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변화, 아주 쉬운 것 같아도 때로는 매우 힘듭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오락가락하는 것이 감정이지만 한번 굳어버린 감정이 바뀌기가 아주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그 좋은 예가 바로 고정관념 곧 ‘선입관’입니다. 그리고 많은 예가 뒤따릅니다. 남녀 성별로 시작하여 나라, 지방, 학교 또는 일상 속의 소소한 습관들 속에도 스며있습니다.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습니다. 물론 많은 시간과 사회적 논의와 공박을 거쳐 이제는 변화되는 것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가운데 우리 스스로를 옭아매는 것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꾸준히 개혁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소수가 아니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함으로 개선되어 나갈 수 있습니다.
범위를 좁혀서 매우 사사로운 일로 이야기해봅니다. 흥미 있는 연애 이야기로 해보지요. 어려서부터 함께 놀며 자라온 남녀는 일단 친구로 시작합니다. 그렇게 지내다 중간에 진학이나 이사와 전학 등 사유가 발생하여 헤어집니다. 일단 장소가 멀리 떨어지면 관심도 감정도 멀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꾸준히 함께 지낼 수 있는 환경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정도의 나이라면 모르되 조금씩 나이가 들어 사춘기에 들어서면 친구의 감정에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자신의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친구의 감정이 이성의 감성으로 바뀌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친구뿐만 아니라 남매처럼 지낸 사이에서도 생깁니다.
이상 체구이니 학교에서도 대부분 압니다. 특히 동기들 속에서는 늘 놀림의 대상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내아이들이 좋아하는 여학생과 가까이 지냅니다. 어쩌면 더 괘씸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기야 이 여학생이 이성의 감정으로 가까이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동정심이 포함된 따뜻함이라고 할까요? 착하고 부드럽고 다정하고 등등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고 가까이 할 수 있는 친구입니다. 그러니 그 앞에서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습니다. 자기 집에서 하던 대로 편하게 행동합니다. 물론 함께 지내는데 이처럼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제 그런 때가 지났습니다. 감정이 달라졌습니다. 문제는 여학생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제 고등학교도 졸업입니다. 그만큼 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친구에서 벗어나 연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크리스’는 용기를 냅니다. 사랑의 고백을 하여 편지로 작성해서 ‘제이미’가 볼 수 있도록 살짝 숨겨 놓습니다. 불행히도 짓궂은 친구에게 들켜 그 편지는 만인 앞에 공개됩니다. 식장이 웃음바다가 됩니다. 어쩌면 모두가 겉으로든 속으로든 한 마디씩 뱉어냈을 것입니다. ‘그 꼴에!’ 소위 망신살이 톡톡히 당했습니다. 부끄러움을 바가지로 쓰고 졸업식장을 박차고 나갑니다. 내 반드시 ‘킹카’가 되어 돌아오리라. 너희들 콧대를 왕창 부서주리라. 그렇게 다짐하고 떠납니다.
십년의 세월이 흐릅니다. 음반사 매니저가 됩니다. 과연 크리스는 전혀 다른 사람, 많은 여성의 흠모의 대상이 됩니다. 조금은 별난 그러나 유명해진 가수 ‘사만다’까지 못 가져서 안달이 날 정도입니다. 둘이서 음반계약을 위해 함께 여행하다 사고로 중단됩니다. 그리고는 크리스의 옛 고향에 머물게 됩니다. 한 카페에서 마음에 품고 지냈던 연인 제이미를 만납니다. 시간이 지났지만 첫사랑(?)으로 품고 있는 여성을 다시 만난 기쁨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더구나 이제는 자신도 그 때의 모습과 매우 다릅니다. 많은 여성이 가까이 하려고 안달할 정도로 멋진 남자가 되어 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이미를 탐내는(?) 남자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크리스와 제이미는 다시 가까이 지내는 시간과 기회를 만듭니다. 서로에 대한 감정은 여전합니다. 그러나 이제 친구 사이는 지난 때입니다. 문제는 제이미보다 크리스에게 남아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순간에 제이미가 던져준 말은 여전히 크리스에게 족쇄가 되어 있습니다. ‘너를 좋아해. 그러나 단지 친구로서야.’ 이제 세월이 지났습니다. 제이미는 그것을 벗어났는데 크리스가 묶여 있습니다. 더구나 경쟁자가 제이미를 가로채려 합니다. 그것도 불순한 마음을 가지고.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든 나의 애인으로 잡아야 합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참고 기다려 왔는데.
주제는 아주 간단합니다. 그것을 이야기로 꾸며 길게 나열합니다. 재미를 곁들이려 십년 사이에 킹카가 된 남자의 변화를 보는 여자의 마음도 상상해봅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 말했지만 의식의 전환입니다. 인터넷에 올린 어떤 분의 요약이 매우 공감되어 인용합니다. 제목은 ‘킹카로 변신에 성공한 크리스가 학창시절 첫사랑 제이미에게 채이며 터득한 작업 노하우’라고 되어 있습니다.
첫째, 작업 대상과 절대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 “ Friend Zone”
둘째, 작업 대상과 절대 나누지 말아야 할 것 “Friendship”
셋째, 작업 대상 여자에게 절대 듣지 말아야 할 말 “Just Friends”
영화 ‘저스트 프렌드’(Just Friends)를 보았습니다. 2005년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