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웅
現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
전문분야 : 법률, 정책, 투자, 평가
사주팔자에 등장하는 열두 짐승을 놓고 우리들에게 인기투표를 하라고 하면 아마 황소를 톱스타로 뽑겠지요. 황소는 싫은 내색을 좀처럼 하지 않은 특성이 있기도 하지만 꾸준히 일을 하는 근면함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소띠에 태어나면 건실하고 부지런하게 살겠다는 풀이를 하더군요.
이제 소띠를 맞게 되었습니다. 우리 국민들 모두는 황소처럼 묵묵히 일하면서 지금의 어려운 금융위기를 잘 넘기리라 기대해 봅니다. 힘들어도 울지 않고 되새김질을 하면서 늘 앞만 보고 가는 황소가 기축년 한 해 동안 우리들의 본보기가 되었으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옛날 설 명절을 맞게 되면 이집 저집에서 떡방아 찧는 소리가 구성지게 들여왔었지요. 떡방아에 장단을 맞추어 아낙들의 엉덩이가 한결 가벼워지기도 했었고, 남정네들은 새해를 맞는 기분으로 한쪽에서는 윷놀이 패, 한쪽에서는 줄다리기 패를 짜느라 분주하기도 했었습니다. 설 명절에서 대보름까지는 윷놀이와 줄다리기가 시골의 대표적인 놀이었기 때문입니다.
놀이문화도 많이 바뀌어서 지금은 윷놀이도 가족단위로 잠시 하다 말더군요. 줄다리기는 무슨 문화제 행사 때 비추기만 할 뿐 거의 없어졌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삼삼오오로 고스톱은 하지만 아마 인터넷게임에 몰두하느라 다른 놀이는 신경을 쓸 여가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윷놀이는 청년층과 장년층 또는 며느리 층과 시어머니 층으로 나뉘어 떡 빼앗아 먹기나 술내기를 했었고, 줄다리기는 윗동네와 아랫동네 사람 모두가 나와서 남녀노소 구별 없이 한 판 힘자랑을 하기도 했던가요. 줄다리기 시합은 단결력이 제일이었다는 기억이 납니다만 그 단결력은 요즘이 꼭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도 드네요.
총각시절 단발머리 그 처녀와 한 패가 되어 윷놀이도 해 봤었고, 운동화 끈 조여 매고 줄다리기를 해서 이겨보기도 했었는데 줄다리기를 할 때에는 몸이 한 덩이가 돼야 하기 때문에 덕분에 그 처녀 한 번 안아보기도 했었습니다. 전신이 찌리리 했었는데 그 기분은 지금도 가냘픈 풀피리 소리처럼 가슴 어느 구석을 살며시 파고들어 오기도 합니다.
윷놀이패 부동산에서 배울점
윷놀이에서 달리는 선수를 “말”이라고 하는데 보통 네 마리나 다섯 마리를 사용하던가요. 이 말들은 도. 개. 걸. 윷에 따라서 눈금을 달리 합니다. 자- 지금부터 이 윷놀이의 묘미를 잘 살려보노라면 부동산에 대한 재테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감을 잡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윷놀이를 하는 선수가 계속 도만 던지게 되면 선수들을 종착역에 보내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 아닐까요. 모나 윷만 던지면 좋겠지만 세상사는 자신의 맘대로 되지 않듯이 부동산도 전혀 자신의 맘대로 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충분한 노하우와 요령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윷놀이를 하다보면 오히려 고수들보다 아무렇게나 생각 없이 윷을 던지는 초보자들이 적당한 때에 개나 걸을 던져 상대방의 말을 잡아먹기도 하는데 그건 어쩌다 있는 일이고, 깊이 알고 보면 여러 마리의 말을 몰고 가는 일에는 기회도 잘 맞아야 하고 따라서는 과감성도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선수는 여러 마리의 말을 한 눈금에 모아 함께 몰고 가기도 하는데 이건 어찌 보면 투기가 되기도 하겠지요. 쉽게 갈 수도 있지만 상대방 말에 잡히면 순식간에 몰사죽음을 당하기도 합니다. 적당히 안배를 하면서 말을 보내야 하고 목적지에 보낼 놈은 빨리 보내는 기술이 승패를 좌우 하더군요.
아파트 2채와 오피스텔 한 채, 토지 한 필지와 상가 하나 등 5개의 말을 몰고 가는 선수의 입장을 생각해 보시지요. 어느 것을 목적지에 먼저 보내야 하고 어느 것은 묶어서 보내야 하고 어느 것은 천천히 가야 할 것인지는 스스로 판단하셔야 하겠지요. 낙오된 말이 없이 무사히 가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떡국 잡수시면서 연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소형 빌라나 소형 아파트 등 주택을 전세 끼고 대출안고 여러 개를 사 두는 일은 계속 도만 던지는 선수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 번을 던지더라도 윷이나 모를 던지는 일이 중요하겠지요. 또한 묶어서 배짱 좋게 한꺼번에 가는 일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윷놀이에서 말을 달리게 할 때에는 기회가 중요합니다. 부동산도 매매 시기를 저울질 할 때는 역시 기회가 중요합니다. 걸로 가야 할 말을 가지 않고 다시 새로운 말을 달다가 후회를 하게 되는 일을 기억하시겠지요. 또 질러가야 할 길을 돌아서 가다가 2등을 하는 일도 있기 때문에 가느냐. 새로 말을 다느냐. 는 부동산에서도 같은 이치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지금 가족들과 윷판을 벌이시고 윷놀이를 시작하십시오. 그리고 자신이 아끼는 부동산을 언제 목적지로 보내야 할 것인지를 가늠해 보세요. 너무 빨리 가려다가 상대방 말에 잡히는 수가 있고 너무 늦게 움직이다가 기회를 놓치는 수도 있을 것입니다.
