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영, 가족 25-1, 어머니와 새해 인사, 계획 의논
“엄마, 안녕하세요? 밥 먹었어요?”
“그래, 밥 먹었다. 은영이도 밥 먹었나?”
“예, 밥 먹었어요. 엄마 집에 가요?”
“엄마 집에 올 거라고? 오늘은 엄마가 일이 있어서 좀 바쁘다. 다음에 오면 안 되겠나. 경로당 가야 하니까 오후에 오지 말고 오전에 온나. 은영아, 선생님하고 같이 있나? 선생님 좀 바꿔 볼래?”
전화를 건네받고 어머니께 새해 인사드렸다.
어머니는 올해도 우리 딸 잘 부탁한다고 인사했다.
어머니 댁 방문 일정을 의논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머니 뵙기 전에 문은영 씨와 올해 계획을 먼저 의논했다.
생활일지 한 장 한 장마다 수록된 사진을 들여다보며 작년을 회상했다.
어머니와 거닐었던 산책로, 함께 보았던 영화, 계절마다 화사하게 핀 꽃을 보며 정각에 앉아 먹었던 간식, 툇마루에 걸터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나누었던 이른 저녁, 어머니와 함께 들렀던 식당과 꽃집, 신발 매장과 이불 가게….
은영 씨는 한동안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은영 씨, 올해도 어머니와 이렇게 보내고 싶어요? 명절에는 가족 선물 사서 어머니 댁에서 지내고, 계절마다 어머니와 나들이하고 산책할까요?”
“예, 산책해요.”
“어머니와 자주 식사하고 어머니 댁 청소 도와드리고 영화관에도 갈까요?”
“예, 영화 봐요. 밥 먹어요.”
“그럼, 어머니 만나면 은영 씨가 사진 보여드리면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겠어요?”
“예, 사진 보까요? 엄마 집에 가요?”
“이틀 뒤에 갈 텐데 그때 오늘처럼 이야기 나누어요.”
연말에 어머니와 새해 계획을 의논했으나 사진과 일지를 보면서 다시 의논하자고 은영 씨와 약속했다.
어머니 드실만한 부식을 준비해서 출발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우유와 바나나를 샀다.
교회에서 받은 달력과 수건, 친척 어른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어머니의 부탁으로 은영 씨가 공방에서 만든 도마도 포장하여 챙겼다.
“엄마, 이거요. 이거 받아요, 엄마!”
“뭘 이리 한 보따리 챙겨 왔노. 거실에 불 올려놨으니 어서 들어온나.”
“엄마, 안녕하세요?”
“그래, 은영이도 잘 있었나?”
어머니와 인사 나누고 거실에 둘러앉았다.
어머니는 교회에서 받은 달력을 꺼내보았다.
“목사님이 매년 달력을 챙겨주시네. 하나만 주셔도 되는데, 꼭 이렇게 많이 주시네. 거실에 하나 걸어야겠다. 하나는 안방에다 걸까?”
“어머니, 어제 아드님과 통화했습니다. 새 부서로 발령 나서 바쁜가 보더라고요.”
“그렇다 하데요. 요새 아들하고 며칠 통화를 못 했네요.”
“그러셨구나. 연초면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가 있어 그것 때문에 잠시 통화했어요. 새해 인사도 나누었고요. 가족 모두 잘 지낸다고 하더라고요.”
“은영이가 보내야 하는 게 있는가요?”
“예, 매년 1월에 통장 사본과 잔액증명서 보내드렸어요. 올해도 마찬가지고요.”
“애쓰셨네요. 그것도 해마다 보낼라만 신경 쓰이겠구만.”
어머니와 문은영 씨는 거실 전기매트 위에 나란히 앉았다.
엉덩이가 따뜻했다.
어머니는 딸이 추울까 봐 무릎 위에 이불을 덮어주었다.
파일 속 사진을 들여다보며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사진을 찍어놓으니 정말 좋네요. 사진도 우째 이리 깨끗하게 잘 나왔노. 하루만 지나도 어제 뭘 했는지 생각이 안 나는데, 사진으로 보니까 어제 일처럼 기억이 나네요. 은영이하고 영화도 참 많이 봤다, 그렇제?”
“예, 엄마. 영화 보까요?”
“그래, 우리 은영이하고 또 볼까? 재미있는 영화 나오면 같이 가보지 뭐.”
“어머니 댁 오기 전에 은영 씨와 잠깐 의논했는데, 올해도 작년처럼 어머니 자주 찾아뵙고 산책하고 영화 보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가끔 거실 청소 도우며 지내기로 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특별히 바라는 게 있으신지요?”
“없습니다. 은영이가 이래 잘 지내는데 더 바랄 게 없지요. 안 다치만 그게 제일 소원이지, 다른 건 없어요. 은영아, 제발 좀 다치지 말아라, 알았제?”
신앙 과업 사진을 보던 중 한봉석 목사님의 편지에 눈길이 머물렀다.
문은영 씨에게 보낸 편지글이었다.
글이 잘 보이지 않는 어머니를 위해 편지를 읽었다.
은영 씨를 생각하는 목사님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어머니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어쩌면 목사님이 글도 참 잘 쓰셨네. 우리 은영이를 이래 사랑으로 살펴주셔서 내가 똑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네요. 권사님도 그렇고 목사님도 그렇고, 이렇게 좋은 분들이 많은지 정말 몰랐어요.”
“참 감사한 분들이시죠. 은영 씨에게는 특히요.”
“선생님도 우리 은영이 돌본다고 또 애쓰시겠어요. 부디 다들 아프지 말고 복 많이 받으세요.”
“예, 감사합니다. 올해도 은영 씨가 어머니 자주 찾아뵙고 가족과 수시로 연락하고 지내도록 묻고 의논하면서 돕겠습니다. 어머니도 항상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어머니가 내어주신 사과가 무척 아삭하고 달았다.
2025년 1월 5일 금요일, 김향
어머니께서 사진 보면서 지난 날을 추억하시네요. 올해도 여전히 딸과…. 신아름
이렇게 의논하는군요. 지혜롭고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해 추억하며 희망을 품는 게 계획이라 했죠. 올해도 어머니와 자주 왕래하며 아름답고 복되게 지내시기 빕니다. 월평
월평빌라 이야기 2024 온라인 사례집-문은영
첫댓글 한 해 계획을 세울때 입주자 개인 파일과 사진을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김향 선생님이 본을 보여주시네요. 고맙습니다.
"은영이가 이래 잘 지내는데 더 바랄 게 없지요." 김향 선생님이라면 누구라도 이렇게 말했을 것 같습니다.
올해도 문은영 씨와 어머니가, 어머니와 문은영 씨의 둘레 사람들이 정답게 지내길 기대합니다.
개별지원 계획을 위한 준비 워크숍에서 김향 선생님께 개인 파일을 활용하는 유익을 배웠지요. 오늘 기록에서도 많이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