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하고 싶은 여자] 09
1. 들길 또는 시골길 / 낮
신영, 달리고 있다. 쨍한 햇빛 내리쬐는 길, 얼굴 가득 땀 맺힌채 달리는데 몰두해있다.
작은 배낭메고, 운동화 끈 쨍쨍하니 조여신고, 머리 질끈 묶고 이 악물고 달린다.
자기와의 싸움이라도 하고 있는 듯 힘들게 숨을 헉헉 내쉬면서도 쉬지 않고 계속 달리고 있다.
2. 병원 일각 / 낮
자판기 커피놓고 마주 앉아있는 순애와 준호.
순애 : 회사에서 한 며칠 세미나 간다고 했다는데요.
준호 : 했다는데요.....? 그럼 순애씨도 신영이한테 직접 들은게 아니예요?
순애 : 네, 집에 전화해서 어머니한테 들은거예요. 저희도 그동안 통화못했어요.
준호 : 휴대폰도 계속 꺼져있구. . . 세미나를 외국으로 갔나?
순애 : 아닐껄요. 외국으로 갔으면 면세점에 같이 쇼핑가자고 신나했을텐데.... 갑자기 소식이 뚝이예요.
준호 : 이신영 하여튼..... 걘 언제쯤 철이 들려나몰라. 순애씨 반만큼만 됐음 좋겠다.
순애 : (웃고)
간호사들 킥킥대고 지나가면서
간호사 : 신준호 선생님 지금 애인이랑 데이트한다고 소문 쫙 났어요.
우와... 되게 미인이시다아. . .(까르르 웃으며 도망가고)
순애 : (싫지않은) 죄송해요 준호씨....
준호 : 제가 워낙에 인기도 많고 이 병원 얼짱이다보니까 어딜가나 시선집중이예요.
아... 잘생긴 것도 무지 피곤해.
순애 : (픽 웃으며) 준호씨는 어떻게 그렇게 밝아요? 없이살면 그늘이 지게마련인데.
준호 : 잘생겼으니까요. 아, 우리공통점 또 하나 있다.
없이 사는데 인물은 좀 따라줌. 몸매와 인간성도 따라줌.
순애 : (웃는) 시간날 때 우리 놀이공원 한번 가요 준호씨.
3. 병원 일각 / 낮
걸어오는 순애와 준호. 지훈과 마주친다.
지훈 : 식사했어요?
준호 : 예, 방금 먹고 오는 길입니다.
지훈 : (순애를 보면)
준호 : 인사하세요. 여긴 진순애씨. 신영이 단짝친구예요.
지훈 : 아... 그러세요. 반갑습니다. 김지훈입니다.
준호 : 우리 병원 기획홍보실장님. 파워가 막강하신분이예요.
순애 : 아... 신영이한테 얘기들었어요.
지훈 : 신영씨가 친구들한테 제 얘기도 했습니까?
순애 : 그럼요. 그래서 우리가 막 잘해보라고 응원해줬는데요.
지훈 : 친구분들이 훌륭하시군요. 언제 제가 저녁 한번 사게 해주시겠어요?
순애 : 영광이죠.
지훈 :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가고)
순애 : 와.... 멋지네... 아니 신영인 왜 저런 사람한테 튕기는거지?
준호 : 저 사람이 멋져요?
순애 : 네. 신영이랑 엄청 잘어울릴 것 같지 않아요?
준호 : 아뇨.
4. 승리 아파트 / 낮
승리, 엄청나게 화려하고 야한 옷 입고 외출준비중. 순애 뛰어들어온다.
순애 : 승리야 승리야..... 야, 나 오늘 김지훈 봤다.
승리 : 신영이한테 필 꽂힌 병원장 아들?
순애 : 응, 준호씨 만나러 갔다가 마주쳤어. 너무 괜챦아. 젠틀하고 있어보이고 느낌이 참 좋아.
신영이랑 딱이야.
승리 : 그래?
순애 : 응, 신영이 세미나에서 오면 다 같이 만나자. 너도 한번 봐야돼.
승리 : 준호는 널 오늘 왜 부른거야? 신영이 연락안돼서 걱정된다고 불렀지?
순애 : 걱정까진 아니구 그냥.... 궁금해서....
승리 : 남자들은 참 바보야, 자기가 좋아하면서도 좋아하는걸 몰라요. 아님 인정 안할려구 하거나. . . .
신준호, 걔 신영이 바늘에 걸렸어. 내 말이 맞지 두고봐라.
순애 : . . . . . .
승리 : 나 어떠니? 죽이지? 오늘 투자자 만나쟎니.
순애 : 한국에 왔대? 니 전남편?
5. 호텔 커피숍 / 낮
한껏 화려하게 차리고 앉아있는 승리. 계속 머리 매만지고 옷매무새 살피고.... 거울보고....
초라하게 보이고 싶지않은 마음.
승리 : (시계를 본다) 하여튼 이 자식은 30분 지각이 기본이라니까....
승리, 물마시며 고개들다가 표정이 굳는다.
첫째 시누이 걸어오고 있다. 거만한 걸음걸이.
승리, 물잔 놓고 똑바로 앉아 빤히 보는데
시누이 : (와서 앉는다)
승리 : 전 댁의 남동생이랑 약속을 했는데요. 그 사람 어제 미국에서 도착하지 않았나요?
시누이 : 도착이야했지.
승리 : 그 멍청한 물건이 누나들한테 또 일러바쳤나부죠.
시누이 : 너, 어디서 감히 우리 집 돈을 탐내는 수작을 해.
승리 : 제가 아이디어를 내구요, 그 쪽한테 투자의향을 물었을뿐입니다.
그 사람 돌머리로 어디 큰 돈 만져보겠습니까.
시누이 : (물잔을 승리 얼굴에 쫙 끼얹으며) 돈이 궁하면 나가서 몸이라도 팔아.
승리 : . . . . .
시누이 : 나쁜년 같으니라구. (일어서 가는데)
승리 : (벌떡 일어나 옆 테이블의 물잔을 두 개 움켜쥐고 시누이에게 간다) 저기요!
시누이 : (돌아보면)
승리 : (날이 선 표정으로 물 두잔을 쫙쫙 끼얹고 물잔을 바닥에 내던져 박살을 내버린다)
이렇게만 알어! 나한테 되로 주면 반드시 말로 받을꺼라구.
6. 고급 부띠끄 / 낮
지훈, 놀란 표정으로 코디네이터와 마주보며 서있다.
지훈 : 이신영 기자가 회사를 그만뒀다구요?
코디 : 네. 새 디자인 한 열벌 챙겨갖구 어제 들어갔었는데요, 지난주에 퇴사하셨대요.
이기자님 휴대폰은 계속 꺼져있구요.
지훈 : . . . . .(걱정 의아). . . .
7. 고급 부띠끄 앞 / 낮
승리, 쫑알대며 걸어온다. 물에 젖은 목 부분 신경쓰여 하면서
승리 : 뭐야. . .어제 산 옷인데. . . . 아흐 이거 얼룩지면 어떡해....
지훈, 매장에서 나온다. 들어가려던 승리와 마주치는 지훈.
승리 : Oh, my god! 내 이럴줄 알았어. 반가워요 미스터 팽!
지훈 : 또 만나네요.
승리 : 물 좋다는 와인 바, 디자이너 부띠끄, 잘나가는 카페....
그럼요 동선이 비슷한데.... 우린 마주칠 수 밖에 없죠.
지훈 : 다음에 또 봅시다.
승리 : 가짜 명함 또 없으세요?
지훈 : (주머니에서 꺼내주며) 저희 미용실에 한번 오시던지요.
승리 : (명함받는 족족 찢으며) 리바이벌은 재미없쟎아요? 커피나 한잔사시죠.
지훈 : 지금 제가 그럴 기분이 아닌데.
승리 : 그럴수록 더 사야죠.
8. 야외 카페 / 낮
커피놓인 테이블에 마주앉은 승리 지훈.
지훈 : (미소지으며) 저한테 참 치근덕 거리시는군요.
승리 : (깔깔웃는) 영광으로 아세요.
지훈 : 저한테 뭐 원하는거 있으십니까?
승리 : 없었는데 하나 생겼어요.
지훈 : 뭐죠?
승리 : (바짝 다가와)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싶네요. 댁을 한번 울려놓고 싶어요.
