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돌아온탕아
지난토요일에 명량 보고왔습니다!
일단 아쉬운점부터 말하자면, 영화가 서사로 풀어가는게 아니라 진짜 장면장면을 잘라서 보여준다는 느낌이 강했어. 그리고 보면서 아 이 역할은 영화에서 이런 걸 위해서 집어넣은 역이구나, 하는게 눈에 딱 보인달까? 이순신장군의 아들은 이걸 위해서, 탐망꾼과 그 아내는 이걸 위해서, 동료의 아들은 이걸 위해서 넣은거구나 하는 의도가 딱 보여서 그 역할이 살아움직이는걸로 보인다기보다 그냥 객체로 보이는 아쉬움이 있어. 영화에서 항상 왕위찬탈이라든가 도둑질이라든가 주요사건은 분명 있지만 거기까지 달려가면서 아 이 캐릭터에는 이런 사연이, 저 캐릭터에는 이런 사연이 있고 그래서 이런 결심을 하게되고 이런 행동을 하게되는구나 그걸 우리한테 납득을 시켜주는 시간이 있는데 명량은 그게 너무 부족해보였어. 여시들 평보면 전투씬은 좋았는데 그전이 지루했다는 평이 있던데 나는 오히려 그 시간은 분명 필요했떤 시간이라고 생각했음. 근데 문제는 그 전반부에서 설명을 제대로 못해줬어........ 억지감동 소리 듣더라도 좀더 역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었음. 그리고 영화가 책을 원작으로 만든거면 분명히 보이는 그런 구멍들이 있짜나 예를들면 해리포터같은건 책을 안본사람과 본사람간의 약간 감상평이 다르듯이. 그런데 해리포터는 이야기가 너무 복잡하고 두시간짜리에 다 배경설명을 하기 힘들다라고나 볼수있지, 명량은 정작 줄거리만 따져보면 별거없는데 그것들조차 등장인물한테 설명할 시간을 안줬어...그걸 다 과거회상이나 설명체의 대사로 처리해버림 ㅠㅠ 영화만 보면 이순신이 되게 고집세보이고 융통성도 없어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들과 부하들이 따르는건 이전에 보여준 행동들이 있기 때문인거라든가, 아니면 왜군 적장이 대체 왜 일본군을 배신하고 이순신을 따르는가, 안위나 죽은 동료부하들과 이순신은 어떤 고난을 헤쳐왔길래 이렇게 서로 믿고 가슴아파하고 이런걸까, 스님들은 어떻게 찾아오고 무슨 역할일까 이런데서 좀 불친절함을 느낌.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야 다 임진왜란 알고 이순신장군님 존경하지만 그걸 전제로 영화로 만들어버리면........한산도랑 노량까지 3부작만들거라서 일부러 과거씬을 다 잘라버린건가 싶어쯤.
아 그거말고도 스토리에서 아쉬웠던게 두려움을 용기로 만든다는게 뭔소린지 난 끝까지 이해못했엉... 전투중에 부하들이 온건 대장선이 버티니까 걍 이순신장군 활약에 감동먹고 시발 해보자하고 온것같은데. 그게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거랑 뭔 상관이지. 그리고 백성들을 향한 충을 이순신장군의 중요컨셉으로 잡고 그걸 감동포인트로 잡아서 전투씬에도 그런 장면을 집어넣고 전투후에도 그런대사를 넣은것같은데 난 그것도 잘 모르겠...
볼까말까 하는 여시가 있다면 감독의 연출이나 개연성, 스토리라인같은걸 중시한다면 비추천, 관객이 역사를 아는걸 전제로 만든 영화여도 괜찮다 내가 알아서 전후사정 납득할수있으니 멋있게 그려놔라 한다면 추천
나는 나름 괜찮게봤음 ㅋㅋ 보는 와중에는 전혀 지루함없이 흥미진진하게 집중해서 봐써.근데 비추하는 여시들도 이해가 되고 한산도랑 노량진까지 3부작 할거라던게 차라리 러닝타임을 좀 길 게해서 이순신 일대기를 그리는게 낫지 않을까, 전투 하나하나를 다 따로 영화로 만들면서 설득력까지 부여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것같다는 생각도 들음.
