 소식을 들은 건, 그가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더 이상 돈을 보내지 못했고, 그렇게 그는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엄마는 재혼했다. 남매들은 졸업했고, 누나는 류블랴나로, 동생은 뮌헨으로 떠났다. 엄마는 새아버지와 바르샤바에 남았지만, 자식들이 독립하자마자 북쪽의 여름 별장으로 이사했다. 엄마를 정말 사랑하지만, 엄마는 늘 사치스러운 것에 눈이 간다. 언제나 다음 여행, 다음 햇살 가득한 오후를 계획하신다.
나는 바르샤바에 남았다. 사회학 학위를 마치고 하급 공무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화려한 일은 아니었다. 대부분은 다양한 방식으로 욕을 먹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생계를 유지하는 데는 충분했다. 끝도 없는 싸움이었다.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방어하고, 다시 결정을 반복하는.
스물넷이 되던 해, 나는 한 부동산 변호사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최근 일은 아니었다. 서류에 따르면 몇 년 전에 농기계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되어 있었다. 유언장은 없었고, 남겨진 재산을 자녀들에게 분배하는 일은 국가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린 일이었다. 어떤 서류 뭉치 속에 묻혀 있다가 이제야 다시 떠올라온 것이다. 모든 재산은 세 자식에게 균등하게 나눠졌고, 막내는 그의 저축을, 누나는 그의 차와 귀중품들을, 그리고 나는… 집을 받았다.
누가 아버지 묘를 찾아갈지 물어보려고 누나와 여동생에게 연락했지만, 모두 각자의 삶에 얽매여 거절했다. 그들에게 아버지는 우리를 버린 사람이었고, 이번엔 우리가 그를 버릴 차례라는 듯이.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나는 아버지가 그저 너무 열심히 일했던 것뿐이라고 믿었다. 시간을 내서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고 집을 둘러보며, 왜 점점 멀어졌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어쩌면, 내 어린 시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불평 대신 웃음으로 맞아주던 시절의 흔적을 찾고 싶었다.
운전은 오래 걸렸다. 그곳까지 가는 도로는 별로 좋지 않다. 250명도 안 되는 작은 공동체다. 대부분은 밀 농사를 짓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 농장 외에는 딱 두 곳, 교회와 가게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너무 멀거나, 혹은 무의미하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을 지나며 운전에 익숙해졌을 즈음, 거의 출구를 지나칠 뻔했다. 표지판도 없는 아주 작은 길이다. 멀리 교회가 보이면 그게 길을 찾았다는 신호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며, 차 서스펜션이 더는 망가지지 않길 기도했다. 오랜만에 교회도 들르기로 했다. 예전엔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주차 공간은 넉넉했다. 예전보다 훨씬 작아 보였지만, 뭐든 어릴 땐 다 커 보이는 법이니까.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에는 묘한 기분이 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모든 것이 되살아났다. 냄새, 소리.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뭔가 마음 깊은 곳을 간질이며 속삭이는 기분이었다. 여기가 네가 있어야 할 곳이야.
“환영합니다!” 누군가가 말했다. “이런… 상태가 좀 그렇죠.”
뒤를 돌아보니, 나보다 몇 살 많아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머리는 단정하게 빗었고 두꺼운 안경을 썼다. 성직자 복장을 하고 있었다. 아, 맞다. 예전 마을 신부님은 내가 어릴 때도 이미 나이가 많으셨다. 새 신부가 있을 만도 하지.
“체르냐크 신부입니다,” 그가 말했다. “새로 오신 건가요, 아니면 그냥 들르신 건가요?”
“예전에 여기서 살았어요,” 내가 대답했다. “다브로브스키 집 아이들 중 하나예요.”
“죄송하지만, 익숙한 이름은 아니네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전 지난 겨울에 고(故) 가블릭 신부님을 대신해 오게 되었거든요.”
“그분이 지난 겨울까지 살아 계셨어요?”
“확실합니다,” 그가 웃었다. “무려 101세였어요.”
“믿기지 않네요,” 내가 웃었다. “하느님은 정말 유머 감각이 있으시네요.”
체르냐크 신부는 나를 교회 이곳저곳으로 안내해 주었다. 그는 창문을 새로 수리할 계획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가 무엇보다 못마땅하게 여기는 건 문이었다.
그러니까, 그 문들이 없어진 것이다. 교회는 완전히 열려 있었다.
