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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마음을 녹이는 따스한 음악의 힘
_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 쇼케이스
12월의 첫 금요일, 올 겨울 들어 가장 차갑다 싶은 바람이 매섭게 살결을 스쳐가는 날이었다. 추위를 견디지 못 하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예민해 질수 있는, 무언가 허전한 밤. 따뜻한 노래와 살가운 이야기, 뜨거운 열정이 그리워진다. 마침 클럽 ‘빵’에서 올드피쉬의 소다를 주축으로 결성한 새로운 레이블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의 첫 쇼케이스가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 발걸음을 옮겼다.

▲ 감미로운 목소리로 공연의 시작을 알린 여성 포크 뮤지션 시와
사르르 녹는 에피타이져, 시와
고요한 듯 분주하게 오고 가는 관객들 틈으로 옅은 미소를 띈 채로, 오늘의 게스트 시와가 무대의 막을 올렸다. '출렁이는 물소리가 반짝이는 빛의 조각…' 이라는 낭만적인 가사로 시작하는 곡 'Dream'이 울려 퍼지자 클럽은 기분 좋은 고요함에 사로 잡혔다. 고요하고 청아한 느낌으로 노래를 시작한 시와는 마치 시를 낭송하는 모습으로 차분히 멜로디와 가사를 짚어냈다. 지난 해 11월 발매한 첫 번째 싱글, [시와]의 프로듀서를 올드피쉬의 소다가 맡게 되면서 시작된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와의 인연을 소개한 시와는 활짝 웃으며 첫 번째 쇼케이스 공연을 축하했다. 이어서 전한 곡은 '화양연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 때라는 뜻을 가진 제목의 이 곡은 라이브로 들을 때 더욱 매력적인 곡이다. 일기를 읽어주는 것같은 담백한 가사가 매력적인 곡 '랄랄라'를 끝으로 시와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 감미로운 목소리로 따뜻한 음악들을 들려준 석준
그간 활동해온 arms라는 이름 대신, 본명인 석준으로 관객을 찾은 그가 무대에 올랐다. 오프닝 곡인 '회상'은 살짝 허스키하면서도 매끄럽게 귓가에 스며드는 부드러운 느낌이 인상적인 곡이었다. 앨범 작업을 마무리하느라 오후에 잠들었다는 그는 멘트를 하는 동안에도 금세 잠들 것처럼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음 곡은 '불면증'. 잠들지 못 하는 불면증에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입해 표현한 가사가 절절했다. 강렬한 보이스와 곡 중간 중간 삽입되는, 잔잔하게 몰아치는 기타 소리도 매력적이다. 마지막 곡 'It's not a long day'는 꽁꽁 싸매도 가려지지 않는 추위처럼 숨겨지지 않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 곡이었고 이 겨울의 밤과 잘 맞아 떨어졌다. 끝까지 덤덤한 듯 섬세하게 음표를 수놓은 석준은 무척 로맨틱한 남자일 것 같았다.

▲ 유쾌한 멘트도, 개성있는 가사도, 달콤한 목소리도 good이었던 옥상달빛!
유쾌한 감성 듀오, 옥상달빛
낭만적인 이름의 옥상달빛은 여성 포크 듀오로 어쿠스틱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귀엽고 예쁜 노래들을 선보였다. 특히 "저희는 즐겁게 쓴 곡인데 어떤 분들은 이 곡을 듣고 삶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하시더라고요." 라며 소개한 '똥개훈련'은 이 날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심심해서 똥개훈련을 시켰다'는 다소 엉뚱한 소재의 가사가 재밌고도 애달픈(?) 곡이었다. 유쾌한 곡임에도 너무나 진지한 두 여인의 표정에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초등학생 시절, 누구나 불어봤을 멜로디언이 옥상달빛에선 중요한 악기로 등장! 슬픈 곡은 슬픈 대로, 경쾌한 곡은 경쾌한 대로 매력을 발산하는 멜로디언의 위력이 새삼 느껴졌다.
옥상달빛은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멘트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공연 중간, 올드피쉬의 드러머 조성준이 각종 악기를 달고 등장하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개그'로 관객석을 한바탕 왁자지껄하게 만들었다. 세 사람의 호흡은 '한 여름 밤의 비'에서 멋지게 빛났다. 매미 우는 소리와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에 기대어, 창 밖에는 꼬마들 장난처럼 귀여운 빗방울이 한낮의 열기를 식혀가는 밤. 어쩐지 잠에 들지 못 해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의 여름밤이 절로 떠올랐다. 바깥의 냉정한 추위를 무색하게 만드는 그 순간, 은근히 행복해졌다.

