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흐름과 통화량
돈이 흘러가는 단계
이번에는 어떻게 돈이 흘러가고, 통화량이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돈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떻게 확대되는지 알아야 우리도 나름대로 대응할 수 있겠지요?
중앙은행에서 돈을 찍어내면 시중은행에 싼 이자로 대출해 줍니다. (A단계)
이때 적용하는 금리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입니다.
그러면 중앙은행으로부터 싼 이자로 돈을 빌려온 시중은행은
여기에 이자를 덧붙여 소비자에게 대출해 줍니다. (B단계)
이렇게 해서 시중에 돈이 흘러가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대출이자는 기준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시중은행은 중앙은행에서 이자내고 돈을 빌려온 것이니,
기준금리보다는 대출금리를 높여야 이득이 남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쉽게 통화량이란 '돈이 흐르는 양'이라 생각하기엔 너무 큰 의미가 숨어있습니다.
지급준비율과 광의통화
은행마다 지급준비율이라는 것이 있는데 고객이 돈을 찾으러 왔을 때를 대비해서 보관하는 돈입니다. 이를 10%라 가정하겠습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잠깐 중간 정리할까요?
중앙은행이 A단계를 통해 공급하는 통화를 본원통화라 합니다.
그리고 시중은행이 B단계를 통해 새롭게 창조하는 통화를 광의통화라 합니다.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에 1억만 줘도
[진짜 받은 돈 1억 + 대출(빚)로 만든 돈 9억] 즉 10억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돈이 돈을 낳는다’고 하고, ‘돈은 debt, 신용, 빚, 부채’라 하기도 합니다. 결국 시장에 돌아다니는 대부분의 돈은 이런 과정을 통해 돌고 돌아 만들어진 가짜돈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빚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중의 통화량이 증가하게 됩니다.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린다는 것은
그 금액에서 최대 9배까지 돈의 양이 늘어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레버리지 & 디레버리지
여기까지는 사실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빚이 많이 돌아다니니,
사람들이 그걸로 아파트를 사서 아파트 가격이 높아지지요.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니 이제는 능력도 변변치 않은 사람들까지
너도나도 은행에서 빚을 얻어다 아파트를 삽니다.
(은행은 대출해줄수록 이자수입이 늘어나 좋지요? 대출 경쟁)
이렇게 되니 온 국민이 빚으로 아파트를 사서 내 집 마련해서 살게 되었지요.
이렇게 시중은행으로부터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
광의통화량이 늘어나는 것을 ‘레버리지 효과’라 합니다.
다음 그림과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터집니다.
경기가 안 좋아져서 (금리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고 등등) 경기가 안 좋아집니다.
결국 능력 없는 사람들이 은행에 이야기합니다. '나 돈 없어 배째!'
부실대출이 발생한 시중은행은 갑자기 대출금 회수에 나섭니다.
그래서 능력 없는 사람의 아파트를 뺏어다가 경매에 붙입니다.
경매에 붙이니 아파트 값은 내려가지요?
아파트 값 내려가니 A, B, C, D 의 아파트 가격도 덩달아 내려갑니다.
이런... 빚은 그대로인데, 아파트가격만 내려버렸습니다.
명목상으로 부채는 9억인데,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으니
아파트를 내다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1억원으로 불린 가짜돈 9억원은 빠르게 줄어듭니다.
가짜돈이 늘어난 과정(레버리지 효과)이 반대로 진행되면서
세상의 돈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즉 대출을 줄여가면서 자연스럽게 레버리지의 반대인
‘디레버리지’가 나타는 것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디레버리지가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자산을 다 팔아도, 게다가 이 세상에 있는 화폐를 다 끌어 모아도
명목부채를 갚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될까요?
갚으면 갚을수록 돈은 귀해지고 금리는 높아지는 것이지요.
이번 글에서 꼭 기억하셔야 하는 것은
첫째, 통화량은 지급준비율 제도로 인해 이론상 10배로 늘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중의 통화량, 유동성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둘째, 통화량은 A단계에서 B단계를 거치게 되므로
이 중 한 단계라도 문제가 생기면 통화량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만약 B단계에서 사람들이 돈을 빌리지 않으면 광의통화는 늘어나지 않겠지요?
또 시중은행이 대출을 꺼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통화량, 유동성에는 이러한 내용이 숨겨져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