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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시계(Mechanical watch)
시계의 작동에 필요한 동력을 기계 장치에서 얻어 움직이는 시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명품 시계 브랜드들 대부분이 기계식 무브먼트를 사용한다.
전통적으로 스위스 시계 업체들이 기계식 시계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으며, 독일, 이탈리아, 일본 업체가 추격하고 있다. 특히나 손목시계의 경우 시계 본연의 기능은 사실상 기계식보다 훨씬 정확하고 저렴, 간편한 쿼츠 시계나 GPS 기반의 스마트폰, 스마트 워치 안으로 통합되어버린 현 시점에서, 몇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명품 오토매틱 시계는 사치품의 영역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났다.
본 문서는 주로 소형 회중시계와 손목시계 위주로 설명하고 있으므로, 괘종시계와 탁상시계 문서도 함께 보길 추천한다.
해밀턴의 작동 원리 설명 영상이다. 오래 된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명확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시계는 진동자이다. 기계식 시계는 진동자를 오로지 기계적인 방식으로 작동시키는 시계이다. 기계식 시계의 구조는 크게 나누면 다음과 같다.
주 동력원
일반적으로 추 혹은 태엽의 위치에너지(퍼텐셜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스케이프먼트(escapement), 탈진기
기계식 시계를 탄생시킨 핵심 발명이다. 실제로 기계식 시계의 탄생 시점을 탈진기의 발명 시점으로 잡는다. 탈진기는 메인스프링이나 추의 에너지에 의하여 진동하는 장치이다. 탈진기가 있기 때문에 메인스프링의 스프링이 한 번에 풀리지 않고 일정하게 풀리게 될뿐더러, 진동수로 초(second)를 측정하고, 기어를 통하여 분, 시, 날짜 등을 표시하게 된다.
태엽으로 움직이는 손목시계/회중시계를 기준으로 설명하면, 시계의 무브먼트는 메인스프링 배럴-기어 트레인-이스케이프먼트가 맞물려 있는 상태로 만들어져 있다. 메인스프링 배럴 안에 들어 있는 태엽(메인스프링)이 풀리면서 메인스프링 배럴의 톱니바퀴가 움직이면, 기어트레인을 따라 동력이 전달되어 최종적으로 이스케이프 기어(독특하게 생긴 기어)에 연결되고, 이스케이프 기어에 연결된 이스케이프 레버(분홍색 루비가 달린 y자 모양의 레버)가 밸런스 휠을 돌린다. 밸런스 휠은 헤어스프링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스프링은 탄성력에 의해 밸런스 휠을 다시 반대 방향으로 돌리고, 이때 레버를 또 다시 건드려 이스케이프 기어를 풀어주게 된다. 즉 밸런스 휠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안 이스케이프 휠이 한 톱니만큼 회전한다. 그래서 밸런스 휠의 좌우 진동 1세트당 2톱니만큼 회전하게 된다. 이렇게 이스케이프먼트가 휠의 회전을 적절히 조절하기 때문에 태엽이 한 번에 스르륵 풀리지 않고 규칙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풀리는 것. 그 다음부터는 초침 톱니바퀴가 60x60바퀴 돌 때 분침 톱니바퀴가 1바퀴 돌고, 분침 톱니바퀴가 60x12만큼 돌 때 시침 톱니바퀴가 1바퀴 도는 식으로 해서 타임 인디케이터(시, 분, 초침)가 작동한다.
주의할 점은, 자력이 강한 물건 근처에 두면 시계가 자성을 띠며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자기기를 멀리 두어야 하며, 시계가 자성을 띠게 되면 탈자기를 사용해서 자성을 제거해야 한다.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한다면 기계식 시계는 크게 추 낙하식과 태엽식으로 구분된다. 동력원이 아닌 진동자로 구분한다면 크게 진자와 밸런스스프링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예외중에 특이한 방식으로 구동되는 것들이 꽤 있다. 예를 들면 Congreve같은 것들.
탈진기와 연결된 톱니바퀴 실패에 감긴 추달린 실이 풀리는 힘을 이용하는 추 낙하식은 태엽이 만들어지지 않은 시절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기술로 크게는 시계탑부터 시작해 모든 부품을 나무로 깎아 가정에 조립식으로 싸게 팔던 벽걸이 추 시계나 탁상 시계까지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 스위스의 이름난 기계 시계 기술도 농한기에 부업으로 나무를 깎아 시계를 만들어 팔던 것에서 시작한 것.
후에 태엽식에 밀려 뒷선으로 밀려났지만 그 구조가 개인 기술자가 혼자서 공방에서 나무를 깎아 만들 정도로 제작 난이도가 태엽식에 비해 낮고 간단하기에 공예품적인 차원에서 아직도 제작되거나 DIY 제작용 도면들이 판매되고 있다.
재료가 꼭 나무일 필요는 없으므로 플라스틱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두꺼운 종이를 사용한 모델도 있다. 그와 더불어 실제로 작동되는 추 낙하 동력 기계식 시계를 페이퍼 크래프트로 만드는 도면 책도 있다. # 이러한 물건들 중에서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물건은 어른의 과학 8탄의 물건. 이 물건은 위의 무료로 공개된 도면들 중 4번 도면을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이다.