지훈 : 진작 말씀을 하시지. (손을 이마께에 갖다대고 심각한척 감정잡는다)
승리 : . . . What're you doing?
지훈 : 눈물낼려고 감정조절하는중입니다.
승리 : (통쾌하게 웃으며) 지금까지 살면서 나보다 특이하거나 이상한 사람, 댁이 처음이예요.
지훈 : 저 하나도 안 특이한데요.
승리 : 결혼은 하셨나요?
지훈 : 할지도 모르죠.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생겼거든요.
승리 : 아까 그 샾에도 그녀를 위해 오셨나부죠?
(E) : 핸드폰벨 (태근에게 온 전화)
지훈 : (전화들고 나가며) 잠깐만요. . . .여보세요? 네, 형! 어디세요?
지훈, 전화통화하며 나가고.....
승리, 컴팩트 꺼내 거울본다.
승리 : 치근덕? 웃기고 있어! 오늘 저녁이면 나한테 넘어 올 주제에.
(퍼프로 톡톡, 립글로스도 새로 발라보는데)
웨이터 : (다가와) 방금 나간분이요, 계산하셨다고 천천히 들고 오시랍니다.
승리 : !!!!!
분이 바짝 올라 카페에서 나오는 승리.
승리 : 다음에 만나기만 해봐. 잘근잘근 밟아놔주마!
9. 시골길 / 낮
숨이 턱에 차 헐떡헐떡 달려오는 신영.
큰 바위가 있는 또는 어떤 표식이있는 지점에 멈춰서 쓰러져버린다.
앉아 거친 숨 몰아쉬며 배낭에서 물꺼내 마시고 얼굴에도 붓는다.
숨고르고 앉아있다가 신영 다시 일어선다. 운동화끈 더 땡땡히 조이고.....
땀을 쓱 닦고 왔던 길로 다시 뛰기 시작한다.... 얼굴에선 땀인지 눈물인지 번들번들.....
신영 : . . . 약한 생각하지마! . . . .이신영 너 할 수 있어!
10. 스시 바 / 밤
예쁜 스시, 나온다.
태근과 마주앉아 술마시는 지훈.
태근 : 어떻게 알았냐? 영새랑 통화했니?
지훈 : 우연히 알았어요. 왜 그만둔거예요? 신영씨는 절대로 일을 그만둘 사람이 아닌데....
태근 : 너 지난주에 뉴스 못봤구나. 방송사고 한번 났쟎아. 테잎이 바뀌어가지구.....
지훈 : 그렇다고 사람을 짤라요? 그만큼 열심히 뛰는 기자가 어디있다구.
내 보기에 형의 열배는 열심이더라.
태근 : 또 취재하면서 경찰한테 증거물을 하나 안넘긴게 있었나봐.
뭐 별건 아닌데 방송사고랑 같이 맞물려서....
지훈 : 문제가 된 증거물이란게 뭔데요?
태근 : 몰라두 돼.
지훈 : 죽을 죕니까?
태근 : 신영이가 끝까지 말안하고 있었던건데.....
사실 얼마전에 꽃뱀 사기단에 걸린 의사, 너희 병원 사람이거든. 이신영이 친구래.
지훈 : . . . . .
태근 : 그 놈 찍힌 디카를 경찰에 안넘기고 감춰줬나봐.
뭐 결정적 증거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자로서 이미지를 실추했다는 비난이 좀 있어서 . . . .
지훈 : (벌떡 일어난다)
태근 : 너 어디가냐?
11. 준호 진찰실 / 밤
준호, 인턴 두사람에게 뭔가 지시하고 있다. 일에선 빠릿빠릿하고 명석함이 보인다.
간호사는 옆에서 치료기구 정리하고.
준호 : 환자가 고령이시니까 애널 스핀터 톤(anal spincter tone : 항문괄약상태) 꼭 체크하구.
옵스트럭션(obstruction : 직장막힘) 있나도 살피고.
인턴 : 예.
준호 : 수술은 5월 30일로 잡읍시다. 이달 가기전에 하자구요.
인턴 : 예.
준호 : 수고!
인턴들 나가고 준호, 자리에 앉으며
준호 : 가만있어봐. . . .5월. . .어린이날 어버이날 말고 뭔가 더 있는데.....
간호사 : 스승의 날, 석가탄신일이요.
준호 : 5월. . . .
간호사 : 선생님 생일이 혹시 5월 아니예요?
준호 : 제 생일은 가을이예요. . . ..뭐더라.... 5월말께 뭔가 있었는데.....아 맞다! 이신영 생일이 5월이지.
지훈, 들어온다. 굳은 표정.
지훈 : 신준호 선생! 잠깐 나 좀 봅시다.
12. 병원 일각 / 밤
화난 지훈, 성큼성큼 걸어가고.
준호는 따라가며
준호 : 저 바쁩니다. 그냥 여기서 얘기하시죠.
지훈 : 잔말말고 따라와요. (가고)
준호 : ??? (어벙벙 별일일세?.....)
사람들 없는 외진 곳에서 멈춰선 지훈.
지훈 : 신선생, 진정서 하나 써야겠어요.
준호 : 네? 어떤 진정서를 제가 왜요?
지훈 : 댁 때문에 이신영기자가 회사를 관뒀으니까요.
준호 : . . . . 예?
13. 거 리 / 밤
터벅터벅 걷고 있는 준호..... 발걸음 너무 무겁다.....
지훈(E) : 신준호 선생 감춰줄려구 댁이 찍힌 디카를 안넘겼답니다.
여러 가지로 일이 꼬이던참이라 그게 괘씸죄로 가중된 것 같아요.
8부 플래쉬 백-----
신영 : 너말야, 디카에 찍힌거 원랜 그것두 경찰에 증거루 넘겼어야했는데 내가 몰래 뺀거야.
양심에 찔리면서까지 널 도왔는데 뭐가 어째.
준호, 마음이 무거운 듯 멈춰서 한숨을 내쉰다.
준호 : 집에도 안 알리고 친구들도 모르고. . . .이 바보같은게 또 어디가서 울고 있는거 아냐...
14. 콘도 / 밤
TV에 뉴스 흐르고 있다.
신영, 노트북을 켜놓고 책 사이에 앉아있다.
경제, 역사, 소설, 잡지등등 책으로 가득한 거실. 빵과 과일 족발....먹을 것도 잔뜩.
2절지 정도의 큰 종이, 벽에 붙어있고. 매직으로 쓴 글씨 보인다.
<1. 논다 2.뛴다 3.웃는다 4.날 믿는다> <뉴스전문채널 YTN, MBN, GBC, ECN>
<증명사진 새로 찍고 면접때 입을 옷도 새로 사고...> <UBN 이신영 리포트 정리편집할 것> 등등.....
낙서같은 구호같은 문구들 가득 적혀있다.
신영, 야채복음밥이 담긴 냄비를 끼고 앉아 씩씩하게 밥 퍼먹으며
신영 : 일단 일주일은 계속 쉬고 먹고 놀자! 재충전의 시간!
그 다음엔 전문뉴스 채널마다 이력서랑 자기소개서를 내는거야.
CNN서울지사도 있고 BBC, ABC도 있구....
(숟가락을 마이크 삼아) CNN 서울통신원 이신영입니다.
폼나네! 취직이 되면 집에는 그때 알려도 괜챦아. 미리 말하면 괜히 걱정이나 듣지.
신영, TV를 본다. 기자들의 리포트가 흐른다. 보고 있는데 우울해진다. . .
TV끈다.
신영 : 이신영 기운내. . . .위기는 곧 기회야.
신영, 일어서 냉장고로 와 맥주캔을 터프하게 딴다. 마시고! 크아.....
신영 : (혼자 고무줄 놀이하듯 뛰어본다) 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베란다 창문 보며) 이신영, 파이팅! 할 수 있어! 힘내!
신영의 모습, 베란다 창문을 통해 보인다. 혼자 왔다갔다 웃고 박수치고 떠드는 모습.....
거실의 끝에서 끝까지 두르르르 굴러가거나 아자 아자 다짐하는 몸짓도. . . .
15. 카 페 / 아침
케잌을 같이파는 깔끔하고 럭셔리한 카페다.
말끔한 정장을 입은 순애, 면접중이다.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 이력서를 보고 있다.
사장 : 승무원으로 계셨군요.
