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의 산
삼척 도화산(928m)
폐광촌 누명 벗고 활기 되찾은 도계 뒷산
낙동정맥 상의 최고봉 백병산(1,259.3m)을 조산으로 북북동진한 산줄기는 육백산(1,244m)~응봉산(1,267.3m)을 솟구치고 서쪽으로 회룡하여 도계읍을 탄생시킨 산이 도화산(928m)이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에서 발원한 물을 먹는 도계읍은 한때 광산도시로 무연탄이 쏟아질 때 호황을 누렸으나 석탄산업합리화정책으로 광산이 모두 문을 닫자 졸지에 날벼락을 맞고 폐광촌이란 누명을 쓰고 힘든 삶을 이어오다가 근래에 다시 활기를 되찾아 부활을 꿈꾸는 도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도계장날이다(4, 9일). 도화산 산행 후 막걸리와 국밥으로 장 구경을 하기로 하고 태백한마음산악회 임대수(56), 석용환(53), 권태로(48), 박현숙(48), 권택경(45)씨와 홍미예씨(트랙스타 태백점)는 산행들머리로 정한 상덕리로 가는 시내버스 출발시간과 산행 출발시간이 서로 맞지 않는 핑계로 복사꽃, 살구꽃, 벚꽃, 백목련, 자목련, 개나리, 앵두나무꽃 등이 만개한 마을길을 걷기로 했다.
기차 굴다리 밑을 빠져 나가니 도계중학교, 도계전산정보고등학교, 도계여자중학교가 모여 있다. 벚꽃이 난분분하는 학교 담장을 끼고 걷자 도계여중이 있던 터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천 년의 풍상을 견뎌낸 긴잎느티나무 거목이 섰다. 잠시 천 년의 세월을 구경하고 369번 지방도를 따라 걷는다. 복사꽃, 개나리, 백목련이 인간세상을 구경하려고 도계고교, 광명사, 장원초교 울타리 너머로 고개를 삐죽이들 내밀었다.
옛날 광부들의 애환이 서린 경동탄광 사택 골목으로 들어 다시 369번 지방도로 나왔다. 진달래가 모다기모다기 핀 도화산 정수리가 왼편으로 올려다 뵌다. 석탄이 많이 생산되던 곳이라 아직도 땅이 검다. 산괴불주머니들이 검은 흙을 밀고 길둑을 따라 밝고 진한 노란 색으로 피었다. 장터를 떠난 지 1시간쯤 소요에 '상덕. 블랙밸리CC' 버스정류장 삼거리다. 여기가 실제적인 산행들머리다(N 37°12′49.4″ E 129°04′06.6″).
왼편 블랙밸리 골프장 가는 길로 들어선다. 경사가 급한 잘 포장된 길이다. 갈지자를 쓰며 고도를 약 30분쯤 올려 모퉁이를 돌아드는 곳에 소나무에 둘러싸이고 진달래꽃에 호사를 누리고 앉은 성황당도 있고 묘도 7~8기 있다. 날씨가 찌뿌둥해도 잔디밭에 퍼질러 앉으니 좋다. 다시 길을 잇는다. 북으로는 도화산이 붕긋하고, 왼편 발아래 골프를 즐기는 이들 건너편으로 오봉산(728m)이 멋들어지게 솟아있다. 골프장 초소를 지나 언덕을 넘어 내려가니 본관 건물과 주차장이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오른편 화장골로 든다(N 37°13′33.7″ E 129°04′ 12.2″).
처음에는 계곡 오른쪽으로 가다가 두 번째 사력댐을 만나 계곡을 건너 생강나무꽃이 노랗게 핀 돌각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자 계곡이 둘로 갈리고 길도 둘이다. 왼편이 주계곡인데 길은 오른쪽이 더 뚜렷하다. 오른쪽으로 울라가자 바위틈에 유독식물인 민대극이 특이한 꽃을 피워 군락을 이뤘다. 민대극 군락이 끝나는 지점에서 지금까지 따르던 계곡을 버리고 왼편 산사면으로 이어지는 길로 올라 작은 지능선을 가로질러가자 헤어졌던 주계곡인 화장골 상단 사면으로 멋진 길이 이어진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있다.
고개 너머에 사는 무시터 사람들이 요즘도 이곳으로 다니나? 미심쩍은 마음으로 하늘을 가린 숲터널로 경사를 높이자 음습한 절벽 아래 작은 건물이 나타난다. 음력 4월8일 산제를 지낸다는 화장암이다. 이제야 길이 왜 뚜렷했는지 알 것 같다. 주위에는 쓰레기와 술병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바위틈에서 깨끗한 물이 나오지만 주위가 산만하니 물도 더러워 보인다. 이끼 낀 바위에는 흰좀현호색과 애기괭이눈이 예쁜 꽃을 피웠다(N 37°13′48.5′ E 129°04′33.7″).
