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576
천자문193
동봉
0685수고로울 노勞
0686겸손할 겸謙
0687삼갈 근謹
0688신칙할 칙勅
라오치엔찐치劳谦谨勅Laoqianjinchi
(치우치지 아니하고 중용바라면)
-노력하고 겸손하고 신칙삼가라-
-----♡-----
어제 '기포의 새벽 편지-575' 끝자락에서
나는 덜컥 약속을 하고 말았습니다
내일 '기포의 새벽 편지-576'에서
"얘기의 핵심인 중용에 대해서 이어가겠노라"고
그런데 그리 약속한 뒤로 고민했습니다
중용은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의 세계이고
생각 이전의 세계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제7장 <개왈여지장皆曰予知章>에서
인류의 위대한 스승 콩쯔는 말씀하십니다
아! 그리고 여기서 미리 말씀드리자면
제7장 <개왈여지장皆曰予知章> 이니
제4장 <지미장知味章>이니 하는 장의 이름은
도올 김용옥 선생이 붙인 것으로
원문은 33장구章句로 나뉘어 있을뿐입니다
도올 선생이 붙인 장명章名을 보면서
자오밍昭明 태자가《금강경》에 붙인
32분의 분명分名을 생각했습니다
논문을 비롯 모든 글쓰기는 목차의 실습입니다
아무리 좋은 글도 장절이 나뉘지 않으면
그 지루함을 뭐라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지구에 경도經度와 위도緯度가 있고
고속도로에 나들목과 휴게소가 있습니다
철로도 갈림길과 역사驛舍가 있고
심지어 시간조차도 년월일시분초가 있습니다
역사를 구분하는 시대가 있고
생명에도 풀잎에도 지절과 마디가 있는데
딱딱하다고 정평이 난《中庸》에
읽는 이를 위해 장구章句의 이름을 붙였으니
아무런 분절도 없던《金剛般若經》을
32분으로 나누고 챕터 이름을 붙인
자오밍태자가 어찌 떠오르지 않겠습니까
원문과 풀이를 먼저 한 번 볼까요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를 보고
순임금처럼 지혜롭다 말하는데
나를 휘몰아 그물이나 덫이나
함정 속으로 빠뜨려도
나는 그것을 피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내가 지혜롭다고 말하는데
나는 중용中庸을 택하여
지키려고 노력해도
불과 만1개월을 지켜내지 못하는구나!"
子曰: "人皆曰予知, 驅而納諸罟擭陷阱之中,
而莫之知辟也. 人皆曰予知, 擇乎中庸,
而不能期月守也."
도올 김용옥의《중용 인간의 맛》(통나무)刊
2011년 11월 7일 1판 3쇄pp.140~pp143
도올 김용옥 선생의 우리말 옮김에 있어서
군더더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해력을 돕는 쪽에서는 탁월한 풀이입니다
게다가 원문原文 위로 병음을 표기해 놓아
원어로 읽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뜻 밖의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콩푸쯔孔夫子Kongfuzi는 말씀하십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를 보고
순임금처럼 지혜롭다 말하는데
나를 휘몰아 그물이나 덫이나
함정 속으로 빠뜨려도
나는 그것을 피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라고
나는 이《중용中庸》을 읽으면서
불교의《금강경》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다들 나를 지혜롭다 하는데
나를 그물이나 덫이나 함정으로
몰아 빠뜨린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를 피할 방법도 알지 못하거든"
이것까지는 나름대로 좋습니다
실제로 콩푸쯔의 삶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평생을 두고 천하를 돌아다녔지만
그의 존재를 눈여겨보지 않았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상갓집 개'라는 말처럼 존경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인仁을 펼치려는 마음
중용을 전하려는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제7 개왈여지장>에서
앞에서보다 더 멍청한 말씀을 이어갑니다
그것도 그의 철학의 핵심인
중용을 얘기하는《中庸》에서 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내가 지혜롭다고 말하는데
나는 중용中庸을 택하여
지키려고 노력해도
불과 만1개월을 지켜내지 못하는구나!"