순애 : 예.
사장 : 왜 그만두셨어요?
순애 : . . . . .이젠 하늘말고 땅에서도 일을 좀 해보고 싶어서요.
사장 : 나이가.... 서른을 넘기셨네요.
순애 : 이 정도 수준급의 카페라면 서른을 넘긴 사람이 매니져로 있는게 좋지 않을까요?
사장 : (건성) 다른 지점 매니져들하고 상의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순애 : . . . . . (기대하긴 힘들 것 같은)......
힘없이 카페 문을 나오는 순애. 멈춰섰다가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간다.
사장에게 다가가는 순애.
순애 : 사장님, 저요 잘할 수 있습니다. 저 꼭 일하게 해주세요. 저 승무원으로 일하는동안
칭송레터두 많이 받았구요, 손님들 대하는건 정말 자신 있거든요.
매상 30퍼센트 이상 제가 올려놓을 자신 있습니다.
사장 : . . . . .
순애 : 솔직하게 말하면요, 저 당장 이번달 생활비가 없거든요.
제가 이 앞에서 노숙하는거 보고 싶지 않으시죠? 도와주세요 사장님. 네?
16. 모델하우스 / 낮
모델하우스 구경하는 사람들.
승리도 둘러보고 있다. 방문 열어보고.....
도우미에게 물어보며 혼자 떠들며 돌아다니는 승리.
승리 : 언니! 이 45평짜리는 잘 빠지긴 했는데 마감재가 좀 후진 것 같아.
분양가도 다른데 비해서 좀 쎄구.... 남향 아닌쪽은 미달되겠는데? 샀다 괜히 손해만 보는거 아냐?
17. 올림픽공원 또는 호수공원 / 낮
햇살 좋은 낮. 자전거를 탄 사람, 인라인을 탄 사람 한가로이 오가고.
승리, 벤치에 커피놓고 앉아서 모델하우스에서 챙긴 광고팜플렛을 열심히 뒤적거리고 있다.
승리 : 33평형.... 여기는 좀 될라나. . . .보자. . .실평형은 ....엥? 21평? 됐다, 관두자.
승리, 팜플렛 확 접고 커피마시는데
저만치서 샌드위치가 든 종이 팩과 테이크 아웃 커피를 양손에 들고
신나서 팔랑팔랑 뛰어오는 순애 보인다.
승리와 눈이 마주치자 순애, 펄쩍 뛰면서 빙빙돌고 춤까지 춰보인다.
승리 : 쟤 왜 저러니.
순애 : (춤추듯 뛰어오며) 승리야아아아아. . . .
승리 : 댓바람부터 나가더니 뭐 좋은 일 생겼어?
순애 : 승리야! 나 거기 취직됐어! 월요일부터 출근하래.
승리 : (벌떡 일어서며) 정말?
순애 : 응!
승리 : (두 사람 껴안고 펄쩍펄쩍 뛰며) 아으으으. . .축하해!
순애 : 보수도 생각보다 높구, 일하는 조건도 너무 좋아. 사장님도 좋구. 나 지금 막 날아갈 것 같아.
승리 : 봐라! 돈이 있음 어깨가 펴지쟎아. 머니가 곧 파워라니까.
순애 : 나 거기서 케잌만드는 거랑 매장관리 하는 법도 다 배울꺼구, 저녁엔 학원도 다닐꺼다.
돈모아서 대학원 공부도 할꺼야.
승리 : 좋았어! 그렇게 멋지게 독신귀족으로 사는거야.
순애 : 뭔 소리야. 나 결혼할꺼야.
승리 : 할 사람이나 만들고 설쳐.
순애 : . . . . . .
승리 : (앉아서 순애가 사온 샌드위치 박스 뒤지며) 남자있는 애들은 따지고 재느라구 조용하게 있는데,
꼭 남자없는 것들이 결혼한다고 설치더라. 혼자서 결혼날짜도 먼저 잡고. .....야 이거 맛있겠다.
순애 : . . . . 하나가 풀리면 다른 것도 다 풀릴꺼야. 직장이 생겼으니 이제 남자도 생기겠지.
승리 : 남자가 생긴 후엔 근심이 생기느니라.
순애 : 으이그! (승리의 입술을 꼬집어 잡아땡기고)
18. 준호 진찰실 / 낮
컴퓨터 화면에 떠있는 한글화면.
‘진정서’ 라 큰 제목 적혀있고 ‘보도국 사회부 장님께 드리는 글’
준호. . .고심하는 표정.....
준호 : 저는....하늘병원 대장항문 클리닉에 근무하는 의사 신준호입니다.
흠. . . .아.... 이 다음엔 뭐라고 써야하는거야.... 이신영을 왜 짜릅니까. 그 똘똘한 이쁜이를...
당신들 제 정신입니까. 나한테 죽고 싶습니까..... 고마 확 당가뿔라...
지훈 : 그렇게 쓸겁니까 진정서?
준호 : ..... 이러진 말아야죠. . . . 언제 오셨습니까?
지훈 : 신영씨랑 아직 연락 안돼죠?
준호 : 예.
지훈 : . . . .(얼굴 어두워져 나간다)
준호 : (기분 나쁜 듯 벌떡 일어서 째려보고)
19. 공 원 / 낮
순애, 승리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샌드위치 먹고 있다.
순애 : 아.....도시락 싸들고 이런데 남자친구랑 오면 얼마나 좋아.
승리 : 나랑 와서 불만이라 이거지. 야, 이 집 튜나샌드위치 너무 맛있다.
순애 : 우리 신영이 졸라서 빨리 김지훈씨랑 저녁 한번 먹자. 너 그 남자 한번 봐야돼. 정말 멋져, 죽여!
승리 : 이신영을 김지훈이랑 엮어주자는 분위기네.
순애 : 사람좋지 조건좋지 뭘 더 바래. 이혼 한번 한거? 그건 요즘 세상에 흠도 아니야.
승리 : 이혼남인게 문제가 아니라, 신영이가 그 사람한테 끌려하느냐가 문제지.
순애 : 자꾸 만나고 옆에서 밀어주다보면 잘되는거지.
지훈씨랑 신영이.... 올해 안에 결혼하게 됨 참 좋겠다.
승리 : 그럼 신준호 울꺼 같은데....
순애 : . . . . .
승리 : 준호가 신영이 좋아한다니까. 장승리 느낌은 정확해.
순애 : . . . . .
승리 : 안 그래? 넌 모르겠디?
순애 : 신준호. . . . 내가 갖고싶어.
승리 : !!!!! . . . . 너 마음 비웠쟎아.
순애 : 신영이랑 김지훈이랑 잘돼면 내가 마음 비워야할 이유가 없쟎아.
승리 : . . . . . . .
순애 : 신준호 내가 꼭 잡을꺼야.
승리 : (벌떡 일어나며) 나 갈래.
순애 : 어딜 가, 먹다 말구.
승리 : 친구 남자 넘보는 년이랑은, 같이 점심 안먹어. (가고)
20. 공원 일각 / 낮
햇살 쨍한 공원. 승리의 그림자, 퍽퍽 걸어가고 있다.
순애, 따라와 승리를 잡으며
순애 : 야! 내가 뭐 잘못됐어? 걔들 둘이 죽고 못사는데 내가 끼어들었음 돌을 맞아도 싸지.
근데 아니쟎아. 신영이는 김지훈이 있쟎아.
승리 : 그렇게 교통정리가 잘되면 사랑이 아니지.
순애 : 난 그럼 평생 연애 한번 못해보고 병든 아버지 부양이나 하면서 살라는거야?
승리 : 다른 남자 골라봐.
순애 : 나 준호씨가 좋아. 한달에 천만원 매상올린다는 우리동네 감자탕한테는 죽어도 가기 싫어.
승리 : 것봐! 너부터도 교통정리가 안되는데. 57분 교통정보 혼자 열심히 날리면 뭐하냐고.
니 자신부터 못하고 있는데.
순애 : 승리야, 나 좀 도와줘. 준호씨랑 잘해볼 수 있게.
승리 : (단칼) 못해!
순애 : 나두 이제 좀 남들처럼 살아보자 승리야.
승리 : . . . . (머리 아픈 듯 근처 아무 벤치로 가 털썩). . . .
