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박대승님의 플래닛입니다. 원문보기 글쓴이: 상하이 박
| |
σ Kim Jae Yun |
|
|
|
|
6월26일 아침 7시, 월미도에서 배를타고 영종도에 내린 나는 선착장 왼쪽의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대기중인 버스 기사에게 인천공항 가냐고 묻고는 버스에 올라탔다. 아침 9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서 가까운 월미도에서 하루밤을 묶었던 터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버스는 공항 반대편으로 한참을 달려 영종도를 한바퀴 돈 후 8시 10분이 되서야 공항에 도착했다. 돌맹이처럼 무거운 베낭을 메고 달렸다. 이미 공항에는 많은 사람들이 티켓팅을 하기위해 줄을서고 있었다. 이대로 뒷 줄에 서서 기다리다가는 비행기를 놓칠 상황이었다. 잠시 후 홍콩행 비행기 수속을 마친다는 방송이 나왔다. 줄을 무시하고 창구 앞으로 달려가 티켓팅을 하고는 허겁지겁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중국여행 첫날은 이처럼 정신없이 시작되었다.
할인가격 29만9천원에 구입한 아시아나 홍콩행 비행기는 출발한지 세시간여만에 홍콩 첵랍콕(Chek Lap Kok)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현지시각 11시20분. 간단한 입국심사를 마친 후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우선 홍콩달러로 바꾸기 위해 환전소를 찾았다. 입국장을 나와 오른쪽 끝부분에 있었다. 환전소 직원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돈을 바꾸어준 후 내 앞에서 한장 한장 금액을 확인시켜주었다. 밝은 미소로 인해 긴장이 한결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제 시내로 가는 교통편을 찾아야 했다. 입국장을 나와 맞은편 끝에는 공항에서 직접 시내로 연결되는 에어포트 익스프레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홍콩역까지 90 홍콩달러로 비쌌다.(1홍콩달러는 대략 150원) 시내로 가는 지하철도 있었지만 공항에서 버스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텅춘역까지 가야했다. 나는 에어버스를 타기로 했다. 공항청사 중앙에서 계단을 내려와 오른쪽으로 가니까 에어버스 승차장이 있었다. 숙소가 있는 침사추이 행 A21번 버스 승차권을 33 홍콩달러에 구입하고는 에어버스 2층에 올라탔다. 공항을 출발한 버스가 시원스레 뚫린 도로를 달리자 얼마 안가서 차창 밖으로 바다가 보였다.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이었다. 이윽고 시내로 연결된 거대한 다리를 건너는 동안 좌우로 펼쳐진 바다 위에는 수많은 배들이 떠있었다. 이때서야 비로소 내가 외국에 와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리를 건너 곧바로 시내로 진입하자 길가 좌우로 낡은 고층 건물들이 늘어섰다. 건물들 마다 거대한 광고판이 길가로 내걸려있었고 좁은 도로위로 2층 버스와 택시들이 내달리고 있었다. 버스 2층에서 내다보는 풍경은 참으로 기이한 모습이었다. 버스 승차권 구입시에 집어온 노선표를 유심히 보면서 내려야할 정류장을 계산했다. 침사츄이 미라마호텔 앞에서 내렸다. 예약해둔 민박집 주소를 들고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걷는데 맞은편에서 한 남자가 다가와 무엇이라고 떠들어댔다. 가만히 듣고보니 숙소를 소개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삐끼였다. 값이 싸다고 강조했고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묵는다고 했다. 나는 예약한 곳이 있고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말하자 머슥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갔다. 홍콩 시가지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무척 복잡하고 지저분한데다 날씨까지 무더워서 차분히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다. 한동안 어떻게 숙소를 찾아야할지 막막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중국에서 민박집에 묵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형태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길가에 간판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는 순진한 생각이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민박집 찾아가는 설명문을 되새기며 상점 간판을 뒤지다가 드디어 이정표가되는 신발가게 간판을 찾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엘리베이터는 낡고 비좁았다. 나는 비로소 사스가 홍콩에서 창궐한 까닥을 조금은 알수 있을 것 같았다. 