콩푸즈가 중용의 철학을 얘기하면서
중용의 길道을 걷겠다 하고 마음 먹었지만
한 달을 채우지 못함을 얘기합니다
부처님은《금강경》에서 말씀하시지요
불법즉비불법佛法卽非佛法이라고 말입니다
이는 '불법은 곧 불법이 아니다'란 뜻인데
풀어 말하면 불법이란 이른바
불법이란 틀 안에 갇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자기 부정에 들어갑니다
보이는 모습으로 판단하지 말고
들리는 음성으로 찾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혹 그런 자가 있다면 그는 여래를 모르는 자요
심지어 사도를 닦는 자라고 얘기하십니다
콩쯔께서는 중용을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는데
역대 조사, 천하 종사들이 화두를 들고
일행삼매에 며칠이나 들어 있었습니까?
자신을 낮춤이 곧 중용입니다
그리고 중용은 실로 일상을 떠나지 않습니다
제4장 지미장知味章에서는
잘난 자와 모자란 자를 예로 들면서
잘난 자는 너무 넘치고
모자란 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중용은 잘난 사람은 절제의 기술이 필요하고
모자란 자는 분발이 필요하다고 하지요
특히 콩푸즈께서는 음식을 예로 듭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마시고 먹습니다
먹지 않고 마시지 않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정작 맛을 아는 자는 드뭅니다
이처럼 중용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이처럼 중용은 어디나 있으며
중용은 시간에 걸쳐 항상합니다
그러나 음식을 늘 접하면서도
맛을 제대로 아는 이는 실제 드물다면서
중용도 시간 공간 존재 속에 늘 함께하지만
중용을 제대로 알고 느끼고 이해하고
실생활에 옮기는 일은 드물다는 것입니다
불교경전에서나 있을 법한 비유를
중용 제4장 지미장에서는 이끌어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도가 왜 행하여지고 있지 않은지
나는 알고 있도다
지혜롭다 하는 자들은
도를 넘어서서 치달려 가려고만 하고
어리석은 자들은
마음이 천한 데로 쏠려 미치지 못한다."
"도道가 어찌하여 이 세상을
밝게 만들지 못하고 있는지 나는 알고 있도다
현명한 자들은 분수를 넘어가길 잘하고
불초한 자들은 아예 미치지 못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마시고 먹지 않는 자는 없다
그러나 맛을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子曰: "道之不行也, 我知之矣; 知者過之,
愚者不及也. 道之不明也, 我知之矣;
賢者過之, 不肖者不及也.
人莫不飮食也, 鮮能知味也.
도올 김용옥의《중용 인간의 맛》
pp.114~pp121
-----♡-----
0685수고로울 노勞
힘쓸 노/일할 노/로勞
힘력力 부수에 꼴소리形聲문자입니다
일설에는 뜻모음會意문자라고도 합니다
수고로울 노/로労의 본자며
뜻을 나타내는 힘력力 부수와
소릿값의 글자인 등불 형熒 자의 생략형이
서로 만나면서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밤에도 방冖등불炏을 밝히고 일하는力 자
야근이란 게 예전에도 있었던 듯싶습니다
일하다, 힘들이다, 애쓰다, 지치다, 고달프다
고단하다, 괴로워하다, 근심하다, 수고롭다
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위로하다, 치사하다
수고, 노고, 공로, 공적
다른 꼴 같은 뜻글자로
劳 : 일할 로
労 : 일할 로
劳 : 일할 로의 간체자가 있고
같은 뜻을 가진 한자로는
僗 : 수고로울 로
拮 : 일할 길/죄어칠 갈 자가 있으며
반대 뜻을 가진 한자로는