정확하게 만드려면 톱니바퀴를 정밀하게 만들고,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들을 차단해야 한다. 가장 큰 외부 요인은 바람인데, 아무리 시계 추가 무겁더라도 바람에는 날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람의 영향을 받을 때 시계추는 그만큼 빨리, 혹은 천천히 움직이게 된다. 시계에 동력을 공급하는 추도 마찬가지로 바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과거 널리 쓰이던 추 낙하식 괘종시계에 시계추와 무게추를 장롱처럼 생긴 구조물에 꽁꽁 숨겼던 것도 그 때문이다. 오히려 추 낙하식 시계는 무게추의 무게를 조정하거나, 시계추 밑에 설치된 너트를 감거나 푸는 식으로 손쉽게 시계의 속도를 수정할 수 있으며 사용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정밀한 시계구동을 볼 수 있다. 다만 여기까지 오는 데 굉장히 수고로울 뿐이다. 진정한 추 낙하식 구조의 단점은 구조상 무게추가 내려올 공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소형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높이 30, 40cm짜리 소형화된 추 낙하 시계도 존재하지만, 이런 시계들은 끽해봐야 30시간 정도 작동할 뿐이다. 소형화된 버전의 다소 마이너한 바리에이션으로 쇠구슬 낙하방식의 시계도 존재한다.
태엽식은 태엽이 감긴 정도에 따라 풀린 힘이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괘종시계 레벨에서는 요즘 생산되는 시계에서도 여전히 자주 보이는 방식.
자동 기계식 시계는 보통 시계 앞면에 'AUTOMATIC'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수동과의 차이는, 자동은 용두를 감는 것뿐 아니라 로터를 통해서도 동력을 얻는다.
1780년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발명한 시스템으로, 사용자의 일상적인 움직임을 통하여 동력을 얻는다는 발상을 통하여 만들어졌다. 과거에는 고급 무브먼트에 주로 탑재되었는데, 이는 쉽게 움직이는 로터와 양방향으로 생성되는 동력을 (단방향 로터이든 양방향 로터이든) 한쪽 방향의 힘으로만 제공해야지 스프링이 풀어지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수준 높은 설계와 고효율의 베어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에도 마찬가지로, 저가의 중국산 시계와 저급 일본 무브먼트는 로터가 부드럽지 않게 움직이고 소음이 발생하는 문제가 발생하지만, ETA 수준의 무브먼트 이상이라면 이러한 문제를 거의 해결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로터를 포함하는 오토매틱 모듈의 설계의 수준을 높임으로써 무브먼트의 두께를 줄이고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하는 하이엔드 무브먼트들은 일부 로터의 크기를 줄여 무브먼트의 아름다운 모습을 좀 더 잘 볼 수 있도록 돕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로터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베어링의 효율이 매우 높아야 하며 소재도 금을 비롯한 비중이 높은 금속을 택해야 한다.
자동 시계는 시계가 움직이면 그 힘으로 로터를 돌려 알아서 스프링을 감는다. 따라서 손목시계에만 적용되는 방식으로 차고 돌아다닌다면 따로 태엽을 감아줄 필요는 없다. 물론 안 차고 놓아두면 오래 가지 않아 멈춘다. 로터가 돌아가는 방향에 따라 단방향 모델과 양방향 모델로 나뉜다. 단방향 모델의 경우 감기지 않는 방향으로 회전할 때 특유의 진동이 전해질 때가 있다. 문제점으로는, 저렴한 오토매틱 시계의 경우 용두를 돌려서 동력을 제공할 수 없는 모델이 있다. 이럴 경우엔 속절없이 시계를 착용하고 생활해야 시계가 살아갈 수 있으니 시계가 2개 이상 있는 경우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워치와인더를 구매하여 이용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와인더를 통해 시계가 계속 돌아간다고 해서 부품이 더 빨리 마모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부품의 마모는 윤활유가 마른 상태에서 계속 작동할 때 일어나며, 윤활유는 시계의 작동과 관계없이 보통 5년 정도가 지났을 때 마른다. 따라서 기계식 시계는 5년마다 오버홀을 해줘야 하며 오버홀을 할 때 윤활유를 추가해준다. 그래도 걱정된다면 아예 타이머가 탑재된 와인더를 구매하여 원하는 시간만큼만 돌아가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이름과는 달리 오토매틱 시계도 주기적으로 태엽을 감아야 한다는 것이다. 태엽을 감는 것이 귀찮다면 애초에 쿼츠 시계를 샀겠지만. 참고로, 쿼츠 시계중에서도 오토매틱의 원리를 이용하지만 태엽 대신 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이 있다. 그런건 키네틱 시계라고 한다.
