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만』 정치해 『더 큰 부자』 만드는 1% 나라

[황장수]

『부자만』 정치해 『더 큰 부자』 만드는 1% 나라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오늘 미국 『워싱턴포스트』지가 미 의회 내에서 블루칼라 출신이 사라지고 미 연방의원과 유권자 간의 부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미 의회가 일반서민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1984년과 2009년 연방하원 의원의 재산을 비교한 결과 평균 순자산(주택 제외) 28만 달러에서 72만 5000달러(물가상승 반영, 동일화폐 가치 기준)으로 2.5배 이상 늘었다. 반면 일반 유권자의 평균 순자산은 2만 600 달러에서 2만 500 달러로 줄었다고 한다.

이 이유는 부의 양극화와 더불어 선거비용이 큰 폭으로 늘면서 부유층만 출마할 수 있는 선거 여건도 작용했기 때문이며 1970년대 중반 하원의원 선거비용이 평균(현재가치로) 14만 달러에서 지금은 120만 달러로 9배 정도 늘어났다.

이렇게 의원들의 소득, 순자산 선거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실제 서민, 노동계층, 종업원, 중소기술직, 중소기업인 출신 유권자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연방의원이 사라지고 최근에는 법조인, 비즈니스맨과 자체적으로 선거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전문직, 고소득 층이 의회에 주로 진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가 미국 정치인이 월가 금융 투기자본, 군산복합체, IT, 부동산 등 각종 투기자본과 정치자금 등으로 유착하여 탄탄한 상류 계급끼리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1% 만을 위한 정치를 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하였음에도 정치인은 비도덕적인 월가 금융자본가에 대한 막대한 구제금융지원을 통해 『손실의 사회화, 이익의 사유화』를 하게 만들었다.

이라크, 아프간 전 또한 정치인과 군산복합체의 유착이 그 주요원인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GNP 100% 수준의 국가부채, 복지축소, 일자리 삭감, 국가신용등급 하락, 매년 10% 수준의 재정적자, 9%의 실업, 20여 개에 가까운 주정부의 부도 5000만 빈민층 등을 미국에 선물로 안겼다.

부자만의 정치가 1% 부자들만 빼고 나머지 99% 미국인을 거지로 빈민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지난 3월 공개된 한국 국회의원의 재산공개 결과도 미국에 못지않다.

한나라당 의원의 평균 재산은 재산이 3조 7천억에 가까운 정몽준 의원을 제외하고도 48억 7500만원이며 전체 여야 의원들의 평균 재산은 36억 4200만원이었다.

이들 중 평균 재산 증가액이 한나라당은(정몽준, 김호연을 제외하고) 1억 6847만원 이었고 민주당은 1억 3000만원이었다.

그리고 토지 건물 합쳐 20억 원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의원이 모두 82명으로 부동산 투자 고수급 들이다.

결국 한국의 정치인의 재산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미국 정치인보다 더 부유하면 부유했지 덜하지 않다는 결론이다.

결국 한국의 국회의원은 부잣집에 태어나 상속, 증여 받은 돈이 많거나 고시, 결혼 등으로 신분이 벼락 상승한 인물들만이 할 수 있는 직업으로 보인다.

또 국회의원 75%에 해당하는 219명이 재산이 늘어났고 절반에 해당하는 47%가 1억 이상 재산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강남 3구에 부동산을 보유한 국회의원이 93명으로 전체의 31%에 해당하며 또 지역구 국회의원 94명이 서울에 5억 원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부자가 국회의원을 하면 돈에 신경 쓰지 않고 국민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는 기대는 어림없는 착각이라는 점이다. 그 바쁘고 돈 쓸 일 많은 국회의원을 하면서 어떻게 재산이 늘어날 수 있는지, 재테크가 가능한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얼마 전에 15년 전 3억 원도 안 되는 재산으로 국회에 진출한 한 의원은 정치만 했는데 30억 원으로 10배나 재산이 불어난 것을 목격했다.

