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고 있다.
이젠,
그 무덥던 더위가 주춤하고,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소슬하다.
원당역,
4번 출구로 나와 숲을 끼고 산책하는
기분으로 20여분 걸어가니 고양 어울
림 누리체육관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드높기는커녕,
‘드낮기’ 그지없는 요즘날씨에 모처럼 청명한
날 먼 길을 달려온 까닭은, [2024 고양특례시
장배 전국 최강전 바둑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였다.
교실에서,
바둑을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대회 참가는
더없는 경험일 뿐 아니라 훗날, 아스라한
추억을 안기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개회식에 이어, 성인부 전국 최강부, 시니어
(만50세 이상)& 여성최강부, 단체전, 학생부 개
인전(관내, 오픈부), 학교 방과후로 나뉘어 경기
가 시작됐다.
가르치는,
아이들이 고양시 관내가 아니고 서울인지라,
학생부 오픈부에 8명을 참가시켰다.
대다수가,
처음 나오는 바둑대회다보니 약간 긴장되나
보다.
얘들아,
32년 동안 바둑선생님인 나도, 대회현장에
오면 너희들이 잘해야 될 텐데 하는 마음에
늘 설렌단다.
하긴,
50년 무대에 섰던 가수라도 무대에 올라 갈
때면 늘 긴장된다, 했거늘.
그리하여,
많은 대회를 다니면 현장에 익숙해져 덜 떨
리고, 덜 긴장되는 법이지.
부모님들이나,
사범님들은 가운데서 경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2층 스탠드로 모두 올라
가 말없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축구나,
야구는 열띤 응원이 동원되지만 두뇌 스포
츠인 바둑경기는 침묵으로만 응원할 뿐.
현황판에는,
오늘 참가한 선수들의 명단이 빼곡이 나열
돼 있구나.
본부석,
앞에는 마지막 주인공에게 돌아갈 트로피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고.
시니어& 여성부에,
참가한 서부길 사범님이 결승 진출을 눈앞에
두고 대국을 하고 있다.
서부길 사범님은,
1990년 초, 인천 청천동에 한국기원 지원이
생겼을 때 만났으니 벌써 강산이 3번도 훌쩍
넘어버렸다.
그때,
한국기원 지원에 故 전익하 사범님이 전담
사범이고 조대현 프로9단이 상주 사범으로
있었다.
매달,
리그전을 벌이며 활동하다가 그 회원을 주
축으로 ‘미추홀 기우회’가 태동한다는 소리
와 동시에, 나는 내 자식에게 바둑을 가르
치겠노라 선언하고, 활동을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미약하게 시작된 ‘미추홀 기우회’가 오늘
날 매월 치러지는 미추홀리그로 거듭났으
니 감회가 새롭다.
초등최강부에,
참가한 손자와 손녀도 최선을 다하고 있
구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선을 다하면 그만인 것을.
유치부는,
23명이 참가했는데, 예선리그를 둔다음
토너먼트를 거쳐 마지막 결승에 손녀가
마주 앉았다.
아직,
인공지능(AI) 포석이 뭔지도 모를 나이지만
그저, 열심히 두는 것만으로 자기 몫을 다하
는 것.
4학년,
오픈부에 참가한 제자가 준우승과 3위를 했다.
시상대,
아이디어가 참으로 참신하다.
수많은,
대회를 다녀보지만 보통 현수막이 걸린 앞에
서 시상을 하는데, ‘고양특례시장배’는 창의
력이 돋보인다.
제작비는,
들어가겠지만, 참가한 선수들에겐 이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추억일 테니까.
⌜내가 확실하게 모든 것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화장실에서 만난 주옥같은 말씀.
다시없을,
이 순간은, 그 언젠가 꿈을 가진 모든 선수들
에게 달뜨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