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에 가면
동병상련이라는 것을 핑계로 그들 얘기 듣기를 즐기는 나.
첫번째 아줌마
"우리 개라 당뇨라 지나 해에만 1천만원이 들었어요, 세상에"
진짜 '세상에'다~
강쥐가 당뇨라서 한 달에 한번은 와서
약 받고 치료 받는다는 아주머니
연말에 카드값 정산서가 날아왔는데
보니 서울대 병원에서만 1천만을 썼더라고,
한 번 오면 보통 70만원이 넘게 나온다고.
한 번 정이 드니 아프다는데 못본체 할 수도 없다고,
그래도 그 강아지는 행복한 거겠지?
불경기를 핑계 삼아 개를 내다버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부잣집에서 산 덕분에 목숨을 이어갈 수 있으니.
남들이야 들으면
"사람 먹고 살 것도 없는 세상에 속편한 소리를 하구 자빠졌네"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거기 있는 사람들은
다들 소중한 강쥐 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이라
그 액수에 놀라면서도
다들 고개를 끄덕끄덕.
두번째 아줌마
"수술비랑 치료비 마련하느라 차 팔고 버스 타고 다녀요"
서울 어딘가에 산다는 아주머니는
강쥐가 암 판정을 받아
수술 하고, 치료 하느라 2천만을 넘게 쓰고 있다고
그래서 타던 차를 팔고
지금은 버스 타고 다닌다고.
그저 강쥐가 낫기만을 바란다고.
거기 있던 우리 모두는
동물병원에도 어서 빨리 의료보험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말에
또 고개를 끄덕끄덕.
하지만 아무리 의료보험이 된다 하더라도
사람 세상에도 돈 없는 암 환자는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인 걸.
사람 세상도, 동물 세상도
의술이 병을 고치는 게 아니라
돈이 병을 고치는 구나.
세번째 아줌마
"어머어머 이 개는 꼭 번식 시키셔야해요!!!"
호호호~
마지막 아줌마는
안과 진료실 앞에서 만난
블랙 코커의 주인 아주머니.
블랙 코커는 show dog 출신인데 눈에 이상이 와서 잠시 활동을 쉬고 있다고
아줌마는 show dog 전문 브리더인지..
대기실에서도 전문가 아주머니를 만났었는데,
근데 그 두 아주머니들이 울 찡이를 보더니 칭찬에 입이 마르셨다.
"어머어머 이 개 옷을 너무 잘 입었다.
블랙시추는 흔하지도 않고.
얼굴도 너무 잘생겼네?
번식 하셨어요?
어머, 왜?
꼭 이렇게 좋은 종자랑 사시는 분들이 번식을 꺼리시드라.
그럼 안돼요. 좋은 종자는 꼭 번식을 시켜야죠.
우리나라는 그게 문제야!!!"
홍홍,,,우리나라의 문제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울 찡이 잘 생겼다는 그 말에,
기분이 up된 찡이 언니!
입이 찢어져 귀를 넘어 걸려버렸다..
홍홍, 아주머니들, 보시는 눈들은 있어가지구.
알았어요,
꼭 성공해서 이 멋진 종자를 꼭 보존하리다!!!!!
첫댓글 거세하시요. --:
이글을 읽고 조금은 맘이 아프네요~ 제게도 돈이 많았다면 우리뽀삐.. 그리고 우리엄마.. 건강검진 한달에 한번씩을 받을텐데.. 함시롱.. ^^ 애써 웃음 지어봅니다~ ^^
저분들이 기르는 개만 가족으로 여기는 건 아닐거란 상상. 사람 불쌍한 것도 곧잘 보이고 그래서 그 사람들을 위해서도 울 줄 알고 돈 내놓을 수 있을 거란 상상!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저 아주머니가 차를 팔고 버스를 타고 다니시듯, 경이님이 마지막까지 뽀삐를 간호해 주셨듯 말이죠. 전 같은 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