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의 늑대들 : 체첸- 64. 샤밀 바사예프

[jager]

 샤밀 살마노비치 바사예프. 일명 압둘라 샤밀 아부 이드리스. 1965년 1월 13일생

 소련 연방 시절 체첸-잉구쉬 공화국 베데노 출신의 전직 러시아군 소방병이자 모스크바 컴퓨터 세일즈맨.

 1991년 8월 옐친을 실각시키려는 소련 공산당 쿠데타에 대항하여 수류탄을 들고 대통령궁 앞 시위대에 있었고, 그해 11월 조하르 두다예프의 체첸 독립 선언에 옐친이 계엄령을 선포하자 러시아-터키행 비행기를 납치하여 인질극을 벌이는 등 서른이 채 되기 전에 자신의 전쟁을 시작했다.

쿠데타 당시 대통령궁 앞 시위대와 옐친

 1992년 아제르바이잔 내 나그로노 카라바흐 분쟁, 그루지아 내 압하지아 분쟁에 참여하여 실전 전투 경험과 정예부대인 ‘압하지아 전투단’을 얻은 바사예프는 1994년 1차 체첸전이 발발하자 그로즈니의 놀라운 방어전을 지휘하였고, 1995년 부데노프스키 병원 인질극으로 궁지에 몰린 체첸군의 재정비 시간을 벌었다. 그리고 1996년 8월 ‘지하드 작전’을 통해 불과 3시간 만에 그로즈니를 다시 장악하고 7,000명의 러시아군을 포위하여 전쟁을 승리하였다.

1차 체첸전 당시의 샤밀 바사예프

 체첸의 전쟁 영웅이 되었으나, 1996년 평화를 원하는 체첸인의 선택에 따라 온건한 아슬란 마스하도프의 대통령 취임식을 지켜봐야 했다. 마스하도프는 체첸 최고의 군사력을 보유한 그에게 부총리 자리를 맡기지만, 6개월 만에 물러났고 점차 이븐 알 하타브 등 이슬람 지하디스트를 지원하였다. 군사력을 배경으로 마스하도프 정권을 무력하게 만든 바사예프는 하타브와 함께 1999년 다게스탄 공화국을 침공한다.

하타브와 샤밀 바사예프

 다게스탄 침공은 지하드를 수출하려는 이슬람 지하디스트의 망상과, 과거 체첸-다게스탄의 샤밀 신정국가를 재현하려는 샤밀의 망상이 결합된 최악의 선택이었다. 1차 체첸전을 승리로 이끈 체첸 독립의 대의명분과 다가올 러시아 침공에 대항할 장비와 병력 2,000명(러시아 주장)을 상실하였다. 이어진 러시아 아파트 폭발 사건과 함께, 러시아 신임 총리 푸틴은 체첸에 복수를 할 명분과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1999년 8월 26일 러시아군은 2차 체첸전을 시작한다.

 샤밀 바사예프는 자신의 군사력으로 막아내려 했으나, 러시아군은 충분한 준비와 막대한 물량, 명분까지 얻은 상태였다. 거기에 체첸군은 강경 이슬람 세력과 온건 세력의 분열로 힘을 완전히 모을 수도 없었다. 2000년 2월 6일 체첸군은 그로즈니를 다시 내줘야 했고 후퇴 중 바사예프는 오른발을 잃는다.

 이후 바사예프는 산악지대의 거점을 확보하려고 하였으나 러시아군을 막아낼 수 없었고, 2월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샤토이를 마지막으로 모든 마을을 상실한다. 하지만 2월 28일 우르스 케르트 전투에서 러시아군의 포위망을 밀어내고 산악지대로 빠져나간 바사예프는 게릴라 전을 수행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노린다.

 바사예프는 여러차례 기습과 테러를 반복하며 러시아의 전쟁 수행 의지를 흔들려고 하였고, 2차례의 인질극을 벌인다.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과 2004년 북오세티아 베슬란 초등학교 인질극이다. 과거 부데노프스키 병원 인질극처럼 흐름을 바꿔보려고 하였지만 러시아는 두 번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고, 특히 베슬란 초등학교 인질극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186명을 포함한 334명의 사망자는 바사예프의 결코 씻을 수 없는 죄악으로 남았다.

