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 초 길로는 선생님께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여자 짝을 만나지 못한 경우가 빈번했고 학교생활을 물으면 대답을 회피하곤 했다.
엄마 대신 아이교육을 맡아 주시는 할아버지는 ‘다 니 탓이다’ 고 하셨다.
학교를 찾지 않은 엄마 때문이라는 것이다.
할 말이 없었다.
가을쯤 사무실에서 길로의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가 의기 양양하다.
들떠 있고 높은 소리다.
드디어 00장(일종의 스티커) 10개를 모아 표창장을 탔다는 것이다.
큰 소리로 상장을 읽어 준다.
“ 표창장 1학년 2반 한길로 ...
학교장 000, 도장 꽝 "
미안함과 가여움이 밀려왔다.
길로가 다니는 학교는
아이들이 착한 일을 하거나, 수업시간에 충실하거나, 숙제를 잘해오면 00장을 준다.
이걸 10장 모으면 학교장 표창장을 주는 모양이다.
길로 반 아이들 거개가 이미 표창장을 받았단다.
드디어 길로도 표창장을 받은 아이가 된 것이다.
그날은 일찍 집에 들어가 마음껏 축하해주었다.
종이접기 책을 사달라는 길로에게 책 두어 권을 사주었다.
할아버지는 색종이를 사 날랐다.
날마다 접고 풀기를 계속하며 방을 어지럽힌다.
겨울 방학 숙제를 걱정하는 길로에게 할아버지는 제안을 하셨다.
이제껏 만든 종이접기를 숙제로 내자고.
그런데 종이접기가 뜻밖에 상을 받은 것이다.
그것도 ‘최우수상’.
오늘도 길로의 종이접기 놀이는 계속되고 있다.
집에 들어가면 날마다 새로운 것을 접어서 보여준다.
길로는 상을 받으면서 무엇보다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도전을 계속한다.
도전 뒤에 길로는 또 성취감을 얻을 것이다.
참 좋다.
그런데 다른 한편 조심스럽다.
결국은 ‘포섭과 체제내화’를 위한 상, 이런 상에 길로가 연연하지 않기를...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준 우수조례 특별상을 수상했다.
수상한 ‘광주태양에너지도시조례’는 분명 여러 사람이 함께 수고한 것이다.
에너지 시민연대, 에너지 관련 공무원, 의회 입법정책실 등등.
기분 좋다. 영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