비좁은 도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부대끼고 살아가다보니 자연히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오후 2시, 민박집에 들어서자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내방은 1인실로 침대와 TV, 에어컨,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었고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가 있었다. 창밖에는 주릉파크와 이슬람 성전이 내려다보였다. 15층이라 탁 트인 경관이 좋았다. 멀리 거대한 고층빌딩들이 보였다. 숙박비로 하루 300 홍콩달러를 지불했다(조식,석식 제공). 최고급 호텔의 경우 1,500~2,000 이상, 중급도 1,000 전후라고 하니 300 홍콩달러면 시설면에서 봐도 매우 싼 가격이다. 물론 홍콩은 민박도 비싼 편인데 심천은 하루 150위엔, 그 근처인 뚱관은 100위엔에 묵은 것과 비교가 된다. - - - * - - - * - - - 샤워를 하고 정신을 차린 후 간단한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숙소가 있는 침사츄이는 구룡반도 남쪽이다. 선착장에서 배를타고 홍콩섬으로 건너가서 산위에 있는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갈 계획이었다. 숙소에서 20여분을 걸어가자 스타페리 선착장이 나왔다. 우선 홍콩시내 지도를 28 홍콩달러에 샀다.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오가는 스타페리는 100여년 전부터 운행되는 유서깊은 배인데 복고풍 스타일에 짙은 초록색과 흰색 페인트가 칠해져있어 초록색 물빛과 잘 어울렸다. 운임도 저렴해서 1층(2등석)이 1.7 홍콩달러, 2층(1등석)이 2.2 홍콩달러였다. 1등석은 왼쪽에, 2등석은 오른쪽에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별도로 표를 구입하지 않고 개찰구를 통과하면서 돈을 내도록 되어있었다. 배는 수시로 출발했는데 대략 10여분에 한대는 출발하는 것 처럼 보였다. 왼쪽 자리에 앉는 것이 홍콩섬을 바라보는 경관이 좋다고 했다. 배는 10분을 채 달리지 않았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홍콩섬의 풍경은 무척 아름다웠다. 배가 홍콩섬 북단의 스타페리 선착장에 서자 승객들이 총총 걸음으로 바삐 내렸다. 관광객은 많지 않아보였다. 지금은 섬과 육지가 지하 통로로 연결되어 지하철도 다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스타페리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나역시 나중에 경험삼아 지하철을 타보기는 했지만 배를 타는 것이 훨씬 좋았다. 운임도 지하철이 서너배 비싼 반면 스타페리는 유람선을 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훨씬 좋다. 홍콩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빅토리아 피크에 가기 위해서는 산 아래에서 출발하는 산악기차인 피크트램을 타는 것이 좋다. 선착장에서 피크트램 출발역까지 가는 셔틀버스가 있다고 했다. 안내책을 들고 10여분간 셔틀버스를 찾아다니다가 길가에 제복을 입은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친절하게 맞은편에서 15C 버스를 타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환전소에서도 느꼈지만 이곳 사람들, 적어도 관광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관광객을 대하는 자세가 몸에 익숙해져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 - * - - - * - - - 피크트램 역에가는 셔틀버스 15C는 2층 버스인데 2층에는 지붕이 없었다. 운임은 3.2 홍콩달러. 2층 맨 앞자리에 앉았다. 버스는 10여분 만에 피크트램 역에 도착했다. 편도 20 홍콩달러에 표를 구입했다. 왕복 요금이 저렴했지만 내려올 때는 2층 버스를 탈 생각이었다. 얼마 후 도착한 피크트램에 올라타자 기차는 경사면을 달리기 시작해 10분이 채 걸리지 않아 정상에 도착했다. 전망대에서 홍콩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구름이 많이 낀 날씨였고 가끔씩 비마저 흩뿌리는 바람에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가슴이 뿌듯했다. 공항에서 시내로 접어드는 다리를 건너면서도 느꼈지만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다보는 홍콩의 모습은 아이맥스 영화를 보는 듯이 거대하다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많은 건물들이 위로 솟아있고 산중턱의 아파트 조차도 초고층으로 지어져서 기이하면서도 거대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17.5 홍콩달러에 햄버거와 콜라를 사먹고는 15번 버스를 탔다. 운임 9.2 홍콩달러. 꼬불꼬불한 산길을 15분이 넘게 걸려 내려오는 동안 버스 2층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사뭇 달랐다. 키큰 사람들에게 우스개 소리로 “어이~ 그쪽 공기는 어때?”라고 물어보곤 하는데 확실히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매우 새롭게 느껴졌다. 버스는 센트럴에서 섰다. 10여분 정도 걸어서 스타페리 선착장에 돌아온 나는 이번에는 1.7 홍콩달러를 내고 아래층 2등석에 올라탔다. 