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높아진 하늘과 선선해진 날씨, 가을입니다. 1년 만에 찾아온 계절처럼 입맛도 돌아오는 시기죠. 가을에는 먹거리가 풍성해지고 활동량이 늘어나 살찌기도 쉬운 때입니다. 그만큼 식욕조절과 건강관리의 중요성도 같이 커지는 데요, 이미 뱃속 두둑이 지방을 쌓아놓은 복부비만자라면 더욱 경계해야 합니다. 또 겉보기에 말랐어도 속사정은 비만인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비만의 위험성은 수차례 거론되어 왔죠. '적게 먹어 걸리는 병은 잘 먹으면 낫지만, 많이 먹어 걸리는 병은 화타나 편작이 와도 고치지 못 한다'는 의학격언도 있을 정도입니다. 국가학술연구 DB의 도움을 받아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복부비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안 먹어도 배부른' 복부비만의 실체
> 정의 : 뱃살이 더 해롭다
체내의 지방은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나눕니다. 피하지방은 다른 말로 백색지방(white fat)이라 부르며 외관상 보기 안 좋은 점은 있지만 건강에 크게 해롭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장기 내부에 기름이 끼는 내장지방(황색지방 : yellow fat)입니다. 다른 비만보다 복부비만이 더 위험한 이유는 이 내장지방이 각종 성인병(당뇨병, 고혈압 등)의 근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뱃살은 엄밀히 말하면 내장에 낀 기름인데요, 지방이 차곡차곡 쌓여 뱃가죽을 바깥으로 밀어내며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의학적으로 복부비만은 한국인 허리둘레 기준 남성 90cm(35.4인치)이상, 여성 85cm(33.5인치)이상인 경우입니다. 이는 키나 몸무게 등 체격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됩니다.
▶ 피하지방형 비만과 내장지방형 비만
출처 : 월간당뇨 2005(7)_p.25 ☞ 바로가기
> 원인 : 과식, 운동부족, 흡연 등
복부비만의 원인은 과식, 운동부족, 흡연, 유전적 영향 등입니다. 과도한 지방 섭취와 운동부족이 비만의 지름길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또 흡연은 코티솔 등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켜 잉여 영양분을 축적해 뱃살을 늘립니다. 한편, 연령별 성별로 보면 남성은 군대 제대 후 또는 결혼 직후, 여성은 폐경기 이후에 복부비만을 진단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 진단 & 검사 : 허리둘레만 보면 알아요!
복부비만은 측정이 간편하고 해석이 쉬운 허리둘레로 진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갈비뼈 하단부와 골반뼈 상부의 중간점에서 측정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이 부위는 대개 배꼽 부위를 지나게 됩니다. 허리둘레는 내장지방량과 관련성이 높고 체질량지수보다 심혈관질환을 더 잘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전체 지방량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비만이 심할수록 내장지방량과 관련성이 줄어듭니다. 한편,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활용하면 뱃속 내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을 비교적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사선 노출과 고비용이라는 단점도 있습니다.
>> '침묵의 살인자' 복부비만 합병증
비만은 필요 이상의 열량 즉, 잉여열량이 지방의 형태로 축적된 것입니다. 이는 영양분 섭취와 배설이라는 몸의 균형이 깨진 상태입니다. 특히 복부비만은 뱃속에 있는 위, 장, 간 등 중요한 장기들의 활동을 방해해 건강을 해칠 위험이 큽니다. 복부비만에 '침묵의 살인자'란 수식어가 붙는 건 그 때문입니다.
> 당뇨
인체는 음식을 통해 영양소와 에너지를 얻습니다. 필수 에너지원인 당분이 세포 안으로 흡수되려면 인슐린이 필요합니다. 음식물 섭취로 혈당이 올라가면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하고,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을 세포 속으로 유입시켜 혈당농도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당뇨 환자는 인슐린 분비가 원활하지 않고, 분비돼도 그 기능이 떨어집니다. 때문에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이동시키지 못하고, 포도당이 잔뜩 쌓인 혈액이 전신을 순환하면 다양한 합병증이 생기게 됩니다.
이 같은 당뇨병은 제1형(인슐린 의존성)과 제2형(인슐린 비의존성)으로 나뉩니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생성되지 않는 것으로, 치료를 위해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 생성 능력은 정상이지만 인슐린에 대한 신체의 반응이 둔해진 것입니다. 스트레스, 수면시간 부족 등 여러 발병 요인이 있지만 가장 확실한 위험인자는 복부비만입니다. 비만인 사람이 모두 제2형 당뇨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 중이거나 당뇨전단계일 확률이 높습니다.