베슬란 초등학교

 점차 명분을 잃어가는 바사예프였으나 2004년 잉구세티아 공화국 나즈란 공격과 2005년 카바르디노 발카르 공화국 날치크 공격처럼 여전히 러시아 정부에 대규모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세력을 갖고 있었다. 러시아 정부는 바사예프를 잡는데 3억 루블(1,000만 달러)를 현상금으로 걸고 필사적으로 찾았다. 바사예프는 이와 관련 스웨덴 TT 뉴스와 인터뷰에서 “만일 내가 농담이라도 어느 장소에 있다고 말하면, 러시아는 그 지역 전체를 봉쇄하고 전면적인 ‘자키스티카’를 수행하며 문짝과 장롱 하나하나까지 뒤지고 약탈한 뒤 남자들 전체를 끌고 가서 고문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사예프의 말대로 러시아는 그를 제거하는데 필사적이었다. 1차 체첸전이 한창이던 1995년 2월, 그로즈니 전투 중 러시아 북부군 사령관 로클린은 바사예프가 지휘하던 체첸군 정예부대인 ‘압하지아 전투단’을 포위하였다. 체첸군이 후퇴하면서 후위를 맡고 있던 바사예프 부대를 에워싼 것이다. 시가전을 치르며 바사예프의 능력을 익히 알고 있던 러시아군은 반드시 그를 죽이려고 하였지만 바사예프는 포위망을 돌파하는데 성공하였다.

1차 체첸전 당시 바사예프

 러시아군은 그를 잡을 수 없자, 1995년 6월에 고향인 베데노의 바사예프 삼촌집을 폭격하여 11명을 죽였다. 그 중에는 바사예프의 아내와 자식도 있었다. 바사예프는 이에 대한 위로를 전한 외국인 기자에게 “아무 일도 아니다.”라고 말하고, 2주도 안돼서 부데노프스키 인질극을 통해 러시아에게 복수하였다.

 부데노프스키 1년이 지나 바사예프는 다시 그로즈니를 점령하여 1차 체첸전을 종료하였지만, 3년뒤 다시 2차 체첸전이 시작되었다. 위에 언급된 그로즈니 탈출 과정에서 러시아군의 지뢰밭에 발목을 잃은 바사예프는 산악지대에 숨어들었고, 러시아군은 바사예프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곳을 계속 습격하였다.

 2002년 5월, 북 코카서스 러시아군 사령관 제나디 트로체프는 “바사예프의 부하 중 1명을 생포했는데, ‘러시아군 포격으로 바사예프가 산산조각이 났다’고 증언했다.”고 기자들에게 발표한다. 사령관의 말에 따르면 바사예프의 시체를 발견하기 어려울 테고, 반군 측의 증언일 뿐이니 확인하기 어려운 일일 테지만 약 6개월 뒤 모스크바 인질극을 거치면서 바사예프의 생존이 명백히 확인되었다.

2003년 7월, 러시아군은 카바르디노 발카리아 공화국의 박산 지역에서 바사예프가 그의 아내(그는 죽기 전까지 4명의 아내를 두었다.)와 경호원 2명과 함께 주민 집에 은신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러시아 FSB와 내무군은 야간에 그 집을 기습하였는데, 경호원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탈출에 성공했다. 바사예프는 다리에 부상을 입었지만 러시아군의 포위망을 돌파하였다.

2004년 4월, 잉구세티아 알리 유르트 마을 근처에 바사예프가 경호원과 함께 2대의 차를 타고 이동한다는 첩보가 입수되었다. 러시아군이 차량 주변을 지독하게 폭격하였고, 바사예프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며칠 뒤에 죽었다고 발표되었으나 바사예프는 1달 뒤에 체첸 친러시아 대통령 아흐마드 카디로프를 죽인다.

2005년 2월, 체첸 반군 내에서 바사예프가 아랍 무자헤딘과 모종의 갈등으로 폭발하여 서로 총격전을 벌이다 죽었다는 보도가 체첸 공화국 내무부를 통해 흘러나왔다. 역시 반군 내부의 정보이기 때문에 확인되기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전투 장소가 체첸 구데르메스 근처라는 구체적인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바사예프는 8개월 뒤 날치크 습격을 지휘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2005년 10월, 이번에는 바로 그 날치크 습격 당시 바사예프가 현장에서 죽었다는 정보가 카바르디노 발카리아 내 러시아 정보부에서 나왔다. 날치크 공항 습격을 지휘하다 죽었다는 내용이었는데, 체첸측 웹사이트인 ‘카프카즈 센터’에 바사예프가 직접 썼다는 장문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역시 사실이 아닌 것이 밝혀졌다.