“이건 이 동네 미신이에요,” 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목자가 양 떼를 돌보려면 울타리에 문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내가 문을 달기만 하면 누군가가 다시 떼어가요.”
“이상하네요,” 내가 말했다. “처음 듣는 얘기예요.”
“정말? 이 근처 출신이라면서요.”
“너무 오래 떠나 있었나 봐요, 신부님.”
교회는 어딘가 벌거벗은 느낌이었다. 아무 장벽도 없었다. 누군가가 발도 닦지 않고 자갈을 끌고 들어온 자국까지 다 보였다. 체르냐크 신부는 커튼이라도 달아보려고 했지만, 바람이 그것마저도 찢어버리고 말았다고 했다.
돌아가기 전, 그는 내 아버지의 묘를 보여주었다. 무참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비석은 넘어져 있었고, 꽃 한 송이 없었다. 나는 떠나기 전엔 반드시 정리해 놓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해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누구에게 미움을 살 만큼은 아니었다. 그 묘는 마치 증오의 대상인 양 보였다.
나는 체르냐크 신부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마을 안쪽으로 향했다.
나는 그 풍경을 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마을 전체가, 교회처럼 집들이 활짝 열려 있었다. 처음에는 대청소라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문이 열린 게 아니라, 아예 제거된 상태였다. 집 안 거실까지 훤히 들여다보였고, 사람들은 부엌에서 방으로 오가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속도를 줄이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모든 집, 모든 방에 문이 없었다. 심지어 화장실조차도. 몇몇은 커튼이나 방충망으로 가려두긴 했지만, 문은 없었다. 집마다 문 대신 창문 옆에 ‘어서 오세요’ 매트를 두기도 했고, 어떤 집은 아예 현관 입구를 벽돌로 막아버렸다. 예전 문이 있던 자리를 완전히 봉인해버린 것이다.
작은 마을들이 가끔 기묘한 전통을 갖는 건 알았지만, 이런 건 처음이었다.
익숙한 진입로에 도착했을 때, 나는 숨을 삼켰다. 내 집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완전히 훼손되어 있었다. 모든 창문은 깨지고, 문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쥐들이 설치고 있었고, 집 주위를 돌아다니자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뒷마당에서 작은 화재가 있었는지 부엌 바깥 벽까지 불이 번졌고, 완전히 타진 않았지만 주먹으로 쳐도 뚫릴 듯한 상태였다. 그리고 집 반대편에는 형광 초록색 스프레이로 이렇게 써 있었다. ‘syn diabła’ — 악마의 자식.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우리 그네의 체인까지 잘라 버려 녹슨 금속 뼈대만 남겨두었다. 누군가 타이어에 불을 지르려다 실패한 흔적도 있었다. 이전 모습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배 속 어딘가에 끝없이 가라앉는 구멍이 생겼고, 내가 기억하던 모든 미소들이 조롱처럼 느껴졌다.
뭔가가 있었던 것이다.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뭔가 커다란 일이.
다시 집 앞 쪽으로 돌아왔을 때, 중년 남성 몇 명이 내 차를 둘러싸고 서 있는 걸 보았다. 그들 중 아무도 낯익지 않았다.
“은행에서 왔어?” 한 명이 물었다.
“아뇨, 저는 다브로브스키 가족이에요,” 내가 말했다. “그 아들이요.”
“네가 그 아들이라고?!” 그가 침을 튀기며 말했다. “지옥에 있는 아빠 곁으로 가고 싶은 거냐? 그거냐?”
“이 짓 누가 한 건지 알아요?” 내가 소리쳤다. 집을 가리키며. “당신이요?”
“누구든 그랬겠지,” 뒤쪽에 서 있던 남자가 말했다. “저 자식은 당해도 싸.”
그들 중 하나가 나를 바라보며 비웃듯 웃었고, 스프레이 낙서를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무언가를 속삭이며 킥킥 웃더니, 나를 비웃고 욕을 퍼붓고는 떠나갔다.
내가 상상했던 ‘고향의 환영’과는 너무도 달랐다.
소문에 따르면, 아버지가 어느 날 밤 그 집에 올라가 문을 열었다고 했다. 문은 힌지에서 떨어져나가며 무너졌고, 마을 사람들 말로는 그 틈 사이로 무언가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걸 악마라 불렀고, 몇몇 아이들은 외계인이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그냥 ‘슬레피에츠’라고 불렀다.
