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창세기
김종호 저자(글)
그돌 스튜디오 · 2023년 01월 30일
김종호 목사
침례교회에서 성장하여 대전침례신학대학에서 구약신학 전공으로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본교와 여러 신학대학에서 히브리어와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20여년간 국내외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말씀으로 굳게 세워지도록 성서 세미나를 인도했으며 목사님들의 설교사역을 돕는데 헌신하고 있습니다.
책 속으로
머리말
사랑은 - 생명 이전이고
죽음 - 이후이며 -
천지 창조의 시작이고
지구의 해석자
이 짧은 시는 사랑, 죽음, 자연 등을 주제로 노래한 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ElizabethDickinson, 1830-1886)의 작품이다. 그녀의 일생은 제도적 종교의 형식과 강요에 회의와 환멸을 느껴, 죽을 때까지 은둔 생활을 하며 지상의 참된 사랑을 꿈꾸던 이상주의자의 삶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그녀의 시가 사랑의 하나님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말한다.
성서는 아름다운 시이며, 잘 짜여진 문학이며, 생명의 비밀을 간직한 하나님의 선물이다. 그러나 성서는 단순한 읽기로는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겹겹이 쌓인 신비한 문을 각고의 노력으로 하나씩 열어야만 무릎을 치는 환희를 맛보게 한다. 아름다운 시의 향연을 보물찾기하듯 음미하다 보면 숨겨진 의미와 값진 보물을 발견하는 기쁨을 만날 수 있다. 빛의세계로 안내되어 생명의 샘물에 다다르면 오랫동안 정제되어 굳어가던 내 안의 피들이 용암처럼 들끓으며 분수처럼 솟아나서 참 생명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성서의 숲을 향해 여행을 떠나는 여정에 자신의 몸무게와 비슷한 커다란 여행 가방은 필요 없다. 입구에 도착하면 가져온 모든 짐을 놓아두고 두 벌 옷도 가져가지 말라는 음성이 들린다. 이제 피톤치드(Phytoncide) 향기 그윽한 숲을 걷다 보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고 왔던 오늘의 염려와 내일의 걱정을 모두 내려놓고 숲의 고즈넉한 향취에 젖어든다. 숲을 거닐다 갈증을 느낄 때 즈음 하나님이 예비하신 샘물을 발견하게 되고, 그 샘에서 목을 축이고 기운을 차려 다시금 길을 떠날 수 있다. 이윽고 출구가 보이고,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내 삶과 나란히 걸어온 하나님의 발자국이 선명히 남아있음을 보게 된다. 여행의 마지막에 이르면 대지에 떨어진 선연한 핏방울이 그때서야 눈에 들어온다. 출구에 다다를 때까지 길을 잃지 않은 것은 예수의 핏자국이 친절한 길 안내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성서의숲에서 예수의 흔적을 따라왔을 뿐임을 발견하게 된다.
사랑은 그리스도 이후 이천여 년 동안 동면한 듯하고, 신앙은 포르말린(Formaldehyde)에 박제된 모형 같은 시대이지만,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방향을 보며 걷다 보면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심장에서 스며나오는 공감과 사랑, 그리고 희생이란 성숙한 신앙의 세계에 이르게 된다.
너나없이 똑똑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이 세상은, 클릭 하나로 정보가 쏟아지는 디지털 만능의 세계 속에서 머리는 점점 비대해지고 마음은 자꾸 작아지는 기형적이며 각박한 세상, 이기적인 세상이다.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양심의 톱니가 가슴 한쪽을 따끔 찔러도 모든 핑계를 대며 외면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결국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사람은 하나님을 닮은 모습으로 살아갈 때 가장 사람다울 수밖에 없다.
성서의 숲을 향해 여행을 떠나자. 그래서 사람의 사람다움이란 것이 무엇인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어떻게 생명 이전부터 함께 했는지, 죽음을 정복한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가능케 했는지 살펴보자.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