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덕, 직장(숲속에사과) 25-2, 지원계획 의논
백춘덕 아저씨와 지원계획을 의논했다.
“아저씨, 작년 9월 말부터 숲속에사과로 출근하셨지요? 직장생활은 만족한다고 하셨는데 올해 더 하고 싶은 것이나 바라는 것이 있으신지요?”
“없어요. 사장님하고 사모님하고 셋이 일하는 게 재미있어요. 열심히 일해서 사장님 돈 많이 벌고 부자가 되면 좋지요. 나도 부자 되고요.”
“대표님에게 더 하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가요?”
“안 아프만 되지요.”
“그럼, 올해도 작년처럼 도우면 될까요?”
“그라만 되지요.”
아저씨와 의논한 내용이 길지 않지만, 그것을 토대로 대표님과 올해 계획을 의논했다.
<이상호 대표님에게 보낸 글>
대표님, 안녕하세요?
얼굴 뵙고 대표님의 의견을 듣고 싶지만 바쁘신 것 같아 글로 대신합니다.
백춘덕 아저씨는 2024년 9월 끝자락에 숲속에사과와 인연을 맺어 새해를 맞았습니다.
지난해 아저씨께서 출근하시고 며칠 되지 않아 환영식을 열어주셨고, 연말에는 송년회를 새해에는 시무식을 진행하셨지요.
여느 직장에서도 요즘에는 놓치고 지나가는 것들을 때마다 마음을 다해 챙겨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동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대표님 목소리를 들었고 사모님 얼굴을 직접 뵈었습니다.
힘든 일과 중에도 늘 반갑게 전화 받아주시고 밝은 표정으로 다정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이 와도 출근하고 싶은 아저씨의 마음은 숨길 수가 없더라고요.
아저씨는 농원에 쌓인 눈을 치우고 사모님과 사과 상자를 상차해야 한다며 이른 아침부터 작업복을 입고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아저씨를 부르는 사모님 목소리를 듣고 아저씨께서 어찌나 반가워하시던지요.
사모님께 제가 더 도울 일이 있으면 말씀해 달라고 하니 잘 모르겠다고 하셨어요.
아저씨의 출퇴근과 식사를 두 분이 나누어 돕고 아저씨께서 항상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배려해주시니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새해가 시작되면 입주자 한 분 한 분의 지원계획을 세웁니다.
백춘덕 아저씨의 가족, 직장, 신앙, 주거를 어떻게 하면 잘 도울 수 있을지 당사자와 둘레 분들에게 묻고 의논하는 과정을 거쳐 지원할 업무를 구체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직접 만나기도 하고,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전화로 묻기도 합니다.
며칠 전, 아저씨 댁에서 아저씨와 먼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숲속에사과에서 대표님 부부와 일하는 것이 무척 즐겁다고 하셨어요.
지금처럼 열심히 일해서 아저씨도 대표님도 부자가 되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대표님, 아저씨의 즐거운 직장생활을 위해 제가 무엇을 어떻게 도우면 좋을까요?
농원 일에 대해서, 아니 정확히 말하면 농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으니 지금처럼 돕는 게 맞는지 알쏭달쏭할 때가 있습니다.
대표님의 생각을 나눠주시면 참고하여 지원하겠습니다.
그쳤던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하네요.
오늘도 안전운전하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이상호 대표님의 답변>
우리가 백춘덕 아저씨와 일하면서 고민하는 것들입니다.
① 아저씨가 할 수 있는 일거리를 계속 만드는 겁니다. 특히, 일손이 많이 필요한 수확 철뿐만 아니라, 상시적인 과원 관리에서 아저씨의 일을 만들어 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업의 확장으로 만들어질 일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② 일하다가 혹은 차량으로 이동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조치하면 좋을지 대비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③ 적절한 임금은 어느 정도일까?
④ 사회적 농장으로써 아저씨와 같은 장애인 고용을 시스템적으로 안정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단 생각나는 것을 적었습니다. 설 명절 후에 농장으로 한번 초대할게요. 아저씨랑 아궁이를 만들 계획이거든요. 닭 잡아서 끓여 먹으려고요.
아궁이 만든다는 소식은 아저씨께 전해 들었습니다. 대표님께서 고민하고 계신 내용 숙지하겠습니다. 당장 답변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으니 앞으로 함께 궁리해가면서 올 한 해도 잘 지낼 수 있게 거들겠습니다.
저희가 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거침없이 얘기해 주세요.
너무 잘 대해주셔서 더 바랄 건 없고요, 대표님과 사모님의 건강이 가장 걱정됩니다. 아프지 마시고 올해도 아저씨와 즐겁게 일하시면 좋겠습니다.
2025년 1월 8일 수요일, 김향
대표님께서 고민하는 것들 고맙습니다. ‘함께 일 한다.’ 하는 게 느껴집니다. 신아름
‘이상호 대표님의 답변’이 아주 인상 깊습니다. 이렇게까지 생각하신다니! 이렇게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필요하면 기관에서도 의논해요. 월평
백춘덕, 직장(숲속에사과) 25-1, 송년회와 시무식
첫댓글 "사장님하고 사모님하고 셋이 일하는 게 재미있어요. 열심히 일해서 사장님 돈 많이 벌고 부자가 되면 좋지요. 나도 부자 되고요.” 아저씨의 이 말로 직장생활 어떻게 하고 계신지 감이 '팍' 옵니다.
환영회, 송년회. 직장인이라면 다소 피곤해할법한 일도 백춘덕 아저씨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아저씨를 잘 챙기고 싶다는 이상호 대표님의 마음이겠죠.
이상호 대표님의 질문, 저도 궁리해보겠습니다.
매번 김향 선생님의 기록을 읽으며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특히 입주자와 둘레 사람 간의 대화를 주선할 때, 모두의 의견을 잘 들을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여유 있고 정갈하게 묻고 의논하시죠. '대표님, 아저씨의 즐거운 직장생활을 위해 제가 무엇을 어떻게 도우면 좋을까요?' 이렇게 글로 물을 수도 있군요. 또 한 번 배웁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