아래층은 2층과는 또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침사츄이의 선착장에서 내려 선착장 옆으로 연결된 산책로에 갔다. 오후 7시경이 되자 주위가 어두워지면서 건녀편 홍콩섬의 건물들이 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밤이예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숙소로 돌아와 땀에 젖은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온몸이 상쾌했다. 민박집에서 차려준 식사를 대하는 순간 감동스러웠다. 9가지 반찬에 갈비까지.. (아.. 글을 쓰면서 다시 배가 고파진다..) 이렇게 해서 길고긴 하루가 저물었다. - - - * - - - * - - - 다음날 아침, 충분한 수면을 취한 후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는 길을 나섰다. 오늘은 홍콩섬 남쪽의 해변과 북부 시내를 돌아볼 생각이다. 11시30분에 스타페리를 타고 홍콩섬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려면 동전이 필요했다. 센트럴 버스터미널의 HSBC에서 동전을 교환한 후 터미널 1층에서 6번 버스를 타고(8.4 홍콩달러) 2층으로 올라갔다. 버스는 홍콩섬 중앙의 산중턱으로 난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해서 12시50분에 섬 남부의 스텐리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해변은 백사장이 없이 방파제로 둘러싸여있고 근처에 시장과 기념품점이 들어서있었다. 그다지 아름다운 해변은 아니었다. 해변을 한바퀴 돌고나서 점심식사 꺼리를 찾았다. 이번에는 햄버거 말고 제대로 된 것을 먹고싶었다. 그러나 결국 나의 발길이 머문 곳은 햄버거 가게 옆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였다. 샌드위치(17 홍콩달러)와 콜라 (8 홍콩달러)로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발길을 옮겼다. - - - * - - - * - - - 1시55분에 버스터미널 정류장 근처에서 40번 소형버스를 타고 종점인 코즈웨이 베이 부근에서 내렸다. 코즈웨이 베이는 홍콩섬 북단의 번화가로 쇼핑몰이 집중되어있는 곳이다.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은 낮 12시 마다 바다를 향해 대포를 쏜다는 '우포'였다. 세계무역센터 건물 앞의 큰 길 건너편 바닷가에 있는데 길을 건너는 통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리저리 헤매다닌 끝에 세계무역센터 건물 지하 주차장 한쪽 구석에서 우포로 통하는 지하 통로를 발견했다. 선착장 옆에 포가 있었지만 개방시간이 지나서인지 입구를 닫아두고 있었다. 매일 정오가 되면 공포를 발사하는 이 전통의식은 150년 전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 코즈웨이 베이 전철역 근처에서 트램을 탔다. 아주 오래된 낡은 2층 전차인 트램은 한번 타는데 1홍콩달러로 매우 저렴해서 서민들의 교통수단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짙은 초록색으로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트램은 냉방이 되지않고 천천히 달리지만 2층에 올라가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내려다보는 시내 풍경은 매우 이국적이고 흥미로웠다. 트램을 타고 센트럴에서 내린 시각이 4시20분, 이번에는 지하철을 탔다. 불과 두정거에 불과했지만 전동차는 바다 밑을 통과해 구룡반도의 침사추이 역에 도착했다. 차비도 대략 7~8 홍콩달러로 스타페리에 비해 엄청 비쌌지만 경험삼아 타보았던 것.. 지하철 플랫폼은 2중문으로 되어있어 철로에 떨어질 염려가 없었고 무척 깨끗했다. 지하철 표는 모두 티켓 판매기로 구입하도록 되어있고 역무원은 동전만 바꿔주었다. 지하철표는 공중전화 카드 모양이었다. 4시40분, 침사추이 역을 나와 서부의 거대한 쇼핑구역인 하버시티를 구경했다. 애당초 쇼핑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아주 작은 카메라 삼각대를 본 순간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짐을 줄이려고 카메라 삼각대를 가져오지 않았는데 어제 밤에 야경을 찍으면서 받침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165 홍콩달러를 주고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삼각대를 구입했다. 오후5시 경, 하버시티 내의 하디스에서 햄버거와 콜라로 요기를 했다.(18 홍콩달러) 홍콩 공항을 떠난 이후 사스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잊었는데 하디스 직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다시금 분위기가 썰렁해지는 느낌이었다. 하버시티의 남쪽 출구로 나오자 앞에 스타페리 선착장이 보였다. 선착장 옆 산책로에 자리를 잡았다. 해질무렵 산책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야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바다 건너 홍콩섬에는 서서히 어둠이 드리웠다. 내일은 홍콩을 떠나 심천으로 갈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