使 : 하여금 사/부릴 사/보낼 시 자가 있습니다
0686겸손할 겸謙
겸손할 겸/혐의 혐謙
말씀언변言의 꼴소리形聲문자입니다
일반적으로는 '겸손할 겸'이라 새깁니다
뜻을 나타내는 말씀언言 부수와
소릿값을 지니고 있는 동시에
모자람의 뜻 겸兼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자기를 미흡한 자라 얘기하는 낮춤말입니다
1. 겸손하다
2. 겸허하다
3. 사양하다
4. 공경하다
5. 육십사괘의 하나
혐의 혐謙으로 새길 경우
1. 혐의
2. 의심하다
3. 꺼리다
다른 꼴 같은 뜻글자로
谦 : 겸손할 겸, 혐의 혐
嫌 : 싫어할 혐
慊 : 찐덥지 않을 겸/혐의 혐/만족스러울 협
嗛 : 흉년 들 겸/원한 품을 함/마음에 맞을 겹
같은 뜻을 가진 한자로
遜 : 겸손할 손
讓 : 사양할 양 자 따위가 있습니다
0687삼갈 근謹
삼갈 근謹 자는 말씀언변言이며
역시 꼴소리문자입니나
뜻을 나타내는 말씀언言 부수와
소릿값의 조금 근堇 자로 이루어졌습니다
말을 충분히 하지 않고 끝냄의 뜻입니다
나중에 삼가다의 뜻으로 바뀝니다
1. 삼가다
2.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3. 자성하다
4. 스스로 반성하다
5. 금하다
6. 엄금하다
7. 엄하게 금지하다
다른 꼴 같은 뜻글자로는
谨 : 삼갈 근의 간체자가 있고
같은 뜻을 가진 한자로
恪 : 삼갈 각
愼 : 삼갈 신/땅 이름 진
愿 : 원할 원
毖 : 삼갈 비
頊 : 삼갈 욱/뒤통수 옥 등이 있습니다
0688신칙할 칙勅
칙서 칙/신칙할 칙勅 자는
신칙할 칙敕 자가 본자며 꼴소리문자입니다
뜻을 지니고 있는 힘력力 자에
소릿값 묶을 속束이 합하여 된 글자입니다
뜻은 훈계하여 '바르게 하다'의 뜻입니다
나중에 일반적인 훈계의 말이 되었습니다
중국 한쟈오漢椒Hanjiao 때부터는
오로지 천자의 말과 천자의 명령만을
칙勅이라 일컫게 되었습니다
1. 칙서
2. 조서
3. 신칙하다
4. 단단히 타일러서 경계하다
5. 꾸짖다
6.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7. 다스리다
8. 정돈하다
9. 신을 신다
다른 꼴 같은 뜻글자로
敇 : 채찍질할 책/칙서 칙/신칙할 칙
敕 : 칙서 칙/신칙할 칙
勑 : 위로할 래/칙서 칙/신칙할 칙
饬 : 신칙할 칙
飭 : 신칙할 칙 자가 있고
같은 뜻을 가진 한자로
詔 : 조서 조/소개할 소 자 등이 있습니다
저우씽쓰는《千字文》에서 얘기합니다
저우 선생이 본 중용은 간단하지요
그러나 그 뜻은 깊고 높고 넓고 큽니다
첫째 노勞 = 노력하라
둘째 겸謙 = 겸손하라
셋째 근謹 = 조심하라
넷째 칙勅 = 실행하라
그리고 저우씽쓰 선생은 덧붙입니다
소리듣고 이치살펴 언제나주의
거울속에 표정비춰 다듬어가며
아름다운 계책들을 후대남기고
공경함을 심는일에 힘을쏟으라
비방항이 있게되면 몸을살피라
총애늘면 항거심이 극에달하고
위태롭고 부끄럽고 욕을보리니
숲과늪을 의지하여 편히지내라
-- 동봉 옮긴《사사오송천자문》에서 --
08/05/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첫댓글 스님!
가장 쉽고
가장 어려운 말씀입니다.
잡힐 듯 말 듯 알 듯 말 듯....
그래서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고 하는데
속세에서 유행하는 말은
현금! 지금! 입금! 이 중요하다고 하니다!
기포스님 ~!!
천자명 귀하게 보았습니다
금강경ㅡ
불법이란 틀 안에 갇히지 않는다~
금강경 ~!
역시 멋있습니다
중용 ㅡ
제4장 지미장에서
모자란 자는 분발이 필요하다는 글
그리고 《사사오송천자문 》
잘 새기겠습니다
공쯔 ㅡ
중용의 철학핵심을
요약 정리 해주셔서
공부가 되었습니다
천자명 감사합니다
제 정리보다 부처님과 공선생님이 거룩하신 분들이시지요. 아조동 스님 고맙습니다.
이갑수 거사님. 현금 지금 입금이 중요한 줄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