결국 정치활동과 반복되는 선거가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 외에 이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결국 부자나 부자를 꿈꾸는 욕망이 가득한 사람이 국회에 들어와 『자신도 부자가 되고 또 부자만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미국과 유사한 한국 정치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과거 『직업 정치인』 시대에서 변호사, 법조인, 언론인, 기업인, 고위공무원 출신 전문직업인이나 자산가들의 정치참여 시대로 옮겨오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미국과 한국에서 서로 매우 유사하게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자본주의 발달에 따라 자본이 고도로 소수에게 집중되면서, 정치권 또한 소수 집중된 자본을 소유했거나 이와 유착된 이들만이 진입이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가문, 태어난 신분, 학벌, 유학, 스팩, 자기홍보, 대외과시용 직업, 경력, 정보, 인적 네트워크를 이룬 이들이 끼리끼리 연줄로 정치권으로 진입하고 그 외의 서민, 중산층 출신의 정치진입과 출마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 의해 제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쇄신, 개혁과 친서민, 복지를 부르짖는 의원 또한 수십, 수백억 대 타고난 자산가이고 기성정치를 비난하고 새 정치를 말하며 상식 비상식을 거론하는 장외의 제3세력도 수천, 수백 억대의 자산가인 것이 오늘날 『자본주의 천국』인 한국의 현실이다. 아니라고?

2002년 정몽준, 2007년 문국현, 2012년 안철수 등 기성정치를 엎어야 한다고 대선에 나온 제3세력 중 엄청난 자산가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는가?

올해의 세계 화두는 당연히 『시위자』였다. 이는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대와 중동의 독재자를 몰아낸 『쟈스민 혁명』의 시위대를 말하는 것이다.

이들이 시위를 한 이유는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자본이 점점 고도로 소수에 집중되고 투기화되며 빈부격차, 양극화를 양산하여 다수에게 생활고를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나아가 이들 소수투기 자본들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유럽의 재정 금융위기 등 각종 투기를 불러일으켜 중산층과 서민의 복지와 소득, 일자리, 세금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이들 대형자본 투기세력은 정치와 긴밀히 유착, 결탁하여 각종 부패구조를 만들고 모럴헤저드한 자본의 탐욕에 대한 국가의 감독과 규제를 무력화시키고 각종 특혜를 만들어 『사회적 합의』인 『공동체적 삶』을 파괴하고 있다.

또 이들은 위험하고 무분별한 투기시스템과 금융상품을 만들어 폭리를 취한 뒤 위기가 닥치면 정치인을 끌어들여 구제금융, 공적 자금으로 자신의 손실을 떠 넘기고 자신들은 위기 속에서도 빚잔치가 아닌 돈 잔치를 하는 비 양심 탐욕의 극치를 보여왔다.

이러한 탐욕, 카지노, 정글 자본주의에 대한 반발이 전세계의 『시위자』들을 견디다 못해 일어서게 만든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2040』의 분노와 반란 또한 결국 이 『시위자』의 또 다른 한국적 변형이다.

문제는 이런 분노가 『부자만이 정치인이 되고 이들이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자신을 포함해 부자가 더 큰 부자가 되게 하는』 현행 한국정치제도에 대한 체계적 이해에 기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MB 하나만 욕하고 시니컬하게 조롱하면서 2012년 정권교체만 이루면 『부자정치』가 종식될 수 있고 모든 분노가 눈 녹듯 사라지겠는가? 부자 MB를 대통령으로 만들면 모두들 다 잘살게 해 줄 것이라고 국민 다수가 착각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이미 지난 야당이 이긴 2번의 대선 경험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현재의 『부자들만의 정치』는 전세계적인 현상이자 자본주의의 말기적 퇴행적 패턴으로 되어가고 있다.

현재 전세계의 경제위기와 공황은 이러한 『부자정치가와 투기 탐욕자본과의 결탁을 해체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기 전까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부자정치의 네트워크나 연결고리』를 부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어느날 착한 부자 한 명이 나타나 우리의 삶을 질곡에서 구해줄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을 버려야 한다.

내년 4월에 총선이 있다.

그냥 버려두면 죄다 부자들이 공천을 받아 막대한 정치자금을 바탕으로 다시 당선될 것이다. 그리고 부자 정치는 무한 지속될 것이다.

이 총선에서 기존 여ㆍ야당 모두에 『부자정치 네트워크』를 부숴버릴 수 있는데 우리의 분노를 집중시켜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이다.

국민 평균 자산이 2억 5천만 원인 나라에서 정치인이 평균 자산이 15배 가량이나 되는 이 언밸런스를 깨야 하며 『절대 부자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과 제도를 스스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허황한 믿음을 버려야 한다.

부자에 의한 부자를 위한 부자의 정치(By the rich, for the rich, of the rich)를 깨는 것이 『2040』의 당면한 현실과제인 것이다.

분노는 정확한 목표를 향하여 폭발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