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육개장

[에쿠스]

1998년 인가로 기억한다.

작업대금으로 받은 3개월짜리 어음을 절반가격으로 할인해서
밀린 임금 지급하고 연희동 집을 정리하고 몇가지 남은 옷가지 챙겨
부모님이 계시던 인천 집으로 향했던 날이.

그때도 부모님은 별말씀이 없으셨다.
"피곤할테니 쉬어라."

아마도, 3일 정도 방안에서 나오지도 않고
잠만 잔 것 같다.

전화도 안받고, 방에 불도 안켜고 식사도 거르고...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똑똑,

"육개장 만들었다. 맛이라도 보거라."

그 까맣고 허한 마음에도 식욕은 남아있었는지
까칠한 목구멍에 뜨끈한 국물을 넘기자

뭔가, 느꺼운 것들이 속에서 밀려나오기 시작했다.

...

오늘, 저녁으로 육개장을 먹었다.
어머님께서 어제 육개장을 만들었다고 인천으로 싸가지고 오신 거다.

양지고기, 고사리, 숙주나물...
육개장을 만드는 법은 아마 누구나 비슷할 게다.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이 세상 맛있는 음식의 종류는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고

난,
울 어머니의 육개장이 제일 맛있다.

[타잔]

어머니는 어디 사시는지? 맛있겠다.

[에쿠스]

지금 분당에 사시는데 그러고 보니 이사 가신지 벌써 4년 정도 되신 것 같네요

[청한]

육개장.... 오늘 점심은 육개장을 먹어볼까?
어머니의 숫자에다 마누라의 숫자도 더하면 그만큼 맛있는 음식이 늘어나겠죠.

[에쿠스]

어머니는 되는데 마눌에서 걸리는 군요, 어흑~

[지구서쪽산아래]

어머니의 육개장 그립습니다. 다시는 맛 볼 수 없는...

[플로라]

나에게는 없는 어머니의 육개장맛에 대한 기억.. 울아덜은 기억할 수 있는 어머니의 육개장맛...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