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여름철에 날뛰는 아주 심한 전염성 독감 같다.모두들 여름철에 휴가간다고 야단 법썩이다.만나는 사람들마다 사정도 모르고 휴가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다. 늙은 몸 혼자 어디를 간단 말인가. 인사말로 고맙게 생각하고 말아야지.
인사말을 듣고보니 괜히 짜증난다.
그것도 가족과 함께 가야 제 맛이이지 홀로 청승맞게 어디로 간단말인가.
날씨는 푹푹찐다.
하루 종일 방콕하다 오후 6시가 넘어 시원할때쯤 스포완 산보나가는 게 내 여름 날 일상이다.
금요일 산보나가는 길에 나도 모르게 차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아무 준비없이 2시간 반만에 울진으로 달려왔다. 아둘은 통보없이 올라온 아버지를 보고 반가움보다 놀라는 기색이었다.
부산, 대구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나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바닷가 이곳은 더운 줄 모른다.
아들 출근하면 흰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로 낚시하러 나온다. 가심이 확 트인다.고기들도 추운 해역으로 피서갔는지 도무지 낚이질 않는다.
그래도 불어오는 바닷바람 쐬이며 낚시대가 흔들리기를 고개들어 쳐다보며 종일 앉아있다.
팬티입고 뽁짝대는 절절꿇는 해수욕장 모래위에 몸을 맡기는 것보다 조용한 방파제 위에 혼자 낚시하며 보내는 휴가도 해 볼 만하네 그려.
낚싯대가 휘청인다. 재빨리 달려가 낚싯대를 걷어 올렸다. 대어가 걸렸는지 감아올리는데 몹시 힘겨웠다.
순간 입속에선 토실토실 탱글탱글 육점 씹히는 맛을 음미하는 생각에 침이 꿀깍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밀림의 사자도 느우를 쫒아 갈때 침부터 생킬것 같다.
얼마나 큰놈인지 열심이 당겼다.긴 낚싯대 끝에 시커먼 물체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팔딱거리지 않으니 손맛을 전혀 느낄수 없다. 운동화 비슷한 물체가 방파제 위에 눕혀졌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누군가 신다버린 운동화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그것은 등어리가 유난히 검은 오징어였다.
저녁에는 비가 제법 뿌렸다.아들 친구하고 외식하고
돌아오니 큰 아들이 동물들하고 놀고있는 손자모습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