수동(Manual)
가장 먼저 나온 기계식 시계이자 원시적인 형태. 수동 시계는 용두를 돌려 메인 스프링을 감아주어야 시계가 돌아간다. 열쇠를 통해 태엽을 감는 벽걸이 시계, 탁상 시계도 이 방식. 아주 당연하게도 주기적으로 용두를 돌리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태엽 구조의 특성상 태엽이 완전히 감겨 있을 때와 어느 정도 풀려 있을 때, 거의 다 풀려 있을 때 발생하는 힘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이 때 발생하는 오차의 크기가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 (태엽 감김 정도에 따른 등시성 유지가 어려움) 정확한 시간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태엽을 감아주어 태엽의 장력을 어느 이상으로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로션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퓌제(fusée)로, 자전거의 변속기와 비슷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태엽이 풀려감에 따라 체인이 감긴 원통의 유효반경이 변화하며 회전축에 걸리는 토크를 일정하게 유지해준다. 그러나 퓌제(fusée)를 탑재하려면 금속 체인과 이것을 감기 위한 원통형 구조물을 집어넣어야 하기에, 이것을 소형화 하여 손목시계에 탑재하는 것은 제작, 조립 난이도가 상당히 높고, 극히 일부의 하이엔드 시계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수동 시계는 자동 시계에 있는 로터(회전추) 등 자동 감기 기구가 없는 만큼 더 무브먼트를 얇게 만들 수 있다. 얇은 무브먼트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여유를 주므로, 퍼페추얼 캘린더를 비롯한 컴플리케이션이 탑재됐으면서도 얇은 시계를 만들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또한 로터가 없기에 무브먼트의 브리지와 플레이트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심미성이 높다.
수동도 와치와인더가 있다. 다만 오토매틱용 와인더보다 가격이 월등히 비싸며, 세팅을 세세하게 해줘야한다. 수동은 오토매틱과 다르게 직접 용두를 돌리기 때문에 너무 많이 감을 경우 스프링이 끊어져서 시계가 망가질 수 있다. 오토매틱의 경우 태엽이 최대치로 감기면 로터가 돌아가도 태엽을 감지 않는다. 그러나 수동은 손으로 직접 감을때 손힘으로는 더이상 감기지 않는 구간이 있는데 기계가 그걸 알 턱이 없으니 설정을 잘 해줘야 한다.
바이메탈의 팽창, 수축을 이용한 시계
온도차에 의한 금속의 인장력으로 태엽을 감아주는 시계도 존재했다. 대중적으로 퍼지진 않았지만 이 경우는 일교차만 있으면 이론적으로 계속 돌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기체의 팽창, 수축을 이용한 시계
온도에 따른 가스의 팽창과 수축을 이용한 시계. 예거 르쿨트르(JLC)의 애트모스(Atmos)로 탁상시계급 크기부터 나온다. 1도의 온도차로도 약 2일간 동작할 태엽을 돌릴 수 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1928년 출시.
단순히 시간만을 나타내는 기계식 시계도 있지만, 다양한 기능이 포함된 컴플리케이션 시계도 많다. 그 기능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Power Reserve Indicator)
크로노그래프(Choronograph)
종류는 버튼이 두 개인 것, 버튼이 하나인 것, 플라이백, 스플릿 세컨드가 있다. 이 중 하나라도 포함되면 크로노그래프라 부르고, 최상위 기술은 일반적으로 플라이백-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이다. 설계상 원 버튼이 난이도가 높지만 사용자 편의를 위해 버튼 두 개를 넣는 경우도 있다.
리피터(Repeater)
소리를 내는 기능, 알람, 15-minuite repeater, 5-minuite repeater, minuite repeater, chime 등이 있다. 최상위 기술은 일반적으로 미닛 리피터에 차임을 추가한 경우로 이를 그랑 소네리라 불린다.
달력 기능
데이, 데이트, 문 페이즈(Moon phase), 월, 년을 표시하는 기능. 이 중 하나라도 포함되면 캘린더 기능이 있다 하며, 이들을 모두 포함하면 풀 캘린더라 부르고, 30일과 31일을 구분하여 넘겨주면 애뉴얼 캘린더, 최소 100년간 날짜 오류가 없다면 퍼페추얼 캘린더(Perpetual Calendar)라 부른다. 즉 캘린더의 최상위 기술은 풀 캘린더-퍼페츄얼 캘린더인 것이다.
투르비용(Tourbillon)
이들 외에도 슬롯머신을 탑재하거나, 달을 넘어 은하의 움직임을 보여주거나(…)하는 우주적 스케일을 자랑하는 기능을 가진 시계도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타임 온리, 문 페이즈, 크로노그래프, 캘린더, 소네리에 투르비용을 묶어 6대 컴플리케이션이라 부르며, 이 중 투르비용을 제외한 5가지 기능이 모두 들어간 시계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이라 부른다. 즉, 최소한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은 타임 온리, 29.5일 주기의 문 페이즈, 일반 캘린더, 알람, 투 버튼 크로노그래프만이 탑재된 것이고, 투르비용은 옵션으로 취급된다.
쿼츠 시계 발명 이전의 시계는 모두 기계식이었으나, 쿼츠 시계 발명 이후 그 수가 급감했다. 아무래도 쿼츠 시계가 기계식 시계에 비해 대량 생산이 쉽고, 가격도 저렴하고, 오차도 적고, 가벼운 데다가 부품이 복잡하게 들어갈 거 없이 전자 회로와 배터리면 괜찮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기계식 시계를 만들던 수많은 업체가 사라지거나 경영난을 겪었고, 시장 규모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기계식 시계의 고급 브랜드화, 사람들의 향수, 신기술 개발 등을 통해 살아남은 업체들이 제법 있고, 지금도 고가 시계 시장은 기계식 시계가 차지한다.
