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이라 퍼왔습니다^^
문파는 억울하다
온라인 공론장의 정상화를 촉구할 때, 네이버의 혐오 발언과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을 요구할 때, 이를 시민이 요청이 아니라 '문빠'의 극성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쟤들은 문빠니까 문재인 지지해달라는 거겠지."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잘못되었다. 이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고, 이 오류는 문재인 지지자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되었다.
우선, ‘문빠’이기 때문에 혐오발언과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오류이다.
“프랑스는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다”는 것이 그 예이다. 프랑스가 세계적인 관광국인 것은 사실이지만, 프랑스의 주 수출은 항공과 자동차 등 제조업이고, 산업구조에서는 광공업-에너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처럼 자신의 단편적 경험이나 편견, 무지에 기대서 원인과 결과를 확정해서는 안 된다. ‘문빠’여서가 아니라, 혐오발언과 가짜뉴스로 온라인 공론장이 게토화되었기 때문이고 이것은 우리 여론에 큰 해악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왜 ‘문빠’라는 편견이 스며들었을까? 언론에서 그렇게 정해주었기 때문이다.
○ 극우세력이 발명한 그 ‘문빠’는 없다.
이명박빠, 박근혜빠라는 말은 언론 어디에서도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빠라는 말은 보수언론이나 진보언론이나 자주 사용하고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2016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 온라인 당원은 친문으로 치부되었다. 문재인 대표 하에서 디지털 소통 위원장이 시작한 온라인 당원 입당은 누군가에겐 불편하고, 누군가에겐 현역 기득권을 위협하는 공포였을 수 있다. 언론에게는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세력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2016년 전당대회가 끝난 바로 다음 날부터 ‘온라인 권리당원=불공정 경선’, ‘온라인 권리당원=몰표’ 등의 프레임이 덮였다. 이후 19대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는 이 불편함은 결국 노골적이 된다.
전당대회 당시 경향신문 기사를 보면 이렇다.
“더불어민주당 8·27 전당대회 판도는 ‘온라인 권리당원’이 사실상 좌우했다. …
이런 결과 때문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 권리당원=불공정 경선’ 지적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2016년 8월 28일)
이번에는 동아일보 기사를 보자.
“20만 권리당원 중 3만5000여명 … 투표 참여율 높고 ‘몰표 위력’
비주류 진영의 초선 의원은 “문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대거 입당했다는 점에서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당이 ‘친문당’으로 가는 흐름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2016년 8월 25일 전당대회 이틀 전 기사)
동아일보가 인터뷰한 초선의원(정말 인터뷰를 했는지는 기자만이 알 수 있겠지만)은 ‘문재인 지지자는 민심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 지지자가 선거에 영향을 끼치면, 대선에서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초선의원은 유권자의 선택, 즉 민심이 문재인을 선택했다는 가정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 무지와 편견의 산물인지, 혹은 ‘문빠만물설’을 믿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조중동이 시민들에게 ‘문빠’의 프레임을 만들어 미리 차단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행동이다. 조중동이 시민들에게 낙인을 찍는 이유는 여론을 갈라치기하려고 그런 것이다. 가령 누군가가 “광장으로 가자”고 할 때, “쟤는 연대 출신이잖아”, 혹은 “쟤는 광주 출신이잖아”라고 낱낱이 낙인을 찍어 두면, 말을 꺼낸 누군가를 훼손할 수 있다.
“쟤들은 문빠잖아”처럼
하지만 진보 언론에서도 이를 바로잡는 곳은 없었다. 대선 기간 내내 언론에서 쏟아 내는 ‘문빠’ 프레임과 문재인에 대한 ‘소음’은 무차별적이었다. 이때 문재인 지지자들이 신뢰한 채널이 SNS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용어 그대로, 유권자들은 ‘소셜 네트워킹’을 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언론을 신뢰하지 않고 SNS에서 신호를 찾으려는 행태는 조직적일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조적적인 특성을 보이는 것이지, 조직 내 유권자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아니다.
