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편자축와우와우♥
010
순신이는 묵묵히 집을 나와 어둠속을 걸었어요
품속에서 흐느끼며 순신이의 옷을 적시는 희를 더욱 꼭 안았죠
한쪽 어깨에 맨 배낭이 무거웠지만
그런것쯤은 별것 아니라는 듯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어요
마치 뱃속에 태아처럼 웅크리며 울고있는 희의 손목에는
셀수도 없이 많은 빨간선들이 가득해요
여기저기 손톱자국들도 볼 수 있었어요
순신이는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시켰어요
" 미적지근하게 할거면 긋지마.
상처만 많아져서 쓰라리기만 하니까 "
" ....... "
" 손톱은 항상 자르고다녀
길어봤자 좋을거 없잖아 "
이제서야 울음을 멈춘 희가 울음섞인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 ... 내려줘 "
순신이는 말없이 그녀를 사뿐히 내려놓았죠
희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는 순신이의 어깨에
매어져있던 큰 배낭을 곧 부러질것 같은 어깨에 매요
" 고마워. "
그리곤 희가 발걸음을 돌렸어요
터벅터벅
빈 골목에 발소리와 함께 훌쩍임이 들려와요
순신이는 빠른걸음으로 희를 따라갔어요
그리고는 거칠게 잡아 그녀를 돌려세웠어요
" 뭐야. "
" ..... "
희는 입술을 꾹 깨물며 성난 순신이의 눈치만 살펴요
" 너 그냥 고맙다 하고 가버리면 나 뭐냐고!!!! "
" .... "
" 몰라?! 나 내 여자친구 집에 두고
너 안고나왔어!!!! 이대로 집에 들어가라고?!!!! "
" 나 병신만들어?!
울거면 끝까지 울고 끝까지 안겨있으란말이야!!!
씨발 혼자 순진한척 다하더니 결국엔 이게 뭔데!!!! "
순신이는 울분을 토해내면서 그렇게 소리쳤어요
희는 멍한 표정으로 말없이 순신이를 바라봤죠
" ........ "
" 뭘봐. 그딴 표정짓지마!!
미쳐버릴것 같으니까!!! "
" 고마워 "
아까까지만 해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우락부락 화만 내던 순신이가 희의 한마디에 할말을 잃었어요
속에서는 분노와 억울함이 끓어넘치는데
마치 바람빠진 고무풍선처럼 다시 추욱- 하고 가라앉았죠
희는 배낭을 살며시 내려놓고
순신이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어요
그리고는 두팔로 순신이의 허리를 꼭 감싸안았어요
끝까지 안겨있으라는 말만 들었는지
눈까지 감으며 분위기를 제대로 타고있는듯 해요
반면에 순신이는 두개골이 부서지며 뇌가 폭발해버릴듯했어요
눈을 질끈감고 고개를 돌리며 속으로 금비를 되뇌어요
십여분이 흐르자 희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며
순신이의 허리를 감싸안던 두팔을 스르륵 풀렀죠
" 안녕 "
그렇게 가로등 밑으로 희는 배낭을 직직 끌면서 사라졌어요
*
반쯤 타들어간 담배를 비벼끄고는
현관문을 열었어요
어둠속에서 벽에 기대앉아있는 남웅이가 눈에 들어와요
베란다에서 훤히 내다보이는 달만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였어요
" 불도 안켜고 뭐하냐 "
썩 좋지않은 표정으로 불을 켜려던 순신이가
" 불켜지마 "
라는 남웅이의 한마디에 행동을 멈췄어요
" 금비는 "
" 갔어. "
순신이는 식탁의자를 빼들어 비스듬히 자세를 취해요
" 넌 왜그러는데 "
" 금비 울면서 갔어
금비울때 넌 없었어. "
" ....... "
아까 폈던 담배인데 침묵만 흐르면
저절로 다시 물게됬죠
" 더러운놈아 "
" 뭐? "
" 그러는거 아니다 "
" ..... "
항상 장난스럽던 남웅이가 이렇게 무섭게 구는걸 보면
순신이가 잘못했다는 소리가 되겠어요
" 금비 니 여자친구고 희는 그냥 친구야 "
" 야 "
" 금비랑 우리 둘이 친구된지 4년됬고
희는 고작 일주일 됬어 "
" 말하지마 "
" 금비 매운거 잘먹고 공포영화보다는 멜로좋아하고
오른손보다는 왼손이 더 이쁘고
글씨 오질나게 못쓰고 애교는 대한민국에서 최고고
춤추는것보다 노래하는걸 더 좋아하고!!!"
" 닥치라고 했잖아!!! "
어느새 순신이가 남웅이의 멱살을 휘어잡았어요
여태까지 꾹 누르고 참아왔던 화가 한꺼번에 터져버렸죠
" 싫어. 계속 할거야 "
" 남웅아!! "
" 책읽으면 오분도 안되서 잠드는 데다가
땅콩알레르기 있어서 땅콩잼도 못먹어
샘이 많아서 여자얘기만 나오면 항상 삐쳐
울때는 코끝이 항상
빨개지고 웃을때 오른쪽 볼에 보조개가 들어가
듣는것보다 말하는거 좋아하고 짝궁댕이 인데다가
겨울보단 여름을 좋아하고 파란색보단 빨간색을 좋아하고- "
남웅이가 열변을 토해내는 동안 순신이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르면서
남웅이의 얼굴에 주먹을 내꽂았어요
남웅이는 스르륵 미끄러지며 식탁밑에 쳐박혔구요
" 남웅아. 미안해 미안해- "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듯 순신이가 남웅이를 일으키려 했지만
남웅이는 눈하나 깜짝안하고 그 손을 거칠게 뿌리쳤죠
" 누구보다 잘알잖아. 금비 성격. 습관. 말투까지!!!!
금비가 제일 사랑하는게 너란거 니가 제일 잘알잖어!!! "
" ...... "
" 근데 넌 희에 대해 뭘아는데-
걔가 매운거 좋아하는지 짝궁댕이인지-
글씨잘쓰는지 니가 아는게 있어?!!! "
남웅이는 잠시 말을 잃었어요
그저 말없이 호흡을 가다듬을 뿐이였어요
" 썅- 모르지?
모르면 정주지마 병신아 "
남웅이의 거친 욕설과 고함은 그렇게 끝이났어요
남웅이는 욕을 지껄이며 신발을 신고 나가버렸죠
하지만 그자리에 멍하니 남겨진 순신이는
아직도 남웅이의 고함이 생생히 들려요
귓가에 맴맴 돌아서 외워버릴 지경이였어요
괜스레 울적해짐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날밤
남웅이는 돌아오지않았어요
*
댓글달아주지않으면 순신이의
메가톤급펀치-
미소 가입하지않으면 순신이의 메가톤급펀치
벌써 10편이군요! 축하하고 부럽고<- 재밌어요!!너무!
하하하 감사합니다 까까님ㅜ^ㅜ
어떡해요! 순신이가 남웅에게..!< 다음편보러. 잘보고 갑니다!!
네! 때렸져요..ㅜ_ㅜ < - 감사드려요 !
으헝헝 한동안 집에일이있어서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이건또 무슨일이 ㅠㅠ 역시 큰일이 벌어질줄 알아써혀ㅠㅠ 이힝어케혀!!!!!!!!!!!!!!!!!!!! 저시키들 둘이싸우면어케!!! 부쳐주세효^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