고가의 기계식 시계로 시대를 호령하던 기존 업체들이 쿼츠시계의 득세속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쿼츠 시계의 완성도를 '고의적으로' 낮추고, 기계식 시계만 마감 완성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상품성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었기에 특히 스위스 고가 업체들은 필사적으로 이런식의 위치와 마케팅 전략을 펼쳐, "고급,고가=기계식" 이란 인식을 확고히 하는 데에는 대성공했다. 그러나 일반 대다수 대중들의 입장에서 안 그래도 상대적으로 불편하고 부정확한데다 설상가상 비싸기까지 한 기계식 시계를 고집할 이유는 전혀 없기에, 일상 생활에서 쿼츠 시계나 스마트 워치의 점유율이 훨씬 높은 것이 현실이다.
그리하여 21세기인 지금, 기계식 시계는 실용성의 영역에서 벗어난 예술품/사치재 또는 취미의 영역이다. 정확성 면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전파 수신 쿼츠 시계가 가장 정확하고, 방진, 방수, 내충격성 면에서 더욱 강한 시계도 많다. 게다가 고전적인 형태의 시계는 따라올 수 없는 기능성을 가진 스마트 워치도 있다. 기계식 시계는 그 종류와 브랜드, 가격대를 불문하고 '심미, 사치, 해리티지'의 측면을 제외하면 정확도, 실용성, 유지비와 정비 편의성, 간편함등 그 어떤 측면에서도 쿼츠시계나 GPS 기반의 스마트 워치에 아예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이들에 비해 실용성에서 멀어진 덕분에 오히려 철저하게 취미, 사치품 쪽으로 어필하며 꾸준히 높은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한마디로 고가 시계는 더 이상 '시간을 보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 만족을 위한 매니아의 영역이거나, 재력을 과시하기 위한 사치품의 영역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특히 결혼 예물로 반지, 목걸이와 같은 차원에서 많이 사용된다.
현재까지 생산되는 기계식 시계는 거의 다 손목시계 한정이며 이것을 제외한 벽시계, 괘종시계, 탁상시계 등 나머지 모든 분야에서 멸종한 수준으로 쿼츠 시계가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인지도가 사실상 제로여서 그렇지 대형 기계식 시계들도 나름 고급화 전략으로 여전히 생산은 되고 있기는 하다.
알기 쉬운 예가 예거르쿨트르의 애트모스 시리즈. 일교차를 동력으로 이용하여 움직이는 시계로, 여러 기술력과 공예가 들어가 있다.
5.2. 남자의 패션 아이템
여성보단 남성층에게 각광받는다. 기념반지처럼 성인식, 결혼식 등 특별한 날에 남성용 선물로 각광받는다. 대학 입학이나 성인식 선물로는 티쏘, 해밀턴, 미도등의 100만원 내외 중저가 브랜드들이 선호된다. 특히 티쏘의 PRC 200은 국민시계로 불릴 정도다. 결혼 예물로는 롤렉스, 오메가, 까르띠에 이 셋이 흔하다.
여성들의 구매 증가 흐름
2010년대부터 패션 업계에선 유니섹스(성별 구분 없음) 트렌드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10대부터 30대까지의 젊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소비자들의 욕구 변화로 인해 시작되었다. 과거와 달리 남성도 색조화장품을 구매하고, 여성들도 남성용 패션 아이템을 구매하고 있다.
그리고 뒤늦게 럭셔리 시계 업계에도 그 트렌드가 미쳤다. 특히 여성 힙합의 유행이 큰 역할을 했다. 원래 기존 힙합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여러 매체에서 여성 스타 래퍼들을 발굴하였고, 여성 래퍼들의 힙합 패션이 여성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이런 힙합 팬덤은 원래 여성용으로 출시되는 소형 럭셔리 시계보단 남성용 대형 모델을 주로 구매한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시국임에도 2020년 롤렉스의 여성 고객 매출이 상승하였다.
전력 소모 없음
배터리(전력)를 쓰는 쿼츠 시계와 달리 기계식 시계는 당연히 전력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감아주기만 하면 배터리 같은 소모품을 교체할 필요 없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연히 기계식 시계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매일 태엽을 감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몇년 주기로 오버홀을 받아야 한다. 이 오버홀 비용은 기껏해야 만 원이 채 안되는 쿼츠 시계의 수은 전지에 비할 바 없이 비싸다. 기계식 시계는 보통 4~5년정도 주기로 시계 구입가의 최대 2~30% 정도가 오버홀 비용으로 들어간다. '배터리가 필요없으니 영구적으로 돈 나갈 일이 없겠네!'하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큰 코 다친다. 그리고 부품이 고장나는 등 문제가 있으면 비용은 더 치솟는다.
