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날씨 치고는 참 미지근한 날이다.
이런 날은 미지근한 물에 밀가루 풀어
빈대떡이나 붙여 먹어야 하는 날인데..
버스에서 내리니 산행대장 날곰님을 비롯하여 몇 분의 산우님
마중 나오신 다운님, 하나님이 도착하여
커다란 솥에다 뭔가를 끓여 대는지 가쁜 숨 토하는 하얀김이
푹푹 쏟아져 나온다.
산행 준비도 안 했는데 멕여서 보내려는 고마운 마음이
저리도 가쁘게 표출되는가 보다.
그 정성 듬뿍 먹고 든든한 마음 가볍게 채우고 긴
미로를 향하여 출발한다.
긴 여정 이기에 마음부터 급해 발걸음은 재게 놀린다.
늦장부려 떠 오른 태양은 주 오일제 영향을 받았는지
일몰 시간이 되자 어김없이 할 일 다했다는 듯 퇴근을 해 버린다.
해도 잠긴 밤 하늘엔 상현달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동무해 주겠다고 자청을 한다.
달을보며 해가 야속하다 생각 한다.
땅거미 짙게 깔린 밤 하늘엔 별들도 하나, 둘
가물거리다 점점 가깝게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까박이는 신호를 보내온다.
어둠은 늘 그랬듯이 오늘도 아래로 더 아래로 겸손하다.
누가 어둠을 악의 근원이라 했는지는 몰라도
어둠은 인생의 반을 함께하는 친구이자 철학자이다.
별과 달의 축복을 받으며 걷는 불암산의 바윗길이
솜처럼 부드럽게 느껴진다.
밟고 밟아도 거부하지 않는 바위는 언제나 변하지 않는 믿음이다.
돌을 믿고 사는 해송이다 보니 돌처럼 무디다.
성인을 믿고 성인의 가르침을 따르는 타인들이
돌쇠라 불러도 뭐라 변명할 말이 생기지 않는다.
머나먼 불수도북 언제 지나려고 돌처럼 무거운
이야기로 산행기 붙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부턴 주마간산격으로 대충넘고 보고 가겠다.
겨울에 서울의 야경을 본 다는건 또 다른 인생의 경험이다.
헬기장에서 도착하여 잠시 숨을 고르며
별빛보다 진하게 반짝이는 인공이 불빛을 본다.
별은 있는듯 없는듯 조용하지만
몇촉도 못 되는 인공 씨불알을 비롯하여
떼불알들은 자기 피알을 하는지 정말로 북적댄다.
촐랑거린다는 표현이 맞을게다.
서울의 야경이 그렇다는 말이다.
촐랑거리든 나불거리든 아름답게 비쳐지는 것은 아름다울 것이다.
화려한 네온싸인 불빛과 도로를 밝히는 가로등, 건물마다 쏟아내는
불빛들이 화음을 이루어 음악으로 흐르는 것 같다.
그 아래 사는 사람의 세상은 기찻길 옆 오막살이다.
오막살이 집은 없어도 아기 아기는 잘도 자는지 모르겠다.
정상에 올랐는지 옆구리를 통과 했는지
길눈이 어두워 잘은 모르겠고 넘어서니 어느덧 덕능고개다.
동물 이동 통로를 타고 동물처럼 소리없이 밤길을 걷는다.
주위에 군 부대가 있어서 재수 없으면 통제에 걸릴 우려가 있어
동물 처럼 촉수를 세우며 사람도 동물이 되는 것이다.
그럼 사람이 동물 아이었나 ㅋㅋ
오늘따라 소리없이 걸어서 그런지 어디 닭우는 소리
개짖는 소리 조차도 들리지 않는다.
닭은 시도 때도 없이 울지 않지만 개가 짖는 것은
사람이 예측을 할 수가 없고 개만 알 수가 있다.
사람이 개 짓는 사연을 알아보려 한다는건 개같은 짓이다.
개머리는 닭보다 낫겠지만 우는 것은 닭보다 못하다.
머리 좋다고 다 나은것은 아니라는 교훈이다.
개소리 닭소리 해도 발걸음은 쉬지 않으니 산을 가기는 하다보다.
개소리 닭소리 하다보니 구름이 심술이 났을까?
갑자기 몰려온 구름이 하늘을 가리기 시작한다.
박테리라 처럼 슬며시 자리 잡더니 나중에는
온 하늘을 잠식해 마침내는 구름이 하늘인양 행세를 한다.
참~나
아무리 돌쇠라도 구름을 하늘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끔씩은 구름을 하늘로 생각하는 사람은 돌보다 못한 사람일까.....