“그게 들어왔어. 문은 부서졌지,” 첫 번째 아이가 말했다. “그래서 이제는 돌아갈 수 없어.”
“그럼 지금도 여기 있다는 거야?” 내가 물었다. “그게… 진짜로 존재하는 거야?”
“그럼,”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이 동네가 왜 이렇게 망가졌다고 생각해?”
“그럼, 그 수많은 문들은 뭐야?”
“지옥으로 돌아가는 문을 찾고 있는 거야,” 그가 말했다. “그런데 제대로 된 문을 못 찾으면, 화가 나. 그리고 사람들을 해치지.”
슬레피에츠. 사람들은 그걸 그렇게 불렀다. ‘맹인’이나 ‘두더지’를 뜻하는, 듣기에도 거친 단어였다. 그들은 그 존재의 형편없는 시력을 이유로 그렇게 불렀다. 아무 문이나, 자기가 찾는 문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었다. 수년간 슬레피에츠는 마을의 집집마다 떠돌며,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문을 열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실종됐고, 몇 명은 목숨을 잃었다.
나는 약속한 맥주 여섯 병을 사주기 위해, 그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옆 마을로 향했다. 가는 길에 그들은 자신들이 아는 걸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십대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운전하는 건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었지만, 이 아이들이 과거에 훨씬 더 큰 사고를 쳤다는 인상도 받았다. 불량하지만 솔직한 아이들이었다.
처음엔 사람들도 문 안에 숨어 지냈다. 하지만 슬레피에츠는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고, 결국 문이 부서졌다. 그러면 안쪽 문까지 두드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차츰 문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문을 남겨두었던 사람들은 언젠가 반드시 그 존재의 방문을 받았다. 그렇게 떼어낸 수많은 문들을 모아 벽돌 담을 만들었고, 슬레피에츠가 밤마다 거기서 헛수고를 하도록 만든 것이었다.
“말도 안 돼,” 내가 말했다. “터무니없잖아.”
“진짜야,” 첫 번째 아이가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네 멍청한 아빠를 미워하는 거야. 그가 그걸 들여보냈으니까.”
“그치만 이해가 안 돼. 그냥 다 짐 싸서 떠나면 되잖아?”
“떠날 거야,” 첫 번째 아이가 말했다. “말했잖아.”
두 번째 아이는 한참 생각하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마치 백 번쯤 생각해본 듯한 어조로 말했다.
“어디든 좋지만, 집이 제일이지. Wszędzie dobrze, ale w domu najlepiej.”
‘어디든 좋지만, 집이 제일이지.’ 물론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지옥이 오든, 물난리가 나든, 집은 집이었다.
나는 약속한 맥주 여섯 병과 패스트푸드를 사주었다. 나도 먹을 걸 좀 샀다. 길이 그리 멀진 않았지만, 귀찮을 정도로는 충분했다. 우리가 돌아왔을 무렵,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아이들은 차에서 뛰어내리듯 내리며 성급히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그때, 두 번째 아이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직접 봐봐!” 그가 외쳤다. “슬레피에츠는 밤에 나와!”
그는 길 끝, 벽돌 담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감사를 전했다. 사실 그 말을 믿지는 않았다. 나는 직접 슬레피에츠를 보고 싶었다.
그 전날 밤 들었던 울음소리가 맞다면, 슬레피에츠는 자정이 지나면 어딘가에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물론 여기서 잠자리란, 이틀 연속으로 차에서 자는 걸 의미했다. 몸은 고단했고, 마음은 더더욱 피폐했다. 내일 아침 첫 차로 떠나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떨쳐낼 수 없는 깊은 슬픔이 있었다. 이곳은 내 어린 시절의 고향이었다. 나는 이 들판에서 뛰놀았다. 이제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는 이 현실이 낯설고도 슬펐다.
아버지가 뭐든 간에, 그는 악마의 자식은 아니었다. 그가 문을 열었다면,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만약 잘못된 무언가가 들어오게 된 거라면, 그것도 실수였을 테고. 아버지는 악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실수는 했을 수도 있었다.
아니, 어쩌면 아버지에게 선택권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슬레피에츠가, 그에게 그런 선택조차 주지 않았는지도.
언제 잠이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알람도 맞추지 않았지만, 새벽 두 시 반쯤 눈이 저절로 떠졌다. 다시 자려다 말고, 마지막으로 마을을 둘러보겠다고 결심했다. 스스로에게 약속했던 일이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켰고, 귀를 기울였다.