일단 파워 리저브가 길어야 고작 2~3일 정도가 보통인지라 지속적으로 사용하려면 매일 태엽을 감아주어야 한다. 흔히 오토매틱 시계를 사는 사람들이 워치 와인더를 사는 이유이며 이게 있어야 중간에 시계가 멈출 일 없이 지속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용두로 직접 태엽을 감는 수동식 시계는 당연히 와인더도 안먹히고 일일이 손으로 직접 감는 수밖에 없는 등 배터리 하나면 몇달에서 몇년은 거뜬히 쓰는 쿼츠 시계에 비해 매우 번거롭다.
기계식 시계 수집가들은 이것을 하나의 재미로 여긴다고 한다. 직접 자기 손으로 시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 같다고 한다. 쿼츠 시계만 쓰다가 이맛에 차는 거에 맛들려 기계식 시계로 갈아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동차로 치면 직접 클러치 밟고 손으로 기어를 움직여서 일일이 변속을 해주는 수동변속기 차량을 운전하는 재미와 같은 맥락.
주기적인 오버홀 필요
주기적으로 오버홀(Overhaul)하기 때문에 유지비가 월등히 많이 든다. 오버홀 과정에서 시계를 분해 후 각 부품을 일일이 체크해보고 재조립하면서, 태엽의 인장력을 교정하고, 기어 치면을 청소하고, 작동 부품에 윤활유 주유까지 해준다. 주유가 적절히 되어 있지 않으면 부품의 마모가 빨라져 무브먼트의 고장을 유발하게 된다.보통 기계식 시계는 5년정도 쓰면 오버홀을 해야 하는데, 흔히들 명품시계라고 분류되는 시계는 오버홀 비용이 2021년 기준 최소 50만원 부터 시작한다. 무브먼트 구조가 복잡한 컴플리케이션 워치라면 정식 오버홀에만 수 백만 원의 거금을 들여야 할 수도 있다. 만약 이걸 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시계 무브먼트가 망가질 수도 있으니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데, 배터리값을 아끼겠다고 기계식 시계를 구매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물 흐르듯 돌아가는 초침
이를 스윕 세컨드 핸드(Sweep Second Hand)라고 한다. 초침이 1초마다 딱딱 끊어져서 돌아가는 데드비트 세컨드 핸드(Deadbeat Second Hand)의 쿼츠 시계와는 달리, 기계식 시계의 초침은 물 흐르듯 유려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매력으로 꼽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이것은 쿼츠 시계와 기계식 시계를 구분하는 큰 차별점으로 정확히는 기계식 시계는 초당 수 번~십수 번씩 무브먼트가 진동을 하면서 초침이 짧게 여러 번 딱딱 끊어져 돌아가기에 물 흐르듯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 쿼츠 시계는 초당 딱 1번 진동하며 딱딱 끊어져 돌아가는 데드비트 세컨드 형식이다.
초당 진동수는 제품마다 차이가 있다.보통 기계식 시계는 초당 6~8진동이 보편적이나 간혹 10진동 이상의 고진동 무브먼트가 탑재된 제품이 존재한다. 브레게의 Classique Chronométrie 7727와 제니스의 엘 프리메로 또는 그랜드 세이코 SBGH 모델 등이 그 예. 당연하지만 진동수가 높을수록 가격이 비싸지기에 고가형 모델에서나 볼 수 있다.
진동수가 높아질수록 초침이 더 부드럽게 움직이고, 오차가 적어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진동수가 낮으면 초침의 움직임은 세컨트 핸드처럼 부드럽게 움직이지 않지만 시계 동작 시간이 늘어난다. 이런 쪽으로 가장 극단적인 건 진동 주기가 1분 가까이 되는 대신 동작시간은 400일 가까이 되는 소위 anniversary clock이라 불리는 물건들. 다만 구조상 휴대용 시계에는 적용 불가능한 방식이다.
그러나 모든 기계식 시계가 스윕 세컨드 형식은 아니다.구동 영상 1구동 영상 2구동 영상 3 그냥 탈진기의 동작이 고스란히 초침에 반영되어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당연하게도 딱딱 끊어져 돌아가는 게 본래의 모습이다. 그저 기계식 시계가 정밀해지면서 탈진기의 동작이 세밀해져서 물 흐르듯이 돌아가는 것으로 보이는 것뿐이다.
사실 쿼츠 시계로도 스윕 세컨드는 구현이 가능하다. 흔히 '무소음 시계'라 해서 쿼츠 무브먼트로 구동되는 벽시계나 탁상시계, 손목시계 등 분야 가리지 않고 스윕 세컨드식 제품이 존재한다. 다만, 스윕 세컨드 방식은 초당 여러번 진동하므로 배터리 소모가 빠르고 비효율적이라 안 쓰는 것이다. 스윕 세컨드 쿼츠 손목시계로는 몬데인 Stop2Go나 부로바 Precisionist와 Accutron II 등 스윕 세컨드가 장착된 시계가 있다.