> 지방간
간은 화학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오는 첫 관문으로, 유해한 물질을 해독하는 장기입니다. 단일기관으로 우리 몸속에서 가장 큰 장기인 간은 피와 액체를 제외한 무게만 1.4kg입니다. 건강한 간은 지방 비율이 5% 정도인데, 이보다 많은 지방이 쌓이면 지방간으로 진단합니다. 지방간으로 간 기능이 떨어지면 유독 물질과 노폐물이 쌓이고, 지방이 더 많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또 간에 남은 대사 찌꺼기들이 간을 해치는 건 물론 혈류를 타고 몸에 퍼지면서 두통과 피로, 염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지방간은 크게 음주로 인한 알콜성 지방간과 비알콜성 지방간으로 구분됩니다. 최근에는 비만 환자가 늘면서 2003년 14.3%이던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가 2009년에는 24%로 증가했습니다. 더욱이 비알콜성 지방간은 알콜성 지방간에 비해 각종 만성질환 동반 빈도가 2%에서 7%까지 높아져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방간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거의 없어 지나치기 쉽지만 그냥 두면 간경변,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예방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 고혈압
혈압은 혈액이 혈관 벽에 가하는 힘을 뜻합니다. 혈압은 수축기 혈압(최고혈압)과 확장기 혈압(최저혈압)으로 나눠 읽는데, 수축기는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내보낼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고, 확장기 혈압은 심장이 이완하면서 혈액을 받아들일 때 받는 압력입니다. 고혈압은 18세 이상 성인에서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확장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입니다.
고혈압 위험인자로는 흡연, 운동부족, 음주, 지방섭취, 비만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비만과 고혈압의 관계는 밀접한데요, 체중이 증가하면 맞춰 혈압도 증가하고, 고혈압 환자가 체중을 줄이면 혈압도 떨어집니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일 경우 정상인에 비해 고혈압 위험도가 1.72배 커지고, 복부비만은 위험도가 4.63배까지 높아진다"고 분석했습니다. 고혈압은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어 위험성이 큰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 비만이 초래하는 갖가지 악영향들
복부비만은 그 자체도 질병의 일종이지만 다른 질환을 불러온다는 면에서 더욱 경계해야 합니다. 허리둘레가 늘어날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위험인자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 성기능 장애
뱃살과 성기능은 반비례합니다. 복부비만은 몸속 내장기관들에 지방이 쌓인 상태라 호르몬 생성에 문제가 생기고, 혈액순환이 나빠지며, 전립선이 눌려 있어 성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전문가들은 발기부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85% 이상이 복부비만이고, 체질량지수(BMI)도 29~30으로 중등도 이상의 비만이었다고 설명합니다. 또 고도비만은 정상체중에 비해 발기부전의 위험이 40%나 높다고 지적합니다.
◎ 치매발병 위험 증가
복부비만은 체내 혈당 균형을 깨뜨리고, 대사증후군을 야기할 위험이 커집니다. 특히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는데, 이때 뇌 안에 있는 단백질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이는 뇌의 노화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치매 발병 확률이 높아집니다. 또 뇌졸중을 포함한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뇌기능 손상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복부비만일 경우 당뇨병 환자나 흡연자에 비해 뇌 용적 감소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 암 유발 (대장암, 췌장암 등)
최근 영국에서는 비만이 흡연을 제치고 암 유발원인 1순위로 선정됐습니다. 모든 암의 20%는 비만이나 과체중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을 정도입니다. 복부비만은 지방의 과잉 축적으로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고, 독소가 잘 배출되지 않아 암에 걸릴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또 대장암, 췌장암, 유방암 등을 유발하는 위험요인인 만큼 전문가들은 적절한 운동을 통해 체중관리를 하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 '건강의 적' 복부비만 치료법
> 식사요법
신체는 우리가 먹는 음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방 감량과 유지를 위해서는 살이 찌지 않는 음식들로 과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건 '올바른 음식 먹기'와 '자주 충분히 먹기'입니다.
각각의 음식은 식욕을 충족시키는 정도가 다릅니다. 달콤한 팝콘은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가시지 않는 반면, 견과류 한줌은 금세 포만감이 생깁니다. 이처럼 열량과 포만감의 관계를 고려하면 단백질을 높이고, 탄수화물을 낮추며, 적당량의 지방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한 식사법입니다.
