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이 세상 만물은 모습은 있으나 그 만물을 내보내는 참 임자는 모습이 없으니, 아무것도 없는 데서 만물을 빚어 내고 돌리고 서로 어우러지게 하는 이가 곧 한얼님이요, 그 있음을 빌어 세상에 나고 죽고 웃고 아파하는 것들이 바로 사람과 이 세상 만물이다.
처음 하느님이 주신 성품에는 본래 참과 거짓이라는 게 없었으나 사람이 그것을 받은 뒤 깨끗함과 더러움이 생겨 났으니, 그것은 마치 백 갈래 시냇물에 달 하나가 똑같이 비치고 같은 비에 젖지만 만가지 풀이 다 달리 피어나는 것과 같다.
가슴 아파라! 모든 이들이 갈수록 악하고 어리석어져 마침내 어질고 슬기로운 것과는 거리가 멀며, 마음속어지러운 불길이 서로를 불태워 세상을 불구덩이로 만들고, 서로 다투는 허망한 생각먼지가 청정한 마음의 근본을 가려 버렸다.
그로 말미암아 흉하는듯 망하고 일어났다가 꺼지는 것이 마치 아침 햇살 아래 노는 하루살이와 같고 밤 촛불에 날아드는 가엾은 나방의 신세를 면치 못한다. 이는 어린 아들이 우물에 빠지는 것보다 더 큰 일이니 어찌 자비로운 아버지가 그냥 바라보고만 있겠는가!
이것이 무릇 큰 사랑과 큰 지혜와 큰 힘을 지닌 하느님께서 사람 몸으로 화하여 세상에 내려오신 까닭이며, 또 가르침을 펴고 나라를 세우신 까닭이다.
이 하늘 말씀은 진실로 마음속 깊이 간직한 가장 높은 참 이치 이면서 뭇사람들을 밝은이가 되게하는 둘도 없는 참 경전이니, 그 깊고 오묘한 뜻과 밝고 빛나는 글을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보아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느님은 시작도 끝도 없는 근본 자리에 계시며, 큰 사랑과 큰 지혜와 큰 힘으로 하늘을 만들고 온누리를 주관하여 만물을 창조하시되 아주 작은 것도 빠진 게 없으며 밝고도 신령하여 감히 사람의 언어로는 표현할 길이 없다.
언어나 생각을 통해 하느님을 찾는다고 해서 그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통해 하느님을 찾으라. 그리하면 너의 그 머리 속에 이미 와 계시리라.
끝없이 널린 저 별들을 보라. 이루 셀 수가 없으며 크기와 밝기가 다 다르다.
하느님께서 온누리를 창조하시고, 우주 전체에 걸쳐 수백 세계를 거느리고 있으니, 너희 눈에는 너희가 살고 있는 땅이 제일 큰 듯하나 한 알의 구슬에 지나지 않는다.
하느님께서 온누리를 창조하실 때 중심의 거대한 기운 덩어리가 폭발하여 무수한 별들이 생겨나고 바다와 육지가 이루어져 마침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었다. 하느님께서 기운을 불어 넣어 땅속 깊이까지 감싸고 햇빛과 열로 따뜻하게 하여 걷고 날고 허물벗고 헤엄치고 흙에서 자라는 온갖 것들이 번성하게 되었다.
사람과 우주 만물은 다 같이 근본이 되는 하나에서 나왔으며, 이 하나가 세 가지로 표현되는 것을 굳이 말로 표현한다면 본성과 생명과 정기이다. 사람은 이 세 가지를 온전하게 받으나 만물은 치우치게 받는다.
참 본성은 착함도 악함도 없으니 가장 밝은 지혜上哲 로서 두루 통하여 막힘이 없고, 참 생명은 밝음도 흐림도 없으니 다음 가는 밝은 지혜中哲로서 다 알아 어리석음이 없으며, 참 정기는 두터움도 엷음도 없으니 그 다음 지혜不哲로서 만 가지 기틀을 잘 지켜 이지러짐이 없다. 따라서 누구나 근본이 되는 하나로 돌아가면 하느님과 하나가 된다.
뭇 사람들은 미혹된 곳에서 세 가지 망녕됨이 그 뿌리를 내리나니 가로대 심心과 기氣와 신神이라. 마음은 본성에 의지하는 것으로 善惡을 이루나니, 착하면 복이 되고 악하면 화가 미친다. 기운은 생명에 의지하는 것으로 淸濁을 이루나니, 맑으면 오래 살고 흐리면 쉬이 죽는다. 몸은 정기에 의지하는 것으로 厚薄을 이루나니, 두터움은 귀하고 엷음은 천하다.
참됨과 망녕됨이 서로 마주함에 세 갈래 길이 있으니, 가로대 느낌感과 숨쉼息과 부딪힘觸이라. 이 세 가지가 굴러 다시 열여덟 지경을 이루나니, 감정에는 기쁨과 두려움과 슬픔과 성냄과 탐냄과 싫어함이 있고, 숨쉼에는 맑은 기운과 흐린 기운과 찬 기운과 더운 기운과 마른 기운과 젖은 기운이 있으며, 부딪힘에는 소리와 빛깔과 냄새와 맛과 음탕함과 만짐이 있다.
뭇 사람들은 착하고 악함과, 맑고 흐림과, 넘쳐남과 모자람을 서로 섞어서 이 여러 상태의 길을 마음대로 달리다가 나고 자라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에 떨어지고 만다.
그러나 깨달은 이는 느낌을 그치고止感 숨쉼을 고르고調息 부딪힘을 금하여禁觸 오직 한 뜻으로 나아가 허망함을 돌이켜 참에 이르고 마침내 크게 하늘 기운을 펴니, 이것이 바로 성품을 트고 공적을 완수함이다.
人物이 同受三眞하니 曰性命精이라 人은 全之하고 物은 偏之니라.
인물 동수삼진 왈성명정 인 전지 물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