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이나명
양말을 벗고 계곡물에 두 발을 담갔다
금세 두 발목에서 서늘한 물 금이 그어진다
발가락들이 흰 자갈돌이 되어 물속으로
데굴데굴 굴러간다
발등을 씻던 손가락들도 손가락만 한 물고기가 되어
찰방찰방 물속에 숨어든다
물속을 들여다보는 내 두 눈도 희고 맑은 물방울이 되어 말똥말똥 흘러간다
전신에 물소리 소리 차오른다
어디에서 흘러온 내가 또 어딘가로 흘러 흘러간다
ㅡ시집『조그만 호두나무 상자』(시작시인선, 2020)
∼∼∼∼∼
탁족(濯足)의 순간
정환웅
시인은 빛의 굴절때문에 생기는
착시현상을 잘 포착하였다.
하산하다가 만난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서늘하다 못해 차가운 계곡물...
발가락들이 흰 자갈돌이 되어 데굴데굴 굴러가고,
손가락들도 물고기가 되어 찰방찰방 숨어든다.
시의 화자의 두 눈도 물방울이 되어 말똥말똥 흘러간다.
전신에 물소리 차오르자
시인은 생각한다.
나는 어디에서 연유(緣由)하여,
어디로 흘러가는가?
2021. 05. 01
眺覽盈月軒 (보름달을 멀리 바라보는 집) 에서
∼∼∼∼∼
귀거래사 (歸去來辭)
아티스트 : 김신우
우우우~ 우우우~우우우~우우우
하늘아래 땅이있고 그 위에 내가 있으니
어디인들 이내 몸 둘곳이야 없으리
하루해가 저문다고 울터이냐
그리도 내가 작더냐
별이지는 저 산너머 내 그리 쉬어가리라
바람아 불어라 이내 몸을 날려주려마
하늘아 구름아 내 몸 실어 떠나가련다
해가지고 달이뜨고 그안에 내가 숨쉬니
어디인들 이내몸 갈곳이야 없으리
작은것을 사랑하며 살터이다
친구를 사랑하리라 말이없는 저 들녘에
내 님을 그려보련다
바람아 불어라 이내 몸을 날려주려마
하늘아 구름아 내 몸 실어 떠나가련다
바람아 불어라 이내 몸을 날려주려마
하늘아 구름아 내 몸 실어 떠나가련다
우우우~ 우우우~우우우~우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