▲ 매력적인 일레트로니카 음악의 향연, 무지개99
앞의 공연이 주로 잔잔하고 감미로운 느낌이었다면 무지개99는 모던하고 재기발랄한 음악을 선보였다. "제가 뉴 키즈 온더 블록의 Step by step을 무척 좋아해요."라는 농담과 함께 선보인 곡 'Step by step'부터 쓸쓸한 느낌에 감성적인 코드를 결합한 'Love is no tomorrow'까지 몽롱하고 서정적인 음악을 선보였다. 프로그래밍 사운드에 건반과 기타 듀오의 연주라 전체적인 사운드에는 아직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음악에 기대감이 들었다. 특히 마지막 곡이었던 'How about you?'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굉장히 그로테스컬하다. 전 인류가 멸망하고 남은 사람은 단 세 명. 그들은 각각 장님과 벙어리, 다리가 불구가 된 사람들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지만 어느 날 벙어리와 불구자가 장님을 내버려두고 도망을 치다 죽게 된다. 무작정 그들을 찾아 거닐던 장님은 밀려오는 허기를 주체하지 못 하고 벙어리와 불구자의 시체를 먹게 되었단다. 끔찍하다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행복한 거 아니에요? 장님은 더 이상 배가 고프지 않게 되었잖아요."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무지개99의 천진난만한 표정이란! 공허하게 내버려진 듯한 선율에 한 술 더 뜨는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얹혀져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농담을 던지다가도 자신의 노래가 나오기 시작하면 금세 진지해지던 무지개99의 모습이 인상적인 무대였다.

▲ 차별화된 일레트로니카 음악으로 항상 리스너를 즐겁게 해주는 올드피쉬
잠시만 안녕해요, 올드피쉬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올드피쉬의 소다. 그는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클럽 한 켠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봤다. 드디어 소다가 무대에 등장. 옥상달빛으로 먼저 무대에 오른 김윤주(건반)와 앞서 출연한 무지개99(기타)가 다시 올라 자리를 메웠고 올드피쉬의 경쾌한 리듬이 클럽 안을 채웠다.
지난 10월 발매된 올드피쉬 3집 [3년 그리고 세번째]는 평론가와 일반 리스너들의 귀를 동시에 사로잡은 일레트로니카 앨범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달콤하고 '샤방'거리는 (그래서 점점 뻔해진) 일렉트로니카와는 차별되는 올드피쉬만의 색깔을 다시금 확인받게 된 것이다. 이 날, 개인적으로 3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인 'You play me'를 들을 수 있었다. 통통 튀는 멜로디에 금방이라도 사랑에 빠져 버릴 것 같은 달콤한 가사가 정말 'play'하고 싶게 만드는 노래다. 앨범을 내고 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3년이 흘렀다는 멘트와 함께 시작한 '3년'을 들을 때는 조금 뭉클하기도 했다. 지난 시간을 추억하며 멤버들끼리 눈빛을 주고 받으며 음악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앞으로도 4집, 5집 계속 음반도 내고 꾸준히 음악 할 생각입니다." 든든한 소다의 말에 올드피쉬를 응원하는 팬들은 모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소다는 이 날 공연을 끝으로 개인적인 사정으로 약 6개월 동안 한국을 떠난단다. 팬들은 밀려오는 아쉬움을 잘 다녀오라는 인사와 격려를 담은 박수로 대신했다.

▲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올드피쉬.
팀의 리더인 소다는 이날의 공연을 끝으로 당분간 팬들의 곁을 떠난다.
좋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작은 울타리를 치고 모여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것은 보는 입장에서도 무척 반갑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들이 따로 또 같이, 혼자서 낼 수 있는 ‘소리’보다 더 훌륭하고 멋진 소리를 내게 될 테니까. 다른 레이블보다 뭔가 소박하고 달콤하게 느껴지는 그들의 음악이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게 될까. 섬세한 멜로디와 따스한 노랫말에 미리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가슴이 따뜻해졌다. 앞으로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가 더 좋은 음악으로 많은 리스너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길 기대해 본다.
2008.12.06
취재,글/ 김민우
사진/ 조은
에디터/ 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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