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을 이겨낸 한 봉사자의 도전, 그리고 장애인과 함께 써 내려간 감동의 완주
지난 6월 28일 뉴욕 센트럴파크에서는 단순한 마라톤 이상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뉴욕로드러너스(NYRR)가 주최한 'Achilles Hope & Possibility 4M' 대회에서 밀알선교단 장애인 친구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4마일을 완주하며, 270일 동안 이어진 도전의 여정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이들의 완주는 기록을 위한 레이스가 아니라, 서로의 한계를 넘어 희망을 확인한 믿음의 여정이었다.
사실 이 도전은 필자 개인의 아픔에서 시작됐다. 지난 3년간 암 투병을 하면서 '다시 달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늘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다. 달린다는 것은 더 이상 현실이 아닌, 이루기 어려운 꿈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중 주치의의 권유로 뉴욕의 장애인 러닝 단체인 Achilles International을 알게 되었고, 회복을 위한 재활 과정으로 조심스럽게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몸을 움직일 때마다 육체는 힘들었지만, 마음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지난해 초가을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다. '뉴욕밀알선교단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달리면 어떨까.' 평소 외부 활동이 많지 않았던 친구들이 함께 웃으며 달리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장애 때문에 스스로 한계를 정해 두었던 친구들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결승선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했다. 그 순간, 언젠가 꼭 함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자는 꿈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그렇게 우리의 270일간의 여정이 시작됐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단순히 대회를 완주하는 것이 아니었다. 장애인 친구들이 익숙한 삶의 울타리를 벗어나 건강한 도전을 경험하고,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께서 사람의 한계를 어떻게 넘어가게 하시는지를 함께 경험하고, 그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기를 소망했다.
물론 현실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매주 퀸즈와 맨해튼을 오가며 훈련하는 것부터가 하나의 큰 도전이었다. 뉴욕의 복잡한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해야 했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친구도 있었으며, 몸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친구도 있었다. 컨디션이 하루에도 여러 번 달라지는 친구들도 있었고, 평생 단 한 번도 러닝을 해보지 못했던 친구들도 있었다.
달리는 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했고, 넘어지지 않도록 곁에서 손을 잡아야 했다. 어떤 날은 몇 걸음만 걸어도 지쳐 멈춰야 했고, 어떤 날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훈련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서로를 향한 격려였다.
함께 찬양을 부르고 기도하며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쳤다. 누군가 지치면 다른 사람이 손을 내밀었고, 혼자서는 어려운 길도 함께라면 끝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매주 몸으로 배워 갔다.
대회 참가 신청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
지난 1월 접수가 시작되던 날은 유명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는 것처럼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단체 참가 등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최 측에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며 장애인 그룹의 참가 필요성을 꾸준히 설명했다. 무려 5개월 동안 이어진 설득 끝에 결국 45명이 넘는 장애인과 봉사자들이 공식 참가 자격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6월 28일. 새벽부터 센트럴파크에 모인 우리 모두는 긴장과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약 8천 명의 러너가 참가한 대회장은 다양한 장애를 가진 선수들과 가족, 자원봉사자, 시민들의 응원으로 가득했다.
출발선에 섰을 때 사회자가 확성기를 통해 "밀알선교단!"을 힘차게 외쳐 주었고, 결승선에서는 친구들의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 불러 주었다. 그 순간의 환호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수많은 시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처음 만난 사람들이 이름을 부르며 응원해 주는 가운데 우리 모두는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4마일을 완주했다. 그리고 모든 참가자의 목에는 완주 메달이 걸렸다.
메달보다 더 값진 것은 친구들의 얼굴에 번졌던 환한 웃음이었다.
'내가 해냈다'는 기쁨과 자신감은 그 어떤 말보다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벌써부터 내년 대회에는 언제 신청하느냐고 묻는 친구들이 있을 정도로 이번 경험은 그들의 삶에 깊은 희망으로 남았다. 무더위와 높은 습도 속에서도 끝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친구들의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큰 위로였다.
이번 완주는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었다.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믿음의 여정이었고, 장애를 가능성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걸어주셨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이 고백은 필자만의 것이 아니다. 함께 땀 흘리며 달렸던 장애인 친구들과 자원봉사자 모두가 마음 깊이 공감하는 고백일 것이다.
270일간 이어진 여정은 하나의 마라톤으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밀알의 장애인 친구들을 통해 또 어떤 놀라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실지 기대가 크다. 그리고 그 여정의 곁에서 언제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함께 걷고, 함께 뛰며, 함께 웃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 사람의 암 투병은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달리는 희망으로 이어졌고, 개인의 회복은 공동체의 기적으로 확장되었다. 270일 동안 이어진 이 마라톤은 결국 우리에게 하나의 진리를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기적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걸을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한계를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꾸어 가신다.
첫댓글 넘어지지 않도록 곁에서 손을 잡아 주는 일~
친구들의 이름을 힌 사람 한사람 불어주었을때 얼마나 가슴이 벅차 올랐을지 짐작이 됩니다.
함께 걷고,
함께 뛰며,
함께 웃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서로의 손을 함께 잡으며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