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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에 대한 섬세한 병력청취와 적절한 검사가 중요
65세 이상의 약 30%에서 어지럼을 호소한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지럼의 발생은 더욱 증가한다.
노년기에 발생하는 어지럼은 우선 보기에 수수께기 같아 보이지만, 노년 인구에서 자주 발병하는 건강문제를 잘 파악하면 의외로 해결이 잘 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년기 질환과 함께 노년기 어지럼에 대한 관심도 높아가고 있다. 어지럼은 두통처럼 신경과 외래를 찾는 빈도가 높은 증상 중의 하나다. 남녀노소 누구나 경험해 본 적이 있는 환자의 주관적인 애매한 표현이 바로 어지럼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질환을 의미하는 증상들을 환자들은 “어지러워서 왔어요” 라는 하나의 표현으로 말하기 때문에 어지럼의 정확한 구분이 중요하다. 어지럼으로 여러 병원을 다녀보지만 뚜렷한 원인을 알지 못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지럼은 가벼운 현기증에서부터 심하게 돌아가는 어지럼까지 다양한 증상과 원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어지럼에 대한 섬세한 병력청취와 적절한 검사가 중요하다.
인간이 균형을 잘 잡으면서 서고 걷는 이유는 눈(시각계), 귀(전정신경계)와 다리(체성감각계)로부터 오는 정보를 뇌가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각종 질환으로 인하여 각각의 정보가 잘 들어오지 못하고, 뇌신경계 또한 퇴행성 변화로 인해 어지럼을 경험하게 된다. 젊은 사람들의 어지럼과는 당연히 다른 특징을 갖는다. 특히 노년기 어지럼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쓰러짐(넘어짐)이다. 쓰러짐으로 인해 높은 질병 이환 및 사망률을 보이며, 골절 및 두부 손상을 쉽게 입는다. 또한 기능 장애, 일상생활 제한 및 자신감의 상실로 인한 우울증이 뒤따르고, 쉽게 입원을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젊은 사람들에 비해 어지럼을 자주 호소하거나 어지럼으로 인한 약물복용이 늘어난다.
어지럼을 보는 전문의들은 크게 7가지 정도로 어지럼을 분류하고 있다. 첫 번째로 자신의 몸이 돌거나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인데, 주로 전정신경계에 이상이다. 두 번째로 대뇌에 필요한 당이나 혈액의 공급에 이상이 있을 경우 발생하며, 곧 쓰러질 것 같다고 느끼는 현기증(실신전 어지럼)이 있다. 세 번째로 걸을 때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넘어지는 증상, 즉 평형장애가 있다. 네 번째로 실제 임상에서 흔한 심인성 어지럼으로 불안, 히스테리성 신경증, 우울증, 공포증, 강박증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다섯 번째로 안경을 새로 맞추거나 안구 근육 마비로 생기는 안성 어지럼이 있다. 마지막으로 고령이 되거나 당뇨가 있는 경우 생기는 다감각성 어지럼과 놀이 기구를 타거나 기차나 배를 탈 때 생기는 멀미 등의 경우처럼 정상적인 생리적 어지럼이 있다. 노년기 어지럼 환자의 원인 질환을 규명하기 위해서도 환자의 증상에 대한 자세한 병력청취가 가장 중요하다. 노년기 어지럼은 위에서 나눈 것과 비슷하게 회전성 및 비회전성 어지럼으로 나눌 수 있다. 회전성 어지럼은 병변이 주로 말초 혹은 중추의 전정계에 있을 때 발생하며 비회전성 어지럼은 실신전 어지럼, 평형장애, 기타 어지럼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노년기 환자들을 볼 때는 하나의 질환만을 고려하면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임상에서 경험하는 노년기 환자들의 어지럼은 하나의 감각이상으로만 생기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감각에 이상이 생기면서 오는 다감각성 어지럼이 많으며, 또한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어지럼이 겹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노년기 어지럼의 대표적인 질환의 증상 및 치료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회전성 어지럼은 주위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듯한 증상이 있으면서 오심과 구토를 동반하는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첫 번째 질환으로 자세를 바꿀 때, 특히 아침에 일어날 때, 누울 때, 자다가 돌아눕다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증상이 30여초 미만으로 나타나는 양성발작성두위현훈이다. 귀안의 세반고리관 내로 이석(耳石)이 들어가서 이상신호가 생겨 전정신경계로 전달되어 생기는 증상으로 간단한 이석정복술로 당일 외래에서 완치가 가능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한 급성 전정신경염으로 갑자기 발생하는 회전성 어지럼이 며칠간 계속되며 오심과 구토가 동반된다. 