어둠은 완전하게 수락산의 정상까지 따라 올라와
나뭇가지 사이로 명멸하는 랜턴의 불빛만 남기고는
모든 것을 지워 버린다.
그 불빛들에 이정표를 삼아 걷다보니 남근 바위쯤에 이른 것 같다.
왜 이곳에 우리의 발길을 붙들어 두었는지는 몰라도 고놈 참
거대하고 힘차며 단단하다^^
산행기는 안 쓰고 헛 소리만 하고 있으니 하늘이 노했나 보다.
하늘은 노해도 하늘이기 때문에 곱기만 하다.
화장하지 않아도 하얀 눈은 곱고 아름답게
하나 하나 내려와 한겹 한겹 차별없이 감싸 안아준다.
눈을 들어 우리가 가야할 길게 펼쳐진 수락산의 남은 능선과
저 멀리 보이는 도봉산 그리고 북한산을 허공에 금을 그어가며
거리를 가늠해 보지만 아득하기만 할뿐 얼마나 될지 쉽게
추측해 낼 길이 없다.
그저 가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발길을 옮긴다.
생각없음을 나무라는지 이번에는 그렇게나 곱고 다정했던 눈이
갑자기 적으로 변하여 우리를 곤경에 빠뜨린다.
모든 바위에다 진을 치고 미끄러 뜨릴 준비를 하고 기다린다.
이 곳 저 곳 길은 다 막혀 버리고 이리도 저리도 갈 수가 없다.
바위를 내려 갈 일이 막막하다
그렇다고 산위에서 갇혀 있겠는가!
만물의 영장답게 잔머리 굴렸다.
다른곳에 묶인 밧줄 풀어
나무에 척 묶고 내려오니 눈은 하얗게 질려 반짝대기만 한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눈은 그렇게 호락 호락 하지 않았다.
그 바위는 무사히 내려 왔으나 가는바위마다
미끄럼 분칠을 하고 우리를 유혹한다.
조심 조심 꽃뱀에 붙잡힐까 하는 조심이 아니라
바위가 내칠까 하는 불안감에 이리 저리 피해
겨우겨우 수락산을 벗어난다.
동막골 입구에 내려오니 여유님 구름비님이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제첩국을 끓여 주시고
저팔계님은 갖가지 회를 가져오셔 힘을 북돋아 준다.
회룡골 입구에서 무릅이 최악인데도 여태까지
리더해 주신 존스님이 건강한 님과 바톤 터치를 한다.
뒤늦데 택시타고 함께하신 겨울비님도 같이 하나
했는데 겨울비 우는 사연 담은 사모님 교통사고로 잠시 함께
했던 순간을 아쉬워 하며 내려가시고 회룡골로 올라간다.
열두시가 넘으니 세상도 지쳐 잠이 들었나,
커다란 숲속을 고요함 만이 지키고 있다.
숲이 고요하니 그 동안 막혀있던 생각들이
하나 하나 질서있게 정리된다.
자박 자박 걷는 발자국 소리마져 없다면
산도 나무도 적막감을 견디지 못 했으리라.
나무에서 내려 왔으나 곁을 떠나지 못한 나뭇잎들과
대화를 하지만 나뭇잎도 세월이 되어 떠나야 할 시기가 도래 했기에
군데 군데 구멍이 뚫려 멍든 가슴엔 바람이 드나들며 재촉을 한다.
이 마져도 시간이 가면 남은 나뭇잎은 흙이 되어 볼 수 없겠지.
사패산 갈림길에 오르니 바람이 시원하다.
왼편으로 방향을 돌려 도봉산의 능선에 몸을 기댄다.
능선에 부는 바람과 함께 상념도 날아가 버리고
바람이 없는 틈을 졸음이 비집고 들어 온다.
발을 조금만 잘못 디뎌도 미끄러지기 쉽상이고
넘어져 다치기라도 한다면 종주를 포기해야 할 만큼 심각한데도
밀려드는 졸음을 어쩌란 말이냐 !
졸다가 휘청거리기도 하고 나무뿌리에 걸려
깜짝 놀래 정신을 차려 걷지만
길은 점점 길이를 늘리는지 줄어들지 않고 지루하기만 하다.
가고 또 가다, 가다 쉬다 해도 졸음은 끈질기에 따라 붙는다.
술로 달랠때는 잠시 멀어졌다가도 이내 달려들어
자꾸만 휘청거리게 한다.
비몽사몽간에길고 긴 나무계단 지나고
금방 쉬었는데도 또 주저앉는다.
나중에는 무의식적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포대능선, 민초샘 갈림길, 자운봉, 만장봉, 신선대를 지났나 보다
주봉을 따라 우이암 가는 길에는
모두들 지쳐 자기 의지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가니까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간다는 느낌 이었으리라.
