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
길티 플레져란 Guilty 가 ‘유죄’의 뜻이고 Pleasure 는 ‘쾌락’ 이라는 뜻이므로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계속 즐기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고 법적으로 죄악을 저지르는 수준은 아니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망의 심성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아마 종교를 믿는 사람은 회개할 때 해당되는 일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을 성악설이니 성선설이니 이분법적으로 가르기 전에 이 용어를 연구해보면 사람들의 기본 심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길티 플레져는 간단한 예로 닭튀김, 햄버거나 라면은 몸에 해로울 수 있다고 알고 있지만 일단 맛있고 값 싸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음식 뿐 아니라 내 아내나 딸은 짧은 치마를 입지 못하게 하면서도 다른 여자들이 짧은 치마를 입으면 좋아하는 심리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소녀시대의 날씬한 다리, 카라의 엉덩이춤을 보면서 아내의 눈치를 보는 것도 길티 플레져입니다. 마음 속의 욕망은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뒤풀이나 수다에서 뒷 담화를 하거나 남의 흉을 보는 것도 길티 플레져입니다. 도덕적으로 그러면 안 되지만 같이 맞장구를 치지 않으면 안 될 분위기인데다 당장 재미있고 즐거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장수 사회인 일본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질서와 예절을 잘 지키기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 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삶이 재미없더라는 것입니다. 가끔 일탈을 하고 싶은데 해보면 정말 재미 있더라며 동호회 같은 것도 생겼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일탈이라고 해야 담배꽁초 아무데나 버리기, 아무데나 침 뱉기, 껌 뱉기 등 사소한 것들인데 그동안 누르며 살았다가 일탈을 해보면서 느끼는 사소한 쾌락 같은 것입니다.
댄스가 대중화 되기 전에는 댄스 자체가 길티 플레져였습니다. 초창기에는 남녀가 붙들고 춤을 추는 것이 그 당시 기준으로는 도덕에서 어긋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배우자 포함, 주변에는 비밀로 하고 댄스를 배우러 다니는 사람들은 댄스를 배우러 다니는 것이 길티 플레져가 됩니다.
길티 플레져의 안에는 사회적인 규범과 인간적 욕망이 서로 대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공의 질서를 위해서는 규범을 지켜야 하지만 개인의 욕망은 억누르며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댄스는 인간적 욕망 쪽으로 많이 다가가 있는 분야입니다. 인간적 욕망을 억누르고 사는 것만이 제대로 사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더 재미있게 사는 방법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것입니다. 그전에는 댄스를 하는 것이 마치 죄라도 짓는 양 숨기며 배운 사람도 있었고 집안에 상이라도 당하면 자숙한다며 한 동안 댄스를 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 그렇게 가깝게 붙잡고 춤을 추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헬스클럽에 다니듯 생활 체육이 된 세상에 더 이상 댄스를 길티 플레져로 취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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