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신앙> 양봉식 기자】 한국교회가 사회에 신뢰를 잃는 이유는 교회의 공공성을 잃었기 때문이며, 이를 회복하는 것이 펜데믹 이후에 한국교회가 돌아가야 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세미나가 있어 관심을 끌었다.
도시공동체연구소(이사장 김영신, 소장 성석환) 주최로 2월 7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열린 제3회 ‘교회와 공동선 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되었다. “돌아갈 수 없는 세계, 돌아가야 할 복음; 공공성을 회복하라!”는 주제로 열린 이 날 행사는 교회와 선교, 청년들의 공공성 포럼 3개의 섹션을 통해 교회의 공공성 회복에 대한 주제를 강연과 함께 참석한 패널들의 토론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사장 김영신 목사(송도예수소망교회)는 개최 메시지에서 “하나님은 세상을 사랑하시는데, 오늘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그러지 못했음을 반성해야 한다”며 “코로나로 한국교회가 변화의 기회를 맞았는데,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밝혔다.
기조 발언을 한 성석환 소장은 “승자독식사회에서의 종교의 도덕적 역할이 곧 공적 역할이다”며 “하지만 오늘날 그 공적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국교회가 진정으로 회복해야 하는 복음의공공성을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상에 대해 교회가 책임져라
박종설 목사(도시공동체연구소 기획실장)의 사회로 진행된 포럼 섹션1 ‘교회와 공공성 파트’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회의 공공성을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한 김기석 목사(청파교회)는 과거 흑사병이라는 재앙으로 로마가 쓰러져갈 때의 기독교의 모습에 주목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는 아무튼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정의에 대한 감각을 상당히 잃어버린 기득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개신교회는 시대의 문제에 창조적으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혐의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어려운 것 같다”며 “주후 165년과 251년에 로마에 역병이 들었을 때, 기독교인들은 위험을 무릎 쓰고 아픈 자를 도맡아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치료를 공급하고 섬겼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죽음을 자기 속으로 끌어 들여와 대신 죽음을 맞는 이들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을 거고 기독교가 세계 종교가 되는 데는 이와 같은 헌신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 가운데 들어가려 했던 그 노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목사는 “너무나 많은 교회가 예수 믿고 구원받는다는 그 담론 속에 빠져 있을 뿐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해서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깊이 있게 다루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오늘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바라보면서 역사에 이끌려 가는 사람이 아니라, 역사의 관습에 이끌려 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기독교인들은 역사 너머에서 돌이키어 이 세상을 향해 돌이키는 있는 상황에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면서 초월의 방향에서 역사를 이끌어갈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1세기의 눈으로 본 교회의 공공성’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한 박영호 목사(포항제일교회)는 1세기 당대의 시각에서 종교는 당연히 공적인 것이었지만 사적 네트워크에 함몰되는 문제가 있었으며, 따라서 바울 사도는 ‘공적/사적’의 이분법이 아닌 ‘그리스도의 주 되심’, ‘주의 것’을 강조했다고 보았다. 그럼으로써 궁극적으로 공적 역할이 강조되었던 것이 1세기의 공공성이라고 말했다.
박영호 목사는 결론적으로 예수의 이야기, 종말론, 십자가라는 신학의 중심을 더 집중하고 붙들어야 함을 강조했다. 더불어 코이노니아, 나눔의 공동체로서 교회 내부의 문제들부터 돌아보고 회복해야 함을 말했다.
