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후반기부터 국내 페넌트레이스에 복귀할 이종범(31·해태 임의탈퇴)이 등번호 7번을 달고 팬들 앞에 나선다.7번은 이종범이 국내에서 활약하던 지난90년대 그가 등에 아로새기고 뛰었던 번호다.
해태 김성한 감독은 26일 이종범과 면담한 직후 구단 관계자에게 이종범의과거 등번호가 몇번이었는지,현재 이 번호의 주인이 있는지를 확인한 뒤 복귀와 동시에 7번을 달아줄 것을 지시했다.이종범이 과거 등번호를 달고 보여줬던 그 기량을 고스란히 발휘하기를 바라는 소망에서다.
7번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인이 있었다.3년생 장일현이 그 주인공.그러나장일현은 올해 초 55번으로 바꿔달았다.55번은 일본 요미우리 ‘괴물타자’마쓰이 히데키의 등번호로 장일현이 그를 닮고 싶다고 해서 주인이 없어졌다.따라서 7번이 옛 주인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
7번은 이종범이 주니치에서 활동할 때도 강하게 욕심을 부렸던 등번호다.지난 98년 일본에 진출할 때 해태에서 달았던 7번을 구단측에 요청했지만 당시주인이 있어 어쩔 수 없이 8번을 달 수밖에 없었다.일본 진출 3년 만인 지난해부터 자신의 번호인 7번을 되찾았다.
이 때문에 이종범은 항상 사인 밑에 7이란 숫자를 새긴다.26일 모교인 광주지산동 광주일고에서 첫 훈련을 하던 중 후배들에게 사인을 해주면서도 7이란 숫자를 선명하게 덧붙였다.
등번호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과거 뉴욕 메츠에 왼손투수 프랭크 바이올라가 입단했을 때 그는 자신이 줄곧 달았던 18번을 동료에게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그러나 그 동료는 “내 아내는 줘도 이 번호만은 줄 수 없다”는 유명한 한마디로 거물투수의 제의를 거절했다.
이종범이 과거 자신이 달던 그 번호를 등에 아로새긴 채 ‘바람의 아들’이란 옛 명성을 재현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