순애 : (눈물 글썽) 내 사정 다 아는 남자친구가 나도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왜 자주 주눅들어 하는지, 직장생활 8년에 모아놓은 돈 한푼 없는지
준호씨는 이해한단말이야.
승리 : 남자한테 기대하지마라.... 다친다.
순애 : 준호씨는 나한테 희망이야.... 나도 남들처럼 살 수 있을 것 같은 희망...
승리야, 나 그래서 마흔살에는 지금보단 덜 쓸쓸하고 싶어.
승리 : 저 미친 것이 기어이 일을 치는구나.
순애 : 김지훈이 신영이 엄청 좋아하는거 알쟎아. 그 사람 정말 괜챦단 말야. 승리야 나 좀 도와줘. 응?
승리 : . . . . .일단 한번 김지훈이를 보고.
순애 : (눈물 닦고). . . .
21. 보도국 또는 회사일각 / 낮
준호, 앉아있고 종규 달려온다.
종규 : 저희 부장님 찾아오셨다면서요?
준호 : 예. 저는 이신영 기자 친구 신준호라고 합니다.
종규 : 지금 언론사 간부회의 가셨는데요. 저녁때 오실 것 같아요.
준호 : 기다리겠습니다.
종규 : 그땐 뉴스준비땜에 바빠서 아무도 못만나십니다. 왜 그러시는데요?
명석, 지나가다 뭔가하고 보는
준호 : 그럼 이 진정서 좀 부장님께 전해 드려주실래요? 저 때문에 신영이가 짤렸습니다.
어떻게 선처 좀 해주십시오, 신영이만큼 열심히 뛰는 기자가 어딨습니까.
아니 UBN이 미치지않고서야 어떻게 이신영같이 훌륭한 기자를 짜릅니까.
명석 : 하! 나 또 영새가 흘륭한 기자라는 소린 첨 들어보네....
신영이는 그거 아니래도 짤릴일 많았습니다... 너무 안타까워하지마세요. (가는데)
준호 : 저 자식이. . . . (벌떡 일어나 명석에게 가 멱살을 잡고 한 대 쳐 넘어뜨린다)
종규 : (깜짝놀라) 왜 그러셨어요. 저 선배 유도 합기도 합쳐서 7단인데.
준호 : !!!???
명석 : (화난 듯 벌떡 일어서 다가오고)
22. 회사 일각 / 낮
코에 솜막고 입술 터진채 걸어나오는 준호. 힘없이 걷다가 나무하나를 잡고 선다.
준호 : ......이신영. . ..너 어디가서 울고 있냐 이 바보야.......
23. 도로 / 낮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 틀어놓고 큰소리로 따라부르며 운전하는 신영.
신영 : 너무 힘들고 외로웠지 그건 연습일 뿐야아아. ..쓰러지지 않을꺼야 나는 문제없어... . .
아싸아싸! 살리고, 살리고! 이신영 파이팅!
오다보면 상가앞에 사람들 잔뜩 모여있는게 보인다. 신영, 차를 세우고 내린다.
다가가면 허름한 상가안에서 유리창 깨고 '죽여버릴꺼야‘ 오지마.... 소리치고....
밖의 사람들 웅성거린다.
신영 : 뭡니까? 저 안에서 왜 저러는거예요?
남자1 : 사장이 월급 다 떼먹고 도망갔대요. 그래서 직원들이 사장 마누라를 끌어다놨어요.
안에서 소리들린다. ‘당신 남편 어딨어! 당장 안불면 여기 불질러 버린다’
창밖으로 석유로 보이는 액체 흩뿌려지고 흘러나온다.
사람들 ‘으악...’ 하며 물러서고.
신영 : 이러심 안됩니다. (핸드폰에) 종규야, 카메라 챙겨서 빨리 따라와.
잠실 맨드라미 상가앞이야. (전화끓고)
24. 편집실 / 낮
종규, 끓겨진 핸드폰 들고 갸우뚱......
25. 도로 / 낮
사람들 우왕좌왕 하고 신영은 건물안으로 들어가려다 사람들에게 밀쳐진다.
경찰 차 달려오고. 보도차량도 와서 선다.
신영, 경찰에 달려가
신영 : 월급을 못받은데 불만을 품은 사원들이 사장가족을 데려다놓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습니다.
현재 저 안의 인원은 사오명으로 추정되구요.....
혹시 어느 업장의 고용주인지 말씀해주실수 있습니까?
경찰 : 당신 뭐요?
신영 : . . . . . .(할말없고)
경찰, 신영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기자들 우르르 들어가며 신영을 밀치고.
신영, 밀쳐져 떨려난다. 신영.... 초라하고. . . .
26. 회사 일각 / 낮
입 터진 준호, 앉아있다.
책과 DVD를 든 신영, 걸어오는데
준호 : (반가움에) 신영아!
신영 : . . . .(의아) 니가 여기 웬일이야?
준호 : 넌 여기 웬일이야? 다시 회사 다니는거야? 너 짤렸다며.
신영 : . . . . .어떻게 알았어?
준호 : 왜 진작 얘기안했어. 나 지금 진정서 써왔어.
부장님이 지금 회의가셨대서 책상위에 놓고 왔는데 그래도 얼굴뵙고 갈려구 기다리는중이야.
신영 : 됐다, 가라.
준호 : 너 회사 다시 다니는거야?
신영 : 회사자료실에 반납할 게 있어서 온거야.
준호 : 너 그럼 완전히 짤린거야? 나 때문에?
신영 : ...... 더 좋은 직장 잡으면 돼. 상관마.
준호 : 내가 부장님 만나서 싹싹빌게. 너 걱정말구 있어.
신영 : 얼굴은 왜 그 꼴이냐.
준호 : 하명석인가 뭔가 그 놈 주먹진짜 세더라. 미리 좀 얘기 좀 해주지....
신영 : . . . . . 가라 신준호. (가고)
준호 : 어딜 가? 니네 집에 가 있을까?
신영 : (대꾸없이 가고)
27. 신영네 거실 / 밤
케잌과 과자안고 들어오는 준호.
원영 찬영 맞아주고....
원영 : 너 요즘 자주온다?
준호 : 하하하. . . 뭐 지나는 길에요....
찬영 : 형네 병원 여기서 멀쟎아. 뭐가 지나는 길이야.
준호 : (헤드락) 넌 사소한데 집착하는 버릇 여전하구나...
옛날에두 홀짝에 미쳐서 저금통 다 털어먹더니....
금순 : (희숙과 함께 과일내오며) 신영이랑 통화하고 온거야?
준호 : 아뇨.
금순 : 신영이, 회사에서 세미나갔는데 아직 안왔어.
준호 : . . . .(맘 아픈) 네에. . . .
원영 : 얼굴은 왜 그런거야?
준호 : 등산갔다가 나무에 부딪혔어요.
희숙 : 같이 저녁 드시고 가세요. 아우 맨날 이렇게 같이 저녁먹는 사이가 되면 얼마나 좋아.
커다란 배낭과 책 한아름 든 신영, 들어서며
신영 : 다녀왔습니. . . .(하다가 준호를 본다)
준호 : (달려가서 책을 받으며) 잘 다녀왔어? 야... 세미나를 뭐 그렇게 열심히 하냐....
신영 : . . . (표정 싸늘)
28. 맥주 집 / 밤
맥주 벌컥벌컥 마시는 신영.
준호 : 신영아.... 내가 어떡하면 될까? 말해 봐. 할 수 있는데까지 다 해볼게.
진정서는 지금 쓰고 있거든. 내일 당장 사회부 부장님한테 갖다 드릴게.
신영 : 끝났어. 필요없어.
준호 : 내가 정말 미안해. 잘못했어 신영아.
신영 : 나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니까 짜증나게 굴지 좀 마.
준호 : ...............
신영 : 새 직장 금방 잡힐꺼구 거기선 물먹는 영새란 별명도 없이 새로 멋지게 시작할꺼야.
더 잘됐지 뭐. 고마워. 니 덕분이야.
준호 : 지금 내가 너보다 더 괴로운 사람이야. 너 그런 소리하지마.
신영 : 나 말짱하니까 다신 우리집에 불쑥 찾아오고 그러지 마. (나간다)
준호 : . . . . .
29. 거 리 / 밤
걸어가는 신영. 준호 따라가며 부른다.
준호 : 신영아. . . . 이신영. . . .