될 수 있으면 20집을 돌지 말고 11집으로 질러가는 길을 택하시는 편이 옳다고 봅니다. 20년 동안 거주하지 말고 11년 만에 갈아타시라는 뜻도 되겠습니다. 너무 오래 뜸 들이지 말고 어떤 때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여기서 무주택자들은 어느 말을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인지를 연구해야 하겠습니다. 몸 가볍게 빠른 놈을 보낼 것인지 시일이 더 걸리더라도 몸집이 있는 놈을 보낼 것인지를 계획하셔야 하고, 갈아타실 분들께서는 두 마리를 묶어 보낼 것인지 아니면 대출의 응원단을 파견할 것인지를 판단하셔야 하겠지요. 내 것은 비싸게 팔고 남의 것은 싸게 사는 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더이다.
꽃놀이패 부동산에서 배울점
꽃놀이 패 부동산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요? 아마 금시초문인 분이 대부분일 겁니다. 요즘 나온 신조어이기 때문이지요. 쉽게 풀이 하자면 각 아파트 현장이나 토지 현장이 당초 분양가나 매수금액에서 마이너스가 된 부동산 현장의 거래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원래는 5억 원에 분양한 아파트였으나 입주가 가까워 오자 시세는 4억으로 줄었고, 그 현장 인근 기존 주택은 분양 당시 5억 원짜리가 3억 5천만 원으로 낙하산을 타 버리자 기존주택을 팔고 입주를 하려는 수분양자들의 입장이 난처하게 돼 버린 것입니다.
기존 5억 원짜리 집은 입주 때 6억이야 하겠지, 라고 생각했었고 대출 2억 갚고 나면 4억이 남게 되므로 다시 1억을 대출받아 5억 짜리에 입주하면 곧 7억 정도는 될 것이다. 라고 계산했었으나 기존 주택이 3억 5천이 되는 바람에 대출 2억 빼고 나면 1억 5천 밖에 남지 않게 되므로 입주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결국은 입주를 포기해야 하는데 입주를 포기하면 계약금을 놓치게 되는 일은 둘째 치고 중도금 대출액에 대한 이자 수천만 원을 물어야 하므로 계약금 포기하고 분양권으로 팔게 되는 것입니다. 내 집 마련이나 갈아타기를 하시는 분들이 이런 물건을 사게 되면 10%-20%정도 할인을 받아 사게 되는데 이게 바로 “꽃놀이 패” 부동산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요즘 입주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미분양이 많은 아파트들은 10-30%의 할인이나 속칭 땡처리라는 이름으로 팔아넘기고 있는데 꽃놀이패들은 이런 물건을 사기 위하여 주위 부동산을 열심히 들락거리고 있음을 봤습니다. 꼭 팔아야 할 분들은 이런 원매자를 오히려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기도 합니다.
싼 물건 사는 사람을 나쁘다고 볼 게 아니라 여기서 한수 배워 가셔야 합니다. 위기 때 기회를 잡는 꽃놀이패들은 그야말로 부동산의 고수들입니다. 이 분들은 계약금 포기하는 물건을 사게 되므로 돈 한 푼 없이 명의변경만으로 수분양자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포기한 계약금과 할인받은 금액을 포함하면 원래 분양가에서 약 30%를 싸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2년 전부터 고가분양 때문에 미분양이 쌓이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건설회사들이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그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누구는 계약금 포기하고 팔아야 할 물건임에도 누구는 계약금 없이 살 수 있는 입장이 되었으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고 볼 수밖에요. 하기야 광교와 판교도 울고 웃는 세상이니까,
그러나 30%할인되었다고 덥석 매수할 일은 아니지요. 주변 시세가 이미 30% 내려 있다면 싼 게 아니라 정상적인 거래가 돼 버렸다고 봐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규입주 주택은 기존 주택보다 값이 비싸게 매겨지므로 요즘 이런 매물들이 잘 거래되고 있는 것입니다.
자- 봄은 오고 있습니다. 무섭게 엄습해 왔던 경제적 냉기도 곧 가시리라 느껴지는군요. 마이너스 성장이 멈추고 우리들의 호주머니에 따뜻한 햇볕이 들어올까요? 연분홍치마는 봄에 입는다고 했는데 기대해 봐야 하겠습니다. 즐거운 설 명절 되시고 기축년 한 해 만사형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학. 생활법률학)
수원 세인종합법률사무소 국장
윤 정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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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봄학기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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