그날 밤은 오히려 더 쉬웠다. 주변 소음을 가르며 한 가지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바로 그 울음소리였다. 이번엔 더 뚜렷했다. 어둠 속에서도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있었다.
집집마다 불이 꺼져 있었고, 거리에는 달빛만이 남아 있었다. 그래도 나는 그 거리들을 알고 있었다. 눈 감고도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나는 흙길을 따라 걸었다. 마을 가장자리에 있는 집 두 채를 지나, 벽돌 담장 쪽으로 향했다. 그 순간, 울음소리가 완전히 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가 목 놓아 울부짖는 듯한, 혼을 쏟아내듯 우는 소리였다. 아이처럼 울부짖는 그 울음.
멀리서 벽돌 담장이 보였다. 문들이 박힌 벽의 날카로운 윤곽이 달빛에 비쳐 추상화처럼 길게 뻗어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서 있었다.
남자처럼 보였다. 대충은.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알 수는 없었다. 부푼 듯한 두꺼운 점퍼를 입고 있었으니까. 그는 문 하나를 잡아당기며, 주먹으로 반복해서 내리쳤다. 같은 리듬이었다. 당기고, 쾅쾅. 다시 당기고, 쾅쾅. 매번 시도 사이사이에 그는 고개를 휙 돌리며, 절박하게 울부짖었다.
처음엔 그에게 다가가볼까 생각했다. 저건 무슨 악마가 아니라, 마음이 부서진 남자 같았다. 몇 걸음 다가서는 순간, 시야 한쪽 끝에서 뭔가 빛이 들어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근처 주택 중 한 곳에서 작은 손전등 불빛이 나왔다. 사람들이 나를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작은 머리 둘이 창문 틈 사이로 나와 있었고, 그들은 고개를 천천히, 분명히 ‘아니야’라는 듯 저었다.
다시 벽 쪽을 바라본 순간, 갑자기 ‘딱’ 하는 소리가 났다.
그 남자가 벽에서 문 하나를 뽑아낸 것이다. 문은 풀려 떨어졌고, 그는 그것을 옆에 내려놓더니 한 손으로 꾹 눌렀다. 제대로 잡고 있지도 않았는데, 한 손만으로 문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울음소리는 비명이 되었다. 분노였다. 거침없고, 억제되지 않은, 날것의 분노. 그는 맨손으로 벽돌을 하나씩 뽑아내기 시작했다. 벽돌은 잎사귀처럼 허공을 가르며 여기저기 날아갔다. 풀밭 곳곳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뒷걸음질쳤다. 집 안의 불빛은 꺼졌고, 창가에 있던 아이들의 머리도 사라졌다. 나는 허겁지겁 흙길을 따라 달렸다. 슬레피에츠는 벽 위로 올라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멀리서 봐도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비율이 어딘가 이상했다. 어두운 천 같은 걸 온몸에 둘러 얼굴조차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어딘가 어긋난 모습이었다.
더 이상 자세히 보려 하지 않았다. 어떻게 말하든, 저건 이상한 사람 정도로 넘길 일이 아니었다. 위험한 존재였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숨는다면, 나 역시 숨는 것이 옳았다. 나는 흙길을 서둘러 내려가며, 그의 끔찍한 비명이 들판을 가로지르며 울려 퍼지는 걸 들었다.
그날 밤은 거의 잠들지 못했다. 괴물의 존재를 ‘믿는 것’과 그것을 ‘직접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해가 뜨자마자, 나는 차를 몰고 떠났다.
하지만 교회를 지나칠 무렵,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흰색 밴이 서 있었고, 교회 입구의 문 하나가 다시 설치돼 있었다. 사다리 위에 선 남자 둘이 나머지 문도 달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문은 옆에 천막을 덮은 채 놓여 있었다. 앞에서는 체르냐크 신부가 커다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궁금해졌다. 분명, 이 사람은 뭔가 알고 있을 터였다.
내가 차를 세우자마자, 체르냐크 신부는 손을 흔들며 나를 불렀다. 내 부츠가 자갈 위에 닿기도 전에 그가 먼저 다가왔다.
“돌아왔군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아직 떠나지 않아서 기쁩니다!”
나는 차문을 닫고 하품을 살짝 했다.
“무슨 일 하시는 거예요? 이게 뭐죠?”