반대로 기계식 시계 중 일부러 데드비트 세컨드를 구현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Jaeger-LeCoultre의 지오피직. 이러한 데드비트 세컨드 모델의 경우 그 목적은 정확한 시간 측정에 있다. 스윕 세컨드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데드비트 세컨드의 경우 연속적이지 않고 딱딱 끊어서 초를 표시해주므로 기록할 때 정확히 몇 시 몇 분 몇 초에 발생한 사건인지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미성과 예술성
여러가지 복잡한 부품들이 얽혀서 작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그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품이자 위 초침과 더불어 사람들이 기계식 시계를 사는 이유.쿼츠 시계는 배터리와 집적 회로 그리고 진동자만 있으면 되기에 태엽, 탈진기, 로터 등 다양한 부품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기계식 시계에 비해 보는 맛이 없다.이는 많은 제품들이 씨쓰루백을 채택하는 이유이며, 유리를 통해 보이는 뒷면을 통해 내부를 감상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아예 케이스 전체를 투명하게 만들어 내부가 한눈에 보이게 만든,기계식 시계의 미적인 요소를 극대화한 스켈레톤 시계(skeleton watch)도 존재한다.
문페이즈,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 알람, 미닛 리피터, 크로노그래프등의 부가기능은 단순한 시계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해주는 요소로 기계식 시계의 기술력을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부가기능이 붙으면 당연히 제작 난이도와 가격은 그에 걸맞게 수직상승 하지만 전기의 힘 없이 오로지 기계장치의 동력만으로도 다양한 기능을 탑재 할 수 있다는 것이 곧 하나의 예술로 볼 여지가 있다. 당연히 이러한 부가기능을 스마트 워치는 너무나도 쉽고 저렴하게, 그리고 훨씬 단순하게 구현이 가능하지만 고작 디스플레이와 충전지 만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해결해 버리는 것이 예술성이라는게 느껴지는가? 반대로 기계식 시계는 원체 손이 많이 가고 정교한 물건이지만 그만큼 가치가 보증되는 것이다.
정확도나 편리성 쪽으로 어느정도 타협을 본 물건들 중에는 동력원과 진동자만 쿼츠 시계의 그것을 쓰는 경우도 있다. 쿼츠 시계인데도 퍼페추얼 캘린더 정도 되는 기능이 들어가 있으면 가격이 꽤나 상당한 편.
서바이벌에 유리한가?
혹여나 이런 목적으로 기계식 시계를 차려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군대 갈 때 뭐 차고 가는지 생각해 보라. 기계식 시계는 실용성 없는 취미이자 예술 영역이다. 생존주의자들의 요구 조건과는 아무런 교집합이 없다.
전자 부품의 신뢰성이 낮았던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기계식 장치(예를 들면 계산기와 같은)가 선호되기는 했다. 조 사코가 90년대 보스니아 내전을 취재한 <안전지대 고라즈데>에서는 싸구려라도 상관없으니 태엽식 시계를 구해달라 부탁하는 생존자도 등장한다. 고립된 도시에서 이미 빈털터리가 된 생존자들이 별도의 건전지나 충전 수단까지 구할 수 없었고, 싸구려가 고장나든 말든 부담없기 때문이었다. 아폴로 계획이 진행되던 당시, 우주선이 대기권을 재진입하면서 전자 기기들이 죽는 상황들이 많이 발생했는데 이를 대비해 기계식 시계를 채웠다.
그러나 디지털시계의 신뢰성과 수명이 압도적으로 발달하면서 쿼츠 시계의 내구성이 기계식 시계를 압도했다. 1991년에 개발된 카시오 F-91W만 하더라도 땅 속에 묻힌 채 20년을 가는 배터리, 자동차에 밟히건 물통째로 얼리건 절대로 고장나지 않는 내구성, 스펙방수 30m인 주제에 수영을 하건 사우나를 가건 심지어 기름 주입(Hydro Fill)만 하면 심해 1km에서도 버티는 정신나간 방수성능 등등 시계가 죽기 전에 사람이 먼저 박살날 수준의 내구성을 달성했다. 이 시계는 전쟁터에서 구르는 테러리스트들(오사마 빈 라덴 포함)이 애용한다는 이유로 착용자가 유의대상이 될 정도니 전자식 시계의 기술적 신뢰도 달성 정도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내구성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NASA에서도 우주선에 전자 시계를 탑재한다. 최근에는 태양 전지와 태양광 충전 기능도 탑재되고 있다. 더군다나 디지털과 비교했을 때의 내구성이나 가격을 생각해본다면, 굳이 기계식을 쓸 이유도 없다.
핵전쟁이 벌어진 후에는 유용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실제 그 상황이 벌어져도 그렇게 유용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요즘 전자장비들은 기본적인 항자기 처리를 해놨으며 전자시계 또한 그렇기 때문이다. 멀쩡히 작동하는 전자시계를 냅두고 초반의 EMP 세례를 피하더라도 지금보다 험악한 환경에서 쓰게되니 오버홀 시기가 빨라지는데, 당장 핵전쟁 후에 그런 고급 기술자와 장비를 손쉽게 구할 수 있을까? 결국 몇 년 안 가서 고철덩이가 될 확률이 높다.