날치크 공격 당시 러시아 연방군

러시아는 바사예프를 죽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지만, 다른 체첸 요인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당시 체첸 반군 진영은 2005년 3월에 죽은 마스하도프에 이어 압둘 할림 사둘라예프가 명목적 최고 지도자였다. 러시아와 람잔 카디로프가 이끄는 친러시아 체첸 진영은 그를 제거하기 위해 그의 아내를 납치해 죽이는 등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2006년 6월 17일, 아르군의 은신처에서 사둘라예프는 러시아 FSB와 람잔 카디로프의 ‘카디로비치’ 민병대에 포위되었다. 치열한 전투 끝에 러시아 측 2명이 죽고 5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사둘라예프와 체첸 경호원 1명이 죽었다. 경호원 2명은 그 포위망을 뚫고 빠져나가는데 성공한다.

바사예프와 사둘라예프

체첸 공화국 4대 대통령 사둘라예프는 마스하도프처럼 탁월한 전략가나 바사예프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사령관이 아니었다. 그러나 체첸인 중에 드문 아랍어 능력자이자 이슬람교 강연이 가능할 정도 학식이 있었다. 또한 자신의 아내가 죽는 와중에도 민간인의 희생을 억제하고 군사 목표에 공격을 집중하도록 강조하는 합리성을 보였다. 실제로 바사예프는 그의 취임 이후 베슬란 학교와 같은 대규모 인질극을 벌이지 않았다.

사둘라예프가 죽은 뒤에 그 자리는 부통령이었던 도쿠 우마로프가 이었다. 샤밀 바사예프가 뒤를 이을 법도 했지만 워낙 강경파라는 이미지가 있었는지 스스로 자리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대신에 사둘라예프의 죽음에 상응하는 복수를 러시아측에 하기를 원했다.

우마로프와 바사예프

2006년 7월 4일, 체첸 남부 산악지대 아브튜리 마을 근처 도로에서 러시아 GRU 스페츠나츠 16여단의 분견대가 1대의 장갑차와 여러대의 트럭에 나눠 타고 지나가고 있었다. 도로 주변에 일렬로 잠복해 있던 약 20명의 체첸 반군은 이 행렬을 기습하였고, 체첸 아랍 무자헤딘의 대표였던 아브 하프스는 러시아군의 앞뒤 탈출로를 봉쇄하고 RPG와 기관총을 충분히 날렸다.

사진 모형도 작전 회의와 전투 장면

러시아군은 탈출하려고 했지만 이미 체첸반군이 사전 준비를 바탕으로 사각지대를 없애고 매복을 한 상태였다. 러시아 GRU 스페츠나츠는 최소 7명(러시아 공식), 최대 20명(체첸군 주장)이 죽었고 부상자가 20명(러시아 공식)에서 30명(체첸군 주장) 발생하였다. 적게 잡아도 30명 가까이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전투를 지휘한 아부 하프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위 공격에 대해 “현재 체첸에는 군사 작전이 없고 오직 대테러 활동 뿐이다.”라고 발표하였다. 현재 러시아를 공격하는 세력은 정식 군사 단체가 아니라 테러 단체에 불과하다는 말이었다. 바사예프는 이 말에 대해 실제 테러를 통해 응답하려고 하였다.

2006년 7월 10일, 위 전투가 있고 불과 1주일도 안된 날 바사예프는 잉구세티야 에카제보 마을 근처 도로 위에 있었다. 바사예프는 3대의 차와 2대의 트럭에 3명의 체첸 반군과 함께 나눠 타고 엄청난 양의 무기와 폭탄을 갖고 있었다. 19대의 RPG와 296발의 탄두, 16대의 소총과 2대의 기관총, 143kg의 폭탄과 93,000발의 탄약 등이었다.