“당신 덕분입니다,” 그가 말했다. “외부인의 눈에는 이곳이 정말 끔찍해 보였겠죠. 그걸 봤습니다. 당신 얼굴에서요.”
그는 교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두 목수가 두 번째 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이곳엔 품위가 필요합니다,” 그가 이어 말했다. “성모님께 더 나은 예우를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건 좋지 않은 생각입니다,” 내가 말했다. “그 존재, 마을에서 봤어요.”
체르냐크 신부는 고개를 저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는 사람을 설득하는 법을 훈련받은 사람이었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주님의 집이 악마로부터 당신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그가 말했다. “대체 무엇이 지켜줄 수 있겠습니까?”
조금의 수고를 도와주는 조건으로, 나는 따뜻한 샤워와 제대로 된 식사를 대접받았다. 며칠 동안 차에서 자고 있던 나로서는 마다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말재주야 어쨌든, 체르냐크 신부는 정직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자신이 하는 말을 믿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점점 더 많은 마을 사람들이 모였다. 대부분은 이 바보 같은 짓을 한다며 욕을 퍼붓기 위해 온 이들이었다. 누군가는 문에 돌을 던지며 당장 철거하라고 외쳤다. 반대로, 교회에 이런 배짱을 가진 사람이 드디어 나타났다고 찬성하는 이들도 있었다. 체르냐크 신부의 말대로, 주님의 집조차 악을 막지 못한다면 무엇이 가능하겠는가?
오후가 깊어질수록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몰렸다. 아침에 화를 내던 이들조차 분위기에 설득당했다. 논리는 간단했다. 신을 믿지 않는가?
누군가는 소시지를, 누군가는 스테이크를 가져와 야외 저녁 식사 분위기가 되었다. 나는 군중 속에서 그 두 십대 아이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노인 중 한 명이 가진 와인을 훔쳐 마시고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예전 추수감사절 축제처럼 느껴졌고, 숨어 있던 마을 사람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듯했다. 소리도, 냄새도 그때 그대로였다. 군중의 미소를 보니,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다.
해 질 무렵, 체르냐크 신부가 설교를 시작했다. 대부분 기억나진 않지만, 졸음과 싸우며 겨우 들었다. 어릴 적 생각이 났다. 교회 의자가 그렇게 딱딱한데도 왜 그렇게 졸린지 신기했다. 그래도 한 구절은 또렷이 기억난다.
“문은 경계입니다,” 그가 말했다. “교회의 문은 더러운 것과 성스러운 것의 경계입니다. 죄와 성인의 경계죠. 우리는 더 이상 불확실 속에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가 가르치는 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배웠다고 말입니다!”
문은 앞으로, 뒤로, 또다시 앞으로 흔들리더니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문이 무너져요!” 누군가가 외쳤다. “지금 무너져요!”
체르냐크 신부는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군중은 교회 뒤편 출구로 몰려들며 우르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나도 저항할 틈 없이 어깨를 밀렸다. 이 마을 사람들 눈엔, 다브로브스키 집안 자식이 하나쯤 밟혀 죽는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일쯤으로 여겨졌을지도 몰랐다.
“주님의 집에는 죄가 없습니다!” 신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죄가 없습니다! 악마가 웃고 조롱할 수는 있어도, 이곳에 그 사악함이 깃들 자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말로는 문을 막을 수 없었다. 슬레피에츠은 이미 마음을 정한 듯했다.
문짝이 무너져 내렸다. 찰나의 정적이 공기 속을 가로질렀고, 쓰러진 문 너머로 강한 바람이 교회 안을 휩쓸었다. 초 대부분이 꺼졌고, 문이 바닥을 강타하는 순간 사람들의 공포는 정점을 찍었다.
이미 많은 이들이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어떤 이들은 비명을 질렀고, 어떤 이들은 욕설을 퍼부으며 등을 내보였다. 나는 인파의 후미에 있었고, 저 틈을 뚫고 나가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대신 나는 앞쪽 의자 사이로 몸을 숙이고 숨어들었다. 어둠이 나를 감춰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깜빡이는 희미한 불빛 아래, 겨우 슬레피에츠의 형체를 볼 수 있었다. 오른팔은 어깨뼈에서 비틀려 자라난 듯했고, 왼팔은 너무 길어 바닥을 질질 끌며 움직였다. 몸은 구부정하게 굽어 있었지만, 등 뒤에는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붙어 있었다. 막처럼 떨리는 그 얇은 구조물은 날개인지, 살점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는 외투도 걸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였다. 인간의 형상을 흉내 내다 만, 미완성의 것.
