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사고] 차주홍 산업잠수協 회장
"세월호는 불행한 사고, 마징가Z가 와도 구조 못해"
차주홍 한국산업잠수기술인협회장 |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알지만, 이제는 세월호 예인 작업을 준비해야 합니다. 배가 완전히 가라앉으면 뻘 바닥을 파고 들어갈 겁니다. 시기를 놓치면 배를 인양하는 데 1년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20일로 세월호가 침몰된 지 5일째가 됐다. 해군 해난구조대 심해잠수사(SSU)를 비롯해 민간잠수사까지 구조작업에 뛰어들었지만, 기다리는 생존자 소식은 감감무소식이다. 차주홍 한 국산업잠수기술인협회 회장(55·사진)은 “(세월호 침몰사고는) 구조작업을 하는 잠수사가 볼 때 정말 불행한 사고”라고 말했다. 차주홍 협회장은 1978년 해군에 입대해 1984년 SSU 하사관으로 전역한 전문 잠수사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산업잠수사로 30여년동안 활동한 차 협회장은 2012년 대한민국 잠수분야 명장으로 꼽혔다. 차 협회장은 “지금 같은 시기에, 사고해역인 몽골수도처럼 물살이 센 곳에서는 SSU가 아니라 황금박쥐나 마징가제트가 와도 (구조가) 힘들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것은 지난 16일. 사고 해역인 팽목항 주변은 원래도 유속이 빠르지만 사고 시기가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사리 물때와 겹쳤다. 사고 직후인 17일부터 21일까지는 조수간만의 차가 최대로 커져 조류가 가장 거센 ‘왕사리’다. 이 기간에는 이 곳의 유속이 최대 6∼7노트(시속 12km/h)까지 높아진다.
그는 “조류가 잦아드는 22일부터는 기대했던 구조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실종자 수색 활동과 함께 세월호 예인작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최대한 빠른 시기에 기량이 있는 잠수사를 (세월호) 예인 준비작업에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세월호가 완전히 가라앉으면 인양작업이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차 협회장은 “지금 당장 배를 인양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배가 뻘에 파묻히기 전에 기초작업을 해 놓으면 실제 인양작업을 할 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전남 목포항에 침몰한 대형 선박은 예인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1년6개월 만에 겨우 인양됐다.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가 언급한 ‘다이빙벨(Diving Bell)’에 대해서는 “다이빙벨은 고정된 모선이 있어야만 바닷 속으로 내릴 수 있다”면서 “지금은 유속이 세서 모선을 접근시킬 수가 없는데다, 수온이 11도 내외인 환경인데 다이빙벨을 활용해 잠수사를 스쿠버잠수로 배에 접근하도록 유도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일명 ‘물 속 엘리베이터’라고 불리는 다이빙벨은 잠수사가 작업하는 작업 목적지까지 도달하게 하는 장치다. 현재 구조대는 구조함에서 호스(생명줄)를 통해 잠수사의 헬멧 안에 공기를 직접 쏴주고, 잠수복에 온수를 공급하는 표면공급식 잠수를 이용한다. 차 협회장은 “다이빙벨은 수온이 따뜻하고 유속이 약한 필리핀이나 동남아에서나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사고해역 수온은 약 11.6도로 잠수사가 1시간만 노출돼도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
'물 속 엘레베이터'라고 불리는 다이빙벨. 차 협회장은 유속이 약하고, 수온이 낮지 않은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라고 설명했다
|
정부가 세월호 구조작업에 민간 잠수사를 투입하지 않아 구조가 더뎌지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세월호는 지금 수영장이 아니라 거친 바다에 빠졌다”면서 “잠수 실력이 부족한 비전문가들이 나섰다가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 “요즘에 구조에 대해 ABC도 모르면서 전문가랍시고 나서서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잠수 분야에 전문가가 부족하다보니, 언론에서 검증없이 전문가 인터뷰를 섭외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다음은 차 협회장과의 일문일답. ―구조활동이 더딘 이유로 해경에서 민간잠수사의 구조활동을 막아서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세월호는 수영장에 빠진 게 아니라 거친 바다에 빠졌다. 이번 사고가 안타까운 것은 사고 시기다. 침몰 당일인 16일은 보름에서 이틀 지났을 때다. 바닷 물결이 제일 센 때가 보름이고, 22일까지 정점을 찍는다. 지금은 황금박쥐와 마징가제트가 와도 힘들다. 민간 잠수사를 무시하는 게 아니다. 이런 대형 재난 사고에 실력도 안되는 사람을 투입했다가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면 일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잠수 실력이 안되는 사람이라면 500명이 아니라 1000명이 (자원봉사를) 와도 투입하면 안된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다이빙벨’을 언급했다. “‘다이빙벨’은 유속이 느리고 수온이 따뜻한 필리핀이나 동남아에서나 사용 가능한 장비다. 지금 사고해역 수온이 11.6도, 유속이 6노트에서 7노트 사이다. 그 장비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실제 구난작업에 임해보지도 않은 사람이 소아적인 영웅심리에서 책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다. 다이벵벨은 모선이 있어야만 내릴 수 있다. 전문지식이 있다면 구조작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을 해서는 안된다.” ―다이빙벨 외에도 조류를 이길 수 있는 장비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잠수를 37년이나 했지만 그런 장비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 구조본부에서 민간 잠수부가 우수하다고 발언한 것도 문제다. 수색장비는 군이나 민이나 비슷하다. 구난장비야 군에서 크레인을 소지하지 않으니까 민간이 우수할 지 몰라도 수색장비는 비슷하다. 해경 발표자 역시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보니 설명에서 오해가 생겼다. 군도 우수하다.” ―구난 활동에서 가장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실종자 가족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생존자 구조작업과 세월호 예인 준비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구난작업에는 탐색-방수-인양-배수-예인 5대 원칙이 있다. 조금만 시기가 더 지나면 배가 뻘 바닥을 파고 들어갈 수도 있다. 배가 완전히 가라앉게 되면 인양작업이 한없이 늦어질 수 있다. 완전히 가라앉기 전에 기초작업을 해 놓으면 단축할 수 있다. 중앙구조본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은 실종자 가족과 대화해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홍가혜 등 민간잠수사를 사칭한 사람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분야에 워낙에 전문가가 부족하다보니 언론에서 전문가를 잘 선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일이 터지고 난 후 비전문가까지 동원되는 것이 안타깝다.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이런 비전문가의 말도 무턱대고 믿는다. 비전문가가 떠드는 것은 한귀로 흘려야 한다. 마치 숙제가 풀릴 것처럼 오해가 생겨 버리면 곤란하다.”
| | | |
첫댓글 안타깝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