김요한 대표(새물결플러스)는 한국교회의 위기 원인을 사사화, 사유화, 사술화로 꼽았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 복음을 다시 확립하고 회복해야 함을 말했다. 김요한 목사는 21세기에 한국교회가 응답해야 할 실질적인 공적 과제로 글로벌 라이프와 윤리, 집단과 개인주의의 조화, 힘의 논리와 숭상이 제도화·합법화 되어 있는 컨텍스트에 있다고 보았다. 지역 교회 차원에서는 교회가 힘과 안전의 논리 너머의 삶의 의미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하고, 사람들 간의 관계를 형성해주는 공간이 되어주고, 정신적 질병들에 대한 치유 능력을 회복해야 교회가 이 사회에 유의미한 공적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성석환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Section 1 패널 토론에서 그리스도인들이 그리고 교회가 어떤 관점으로 이번 대통령 선거에 임해야 할지 묻는 질문에 김요한 대표는 교회가 전지적 시점에서 정죄하는 자리에 서거나, 정치에 대해 순진함을 갖는 관점을 주의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호 목사는 본인이 시무하는 교회에서 세운 원칙들, ‘하나님이 주권자임을 기도하기, 정치적 과몰입 또는 냉소 피하기, 정치적 논쟁 삼가고 서로 존중하기, 결과에는 순복하고 화합하기’ 등을 제시하였다. 김기석 목사는 자신이 신뢰하는 매체와 렌즈를 통해서만 세상을 볼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과 성경에 입각한 관점으로 바라볼 것을 권했다.
◈ 사회의 아픔을 공감하는 공공선 추구하라
두 번째 섹션은 ‘교회와 공공선교’로 진행되었다. ‘ESG와 사회변화’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한 MYSC(엠와이소셜컴퍼니) 김정태 대표는 기업들이 환경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는 데에 주목하며, 기업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비재무적 요소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위한 투자임을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의 투자 전략의 정신이 사실은 성경과 기독교에도 있음을 언급했다. 김정태 대표는 기업도 윤리적 투자가 가능하며, 교회도 이웃을 향한 본래의 역할, 즉 선한 사마리안 되기를 회복해야 함을 강조했다.
OO은대학 연구소의 최대혁 대표는 교회의 공공회목과 관련해서 <다시세운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다시세운프로젝트>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로서, 이해관계자의 폭을 넓히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임대인과 임차인으로만 이해관계자를 국한하는 것이 아닌, 공공의 재정과 시간이 투입되고 자리한 곳에 이해관계자로 참여해야 함을 촉구했다. 마치 한 몸이지만 마취제를 맞은 곳의 통증은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모두 연결되어 있지만 아픔과 고통을 함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교회도 여기에 공감하는 것이 공동선을 향한 첫걸음임을 말했다.
한편 세 번째 섹션에서는 청년공공성포럼은 청년들이 교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듣기 위해 청년공공성포럼은 기독교인 및 비기독교인 청년 6명을 인터뷰했다. 청년들은 교회를 ▲습관처럼 가게 되는 곳 ▲자의적 신앙보다는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가는 곳 ▲부모님과의 관계를 위해 가게 되는 곳 ▲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이기적인 곳 ▲반지성적이고 신앙을 강요하는 곳이라고 대답했다.
분명 교회가 사회에 좋은 일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런 선행을 가릴 정도로 부정적인 모습이 더 많다는 것이다. 더불어 청년들은 교회가 기성세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청년들의 삶과 여러 어려움에 교회가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발언도 있었다.
기독청년들은 “교회 안에서는 봉사를 강요받는 청년들이 많다. 신앙이라는 언어로 포장되어 강요되는 봉사는 교회와 청년의 심리적 거리를 멀게 만들기도 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는 청년들이 실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살펴야 하며,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공공성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양적 성장에 얽매여 믿음만을 강조하기 이전에, 교회는 사회의 아픔과 청년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에 의존한 채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는 교회와 당장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버거운 청년들은 서로 다른 생각,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이는 곧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대화마당에서는 박광리 목사(우리는교회)는 “교회가 청년세대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변화하려 노력해야 함을, 청년세대도 좀 더 기성세대의 노력을 따뜻하게 바라봐주며 기다리고 기대해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첫댓글 코이노니아, 나눔의 공동체를 회복해야..
사회의 아픔을 공감하는 공공선을 추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