신영 : . . . .(돌아보지않고 성큼성큼 걸어간다)
준호 : 야 나 요즘 속상해서 밥도 안넘어가고 쉬도 안나와. 나 어떡해. 니가 책임져.
신영 : (돌아보지 않고 가는데.... 얼핏 미소스친다.... 계속 가고). .. .
준호 : . . .너무한다 이신영. . .여자들은 왜 저렇게 독할까.....
30. 사진 스튜디오 / 낮
말쑥한 정장입고 증명사진 찍는 신영. 밝게 웃는 모습.
사진사의 주문에 따라 손을 모으고 앉고 약간 옆으로 앉고. . . 이런저런 포즈로 사진찍고 있다.
신영 : 중요한 사진이거든요. 잘 찍어주세요.
31. 거리 / 낮
종규, 취재나가다 잠깐 만난 듯 바쁜 분위기.
종규, CD롬 여러장 건네주며
종규 : 자! 선배가 했던 리포트중에 좋았던 걸루만 뽑아서 구웠어.
신영 : 좋았어! 이신영의 저력을 보여주마.
종규 : 그런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는거야? 선배 전생에 마당쇠였지?
신영 : 아니 (예쁜척) 춘향이.
종규 : 선배 친구는 얼굴 터진거 다 나았나? 그 의사 선생말예요.
신영 : 참, 그날 하선배한테 맞았다며. 왜 그런거니.
종규 : 하선배가 지나가면서 영새 어쩌구 쫑알거리니까 아 냅다 일어나서 주먹을 날리대.
한 대 때리고 한 스물 다섯 대 맞았나? 그래두 또 덤비길래 시체치우겠다 싶어서
우리가 밖으로 끌어냈지.... 대단하더라, 그 사람두.
신영 : . . . . .
종규 : 선배, 빨리 딴데서 경력쌓구 UBN에 전문기자로 복귀해요. 연봉두 쎄게 계약하구.
신영 : 걱정마. (주먹불끈) 내가 간다!
32. 몽타지
신영, 밝게 웃으며 서류봉투를 내민다.
외신채널 한국지사, 외국인과도 악수하며 서류봉투를 내미는 신영.
영문으로 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밝게 웃는 신영의 사진.
33. 타 회사 보도국 / 낮
간부로 보이는 사람 앞에 앉아있는 신영.
신영 : 제가 했던 리포트들, 그 씨디롬에 있습니다. 봐주세요.
국장 : 예, 연락 드리겠습니다.
신영, 공손히 인사하고 나간다.
신영을 유심히 보던 한 남기자 국장에게 와
기자 : 쟤 UBN에 있던 이신영이 아녜요? 사고쳐서 회사 짤리더니 이젠 여기와서 비빌려고 하네....
국장님 쟤 받지마세요.
34. 샌드위치 카페 / 낮
오픈 샌드위치 바.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함께 파는 카페.
신영, 열심히 샌드위치를 먹고 있고 승리와 순애는 놀란 얼굴로 신영을 보고 있다.
신영은 밝고 씩씩하다.
신영 : 쉿! 집에선 아직 나 짤린거 몰라.
순애 : 어쩜 내가 취직하니까 니가 짤리냐. 너 이제 어떡할꺼야?
신영 : 전화위복이 뭔지 내가 보여줄꺼야. 어떤 게임이건 말야. 처음부터 계속 이기는건 재미없어.
역전승! 그게 진짜지.
승리 : (박수치며) 이신영, 짱! (신영과 하이파이브)
신영 :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아! 니들 두고봐라. 나 멋지게 일어설꺼야.
3년내로 나, 9시 뉴스 앵커 꼭 맡을테니 두고봐!
순애 : 결혼은 그럼?
신영 : 이번에 깨달았어. 난 내 인생의 비중을 일 51퍼센트, 결혼 49퍼센트에 두고 있었다는걸.
일이 투퍼센트(two percents)먼저야!
승리 : 봐라! 우리나라 노처녀들 절대 불쌍한 인종들이 아니야.
자기 일에 욕심많고 자신감있고 똑똑한 여자들이 노처녀가 되는거야.
순애 : 야, 그래두 우리 김지훈이랑 저녁 한번 먹자. 그 사람 너무 멋지더라.
신영 : 언제봤어?
순애 : 준호씨 만나러 병원에 갔다가.
신영 : . . . .준호는 왜 만나러 갔는데?
승리 : 신준호가 너 걱정돼서 순애한테 전화했었거든. 야, 김지훈 나도 진짜 궁금해 빨랑 한번 보여줘.
신영 : 전에 제보도 하나 해준게 있고.... 밥을 한번 사긴해야하는데....
순애 : (신나서) 오늘 어때? 오늘루 하자.
신영 : 오늘은 내가 어디 들러서 인사를 해야 할 곳이 하나 있어.
(계산서보고 지갑에서 만원꺼내 테이블에 놓으며) 나 먼저 일어설게.
승리 : (돈치우며) 됐어. 회사도 짤린게 무슨 ....
신영 : 야, 야. (5천원 한 장 더 꺼내주고 일어서며) 만오천원도 낼 수 있어.
순애 : 그럼 이번주내로 김지훈씨랑 저녁먹기다!
신영 : 알았어. 연락할께. (나가고)
승리 : 완전히 싫진 않은가보네?
순애 : 것봐! 밀어주면 되게 돼있다니까.
(E) : 핸드폰벨
순애 : (밝아져) 준호씨다!
35. 고급 부띠끄 / 낮
꽃을 들고 들어서는 신영.
찰랑거리는 단발머리의 남자 디자이너, 차마시며 앉아있다가 신영을 본다.
신영 :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UBN이신영입니다.
디자이너 : 네에. . .그런데요?
신영 : 보내주신 옷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주 잘입었어요. TV에 나온거 보셨죠?
디자이너 : 제 작품들이야 뭐 다 엘레강트하고 판타스틱하지요.... 그런데 무슨 옷을 보냈다는거지요?
신영 : 선생님이 저한테 옷 보내주셨쟎아요.
디자이너 : 통 무슨 소린지..... (안에다 소리치는) 박실장.... 잠깐 나와볼래요?
코디네이터, 나오다 신영을 보고 깜짝 놀란다.
신영, 의아하고.
36. 병원 / 낮
신영, 걸어들어온다.
신영 지나가고 잠시후 샌드위치 박스를 든 순애가 들어온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가는 신영과 순애.
37. 지훈 사무실 / 낮
신영, 들어온다. 지훈, 반갑게 맞으며
지훈 : 어디 갔다왔어요? 난 신영씨가 없으면 우주가 텅빈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인데....
너무 가혹하지 않아요? 그렇게 갑자기 잠수타버리면?
신영 : 옷을 보낸게 그 디자이너가 아니고 김지훈씨라면서요.
지훈 : 옷을 보낸게 맘에 안들어요? 떡을 보낼걸 그랬나?
신영 : 차나 아파트, 별장열쇠는 안 보냅니까? 난 단위가 좀 큰데.
지훈 : 진작 말씀을 해주시지.
신영 : 저 회사 짤렸어요. 옷 보내실 필요없어요.
지훈 : 압니다. 내가 먹여살릴까요?
신영 : 잘난척 좀 그만하시지요.
지훈 : 신영씨 너무 촌스럽다. 팬레터에 맞춤법 틀렸다고 팬한테 다그치는 스타 본적 있어요?
팬이 보낸 선물 왜 보냈냐고 다그치는거. . . 이거 아닙니다.
신영 : 부담스럽다고 말씀드렸을텐데.
지훈 : 사람의 성의를 받지 못하는 것도 병이예요.
신영 : . . .어쨌거나 제가 밥 한번 사겠습니다. 지난번에 제보해주신 것도 있구 . . . .
지훈 : 내가 신영씨 친구들한테도 저녁한번 사기로 했는데...
그럼 오늘은 신영씨가 사고 내일은 내가 사고.... 그럼 되겠네요.
38. 준호 진찰실 / 낮
순애, 준호에게 샌드위치 박스를 내민다.
순애 : 맛있는 집이라서요, 먹다가 하나 싸왔어요. 당직할 때 드세요.
준호 : 나 오늘 당직 아닌데....
순애 : 내일 드세요 그럼.
준호 : 신영이는 어때요?
순애 : 쌩쌩해요. 뭐 여기저기 자기소개서 넣구요... 금방 새 직장 구할 것 같던데요.