수통에 물을 채우고 화장암 왼편 계곡을 건너 토끼길 같이 이어진 산등으로 올라서 코가 땅에 닿는 된비알을 15분쯤 땀을 흘리자 마교리 무시터로 넘어가는 안부다. 가을에 왔을 때는 빨간 꽈리가 지천이었는데 지금은 산달래가 좌악 깔려있다( N 37°13′ 45.7″ E 129°04′28.6″). 안부에서 왼편 돌이 섞인 능선으로 15분쯤 올라가자 신갈나무, 굴참나무, 잣나무, 물박달나무들의 호위를 받고 있는 풍화된 삼각점이 있는 도화산 정상이다(N 37°13′56.5″ E 129°04′18.0″).
구름이 산을 덮었다. 산도 구름을 싸안았다. 빗방울이 떤다. 점점 거세진다. 바람도 분다. 첩첩산중을 에도는 오십천이 북쪽으로 눈에 들 것이고, 동쪽은 육백산 응봉산이 이웃해 있을 터. 남쪽은 낙동정맥의 백병산, 서쪽은 도계 시가지와 덕항산(1,070.7m)에서 피재로 이은 백두대간의 흐름이 둔중하게 보일 터인데....
하산은 도계읍 장터까지 서쪽으로 길게 뻗은 능선으로 할 것이다. 두루뭉실한 서릉을 찾아 숲을 헤치며 779m봉을 향해간다. 싸리나무들이 촘촘히 능선을 차지하고 있어 애를 먹인다. 이러다 말겠지, 그게 아니다. 521m봉까지 그렇다. 옷을 찢고 팔을 할퀴기도 하고 회초리로 사정없이 볼따구니를 후려치기도 한다. 묘가 있는 779m봉도 지난다. 가끔씩 나타나는 묘에는 잔디보다 산달래가 더 많다. 봄비치고는 너무 많이 온다. 진달래꽃도 생강나무꽃도 땅에 납작 엎드린 둥근털제비꽃, 호제비꽃, 솜나물도 얼음장 같은 빗물에 몸을 파르르 떨고 있다.
521m봉을 지나자 길은 훨씬 수월해진다. 구불구불 제자리에서 맴도는 길로 내려서자 파장이 되어버린 도계장터다. 그래도 우리들이 먹을 따끈한 국밥은 있겠지. 무릉도화는 구름 속에 몸을 감추고....
*명소-도계읍 긴잎느티나무
1962년 12월에 제95호 천연기념물로 지정. 높이 22m, 가슴높이둘레 8.9m, 밑둥둘레 11.1m, 가지는 동서 32m, 남북 23m 정도 퍼졌으며, 나무나이는 약 1,0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에는 나무 높이가 27m에 이르렀다고 한다.
1988년 태풍으로 큰 가지가 부러지기도 하였으나 지금도 웅대한 형세를 유지하고 있다. 마을의 성황나무로 고려 말에는 많은 선비들이 이곳으로 피난한 적이 있다고 전해진다.
한때 도계여자중학교 운동장에 있었기 때문에 마을 성황당나무로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다른 나무로 바꾸려하자 천둥과 번개가 쳐서 바꾸지 못했다고 한다. 매년 음력 2월15일에 제를 올리고 있다.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느티나무의 변종으로 좁고 긴 잎을 가진 점이 느티나무와 다르다 (N 37°13′53.6″ E 129°02′58.3″).
*산행길잡이
도계장터~(1시간)~상덕 블랙밸리CC 버스정류장~(30분)~성황당~(30분)~블랙밸리CC 주차장~(55분)~화장암~(20분)~안부~(15분)~정상~(2시간)~도계장터.
*교통
도계읍 버스터미널(033-541-0380)에서 황조리행 시내버스 이용(07:20, 10:50, 13:35, 16:00, 17:50, 20:55) 상덕에서 하차.
도계역 033-541-7788.
*숙식(지역번호 033)
식사는 도계읍의 뚱보냉면(541-2347), 서울불고기(541-2143), 황토피소주방(541-2207) 등을 이용. 숙박은 도계모텔(541-7772), 로얄모텔(541-0808), 태백장여관(541-2129) 등 이용.
도계읍사무소 541-2354, 570-2384.
글쓴이:김부래 태백 한마음산악회 고문·태백여성산악회 자문위원. 강원도에서 나 고 자랐으며, 40여 년간 강원도 오지 산골을 누비고 다닌 산꾼이다. 태백 한마음산악회 회원. 숲해설가.
참조:도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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