○ 현상으로서의 문파, 문꿀오소리를 자처하는 ‘문빠’는 누구인가
민주당 전당대회와 대선 기간 내내 언론의 불공정함은 상식적인 유권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다수의 상식적인 유권자들이 가장 절망한 대목은 진보 언론의 문재인 배제 행태와, 특히 한겨레 안수찬 기자의 “덤벼라 문빠” 사건일 것이다. 극우 세력 정치인과 극우 언론에 대응하기도 힘에 부치는데 진보 언론까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현실을 봐야했던 것 같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통해 시민들은 이명박, 박근혜 적폐청산이 전부가 아님을 진지하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8개월 쯤 지난 지금, 문재인 지지자들은 스스로를 ‘문파’, ‘문꿀오소리’등의 이름으로 지칭하면서 새로운 민주 정부에 맹목적 지지를 보내고 싶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고 있다. 이 메시지는 단순한 아이돌 빠돌이나 빠순이가 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극우세력이 발명한 그 용어를 완전히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시절의 ‘비판적 지지자’와는 구별되는 용어로써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의 과오를 반성하고 새 민주 정부를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로서 스스로를 다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파는 문재인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문파는 문재인 개인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파는 ‘민주당파’가 되기도 하고, ‘언론정화파’가 되기도 하고, ‘추미애파’, ‘청년파’, ‘청와대파’, ‘강경화파’, ‘임종석파’ 등이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 혐오에 대항함’, ‘법치’, ‘정당 민주주의’ 등의 기준으로 문재인을 선택한 유권자가 ‘문파’이기 때문이다.
19대 대선 전체 유권자가 약 2121만 6,000명인데, 이 중 ‘서울 수도권, 호남, 그리고 2050의 민주당 지지자’는 약 1274만 명이다. 여기서 50%만 취해보더라도 637만 명인데 이는 16대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받았던 표(617만)를 훌쩍 넘는다. 이도 많다 싶으면, 위의 수치에서 5%만 취해보자. 그래도 63만 5천 명인데 이는 모든 지역구(253개)에 2,510명씩 문파가 있다는 의미이다. 서울수도권과 호남의 2050 세대의 민주당 지지자의 5%만 문파라고 하더라도, 지역구마다 2,500명이라는 것이다.
지역구마다 2,500명의 단일된 힘은 팽팽한 선거구에서 역전을 시킬 수 있는 힘이 된다. 이것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구언론과 세습정치인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며, 문재인 지지자를 ‘문빠’로 규정지어 일베나 메갈과 같은 수준으로 폄하하게 할 충분한 동기가 될 것이다.
○ 민주당 의원은 문파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가.
선거 기간마다 의원님들은 아침 출근길 인사를 하셨을 것이다. 새벽부터 지하철 역과 버스정류장을 찾아다녀야 하는 이 인사가 힘들지만, 꼭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문파의 마음도 그와 다르지 않다. 새벽까지 네이버 메인 뉴스에 혐오 댓글과 가짜 뉴스가 도배되지 않도록 애쓰는 사람들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다만 의원님들이 선거행위가 허용된 20일 동안 인사하는 것에 비해 우리는 200일 넘게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된다.
코인 규제를 반대하는 사람에게는 ‘2030’이라고 하면서, 지지율 70%인 문재인 정부 지지자에게는 ‘문빠’라고 하는 것을 민주당은 거부해야 한다. 이러한 유권자 ‘훼손하기’와 지지자 ‘갈라치기’에 과감히 반대해야 민주 정부와 민주당이 행동할 영역이 넓어진다. 이런 훼손과 갈라치기가 개개인의 의견이 아닌 시스템적으로 기계에 의해서 일어나고, 누군가의 조직적 테러로 보이기 때문에 문파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일부 의원의 발의로는 온라인 공론장의 위기 상황이 실질적으로 나아지는 데 어려울 수 있다. 문재인 비난 댓글을 지우고자 입법 시스템을 요청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여론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세력이 당당하게 이 위기 상황을 ‘정치 혐오’로 이용하고 있는데, 그로 인한 열매는 극우 세력이 가질 것이고 그 폐해는 민주당의 몫이 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위기 상황에 민주당이 필요하다.
그리고 선거철 아침인사처럼 SNS를 이용하라. 어차피 민주당 의원들의 의정활동이나 발언은 언론에서 관심도 갖지 않으니, 지지율 70%의 유권자에게 SNS로 안부를 묻고, 근황을 전하라고 권하고 싶다. 하다못해 지역구 맛집에서 식사한 사진이라도 매일 올리면 일석이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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