준호 : (안도의, 밝아지는) 아우.... 다행이다. 아하하....
순애 : 걱정 전혀 안하셔두 돼요. 오히려 예전보다 더 팔팔해요.
준호 : 하하하... 아 기분이 갑자기 밝아지네.
순애 : 기분도 좋아졌는데 저녁 한번 쏘세요 그럼.
39. 병원 일각 / 낮
준호, 순애 걸어나오며
준호 : 사다주신건 잘먹을께요. 그런데 다음부턴 그런거 사오지말구 한푼이라도 모아요.
순애씨 처지 내 모르는 것도 아닌데. . .
순애 : . . . 역시 준호씨는 이해심도 깊구나.
준호 : 그런데 이신영인 날 그냥 속물취급만 하더라.
순애 : 참, 신영이가 김지훈씨 저희한테 소개해 준대요. 조만간 같이 밥먹기로 했어요.
준호 : . . . . .(질투 갑자기 기분 상하는데)......
신영 : 어머! 순애야!
지훈과 걸어오던 신영. 네 사람, 딱 마주친다.
준호, 신영과 지훈보며 인상굳고.
신영 : . . . .여기 웬일이야?
순애 : 응... 준호씨가 전화를 했길래.
준호 : 너 어떻게 지내나 니 정보 좀 캐낼려구 순애씨한테 전화했다. 근데 넌 여기 웬일이냐?
지훈 : 두 분 데이트 가시나보죠? 저희도 지금 저녁먹으러 가는 길입니다.
준호 : 그래요? 잘됐네요! 이렇게 모이기도 힘든데 오늘 저녁 같이하시죠 뭐.
지훈 : 신영씨랑 오붓하게 저녁먹을려구 했는데....
준호 : 넷이 더 좋죠. 가시죠. (지훈과 신영의 어깨에 손 얹고 미는)
신영 : . . . . .
준호 : . . . . .
40. 타이 레스토랑 / 밤
이국적인 분위기. 이색적인 태국음식이 놓여있는 테이블.
신영 순애 준호 지훈 식사중.
준호, 스프를 떠먹고는 매워서 부채질하며
준호 : 아흐... 이건 뭐 이렇게 매워.
지훈 : 똠얌꿍이라고 해물스프예요.
준호 : 똥양꿍이요? 이름 한번 해괴하네.
지훈 : 똥이 아니고 똠이요.
준호 : 난 그냥 스파게티가 좋은데....
순애 : 이 야채요리는 맛있어요. 이걸루 드세요 준호씨.
지훈 : 이제보니 순애씨도 상당히 미인이시군요.
순애 : . . . . 감사합니다.
지훈 : 신영씨, 친구분들이 나랑 잘해보라고 응원해 줬다면서요.
신영 : (순애를 째려보고) !
순애 : (시선 돌리고) ......
신영 : 제 친구들은 아무보고나 그러니까 신경쓰지마세요.
지훈 : 신준호 선생이랑 잘해보란 말도 했습니까 그럼?
신영 : 당연하죠.
지훈 : 아... 그럼 문제가 있네.....
준호 : . . . . (코 평수 넓어지고)
지훈 : 신준호 선생이랑은 왜 잘 안해봤습니까?
신영 : 제가 차였어요.
준호 : (펄쩍) 내가 언제. 니가 날 찼지. 내가 울고불고 매달려도 차버리고.
너 때문에 나 속상해서 마른 것 좀 봐. 인물이 확 죽었어 내가.
지훈 : 순애씨, 신영씨한테 제 얘기 좀 잘해줘요. 나 신영씨 좋아하거든요.
준호 : (분위기깨려 큰소리로) 아... 이 똥양꿍인지 설사꿍인지 진짜 맵네.
지훈 : 준호씨랑 순애씨도 참 잘 어울려보여요. 벌써 병원엔 애인이라고 소문나 있는데....
순애 : (불편).....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께요.
신영 : . . .저두요. (따라 일어서고)
41. 화장실 / 밤
순애와 신영, 들어온다.
신영들어오며 짜증내는
신영 : 넌 왜 김지훈한테 쓸데없는 얘기는 하고 그래.
순애 : 넌 왜 저런 킹카한테 튕기고 그래? 너 저 사람 잡아. 저 남자야, 저남자!
신영 : 이혼남 싫다니까.
순애 : 다른 장점들이 그 결점을 가리쟎아. 잰틀하고 자상하고 매너좋고.또 돈이 많아도 보통 많니.
그 병원장 아들이라며.
신영 : 니가 가질래 그럼?
순애 :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쟎아.
신영 : 참 아까 준호가 나에 대해서 뭐라고 물어봐?
순애 : 그냥 너 잘지내냐.
신영 : 그게 다야?
순애 : 응. 그것말곤 뭐 아무런 얘기 없던데.
신영 : . . . .(실망) 그래...?
42. 타이 레스토랑 / 밤
단 둘이 앉아있는 준호와 지훈.
준호 : 여자들은 화장실을 왜 같이 갈까요.
지훈 : 지금같은 경우는 같이 있는 남자들 얘기를 하느라고 그럴테구요.
준호 : 우리 얘기를요?
지훈 : 예.
준호 : 우리 얘기를 할게 뭐있지?
지훈 : 순애씨가 준호씨 좋아하는 것 같아요.
준호 : 예?
지훈 : 순애씨 눈빛이 그런데요.
준호 : 에이.... 아니예요. 그냥 다 같은 초등학교 동창이구 신영이 친구니까 편해서.... (그런거죠)...
지훈 : 준호씨는 싫은가요?
준호 : 친구로선 좋죠.
지훈 : 연인으로선 싫구요?
준호 : . . .한번두 생각 안해봤는데요.
43. 타이 레스토랑 앞 / 밤
걸어나오는 네 사람.
준호 : 신영이 너도 집으로 갈꺼지? 내가 순애씨랑 같이 데려다줄게.
지훈 : 신영씬 오늘 제 파트넌데 왜 준호씨가 데려다줍니까.
준호 : . . .아니 가는 방향이 같으니까....
지훈 : 신영씬 제가 모셔다드릴께요.
순애 : 그래요 준호씨, 신영인 지훈씨가 데려다주게 하세요.
지훈 : 신영씨, 가죠!
지훈, 신영의 팔을 끌고 간다.
신영, 당황...그러나 지훈과 가면서
신영 : 자.. 잘가 순애야. . . 전화할게....
순애 : 그래 잘가! (준호 팔 끌며) 준호씨, 우리두 가요.
준호 : (순애와 가면서 돌아보고). . . . .
신영 : (지훈과 가면서 돌아보고). . . .
44. 도로 / 밤
지훈이 운전하는 차. 조수석엔 신영.
신영 : .. . ..저기요..... 순애....어떠세요? 얼굴도 이쁘지만 성격이나 이해심도 훌륭한 친구거든요.
지훈 : 그래서요?
신영 : 순애를 정식으로 소개시켜 드릴까하구요.
지훈 : 신준호씨 좋아하는 사람을 왜 나한테 소개시켜줘요?
신영 : 네?
지훈 : 순애씨가 준호씨 좋아하고 있어요.
신영 : ...... 아닐껄요.
지훈 : 순애씨한테 한번 물어보세요. 내 말이 맞나 틀리나.
신영 : . . . . .
45. 도 로 / 밤
준호가 운전하는 차. 조수석엔 순애.
준호 : 저기.... 신영이가 별 얘기 없던가요?
순애 : 무슨 얘기요?
준호 : 저에 대한 어떤.....
순애 : 아뇨. 없었는데요.
준호 : . . . 네에. . . .
순애의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보고 전화받는 순애.
순애 : 응, 왜? . . . 아, 그래? 오늘 꼭 필요한거야? 어떡하지 나 지금 밖에 있는데....
내가 이따 다시 전화할게. (끓고)
준호 : 승리씬가?
순애 : 아뇨... 사촌동생이요.
준호 : 뭐 급한 일 같은데?
순애 : 제 신분증 사본이 필요하다네요.
준호 : 그럼 아버지 계신 집으로 가요. 데려다줄께요.
순애 : . . . .(잠시 갈등) . . . . .
순애(E) : 우리집을 보면 남자들 다 도망갔는데.... 준호씨도 그럼 어떡하지....