체르냐크 신부조차 도망쳤다. 제단 뒤로 몸을 숨겼다. 슬레피에츠은 예배당 안을 난폭하게 뛰어다니며 나무 의자들을 마구 쓰러뜨렸다. 그에게 장애물 따윈 없었다. 그는 곧 옆방으로 돌진했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비명을 지르며 밤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슬레피에츠는 그들을 따라잡지 못했다. 대신 방 안에 남은 것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부었다. 닿는 대로 집어던지고, 찢고, 부쉈다. 울음소리는 어느새 광기로 번졌고, 그의 움직임은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난폭해졌다.
나는 배를 깔고 기어가고 있었다. 살기 위한 본능뿐이었다. 체르냐크 신부는 그런 운조차 없었다.
슬레피에츠는 다시 제단 위로 몸을 올렸다. 마치 벽을 기어오를 때처럼 가볍고 기괴한 동작이었다. 거기서 그는 신부를 발견했다.
그다음 장면은 되도록이면 떠올리고 싶지 않다. 비극을 입에 올려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은 온당하지 못한 일이다. 그러나 슬레피에츠는 그런 예의에 관심이 없었다. 이름도, 신분도, 말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는 신부를 단 한 팔로 들어올렸다. 낯선 채소를 눈앞에 든 아이처럼, 앞으로 길게 뻗은 손에 그를 매달고 바라봤다.
신부는 끝까지 저항했다. 절박하게 외치며 그가 아는 가장 강한 말들을 동원했다. 명령했고, 간청했고, 기도했다. 그러나 그 어떤 말도 통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울부짖었다.
슬레피에츠는 입을 열었다. 뱀처럼, 턱이 아래로 활짝 벌어졌다. 비명은 ‘퍽’ 하는 끊기는 소리와 함께 멈췄고, 피가 한 줄기 분수처럼 터졌다. 무언가가 제단에 부딪혔고, 굴러 떨어졌다. 바닥에 안경이 와르르 떨어졌다. 슬레피에츠는 머리카락을 뽑아내듯 입 사이에서 끄집어냈고, 침을 뱉고 기침을 했다. 그리고 시체를 툭 놓아버렸다. 붉은 카펫 위로 신부의 몸이 무기력하게 떨어졌다.
나는 계속 기어갔다. 숨소리조차 죽이며 조심스레 움직였다. 슬레피에츠는 몸집에 비해 발걸음이 가벼웠다. 어쩌면, 그 때문에 그가 내 등 뒤에 다가온 것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그림자가 내 몸을 삼킨 순간, 나는 뒤늦게야 눈을 들었다.
그가 거기 서 있었다. 거대한 형체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촛불 몇 개가 아직 타고 있었기에, 그는 분명히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얼굴이 보였다. 반쯤 완성된 회색의 형상. 안으로 파인, 움푹 들어간 검은 눈동자. 비늘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피부. 사람의 입이었지만, 그 안에는 하나 더, 벌어진 이중의 턱뼈가 달려 있었다. 코는 작은 경련을 일으키며 불탄 왁스와 피 냄새를 감지하려는 듯 꿈틀거렸고, 입가에는 아직도 내장이 매달려 있었다.
그가 나를 잡았다. 조심스럽고, 느릿하게.
그 입김이 가까워졌을 때, 나는 눈을 감았다. 아마 나는, 좀 더 맛있어 보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어떤 소리였는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 삐걱거림 같기도, 맥빠진 숨소리 같기도 했다. 그는 나를 내려놓았다.
눈을 떴을 때, 그 크고 검은 눈은 이미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돌아서고 있었다. 분노는 가라앉았고, 다시 시작된 울음은 전날 밤처럼 절박하지 않았다.
그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공격의 여파는 즉각적이었다. 누군가는 사냥용 장비를 챙기러 갔고, 또 누군가는 신부를 비난했다. 그는 충분히 ‘거룩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다른 이들은 아예 마을을 떠났다. 신이 지켜주지 못한다면, 결국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심정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가 내게 말해주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이제는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가 어떤 말도 안 되는 일에 휘말려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가만히 앉아 사태가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이 모든 일이 그의 탓이라면—정말 그의 탓이라면—나도 기꺼이 남들과 함께 그의 이름에 침을 뱉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으면 안 됐다. 나는 반드시 확인해야만 했다.
