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5일이 결혼25주년 기념일입니다.
그래서 작년이맘때부터 원고쓰고 사진정리하고 이번에 만든 책 3권입니다.
우리부부이야기, 딸 이야기, 아들이야기 지요.
아내에게는 그저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 밖에는...
제목을 고민고민하다가 "당신과 함께라서 정말 행복했어!" 라고 지었답니다.
자식들은 "애물단지, 보물단지"로 했구요.
그리고 이번 부처님오신날연휴를 맞아 기념여행도 하고 맛있는것도 사주려고 했는데
한 가지는 못지킬것 같네요.
왜냐하면 제가 영동으로 귀촌하기로 결정했거든요.
그것도 5월 결혼기념일에 맞추어 혼자 먼저 내려가야할 것 같아서요.
제작년부터 앞으로 2년 뒤 지금의 처지를 예상했을 때
아내는 나이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어야할 것이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수는 있겠지만 그리고 그걸로 먹고는 살겠지만
고작 얼마 안 되는 월급으로 이것저것제하고 남는 돈으로 우리 식구가 먹고 살아야한다는
현재의 상황을 예상해 보있더랬습니다.
딸 아이는 지금 25이니까 결혼문제만 남겨두고 있고
아들은 금년 3월 말 군 입대를 하여 앞으로 2년 뒤, 그리고 복학하고 1년 더 다니면
앞으로 3년이겠구나..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빠, 엄마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카페도 가입하고 모임도 참석하고
정보도 스크랩하는 모습을 보고
아들이 군 입대를 얼마앞두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 때문에 엄마, 아빠가 행복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귀농인지 귀촌인지를 미루지는 마!"
"나는 제대하고 복학하면 학교 기숙사생활을 하면 되고 곧 취직을 하면 되니까.."
그랬습니다.
결혼 후 25년을 자식을 위해 살았다면
앞으로 25년은 우리 부부만을 위해 살고 싶어서 귀농일지 귀촌일지를 생각했던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걸림돌?" 아들놈이 걸렸던것이지요.
군에 갔다와야 철이 들고 철이 들면 부모마음을 헤아려줄 줄 알았는데
벌써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게 과거 25년을 헛으로 살지는 않았다는 위로를 해 보았습니다.
우리 부부는 농사는 정말 자신이 없습니다.
집안의 화초도 늘상 죽이기 일쑤고
텃밭이나 주말농장같은 것도 해 본적 없습니다.
TV에서 귀농성공담이나 귀농프로젝트로 실전을 하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보면
정말이지 도무지 잘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귀농공동체 마을>이었답니다.
잘 하지는 못하고 서툴겠지만
공동체 구성원들의 도움을 받고 외롭지 않게 이웃으로서 함께하는 것이라면...
그래도 농사는 도무지.....
저는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혹은 좋은 학교를 다니면서 쌓았던 교분, 친구관계를
97년 명퇴를 하면서 다 정리했습니다.
제가 만나기 꺼려지더라구요.
그깟 자존심이 뭔지.....
직장을 다닐 때 승진에 도움이 될까봐 경영대학원도 졸업했지만
장사를 하면서 일말의 자존심도 버리기 위해 , 나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노점상도 했었습니다.
영하 13도의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첫 장사를 나갔던 의정부 용현아파트.
참으로 저에게는 용기를 주었던 다른 장사꾼 아저씨들을 잊을 수 없네요.
물론 부녀회 기금만 날렸지만 그 날 얻은 용기로 시작한 아파트단지내 노점상일은
많이 팔릴때는 180만원까지도 팔아보았고
공 칠 때에는 10만원도, 아니 기금이나 겨우 건진적도 있으니까요.
두번 째는 광장동 아파트때 일입니다.
그날 소나기예보를 알고도 나갔다가 막 자리를 핀지 10분도 안되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기금 5만원 돌려받겠다고 생쥐꼴로 부녀회장을 찾아 겨우 돌려받았을 때
빗물에 젖은 물건을 구깃구깃 차에 싫고 한 없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장사를 접고 고상한 유아미술학원을 했었지요.
어린이집을 했어야하는데(그것도 잘 되었다는 보장은 없지만)
정책적으로 지원이 안되는 미술학원은 3년만에 접고
겨우 건진 보증금마져 아는 원장에게 빌려주어 이자라도 생활에 보탤려다가
떼였습니다.
공증하고, 판결문받고....... 다 부질없는 일이었습니다.
예전에 "명가"라는 드라마를 보았는데 <경주 최부자 이야기>
마지막회에서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하인이 들고있는 차용증서를 태우라고하며>
"갚을 사람은 이게 없어도 갚을 것이고 떼 먹겠다는 사람은 이게 아무리 많은들 갚겠느냐?"
"태워버려라!"
여지껏 법원 쫒아다니며 울화병생기고 마음고생하며 지냈던 세월을 저도 태워버리기로 했습니다.
한결 마음 편해지더군요.
오늘은 지난 번 제 마음을 빼앗아버린 영동에 들렀다가 청송에 있는 "무상사"라는 절에 들르기로 하고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총북 영동이 너무 마음에 들어 지난 번 영동의 B 공동체마을을 알았습니다.