아냐 준호씨는 없는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 날 더 이해하고 가깝게 느낄지도 몰라.
오히려 더 친해질 수 있을꺼야.
순애 : 그래요 준호씨. 데려다주세요.
46. 순애네 연립 앞 / 밤
허름한 연립앞에 와서 서는 준호의 차.
순애 내린다. 준호도 따라내리고.
같은 연립 어느 집에선가 아이 바락바락 우는소리,
와장창창 깨부수고 ‘ 이 웬수야 나가죽어’ ‘오늘 너죽고 나죽자’ ....부부싸움하는 소리 들려온다.
술취한 남자 비틀거리며 걸어오다 준호에게 팍 부딪히고 계단으로 가다가 엎어진다.
순애 : 여기예요 원래 우리집.
준호 : (표정관리하는) 아, 예에..... 신영이네 동네랑 별로 안머네요.
순애 : 오늘 즐거웠어요 준호씨. 다음에 또 뵈요!
준호 : 그래요. 들어가요 순애씨.
순애 내리고 연립으로 들어간다.
준호, 연립을 쳐다보며 쯔쯔쯔.....
준호 : 야...귀신나오겠다.... 이건 뭐 연립이라 재건축이고 뭐고 없을꺼구.... 쯔쯔....불쌍한 순애씨....
(차에 타며) 누가 이런 집에 사위가 되고 싶겠어.....(진저리 부르르)....
준호, 차 움직여 가고.
순애는 복도 창문에서 내다보며 미소짓고.
47. 신영 방 / 밤
옷 갈아입는 신영. 멈추고 잠깐 생각하는.....
지훈(E) : 신준호씨 좋아하는 사람을 왜 나한테 소개시켜줘요? 순애씨가 준호씨 좋아하고 있어요.
신영 : .....설마. . .
신영, 신경 안쓰는 표정으로 옷 갈아입으면서.....
48. 카 페 / 아침
문밖엔 closed 팻말이 내걸린 개점준비중인 카페. 창가로 비춰드는 햇살.
말끔한 정장유니폼을 입은 순애, 매니져 진순애 명찰을 달았다.
테이블마다 설탕그릇과 생화 한송이씩이 꽂힌 작은 화병을 놓고 있다.
방금 구워진 맛있는 케잌들 진열장에 넣는 순애와 흰 모자를 쓴 수석제빵사.
순애 : 우와. . .너무 맛있겠다. . .선생님, 저 오늘부터 케잌만드는거 가르쳐주심 안돼요?
49. 신영 방 / 아침
창문으로 햇살 들어온다. 신영,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신영(E) : 이신영이라구 지원서 낸 사람인데요.... 아직까지 연락이 없으셔 갖구요....
남자(F) : 죄송합니다. 하반기 신입기자 공채말곤 채용계획이 없다고하네요....
신영 : (배를 안으며) 아으 배야. . . .걱정마. 아직 다섯군데 남아있어.
금순 : (들어온다) 아직도 침대에 있어? 너 요새 출근이 늦다....
신영 : 응? 응.... 우리팀으로 후배가 몇 명 와서 내가 좀 편해졌어.
금순 : 나와서 밥먹어.
신영 : 별로 생각이 없네. . . . (배 안으며) 아으. . .
금순 : 어디 아프냐? 눈밑도 꺼멓구..... 그 날이야?
신영 : 응. . . 옛날엔 안그랬는데 배도 좀 아프네....
금순 : 그게 다 제때 할걸 안해서 그런거야. 서른 넘었으면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해야지....
신영 : 그만 좀 해. 아침부터.....
(E) 핸드폰벨
신영 : 여보세요? 네. . .네. . .제가 이신영맞습니다. 네. . . (점점 실망) 그래요? 아니 왜 . . .
(한숨) 네... 알겠습니다.
금순 : 무슨 전환데 받자마자 풀이 팍 죽어?
신영 : . . . . . .아니야. . . .
50. 신영네 집 앞 / 낮
신영, 커다란 가방매고 스커트입고 집에서 나와 걸어간다. 힘없다... 울적....
이때 소독차가 부왕 지나가며 연기로 가득해진다. 연기속에서 멍하니 발걸음 옮기고.
신영(E) : 내 인생이 짙은 안개에 휩싸였습니다.
앞이 내다보이질 않고, 가다가 낭떠러지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눈물납니다.
하지만 저 멀리 보이는 불빛하나!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오기와, 나는 해낼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저만치서 반짝이는 지금 내 인생의 등대입니다.
멈춰서 주먹을 쥐어보는
신영(E) : 돌부리에 채여넘어지고 불빛이 멀어보여도
난 뛰고 또 뛰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는 이신영입니다.
신영 : .............(숨을 한번 크게 쉬고 주먹쥐며 큰소리로) 아자!
51. 승리 아파트 / 낮
트라이포드에 세워놓은 디지털 카메라. 화려한 옷 입고 셀프타이머로 갖가지 포즈취하며 촬영중인 승리.
이 옷 저옷 튀는 의상들로 갈아입으며 신나게....
모자 구두와 가방.... 희안한 악세사리들 예쁘게 코디네이션해서 사진찍는다.
승리(E) : 뉴욕 맨하탄 첼시 스트릿에서 구입한 옷. 쥴리아 로버츠도 내가 사는걸 보고 똑같은걸 샀음. . .
뉴욕대학 근처에서 미녀삼총사에 나왔던 루시 루를 봄. 그때 루시가 입었던 거랑 똑같은 옷,
메이시 백화점에서 구입. . . 맨하탄 소호에서 카메론 디아즈 마주침,
내가 쓴 모자를 관심있게 보더니 어느날 토크쇼에 똑같은걸 쓰고 나왔음. . . .
카메론 디아즈얘긴...믿거나말거나...
싸이월드 개인홈피에 사진을 올리고 설명을 써넣는 승리.
승리 : (자판치며) 다음엔 우마서먼과 마주친 카페사진을 올릴테니 기대하시라. . . 짠짠짠. . .
초인종 소리.
승리, 뛰어나가 문 열면 스커트입고 커다란 가방 든 신영 들어온다.
승리 : 하이 신영, 아침부터 웬일?
신영 : 도서관 가는 길에 잠깐 들렀어.
승리 : 야, 너 내 홈피 볼래? 조회수 장난 아냐. 너두 빨리 가입해. 내가 1촌 설정해 줄게.
신영 : 나 지금 두가지 땜에 괴로워. 하나는 직장이 안잡히고 있다는거구 또 하나는. . . .
찻잔놓고 마주앉은 신영 승리.
신영 : 식은땀도 나고. 배랑 허리도 끓어질 것 같구... 헛구역질도 나와.
승리 : 생리통 심하면 가끔 그래.
신영 : 예전엔 안 이랬어.
승리 : 너 혹시 자궁근종 아냐? 자궁안에 혹 생긴거 아닐까?
신영 : 결혼도 안했는데 그런게 나한테 왜 생겨. 그리구 난 사생활도 깨끗해.
승리 : 야, 이 무식한 것아. 결혼안한 사람도 자궁근종 많이 생겨.
그게 그쪽 생활과는 상관없이 스트레스, 다이어트... 다른 원인으로 더 많이 생기는거야.
너 암검사 같은 것도 한번 안해봤지?
신영 : 너 왜 그래 무섭게....
52. 대학 도서관 / 낮
일반열람실로 들어가는 신영. 들어와 서고사이로 지나가는 신영. 표정 심각하다.
승리(E) : 우리나라는 어떻게 된게 임산부 아니면 사생활 문란한 여자들만 산부인과엘 가는걸로
알고 있는데 정말 후진국형 사고방식이야. 서른 넘었으면 암검사도 일년에 한번씩은 해줘야돼.
설마 암은 아니겠지만서두. . .
신영 : 설마. . .. 스트레스땜에 이럴꺼야.
구석자리에 시사주간지와 책들 펼쳐놓고 앉아있는 신영, 전화기 쳐다보며
신영 : 연락이 올때도 됐는데. . . . 설마 나머지 네군데도 다 안되는건아니겠지. . . .
이번주내로 올꺼야! 올꺼야. . 아흐.... 배야. . .
(엎드리다가 다시 일어나) 시간 있을 때 병원에나 가볼까.....
53. 산부인과
진찰실. 의사앞에 일그러진 얼굴로 앉아있는 신영.
