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경제]
"쇼태지 쇼태지" 넋잃은 러시아...
1만5천 관중 강렬한 비트에 `열광 또 열광`
"쇼태지, 쇼태지…." "너무너무 신나고 즐거워요. 이런 록음악은 처음이에요."
8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밤은 온통 연호와 경이로움으로 가득했다.
블라디보스토크 도시 전체를 관통하는 살갗을 에는 듯한 차가운 날씨도 서태지라는
거대한 문화혁명의 열기를 막을 수 없었다.
디나모스타디움에 모인 1만5000여명의 관중은 서태지 그루브(가락의 흥겨움)에 취했고,
한국 대중음악의 저력에 두손을 들었다.
◆록이란 이런 것이다!
이날 디나모스타디움 주변에는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3만여명의 관중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공연장에 들어간 관중은 고작 1만여명. 현지 경찰이 `안전` 을 이유로 나머지
2만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스탠딩 자리를 막았기 때문이었다.
공연이 시작된 오후 7시30분 경기장 주변을 서성이던 관중 가운데 록의 열기에 미쳐
있던 5000여명이 마침내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스탠딩석으로 뛰어들어갔다.
미처 들어가지 못한 관중은 경찰 주변에 서 있거나 건물 옥상에 걸터앉았다.
디나모스타디움은 이제서야 록음악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뻥 뚫린 천장 스타디움 아래 관중들은 담배연기를 연방 뿜어대며 한국 뮤지션이 엮어낼
록 열기에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현지 인기 아마추어밴드 `MBK` 가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면서 무르익은 록 열기는
탁월한 보컬력을 자랑하는 그룹 `넬` 에 이르러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넬이 두 번째 곡 `마이너스(Minus)` 를 부를 때 관중석에서는 이미 윗옷을 벗어던지는
`사건` 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로 57m, 높이 12m의 대형 무대가 내뿜는 폭발적인 사운드는 그룹 `피아` 에 이르러
고조되기 시작했다.
대형 무대 바로 앞에 자리한 상상체험단 600여명이 두손을 번쩍 들어 점프와 헤드뱅잉의
`묘기` 를 보이자 러시아 젊은이들도 이를 벤치마킹하며 몸을 내던졌다.
피아는 "한국 그룹이 어떻게 노는가 한번 보여줍시다" 라고 외친 뒤 강렬하고 폭발력
있는 사운드로 관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해가 지고 어둠이 슬그머니 다가올 무렵, 서태지의 출현도 예고되고 있었다.
좌우 대형 스크린에서 쏟아지는 서태지의 공연 영상을 담은 모습이 10여분간 스쳐지나가고
현란한 조명이 여기저기서 쏟아지자 빨간색 체크무늬 재킷을 입은 서태지가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 때보다 힘있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첫곡 `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가
울려퍼지면서 관중석은 올 스탠딩 분위기로 바뀌었다.
서태지가 내딛는 리듬과 박자는 러시아 젊은이들의 목의 각도를 좌우했고 그가 펼치는
역동적인 무대매너는 관중의 헤드뱅잉은 물론 슬램(상대방의 몸을 서로 부딪히는 행위)을
유도하기에 이르렀다.
러시아 관중은 그렇게 음악에 대한 목마름과 갈증의 갑옷을 하나씩 벗어던지며 록의
열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미지의 이름, 대륙을 호령하다!
1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세대가 망라된 러시아 관중은 `서태지` 란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유료 관객 5000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초청장으로 공연장을 찾은 이들은 그 낯선 이름의
`멋진 음악` 이 과연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했다.
극동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베네라(여ㆍ24)는 "교수님으로부터 서태지가 슈퍼스타라고
해서 와봤는데 이렇게 강렬하고 멋있는 음악을 할지 몰랐다" 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을
찾아 다시 한번 그의 공연을 보고 싶다" 고 말했다.
항해사 출신의 유리(55)는 "부산에 가서 한국음악도 많이 들어봤지만 서태지 음악처럼
역동적이고 신선한 음악은 오늘 처음 들었다" 고 전했다.
서태지는 이날 모두 13곡을 소화한 뒤 무대를 떠났지만 관중은 20여분간 자리를 떠나지
않고 그의 음악을 가슴으로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쇼태지" 를 연호하는 관중도, 엄지손가락을 높이 추켜올리는 관중도 모두 그 순간만큼은
한국과 러시아가 하나이길 눈빛으로 전하고 있는 듯했다.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김고금평 기자(daniel@heraldm.com)
가수 김종서도 `깜짝 승선`
○…서태지가 승선한 1만71t급 상상호는 한ㆍ중 양국을 오가는 페리로 길이 157m,
폭 24m, 높이 47m 규모. 수용가능 인원은 392명. 이 배에는 상상체험단 300여명과
30여명의 취재진, 서태지밴드, 록밴드 넬 등 뮤지션이 함께했다.