황간의 B 공동체마을은 제가 찾는 수익모델을 시원하게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
산 중턱에 40세대마을인데 좀 비쌌지만 농지의 공동경작, 소득의 공동분재 등을 기대했었는데
그게 아니고 각자 알아서 근처 농지를 임대하거나
근처 학교 방과후교사, 근처 마을경작물의 쇼핑몰운영 등만 제시하였습니다.
결국 뚜렷한 수익모델은 없고 공기좋고 물 좋은 영동에서 편한한 전원생활을 하기에는 좋겠지만
돈이 별로 없는 제게는 맞지 않았지요.
그렇지만 또 다른 영동의 공동체마을 찾아보다가 "감익는 동화마을"을 다음 카페를 통해 찾게 되었습니다.
직접 가보기로 했지요.
그게 지난 달 초 .
그러부터 아는 분과 내려가 보기도 하고(내 판단이 어떤지 자문겸, 같이 사자고 꼬셔보기도 할 겸)
또 혼자서 내려가 보기도 하고.
4월의 추위 속에 제가 좋아하는 강과 수익모델이 있을 것 같은
농사가 아니라도 강을 중심으로 레져&체험관광형 휴말마을로 지정된 공동체마을은
제가 찾는, 아니 제가 여지껏 살면서 배우고 경험했던 일들을 접목해서 그나마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내 생각에>
수익모델이 무궁무진했습니다.
향토식당을 하든, 카페를 하든 수상레져업을 하든,
장류나 효소를 하든(거기 동굴도 있어요 저온 저장에 좋겠더군요-동굴이 맘에 들더군요)
찜질방을 하든 농사를 짓고 싶으면 마을공통체소유밭을 일구어 농사를 짓든
공방을 하든.... 팬션을 하든...... 얼마나 많은지...
모든 시설을 공동체협의로 하고 매출액의 10%만 공동체에 납부하면 된다고 하도군요.
예전에 장사가 안 되어도 따박따박 임대료나 인건비라는 고정비때문에 매달말일만 되면 ...
안되면 안되는 대로 잘 되면 잘되는대로 매출의 10%. 그 조건이 맘에 들었어요.
그리고 다른 공동체마을은 지상권만 등기를 해준다거나 전세조건이 여러군데 있어지만
땅과 함께 집을 지어주고 등기를 해 준다니 얼마나 안심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먼저 내려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 앞으로 영동군과 협의 단계에 있는 사업등
마을공동체협의회기금(개발이익12억)으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참 많아보였습니다.
저는 미리 내려가 모든 일을 함께 해보고 싶어 쪽지를 보냈지요.
그랬더니 성수기 식당운영과 카페운영으로 3~4개월 성수기때 일정의 월급을 받으며
숙소도 제공받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5월말까지 내려가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산에는 녹음이 그 녹음에 비친 초록물결의 강의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영동으로
저는 귀농이 아닌 귀촌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3~4번의 답사가 성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석리를 들어서는 순간
바로 앞의 <초강>이 너무도 제 마음을 빼앗아버렸고
다양한 수익모델이 제가 지향하는 귀촌모델이었을 뿐만 아니라
땅과 집을 지어주고 등기를 해 준다는 사실,
그리고 공동체기금으로 새로운 사업추진과
앞으로 각자 맡은 사업에서 들어올 매출액의 10%의 누적이
마을공동기금적립을 차곡차곡 쌓여간다면
지속적인 사업재투자로 일자리도 많고 부유한 귀촌귀농공동체마을이 될것임에
확신이 섰기 때문입니다.
오늘 가계약서를 쓰며 각오를 다졌습니다.
그리고 바로 청송에 계신 스님께 갔습니다.
그리고 좋은 말씀 듣고 연등도 달고
가지고 갔던 과거 25년의 아픈 기억들의 흔적들을 화덕에 넣고 태웠습니다.
판결문도요.
한꺼번에 많은 양을 태우다보니 입구가 화끈거렸지만
새출발을 다짐을 하면서 각오를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 지더라구요.
영동 !
내년 쯤에 제법 모양세를 갖춘 후가 어렴풋이 그려집니다.
그 속에 남은 우리 부부의 25년의 꿈도 영동포도알처럼 빼곡히 들어차길 기원합니다.
첫댓글 영동에서의 생활, 분명 마구마구 꽃 필 것이 분명합니다. 귀촌, 귀농,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응원해 주세요. 한번 놀러오시구요~`
와~~~결혼 25주년 축하드려요. 또 귀촌하시는것도... 저 내년에 10년차인데 아직도 세상살려면 멀었겠죠. 저도 저번달에 괴산으로 세아이데리고 귀촌했는데 서울살때보다 마음이 많이 여유로와졌네요.
용기에 박수보냅니다.
그런 여유를 저도 가질 수 있을까요?
한석리에 놀러오세요~
서로를 배려하는 부부에 모습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영동출신이라 초강이있는 한석리 잘 알아요 너무 아름다운 곳이지요 .부디 꿈 이루시길 빕니다 .오다가다 한번쯤 들리겠습니다 ....
네~ 꼭 놀러오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