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오빠, 오빠. 숙희가 신곡인 ‘부항댐’을 노래한데요.”
정이 넘쳐나는 목소리로 오빠를 서너 번은 겹쳐 부르는 게 특징인 친척동생이다.
부항댐 관리사무소 앞의 가설무대에는 ‘김천 부항댐 고향방문 기념공연(2021.4.4)’이라는 대형현수막이 걸려있다.
간이의자는 만석이고 서서 구경하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드디어 초청가수인 ‘모정애‘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한송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석기동생 숙흽니다. 제가 금의환향해서 와야 하는데 아직 덜 금의환향해서 미안합니다.”
인사말만으로도 코끝이 찡하다.
부항댐부터 부르고 연거푸 메들리로 청중을 휘어잡는다.
부항댐 -모정애-
고향이 어디냐고 묻지 마라 말하지 마라
부항댐 푸른 물에 내 고향을 묻었다네
수도산 봉우리에 보름달 걸어놓고
노래하며 춤을 추던 그 시절을 못 잊어
추억을 매만지며 찾아왔다가
출렁다리 난간에서 목메어 울었다오
짧은 가사가 고향 잃은 슬픔을 그대로 표현한 것 같아 눈물보다 그리움이 먼저 젖어온다.
가수의 추억도 내 안과 같아 동향에다 친족임을 새삼 느낀다.
가수와 악수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노인 한 분이 눈에 익다.
구순에 가까운 집안의 어른으로 우리 집의 농사일도 거들었던 아저씨다.
고향분이 많이 참석했으리라 짐작되지만,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게 못내 아쉽다.
한송정은 150호가 넘는 큰 부락이었고, 나는 본동에서 600미터 떨어진 도로변의 여섯 가구 중 한곳에서 자랐다.
초등학생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놀러갔지만, 중학생부터 타향살이 하느라 방학을 이용하여 일 년에 한두 번 내려간 게 전부다.
그런 관계로 나이차이가 5살 이하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고, 대목이었던 가수의 아버지는 잘 알지만 본인과는 일면식도 없다.
살아생전에 어머님이 ‘출향객이 모이는 날’에 와서 노래 불렀다고 전해준 기억이 어렴풋이 되살아난다.
노래가 이어지면서 드론으로 찍은 댐의 전경이 동영상으로 흐른다.
강의 좌우측 산등성이로 자동차가 내달린다.
수면위로는 국내최강을 자랑한다는 256미터의 출렁다리가 멋을 부리고, 94미터 높이에 걸린 짚 와이어도 운치 있게 다가온다.
얼핏 보아서는 동유럽의 이름난 호수나 강을 구경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신선한 공기, 멋진 풍경은 갖추었지만,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부족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강변으로 강열한 핑크색지붕을 이은 한옥이 들어서고, 그곳이 민물고기를 요리하는 집이었으면 좋겠다.
지근거리에 있는 지례흑돼지 골목도 동참하지 않을까?
수량을 늘려서 보트를 띄운다면 금상첨화겠지…….
아무리 스릴 넘치는 짚 와이어와 오금을 저릴 출렁다리라지만, 비싸서 이용객이 소수라고 전해 듣는 게 안타깝다.
개선과 변화가 거듭된다면 관광객도 늘어날 것이고, 선산 자락에 매운탕 집을 열었으면 하는 제수씨의 바람도 이루어지리라.
(碧草. 2021. 0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