이 경우에는 초기에 입원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메니에르병은 노년에는 드물기는 하지만 반복되는 어지럼, 청력감소, 이명, 귀가 막히는 느낌(이충만감)의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며, 속귀의 액체인 내림프액의 압력이 증가되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저염식, 카페인, 술 및 담배 등은 피하는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며, 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 약물의 주입이나 수술을 고려한다. 회전성 어지럼의 마지막 질환으로 뇌졸중과 연관된 어지럼으로 뇌졸중(뇌경색)의 전조증상으로 어지럼이 10-15분 정도 지속하면서 다른 신경학적 증상(사물이 겹쳐 보이거나 비틀거리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특히 소뇌나 뇌줄기 부위 뇌경색의 경우는 말초성 어지럼과 비슷하게 심하게 빙글빙글 도는 증상이 나타나므로 정밀검사(CT, MRI)를 요할 수 있다. 이 경우는 뇌졸중에 대해서 치료를 하여야 한다. 비회전성 어지럼의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첫 번째로 실신 전 어지럼으로 곧 쓰러질 것 같은(의식을 잃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 있으면서 얼굴이 창백해지거나 땀이 나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기립성저혈압으로 일어나는 동작에 의해서 혈압이 떨어져서 생긴다. 특히 노년기에는 증상만 있고 혈압저하는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대개가 오랜 기간 누워서 지내거나 자율신경이상 및 약물복용으로 인한 경우다. 오래서 있거나 감정의 급격한 변화로 오는 실신이 있으며, 심근경색이나 부정맥 등의 심장 질환에 의한 심박출량의 저하로 오는 어지럼이 있다. 물론 이 경우는 원인을 교정해 주는 것이 치료다.
뇌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소뇌 질환이나 파킨슨병에 의해서 오는 평형장애로 인한 어지럼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환자를 걷게 해 보면 이리저리 비틀거리거나 보행에 장애를 보여 쉽게 진단을 할 수 있다. 또한 이(耳)독성이 있는 약물에 의해 양측 전정신경소실이 오거나 당뇨나 신장질환에 의한 말초신경병으로 다리에서 오는 감각정보에 이상이 생겨서도 평형장애가 올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년기에 불안 및 우울증이 있게 되면 뇌에 변화를 일으켜 심인성 어지럼이 발생한다. 심인성 어지럼 자체도 문제가 되지만 다른 어지럼으로 인한 이차적 심인성 어지럼도 발생할 수 있으며 그 반대도 가능하므로 정신과적 상담 및 약물치료가 환자의 안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노년기에서의 어지럼으로 부터의 회복은 젊은 사람보다는 늦을 수 있다. 하지만 초기에 빨리 몸의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치료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어지러워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회복이 더디다는 뜻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걷기부터 시작하고 조금씩 본인에게 맞는 운동을 추가적으로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노년기 어지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정도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노안이 오게 되어 다초점렌즈를 하게 되는데, 노년기에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넘어지면서 부상으로 이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어떤 질환으로 인한 어지럼이 있다면, 그 원인 질환의 치료에 전념해야한다. 예를 들면 뇌졸중이 있다면 뇌졸중의 위험인자에 대한 예방 및 치료를 해야 한다. 세 번째로 여러 질환으로 약물이 많아졌다면 각각의 전문의사들 에게 최소한의 약물로 바꿀 수 있는 지를 상담하자. 마지막으로 균형을 잡기 위한 최소한의 기초운동인 걷기를 본인의 건강정도에 맞게 실천하자. 조금 더 할 수 있다면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을 가질 수 있는 운동을 해보자.
인간이 살아가는데 30년씩 구분을 하면, 첫 30년은 무언가 공부를 하는 시기로 볼 수 있으며, 그 다음 30년은 어떤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살게 되고, 나머지 30년은 질병을 겪으면서 죽음으로 일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마지막 30년을 대재앙이라고 표현한 분도 있지만, 질병을 잘 파악하며 살아간다면 건강하게 생을 보낼 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해 본다.
첫댓글 좋은글 잠시 머물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