서태지는 3층 VIP룸에 줄곧 머물렀으며 가수 김종서가 부인과 깜짝 승선했다.
○…서태지와 록밴드 넬의 미니콘서트가 6일 오후 8시30분부터 상상호 6층 나이트클럽홀에서
열렸다.
먼저 무대에 오른 넬은 `고양이` 와 `유령의 노래` 를, 서태지는 `로보트` 와 `Heffy End` 를
각각 어쿠스틱 버전으로 불렀다.
서태지는 노래를 마친 뒤 "아쉽지만 오늘 앙코르는 없어요. 공연 리허설을 준비해야
하거든요" 라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이날 `상상호` 선상 이벤트에는 정영철 전 모스크바 대사관 공사와 만화가 이현세 씨가
상상특강을 했다.
정영철 전 공사는 "블라디보스토크와 연해주는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을 겪은 우리
선조의 한이 맺힌 땅" 이라며 "이번 공연이 우리 선조의 억눌린 설움과 한을 풀어준
다는
의미가 있다" 고 말했다.
만화가이자 세종대 교수인 이현세 씨는 카드게임과 인생을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7일 오후 7시(현지시간)쯤 서태지는 경호원에 둘러싸인 채 군악대의 축포와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블라디보스토크에 첫발을 내디뎠다.
서태지는 현지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흰색 리무진을 타고 숙소인 현대호텔로 향했다.
김고금평 기자(daniel@heraldm.com)
"한-러 문화교류 물꼬역할" 한-러 수교 120주년 리셉션
"서태지 공연이 한국과 러시아 문화교류의 물꼬를 본격적으로 트는 시점이길 바랍니다. "
서태지 공연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현대호텔에서
`한ㆍ러 수교 120주년 기념 리셉션` 이 성황리에 열렸다.
대한민국 총영사관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는 최재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서태지,
극동대 한국학대학 학장 등 한국과 러시아 측 인사 100여명이 참석해 서태지 공연의 의미를
전했다.
서태지는 "한ㆍ러 수교 120주년을 맞아 이곳에서 공연하게 돼 개인적으로 무척 영광" 이라며
"블라디보스토크는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라 꼭 와보고 싶었다" 고 말했다.
서태지는 이어 한인 이주 14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비를 제작해 오는 9월 고려인협회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담은 헌정패를 첸 마르크 연해주 고려인협회 회장에게 전달했다.
한편 최재근 대한민국 총영사는 서태지 공연이 끝난 8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공연은 러시아인들에게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 이라며 "대한민국의 경제력에
걸맞은 문화의 힘을 보여준 좋은 계기가 됐다" 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 총영사는 공연 수익금을 연해주정부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대장비만 200t…열기에 알몸 관객도 콘서트 이모저모
○…8일 서태지 공연에는 모두 200t 분량의 무대장비가 컨테이너 30대에 실려 선박으로
공수되는 등 `초특급` 규모로 치러졌다.
러시아 경찰 측의 무리한 통제로 티켓을 가진 관중이 오후 7시30분(현지시간) 이후
입장이 불허돼 주최 측이 예상한 3만명의 관객 중 절반에 해당하는 1만5000여명만이
입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안전문제를 이유로 무대 중간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공연장 가운데가 뻥 뚫린
특이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오후 9시40분쯤 무대에 나타난 서태지는 한국어와 러시아어를 동시에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서태지는 `감사합니다` 에 해당하는 러시아어 `스빠시바` 를 주로 사용하면서
간단한 문장도 곧잘 러시아어로 외워 선보이기도 했다.
서태지는 한국에서 5년 전 금지곡이었던 `시대유감` 과 신곡 중 방송 3사의 금지곡이
된 `F.M 비즈니스` 와 `Victim` 을 부른 뒤 앙코르 2곡을 끝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가운데서도 관중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윗속옷까지 내던지며 알몸(?)으로 공연을 감상하는 러시아 남성과 남자의 목말을 타며
공연을 즐기는 몇몇 여성도 눈에 띄었다.
무대의 백미는 공연이 끝난 뒤 터진 수백개의 은색 리본과 불꽃쇼. 5분 정도 지속된
형형색색의 불꽃쇼가 밤하늘을 장식하자 관객의 함성이 일제히 터져나왔다.
이 불꽃쇼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거의 볼 수 없었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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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기사는 서태영의 [digulee], 전닉넴 ☆태지안에서☆님이 올려주셨습니다.
감사드려요. ^^
첫댓글 ㅋㅋㅋ태지안에서 언냐~~언냐가 올렸구나 근데 어케?옛날 아이뒤가 탄로 났네 ㅋㅋㅋ신비주의는 불가능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