물론 서바이벌 환경에서 사용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기계식 시계 중에서도 외부 충격과 자성에 강하고, 오랜 시간 동안 방수 방진의 신뢰성이 유지되며, 오버홀 주기가 긴 시계를 찾아보면 롤렉스와 오메가 같은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는 있다. 예를 들자면 롤렉스 GMT-마스터를 차고 게릴라전을 했던 체 게바라가 있다. 당시에는 아직 쿼츠 시계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라서 기계식 시계 중 가장 튼튼하고 방수성을 갖췄던 롤렉스를 선택한 것. 이런 시계들은 오버홀 주기를 7년 이상으로 길게 잡아도 시간은 간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 신뢰성이 아무리 좋아도 망가질 우려가 있으니 여러 개 구비해 만약을 대비하는 것은 당연한데, 롤렉스 하나 살 돈이면 지샥을 수 백개는 살 수 있다. 가령 롤렉스 살 돈으로 지샥을 사면, 1년 쓰고 버려도 평생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은 고급 기계식 시계는 그 나름대로의 내구성이나 실용성은 있으며, 이는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현대의 기계식 시계는 실생활의 영역에서 벗어나 수백,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사치재가 되었고 이제는 아무도 실용성을 이유로 고가의 시계를 사지 않는다. 물론 필드에서 험하게 굴리는 툴 워치로 쓰려면 쓸 수는 있겠지만 '굳이 쓰자면 그렇게 쓸 수도 있다'와 '그렇게 쓰라고 만든 것'은 천지차이다.
시계 수명
관리가 까다로운 대신 관리를 잘해준다면 수십수백 년 묵은 시계도 현역으로 돌아간다. 톱니바퀴나 밸런스 휠 같은 부품들은 금속으로 되어있어 웬만하면 쉽게 마모되지 않고 마모되더라도 어차피 새 것으로 교체해 버리면 되고 수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태엽과 탈진 장치가 도입된 이후에 제작된 기계식 시계들은 손목시계, 회중시계 같은 조그마한 것부터 탁상시계, 괘종시계, 심지어 집채만 한 시계탑에 장착된 시계에 이르기까지 동작하는 원리가 모두 같다. 다만 문 페이즈나 퍼페추얼 캘린더 같이 잡다한 기능들이 탑재된 시계는 수리하는 데 좀 더 복잡하고, 정교함을 요구할 뿐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계식 시계들도 꾸준히 유지, 관리만 해준다면 앞으로 수백 년은 더 굴릴 수 있고, 실제로 18세기 때 설립된 브레게의 창업주이자 전설적인 시계 장인인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만든 시계들은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
다만 '돌아간다'와 '제대로 돌아간다'는 다르다. 실제 오래된 빈티지 시계 구입자들은 오차가 크게 벌어져있는 등 시계의 상태에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빈티지 시계 구입자들은 이것을 정비하기 위해 수리점에 보내지만 결론은 항상 같다. 출시 당시와 같은 정도의 컨디션 (오차 정밀도, 타임 리저브 등)을 회복하는 것은 무리이며, 그 정도로 수리를 하려면 수리 비용(부품값 및 공임)이 엄청나게 나가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린다. 심한 경우는 빈티지 시계의 마모된 부품을 하나 둘 교체하려다보면 결국 대부분의 부품을 교체 해야하는 테세우스의 배와 같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 정도 쯤 되면 차라리 새 시계를 하나 사는 것이 낫다.
정기적인 오버홀을 받더라도 부품은 오래 쓰다보면 결국 마모되어 유격이 커지고 성능은 떨어지며 오차는 점점 벌어진다. 구체적으로는 (매일 착용한다고 할 때 ) 5년 주기로 오버홀을 받더라도 3~4번 오버홀해서 20년 넘게 사용한 시계는 기어의 톱니, 주요 회전 부품 회전축, 쥬얼들이 마모되고 태엽의 탄성도 떨어져서 오차가 커진다. 이 정도 시점이 되면 시계 소유주는 다음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큰 비용을 들여서라도 주요 부품을 교체하여 수명을 연장한다.
저하된 성능(오차 및 파워리저브)을 감수한 채 최소한의 정비로 완전히 고장날 때까지 버틴다.
더 사용하지 않고 책상 서랍속에 모셔 놓거나 버린다.
보통은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유행이 바뀌면서 시계 디자인이 구닥다리가 되어 3번의 결말을 맞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명품 기계식 시계는'정비만 잘하면 대를 물려가며 오래 쓸 수 있다.'라는 말은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그러려면 상당한 비용을 치르고 불편을 감수 해야한다는 이면을 기억해야한다.
스마트 워치와의 관계
기계식 시계와 스마트워치는 경쟁관계냐 아니냐에 대한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
스마트워치와 기계식 시계는 경쟁 관계가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스마트 워치의 위상이 기계식 시계를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 주장은 틀렸다. 스마트 워치와 기계식 시계는 경쟁 관계가 아니다. "사치품" VS "실용품"이라는 시장 포지셔닝부터 다르다. 애초에 몇천만원대 이상의 명품 오토매틱 워치를 고려하고 있는 수요층에게 애플워치나 쿼츠시계 등은 이미 눈 밖에 있다. 정확한 시간을 위해서라면 바로앞에 스마트폰이 있지만, 이들은 정확한 시간을 보려고 수천만원에서 비싸게는 수억대의 시계를 사는 것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둘은 경쟁구도가 전혀 형성될 수 없으며, 고가의 오토매틱 워치는 부자들의 과시용 및 사치재의 영역으로 간주된다.