밑에는 조금더 강스포!
보고나서 후기랑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좀 웃겼던게 내가 전투씬에서 실망한게 이순신의 전략보다 운이 더해져서 이긴것같은데다가(이건 지금도 좀 아쉬움) '조선 배들은 하나도 안 무너지고 안 침몰하는데 일본배만 족족침몰하죠 이건 아무리보도 주인공버프아님? 너무 비현실적인데?'었는데 찾아보니까 그게 진짜더라구.....ㅎ........ 이순신장군님 존나 비현실적이라 오히려 영화는 좀 줄여서 각색하기까지함.....ㄷㄷ
실제 사실을 좀 찾아봤는데
1.거북선(구선)은 실제로는 한척도 없었대. 그 영화속 인물이 도망친건 사실인데 불지르고 떠나지는 않았고 사실 한척도 없었던걸 극적재미를 위해서 불태웠다고 한 모양임.
2.왜군적장 구루지마의 경우 실제보다 더 멋있게 그려짐. 실제로는 대장선에 올라와서 칼싸움하지도 못하고 초반에 죽어서 바다에 떠다니는걸 조선수군이 건져서 배 대에 걸어놓았대....
3. 전투초반에 대장선만 나가서 왜군과 맞서싸운건 사실!
4. 나는 보면서 왜 조선수군이 쏜 화포는 저렇게 왜군배를 무너뜨리는데 왜군은 저렇게 못하지? 했는데 찾아보니까 조선군의 배와 왜군 배가 많이 다르더라구. 왜군의 보통 배는 조선 판옥선의 거의 반 크기이고, 대장선만 크기가 비슷비슷했대. 재질도 소나무/참나무로 달라서 조선판옥선이 더 튼튼해서 충파하기에도 더 유리하고, 조선 배에는 화포 수용이 가능했지만 왜군의 배는 화포 수용이 불가능.
5. 이건 영화랑 사실과 다른건데 실제로 왜군 배는 달라붙어서 백병전을 하려고 하는 편이고, 근데 크기가 작으니까 영화처럼 판자때기를 수평으로 놓는다기보다 거의 사다리를 놔서 개미떼처럼 달려올라가는 형국이었고 이순신장군님은 백병전을 피하는 편이었대. 일본군은 사무라이가 많고 조선군은 농민이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왜 굳이 백병전을 그렇게 많이 넣었는지 잘 모르게쯤.
고증은 나름 잘된편이라고들 하더라.
어케 끝내지... 음..... 쓰다보니 스압이 되버렸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첫댓글 오호 방금 명량보고 왔는데 공감된다! 나도 영화자체는 흥미진진했지만 영화 작품성만보기엔 아쉬운 게 남았어ㅜㅜ그냥 한 편의 역사를 보고 왔다는 느낌이 강해서 이건 또 이거대로 좋더라규. 마지막 정보들은 완전 흥미돋이다! 진짜 이순신장군님 대단하셔ㅜㅜ
22여시댓글 공감!!! 역사를 보고온거 자체는 좋았는데..영화로써는 영 꽝이였어..ㅠㅠ 배우낭비, 소재낭비라는 느낌..글쓴언니덕에 많이알아간당 고마워!
설민석 강사님이 강의하신거 보니까 좀 이해가 더 되드라 이순신장군님은 원래 이길수있는 싸움을 하는데 명량은 이길수없는 싸움이라 세계7대불가사의라고 ㅎㅎ
맞아ㅋㅋ친절하지않은영화임ㅋㅋㅋ칠천포해전과 왜 이순신이병에걸렸는지 이런거배경이하나도없어ㅋㅋ역사좋아하는내친구가다설명해줫지만ㅋㅋ
우왕 좋은정보글이당ㅋㅋㅋ나도오늘 보고왔는데 고증은 잘된거같아서 다행이당 이순신멋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