나는 방마다 뒤졌다. 서랍을 죄다 빼내고, 상자를 발로 걷어찼다. 좀먹은 옷가지들을 내던지고, 침대를 뒤엎었다. 옷장을 끌어내 바닥에 내리꽂았다. 바닥이 쩍 하고 갈라졌고, 먼지가 일었다. 나는 무엇이든, 아무것이든, 내 의문에 대한 대답이 될 만한 것을 찾고자 했다.
결국 뒷마당으로 뛰쳐나갔다. 그네에 선명하게 남은 얼룩이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가 나를 밀어주며 쇠사슬이 삐걱거리던 소리가 생각났다. 나는 점점 더 높이 올라갔고, 그 소리는 내 웃음소리와 섞여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소리는 전혀 다른 것을 의미했다. 어두운 것. 잊힌 장난감 속에 몸을 묻은 채 부서져 있던 한 남자의 형상.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집을 미쳐 날뛰듯 부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기억나는 건, 마침내 주방 벽에 주먹을 내질렀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주방 일부는 화재로 탄 흔적이 있었다. 손으로 쳐도 쉽게 뚫릴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쳤다.
그러다 뭔가에 부딪혔다. 처음에는 단순히 더 단단한 벽에 닿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숨을 고르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건 싱크대 아래에 숨겨진 작은 판자였다. 나는 그 바깥쪽을 주먹으로 뚫은 것이었다. 젖은 풀밭에 주저앉아 엉덩이와 청바지를 다 적신 채, 나는 손을 뻗어 그 안을 뒤졌다.
상자가 있었다.
대부분은 쥐똥으로 오염돼 있었고, 일부는 불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족 앨범. 주로 나와 동생들의 사진. 마을 친구들. 아빠가 그의 첫 차 옆에서 찍은 사진. 페이스북에 올렸던 사진들을 인화해 액자에 넣은 것. 누군가 간직하고 싶어 했을 법한 그런 것들.
그리고, 사진은 갑자기 멈췄다. 날짜도, 생일도 사라졌다.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겼다. 맨 뒷장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다른 사진들. 메모들.
문을 찍은 사진. 그 뒷면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비명이 아니야 — 우는 거야.
가장자리에는 낙서처럼 짧은 문장들이 있었다. ‘그것’이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것’이 길을 잃었다고. 아무도 듣지 않았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
더 이상 사진은 없었지만, 메모는 계속됐다.
“그는 나가야만 했어 — 하지만 머물고 싶어 해.”
“그는 숲에서 엘크를 사냥해 — 나에게 가져와.”
“그에겐 남은 게 없어. 나는 이해해.”
그건 내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아빠는 이곳에 속하지 않은 무언가를 도우려 애썼다. 다른 곳에서 온 존재. 그들은 식사를 함께했고, 작은 친절들을 주고받았다.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려 한 것이다. 그런 생활은 몇 달 동안 이어졌던 듯하다. 봄을 지나, 겨울까지.
“그를 집 안에서 재워줄 거야,” 마지막 메모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그의 악몽을 좀 잠재울 수 있을지도 몰라.”
무언가 일이 벌어졌던 거다. 그런 위험한 존재가 작은 집 안에 머물렀다면, 실수일 수도, 오해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건 아빠를 쇠사슬에 묶어 꼭두각시처럼 세워 놓았을지도 모른다 —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이제 진실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나는 생각보다 훨씬 아빠를 닮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뒤돌아보면, 그때 나는 마치 몽유병자 같았다. 정신이 흐릿했고, 아마 아드레날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멍한 상태로 마을로 돌아가는 길을 걸었다. 거리엔 적막이 내려앉아 있었다 — 많은 사람들이 차를 타고 떠났기 때문이다. 진흙길을 따라 벽돌 담장 쪽으로 향했을 때, 나는 그를 발견했다.
슬레피에츠. 희미한 울음을 흘리며, 벽돌로 막힌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손잡이를 살짝 당기며, 절박하게 무언가가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내가 다가갔을 때 그는 분노하지 않았다. 혼란스러워 보였다. 나는 그에게 모든 것을 이해시키고 싶었다 — 진실을 보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본 것들과 들은 것들에도 불구하고, 본능을 따르기로 했다. 아버지는 많은 실수를 했지만, 멍청이는 아니었다. 그의 실수는 언제나 ‘진심에서 비롯된 실수’였다.