그렇지만 길 따라 갈 때는 편했나 보다.
이번엔 눈과 바위에 덮힌 길마저 꼬리를 감춰버렸다.
아무리 이리저리 헤메며 찾으려 해도 모습은 보이지 않고
바위와 계곡만이 태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왔던길 뒤돌아 가기를 몇번이나 한 끝에 겨울 찾으나
했으나 또 다시 길을 도망가 버리고
도봉산에 내 팽개쳐진 미아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 마저도 함께 있을 때는 몰랐는데 혼자 길 찾으려 앞서가다
뒤 따르는 사람은 다른 길을 가고 밤중에 소리를
들려도 대답이 없고 메아리도 나무들에 걸렸는지 되돌아 오지 못 한다.
그 심정 지금 생각하니 작은 무인도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었다.
깊은 밤에는 불빛도 막혀버리고 소리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모로가나 거꾸로 가나 서울이라는데 서울에서 우이동 못 찾으랴!
마음 푸니 느긋해져 적막한 밤에 노래가 절로 나온다.
성불사 깊은밤은 아니고 도봉산의 이름모를 절의 깊은밤에
좋은 추억 평생 안고 살 추억 하나 건졌다.
저 멀리 동녘 하늘에 불그레한 여명이 밝아올 때이나
우리의 종주를 축하해주려 함인지,
시기함 인지 하늘의 뜻이니까
알길이 없고 구름만 여전하다.
새벽 등산객들의 건강을 다지는 소리와 함께 도봉산의
아침은 깨어나기 시작한다.
도봉산 내려와 우이동에 근처쯤 아~하 하는 반가운
인사 소리와 함께 새벽부터 마중을 나오시고
오륙도 님과 설경님 미로님 누룽지 김치찌개
끓여 놓고 기다리고 계신다.
방사랑에 밤잠도 못 주무셨다는 방장님의 배려에 가슴이 뭉클하다.
이 아름다움 영원하기를 바라며 북한산을 발길을 돌린다.
여태 까지 고생하며 함께 해 주셨던 왕 초보님은 아쉽게도
하산을 하시고 아하 님이 그 자리를 대신해 함께 한다.
새벽 산행은 글자대로 연상하면 된다.
새벽이 주는 고요함과 오염되지 않은 하루가 깨끗한
이미지로 좋은 하루를 이끌어준다.
하루재를 30분만에 거뜬히 넘고나니 느긋해진다.
가는듯 마는 듯 해도 시간은 우리 편인지
많이 많이 남겨두고 우리곁을 함께 한다.
백운 산장에 잠깐 앉아 있어도 졸음은 밀려 오지만
싫지 않은 졸음이다.
3분간의 휴식에도 단잠에 빠지기도 하고
낙엽 가득한 길을 두루 두루 꼭꼭 밟으며
지나가도 종주의 뿌듯함은 점점 다가 오고 있다.
미친짓인줄 알면서도 하는 종주의 맛이란
"바로 이 맛이야" 하는 맛에 중독이 됬나보다.
동장대 이르러 가져온 족발, 과메기를 내 놔도
일행들은 거들떠 보지 않는다.
종주의 기쁨에 먹는것도 초월했나보다.
다 좋았는데 한 가지 아쉬움은 지금도 남아있다.
단체에서 왔는지 수 백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저마다 자연보호라는 리번을 가슴에 달고
겉에서 보면 자연을 많이 보호하려는 폼으로 걷고 있다.
나도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음식 먹는걸 보니 생각이 바뀐다.
사과 먹다만것 휙 던지고, 귤 껍질 슬며시
그 자리에 내려 놓고 떠난다.
북한산 능선길 산책하듯 지나고 나니 대남문이다.
천천히 오느라고 왔는데도 시간이 너무 빨랐다.
마중나온다던 님들을 우리가 마중을 했다.
하지만 누가 마중을 하든 무슨 상관이랴!
마중까지 나온다는 그 정성이면 충분하다.
더구나 오늘은 전 산방에서 부터 함께 산행 해 왔던
자보라님, 돌맹이님께서도 정성가득담긴 음식과
마음 충분히 가져 오셨다.
대남문이 끝은 아닌가 보다.
승가사 가는 길은 왜 이리도 먼지
몇 번이나 갔던 길이었지만
다시 걷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하산후의 맛이야 멀 수록 맛있는 것이다.
하산후 마중오신 님들과 다시 합류를 하여
뒤풀이 하는 순간은 정말 아름다운 만남
아름다운 산방이란것을 확인 하는 순간 이었다.
함께 해 주신 종주팀들 지원팀들 그리고 마중팀들
모두 모두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이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영원히 간직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