체중감량에 있어 가장 큰 적은 '배고픔'입니다. 지나친 허기는 그 자체로도 해롭지만 폭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배고픔과 폭식이란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습관과 건강한 간식을 챙겨 먹는 것이 좋습니다.
▶ 인체 리듬에 맞춘 건강한 식사법
> 운동
복부비만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통해 기초 대사량을 높이고, 지방을 감량하는 게 정석입니다. 마음이 급해 당장 격한 운동을 하기보단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운동으로 시작해 천천히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빠르게 걷기와 하체운동은 효과적인 복부비만 치료법입니다. 걷기 운동 시에는 자신의 최대 심박수(220-나이)에 60~70%를 목표로 삼고, 배에 힘을 주고 걷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에 복식호흡까지 더하면 효과가 배가 됩니다. 빠르게 걷기는 지방을 감소시키고, 혈압을 안정시켜 심혈관 기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하체운동으로는 반듯이 서서 다리를 천천히 들어 올려 무릎을 가슴에 붙이는 운동과 반듯이 누워 다리를 쭉 펴 천천히 들어 올린 후 무릎을 배에 붙이고 다시 펴서 내려놓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같은 운동을 하루에 1시간씩 꾸준히 하면 복부비만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 수술치료 (지방흡입/위밴드수술 등)
복부비만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비만인 사람들의 경우 운동하기가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지방흡입술이나, 위밴드수술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방흡입술은 피부 절개 부위에 진공펌프를 이용해 지방을 흡입,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빠른 시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지만 5~8주간 압박복을 착용해 붓기와 멍을 관리해야 하며, 울퉁불퉁해지는 부작용이 올 수 있습니다. 위밴드수술은 위장에 실리콘 밴드를 감는 것으로, 필링이라는 진료를 통해 식사량을 조절할 수 있고, 큰 어려움 없이 장기간 저열량 식사를 가능하게 도와줍니다. 보편적인 비만치료법으로 자리 잡은 위밴드수술은 통상적으로 시술 후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정상체중으로 복귀하게 돼 비만과 관련된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 복부비만 예방법
복부비만은 운동량은 줄어들고 식사량은 많아지기 때문에 남는 에너지가 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필요 이상의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식습관 : 저탄수화물, 고단백 & 천천히 꼭꼭 씹어 먹기
식단은 단백질과 건강에 유익한 지방이 풍부하고, 탄수화물 함량이 낮은 식품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습관도 유익합니다. 식후 배부름을 느끼려면 15~20분 정도가 걸리는데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면 뇌의 포만 중추를 자극해 포만감을 더 일찍 느낄 수 있습니다. 한 입에 30번 이상 꼭꼭 씹어 먹으면 조금 먹어도 배부르고, 위염도 예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먹는 것만큼 마시는 것도 신경 써야 합니다. 체내 독소를 배출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등 원활한 혈액순환을 위해서는 물이 필수적입니다. 성인을 기준으로 통상 2리터의 물 마시기가 권장되지만 여기에는 개인차가 존재합니다. 다만, 몸이 갈증을 느낀다면 이미 탈수가 심하다는 뜻이므로 가능한 물을 가까이 두고 자주 마시는 게 좋습니다. 이밖에 카페인이 든 차와 음료는 적당량을, 설탕이나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는 피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 물 마시기
출처 : 위키피디아 ☞ 바로가기
> 운동법 : 격렬한 운동보다는 꾸준한 운동을!
복부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 일반인은 자신의 최대운동능력의 50~80% 범위 내의 강도로, 하루 30~60분을 일주일에 3~5회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은 강도가 세다고 운동효과가 커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격렬한 운동은 폭식의 위험성이 있고, 근육과 관절의 손상으로 장기적인 운동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운동은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뱃살에는 하루 1시간 정도 낮은 강도로 매일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몸 속 지방은 운동을 시작하고 30분은 지나야 비로소 대사를 통해 제거됩니다. 탄수화물, 단백질이 연료로 쓰인 다음에야 지방이 연소되기 때문에 지방까지 태울 수 있는 장시간 운동이 효과적입니다.
※ 참고사이트·문헌
네이버 건강(http://health.naver.com)
중앙일보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7913889&cloc=olink|article|default)
헬스조선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12/2012091200011.html)
『내장비만』이왕림, 중앙M&B, 2004
『복부비만 없애는 식습관의 비밀』존 브리파 지음, 최가영 옮김, 물병자리, 2010
『생로병사의 비밀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진, 홍혜걸 엮음, 가치창조, 2004
- 국가지식포털 객원기자 조은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