그래서 만약 이번 일이 실수라면, 나는 그것이 정직한 실수이기를 하느님께 기도했다.
“따라와,” 내가 말했다.
“이쪽이야.”
슬레피에츠의 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마을 어귀에서는 여전히 소란이 있었지만, 그 소리는 그의 흐느낌에 잠식되었다. 그는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우리는 묘지로 향했다. 넘어진 비석과 잡초가 무성한 땅. 나는 바닥을 톡톡 두드리며, 그 존재를 향해 가장 단순하게 말했다.
“여기야,” 내가 말했다.
“아버지.”
그가 이해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는 흙을 맨손으로 움켜쥐고는 마치 먼지처럼 파내기 시작했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생각만큼 오래 걸리진 않았다. 아버지는 깊이 묻히지 않았고, 제대로 매장되지도 않았다. 장례식에 신경 쓰는 이가 없었으니, 무덤도 그랬던 것이다.
슬레피에츠는 끝내 땅 아래로 내려갔다. 그의 손이 관에 닿았을 때, 나는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아버지는 가난하게 죽었다. 너무 가난해서 관조차 제대로 만들 수 없었다. 그것은 그저 나무 상자에 불과했고, 뚜껑은 어딘가 익숙해 보였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것은 우리 집의 정문이었다. 누군가는 그 문짝을 얹어, 장례를 마무리해버린 것이다.
슬레피에츠는 기다렸다는 듯, 그 문을 손끝으로 어루만졌다. 그의 울음은 점점 잦아들며, 어떠한 음율로 변했다.
그는 마침내 찾았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문’을.
나는 평생 그 장면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존재가 관을 열고, 마른 파란 해바라기를 밀어내며, 잊힌 시신을 품에 안고는 조용히 흔들어주는 장면을. 마치 울음을 달래주는 어머니처럼. 슬레피에츠의 울음은, 조용한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Tata…”
“Tata(아버지)…”
슬레피에츠는 밤 속으로 사라졌다. 총을 든 이들 사이를 지나, 문을 닫고 숨었던 사람들 사이를 지나.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신경 쓴 적도 없었을 것이다. 그저, 자신이 들어갈 ‘문’을 찾지 못해 분노했던 것일지도.
그러나 이제, 모든 혼란이 끝난 뒤, 더 이상 문을 숨길 필요는 없게 되었다.
슬레피에츠는 사라졌다.
나는 아버지의 집을 팔았지만, 사진 앨범은 간직했다. 아버지의 이름은 여전히 저주처럼 불리지만, 그 저주를 유지시킬 이유는 이제 남아 있지 않다.
내가 아는 한, 슬레피에츠가 다시 나타난 일은 없다.
마을 사람들은 악마를 경찰에 신고하고 싶진 않았다. 몇몇은 시도했지만, 괴물보다 살인자를 믿게 하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었다. 조사자가 마을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그 일은 어떤 사무실의 서랍 어딘가에 ‘미해결, 우선순위 낮음’ 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사라졌다.
나는 바르샤바로 돌아왔다. 그곳이 진짜 내 집은 아닐지라도, 집이란 건 ‘장소’만이 아니라, ‘시간’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그 시간은, 오래전에 지나가버렸다.
지금 당장은 ‘진짜 집’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진 않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영영 없을 거란 뜻은 아니다.
어쩌면 슬레피에츠처럼, 나 역시 어디에 속해야 할지를 찾아 헤매는 중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부 들판 너머 숲은 조용하다.
더 이상 울음소리도, 두드리는 소리도, 비명도 없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저 숲 너머 어딘가엔, 누구든 집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이 있을 거라고.
첫댓글
아바디ㅜㅜㅜㅜㅜ
오
오열하는중 오열하는중
둘은 서로의 유일한 가족이엇던거야 흑흑
재미있다
외로워서 ㅠㅠ
아바디의 작고 총명한 슬레피에츠야ㅠㅠㅠㅠㅠㅠ
ㅠㅠ 아띠바 눈물나 슬레피에츠 존나지켜 얼마나외로웟어
불쌍해ㅠㅠㅠㅠㅠ
헐 애틋하고 슬프다
ㅜㅠ..
영화같다ㅜㅜㅜㅜㅠㅠㅜㅜ 슬레피에츠야ㅜㅜㅜㅠㅠㅠ
슬레피에츠야 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