아마 바사예프는 이 무기와 폭약을 갖고 러시아 상 페테르스부르크에서 7월 15일-17일에 열리는 G8 회담을 노렸던 것 같다. 대규모 테러에 대한 견제구를 날렸던 사둘라예프도 죽은 이후에 그는 자신의 힘을 러시아에 충분히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려고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회담 자체를 공격할지, 아니면 대규모 테러를 통해 회담에 영향을 주려고 했는지도 모르지만 나름의 복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샤밀 바사예프의 운도 거기까지였다.

7월 10일 새벽, 트럭에서 엄청난 폭발이 발생했다. 바사예프와 같이 있던 3명의 반군들은 산산조각이 났다. 처음에 위 폭발이 무기를 부주의하게 다루다가 발생했다고 체첸 반군 측에서는 발표했으나, 러시아군은 정보기관의 공작으로 무기 입수 단계부터 개입해서 함정을 팠다고 주장하였다.

파괴된 차량

샤밀 바사예프는 오랜 기간 무기와 폭약을 다룬 전문가이기 때문에 사고보다는 러시아군의 정보 공작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결정적으로 러시아 첩보원들이 트럭에 실린 무기를 촬영한 사진들이 존재한다. 무기와 폭약에 모종의 작업을 한 러시아는 바사예프와 반군들이 그 무기들을 입수하는 것을 확인한 후 폭발시켰다.

차량 안의 무기와 폭약

샤밀 바사예프는 41세의 나이로 죽었다. 그 중 1991년 두다예프 독립 선언부터 시작하여 16년의 기간을 전쟁터에서 보냈다. 그의 풍부한 전투 경험과 대담성, 세심한 전술과 전략에 힘입어 1차 체첸전에서 러시아를 격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와 체첸 강경파가 어렵게 선출된 마스하도프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을 조장 또는 묵인하였고, 다게스탄 침공을 통해 2차 체첸전을 유발하였다.

바사예프와 두다예프

그 뒤에도 여러 차례 놀라운 기습 공격으로 러시아의 출혈을 강요했으나, 이미 명분과 전략은 체첸의 편이 아니었다. 거기에 부데노프스키를 재현하고자 몇차례 인질극을 벌였으나 실패하였고, 특히 초등학교 인질극은 그가 기본적인 사람의 양심을 갖고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게 하였다.

바사예프는 여러 차례 자신의 죽음을 피하였으나, 결국엔 어이없이 폭사하였다. 그가 죽은 이후에는 체첸에서는 그 누구도 공화국 전체를 마비하는 등 그가 수행했던 규모의 작전을 수행하지 못한다. 람잔 카디로프는 “바사예프가 죽으면 체첸 전쟁의 70%가 끝난다.”라고 하였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그의 죽음으로 체첸 반군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큰 거목이 사라졌다. 불과 1달도 안되는 사이에 사둘라예프에 이어 바사예프를 잃은 체첸군은 러시아에게 큰 타격을 입힐 능력이 사라졌다. 그 뒤에도 전쟁은 계속되었으나, 바사예프처럼 대규모 전투를 성공적으로 진행할 만한 지휘관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Shamil_Basayev (러시아어 위키 포함)

         http://edition.cnn.com/2006/WORLD/europe/07/10/russia.basayev/index.html

         http://www.mzk1.ru/2014/01/shamil-basaev-biografiya/

       http://gordonua.com/publications/v-seredine-iyunya-ispolnyaetsya-20-let-tragedii-v-budennovske-85356.html

[롱기누스]

오. 드디어 연재재개네요.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예거님. 아. 근데 사진들 전부 엑박입니다.

[jager]

이제 보이나요?

[롱기누스]

예. 지금은 잘 보이네요.

[나아가는자]

귀환 환영합니다 ㅎㅎ

[jager]

감사합니다. 너무 오랜만이네요

[jager]

확실히 유별난 사람들입니다

[꾸웩]

헐 이게 연재가 되네

[jager]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가스가겐고로]

헐. 다시 연재가 ㅠㅠ

[jager]

오랜만입니다

[배달민족]

우왕 ㅜㅜ 감사합니다

[jager]

감사합니다

[악귀용이]

연재 재개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jager]

너무 오래 걸려 죄송합니다

[악귀용이]

아닙니다. 연재해주시는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ㅠ
계속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동피랑]

디스 이즈 토탈 워에 가입하게한 연재물 입니다. 연재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