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일제 강점기의 대표적인 저항시인 이육사는 평생 치열한 민족정신으로 독립운동에 매진했고,
잦은 옥고로 인해 몸이 쇠약해진 뒤에는 총칼 대신 날카로운 펜을 휘둘러 일제와 싸웠던 항일투사였다.
이육사의 시 〈광야〉에는 대한독립과 민족의 자유를 염원하는 시어로 가득 차 있다.
1945년 12월 17일자 자유신문에 발표된 이 시에 대하여
평론가 김용직은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한 가운데 유례가 없을 정도로 든든한 구조를 가진 작품”이라고 찬탄하고 있다.
이외에도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청포도〉, 〈절정〉, 〈황혼〉 등에는
암울한 식민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지식인의 고통스런 현실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투철한 의지가 절절하게 그려져 있다.
청포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첫댓글 지기님은
오두막집의 청포도가 익어
감을 즐기면서
이육사의 청포도를 되내일때
저는 오두막집의 청포도를
생각하며
올 가을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