실용성으로 인해 기계식 시계가 대체되는가?
쿼츠 시계가 발전한 이후 기계식 시계의 실용성은 이미 소멸했다. 쿼츠 시계가 뛰어난 내구성, 방수성, 정밀성, 저가 생산을 앞세워 실용적인 시계의 위치를 차지했다. 그리고 2010년 이후 스마트워치가 통신 기능과 어플 설치 기능을 앞세워 이 쿼츠시계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다. 반면 기계식 시계 구매자들은 시계 브랜드의 헤리티지, 사치성, 희소성, 아름답게 맞물리는 무브먼트의 심미성 등 예술적 시각적 요소 때문에 구매한다. 현재 태그호이어 같은 일부 브랜드에서 고가 럭셔리 스마트워치를 생산하고는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더 뛰어난 첨단기기가 개발되기 때문에 스마트기기의 가치는 시간에 따라 빠르게 감소한다. 반면 기계식 시계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예술적 가치를 유지하며 역사적 가치(헤리티지)를 얻는다.
스마트 워치 판매량이 더 많으니 기계식 시계를 대체했다고 볼 수 있는가?
서로 시장 포지셔닝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다. 스마트 워치가 차지한 시장 포지셔닝은 정확한 시간 측정, 통신, 연산, 심박수 센서 등 첨단 기능이 요구되는 IT기기 시장이다. 기존에 동일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던 전문 쿼츠 시계와 센서 시계들은 스마트워치로 대체될 수 있다. 그러나 명품 기계식 시계들은 역사성, 정밀가공기술, 아름다운 디자인을 통해 미술품과 명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5.10.2. 스마트워치와 기계식 시계는 경쟁 관계가 일부 성립한다.
사치품 VS 실용품 이라는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물론 수천 이상의 시계를 두고 하는 것이라면 맞다. 어차피 수천만원짜리 시계 살 사람이면 스마트워치 하나쯤 집에 굴러다닐테니. 하지만 하술할 요소 덕분에 경쟁하는 부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스마트워치는 저렴하다고 할 수 없다. 미밴드나 중국산 워치를 끼워서 비교한다면 물론 쿼츠시계 수준의 가격이 나오는 것은 맞다. 다만 이런식 주장이라면 10만원 근처 지샥 수준의 기계식 시계들도 있다고 반박 가능하다. 하지만 제대로된 스마트 워치라고 주장하는 물건들은 저렴해야 30만원에서 비싸게는 200 만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그리고 저 가격도 갤럭시워치, 애플워치, 가민 등실용성을 최우선한 양산형 모델들 가격이고, 명품회사의 로고를 달아놓은 럭셔리 모델은 천만원까지 가는일도 많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시계와 비교 할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있으나,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채재라고 여겨지는 선인 수백만원대에서는 경쟁관계가 성립한다.
결국엔 둘중 하나만 써야한다 물론 자기가 시계에 관심이 많아 여러개를 들고다니거나, 아니면 양쪽 팔에 차고 다니거나 하는 방법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하나만 차고 다닌다. 목적은 다르지만, 결국엔 서로가 차지해야 하는 위치가 같기 때문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둘 중 하나는 임시로 포기해야 한다는 것. 아무리 본인이 돈이 많다고 해도 불편함을 즐기는게 아닌 이상, 돈 더 쓰고 남들보다 더 불편을 감수한다면 그렇게 유쾌한 경험은 아닐 것이다.
본인이 엄청난 부자가 아닌이상 예산은 한정 돼있다. 본인이 회사의 경영자거나 아니면 유명한 연예인이라 수천~수억 짜리 계약을 수시로 하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스마트워치같은 공산품이 저렴하다고 느끼겠으나, 일반적인 직장인이 명품이라고 사는 것은 아무리 해봐야 수십,수백만 수준의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스마트 워치의 가격대는 정확히 저 부분에 집중돼있다. 그 말은 즉 일반적인 재력 과시용으로 그렇게 부족한 가격대라고 말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스마트워치 가격을 엄청나게 상회하는 기계식 시계 시장은 굳건하나, 비슷한 가격대의 기계식 시계들의 경쟁력은 매우 낮아졌다. 쉽게 말해서 공산품 양산 모델인 스마트워치와 비슷한 가격의 기계식 시계라면 과연 사치재로서의 가치가 예전같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수백만원대 기계식 시계는 명품이 아니라고 후려치고 싶더라도, 시계 하나에 몇십만원 이상 쓴다는 것 자체가 사치의 경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쿼츠시계와 기계식 시계의 경쟁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는 가격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명품의 가치는 당연히 가격에서 나온다. 단순히 무브먼트가 장인정신으로 만들어 졌다고 명품으로 취급하는게 아니다.
물론 일반인은 살 수 없는 수준의 시계만 만드는 명품회사라면 전혀 해당사항 없겠으나, 폭넓은 가격대를 가진 회사라면 스마트워치에 대한 타격도 일부 있는 것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