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깍’에서는 냇물이 폭포처럼 바다로 떨어지는데, ‘정의논깍’은 밀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광활한 기수면의 '해안습지'를 이루고 있다.
이곳엔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기수발 고동'이 서식하고 ‘물새’들의 서식처가 되고 있다.
강정마을에는 용천수가 많다. 이곳엔 할망물, 꿩망암물...등 여러 용천수가 사철 솟아난다.
아름다운 '물봉선'과 '말즘'이 이채롭다.
제주사람들은 물이 흘러나가는 쪽에 ‘아왜나무’를 심어 ‘아왜낭목’이라 하였다.
이곳은 ‘삼동 아왜낭목’ 이고, 또 이곳은 ‘두채기골 아왜낭목’이다.
이 정경 그대로가 평화인데..그리고 강정은 사람만의 것이 아닌데.. 누가 이 평화를 깨트리려고 하는 걸까..
2편)
강정의 천하대장군과 천하여장군은 여름에도 겨울에도 중덕바다를 지키고 있다.
최병수 작가가 2007년 말에 구름, 소라, 연산호, 전복을 상징하는 작품을 제작하여 설치했고
마을 사람들은 평화를 위한 방사탑을 쌓았다.
일강정이 운다
김수열
물 좋아 일강정 물 울어 일강정 운다.
소왕이물 울어 봉등이소 따라 울고
봉등이소 울어 냇길이소 숨죽여 울고
냇길이소 울어 아끈천 운다.
할마님아 하르바님아 싹싹 빌면서 아끈천이 운다
풍광 줗아 구럼비 운다.
구럼비 울어 나는물 울고 나는물 울어 개구럼비 앞가슴 쓸어내린다.
물터진개 울고 지서여 따라운다.
요노릇을 어떵허코 요노릇을 어떵허코
썩은 세상아 썩은 세월아
마른가슴 썩은섬이 운다
눈물바람 불 때마다 닭이 울고 쇠가 울고 강정천 은어가 은빛으로 운다.
바다와 놀던 어린것들 파랗게 질러 새파랗게 운다.
집집마다 노란 깃발
이건 아니우다 이건 아니라마씀
절대 안된다고 손사래 치며 운다.
물끄러미 모고만 있는 문섬아! 섶섬아! 범섬아 !
아직도 말이 없는 파도야! 바람아! 청한 하늘아!
일강정이 올고 있다 구럼비가 울고 있다.
냇깍에서부터 개구럼비 중덕포구에 이르기까지
강정마을 주민들이 바다에 내건 생명평화마을과 해군기지반대 깃발은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그리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펄럭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매년 중덕바닷가에서 이 출제(出祭)를 지내면서
새해첫날 아침에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풍등을 날려보낸다.
지금 해군에서는 강정천앞에 해군기지 착공식 준비를 하고 있고
강정마을회에서는 그 바로 앞에서 지금도 천막에서 해군기지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 사진들이 강정의 모든것을 보여줄 수는 없다.
많은 예술가들이 강정을 찾아서 훌륭한 시와 그림과 사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많은 도민과 국민과 세계인들이 강정마을의 아름다운 자연과 생태를 직접 체험하면서
주민들의 숭고한 생명평화정신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영상의 한글자막: <지워진 풍경> 소설가 현기영의 산문집 ‘바다와 술잔’(2002) 중에서
“....초등학교 시절 병문내 근처에 살았는데, 아이들은 이따금 그 내를 가운데 두고 동서 동네로 나뉘어 투석전을 벌였고, 그러다가도 여름철 그 마른 내에 물이 실리면 사이좋게 어울려 벌러벗은 알몸으로 물 덤벙대며 놀고는 했다.
.....
그러나 나의 이런 회상에는 어쩔 수 없는 슬픔이 깃들여 있다. 이제는 그 맑은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져 버리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냇바닥에 웅게중게 웅크리고 앉아 기묘한 아름다움의 자태를 뽐내던 현무암 암석들이 콘크리트 밑으로 들어가고, 탑알의 그 풍요롭고 아름답던 바닷가도 수많은 바다 생물의 떼죽음과 함께 매립되어 흔적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지천으로 널려 있던 고동, 뱁고동, 낙지, 숨을 이루어 물결을 따라 너울거리던 미역, 모자반.....
아, 그것들의 떼죽음을 슬퍼하는 것이 어찌 실없는 갑상이겠는가.
한때 탑알 매립을 반대하는 시민운동이 맹렬히 벌어졌고, 객지 생활하는 나도 운동에 가답하여 목소리를 보탠 바 있었지만, 자본주의적 인간들의 무차별 공세 앞에는 도무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고향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