의사 : 자궁안에 혹이 꽤 커져있어요. 수술이 불가피 합니다.
신영 : 네?
의사 : 왜 이렇게 돼도록 놔두셨어요?
신영 : 수술해야 돼요? 저 결혼도 안했는데요...
54. 수술실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신영. 의사들의 말 웅얼웅얼 꿈속처럼 들린다.
의사 : 근종이 아니라 암이네. . . .세상에. . . .
신영 : (감고있던 두 눈을 눈을 반짝 뜬다. 놀란!)
의사 : 가망없어. 덮읍시다!
신영, 옆을 보면 심장박동을 나타나며 삑삑 뛰던 기계 평행선으로 쭉 나온다.
신영 : 헉! 나 죽는거예요?
의사, 안됐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시트를 신영 얼굴에 씌우는데
신영 : (시트 걷어내며) 잠깐만요...잠깐만요....
저 앵커오디션도 다시 봐야하구요 . . .특종상도 더 타야돼요... 죽을 수 없어요.
의사, 신영의 이마를 찰싹 갈기고 시트를 얼굴 끝까지 씌워버린다.
55. 도서관 / 낮
겉옷을 덮어쓴 채 엎드려 자며 허부적거리는 신영. 잠꼬대하고 있다.
신영 : 잠깐만요 잠깐만요. . . .
지나가던 학생, 신영을 툭툭쳐 깨운다.
신영, 일어난다. 이마가득 식은땀.
신영 땀닦으며 멍하니 있는데 책상에 둔 핸드폰 진동으로 드르륵!
신영 : 흣! 깜짝이야!
56. 공 원 / 낮
김밥도시락을 여는 준호.
옆엔 음료수와 도너츠도. 나무젓가락 뜯어서 잘 부비고 신영에게 준다.
준호 : 아침에 일어나는데 니 생각이 팍 나는거야. 그래서 이 오빠가 손수 김밥을 이렇게 말아가지고. . .
신영 : (옆에서 ‘대발이네 김밥집’ 찍힌 나무젓가락 포장을 들어보인다)
준호 : 얘길 끝까지 들어야지. 말아가지고 오고싶었지만
집에 재료가 없어서 병원앞에 제일 잘하는 집에서 사왔지. 먹자꾸나!
신영 : 너 시간많다? 너 찾는 환자 별로 없나봐?
준호 : 응, 이신영같은 환자말곤 안찾아준다야.
신영 : (째려보면)
준호 : 지원서 낸데선 연락없어?
신영 : 여섯개중에 두 개는 이미 안됐구.... 뭐 넷중엔 되겠지.
준호 : 당연하지, 우리 이신영인데.
신영 : . . . . . .
준호 : (음료수 따주며) 기운내! 이 오빠가 이렇게 소풍기분도 내주고 힘을주쟎냐.
너 5학년때 봄소풍 어디로 갔었나 기억나?
신영 : 어린이 대공원.
준호 : 딩동댕! 너 그때 청바지에 노란티셔츠 입고 왔쟎아.
촌스러운 분홍색 모자쓰고, 기차표 운동화 신고.
신영 : 별걸 다 기억해.
준호 : 난 그때 너밖엔 안보였으니까.
신영 : 어릴때부터 보는 눈은 있어가지구...
준호 : 신영아, 아직도 나 잡고 싶니?
신영 : (먹다가 헛구역질) 우웩!
준호 : !!!
신영 : 아후. . . .나 좀 천천히 먹을게.
준호 : (주먹불끈) 어떤 놈이야.
신영 : 웃기고 있어.
준호 : 너 속 안좋아? (손 가져오며) 체했음 손 이리내봐.
신영 : 체한거 아냐.
준호 : 그럼? 손은 또 왜 이렇게 차가워.
신영 : . . . . .
준호 : . . . . . 그러구 보니 좀 창백해보이네..... . . 너 그날이지?
신영 : 별걸 다 아는척 해.
준호 : 의산데 그럼. 의사앞에서 챙피한게 뭐있어. 야, 그날이면 몸 좀 따뜻하게하구 다녀.
(종아리를 찰싹 때리며) 이게 뭐야, 이게.
준호, 양복 쟈켓을 벗어서 신영 다리에 덮어준다.
준호 : . . . 덮구 있어. 한결 나을꺼다.
신영 : ..........
준호 : 아 그럼 이 찬 음료수도 안좋은데.... 기다려봐. 내가 따뜻한 걸로 다시 사올게.
신영 : 아냐 괜챦아. 준호야 나 그냥 이거... (마실께)
준호, 아랑곳 않고 후다닥 달려간다. 준호, 열심히 뛰어가고 있는 모습.
신영, 준호가 덮어준 쟈켓을 본다. 등쪽에 먼지앉은 것 톡톡 털어준다.
소매 끝에 단추 두 개중 하나는 실이 풀려 떨어지려고 달랑거린다.
신영 : (단추를 보며). . . . .
준호, 컵받힘에 테이크아웃 커피 두잔을 끼워 조심스레 들고오다 멈춰선다.
신영, 벤치에 앉아 쟈켓소매의 단추를 달고 있다.
조심스런 손놀림으로 단추를 야무지게 달고 있는 신영. 이로 실을 끓고.
준호, 신영을 바라보고 서있다.
신영 : (준호 인기척 느끼고) 뭐하다 이제 와?
준호 : (옆에 와서 말없이 앉는다)
신영 : 단추가 떨어질락말락 달랑거려서 내가 꼬맸어.
준호 : 내 양복 단추 달고 있으니까 꼭 내 마누라같다야.
신영 : 요즘 단추달아주는 마누라가 어딨냐.
준호 : 얼씨구! 넌 나중에 니 남편 단추 안달아줄꺼야?
신영 : (애교철철) 내 남편 옷에서 단추 떨어지기전에 미리미리 챙겨줄꺼야.
준호 : 오바하지말구, 커피나 마셔. 내가 아주 뜨겁게 해서 달랬어.
신영 : 고마워. (설탕 넣는데)
준호 : 자.
준호, 나무막대를 내미는데 냅킨으로 감은 나무막대 위에 꽃반지 끼워져있다.
신영 : . . . . .
2부 플래쉬백.
어린 준호, 신영에게 꽃반지 만들어주던.
준호 : 오는데 이 풀꽃이 보이더라. 그래서 좀 늦었어. 20년만에 첨 만들어 본다야. 끼어봐.
신영 : (끼어본다) 잘 맞네....
두 사람, 웬지 따뜻하면서도 머쓱한 기류가 흐르면서 말없이 앉아있는데
준호의 전화벨 울린다.
57. 카 페 / 낮
순애, 통화중.
순애 : 준호씨, 케잌 어떤거 좋아해요? 내가 말하는 것 중에서 골라보세요.
고구마, 크림치즈, 쉬폰, 딸기 무스.......
준호(F) : 다 맛있겠는데요.
순애 : 그래두 하나만 말해보세요. 제가 만들어 드릴께요.
58. 공 원 / 낮
준호 : 아무거나 다 좋아요. 순애씨 맘대로 하세요.
신영 : (순애란 말에). . . .!?
준호 : 그럼..... 크림치즈요. 네. . . 그래요. . . (끓는)
신영 : 순애였어?
준호 : 응....
신영 : 순애가 뭐래?
준호 : 새로 취직한데서 케잌만드는거 배우는데 . . .
신영 : 하나 만들어 주겠다구 뭘 좋아하는지 고르래?
준호 : . . . .응.
신영 : 기집애, 나한텐 그런 말 한마디 없던데.
준호 : 먼저 시범으로 해보고 넌 나중에 더 잘만들어 줄려고 하나부지 뭐.
신영 : . . . .(웬지 기분 유쾌하지 않고). . . .
준호도 좀 어색하다. 더 너스레를 떨며
준호 : 야, 단무지 먹어볼래? 너 단무지가 왜 단무진지 알아? 쓴무지면 이상하쟎아. 하하하.....
신영 : . . . . (썰렁). . ..
준호 : 오늘 저녁에 뭐해? 내가 영화보여줄까?
너 취직될때까지 내가 영화 점심 저녁. . .해달라는대로 다해줄게.
신영 : 저녁에 약속있어.
준호 : 나도 당직이야, 사실은.
59. 레스토랑 / 밤
신영 순애 승리 앉아있다.
승리 : 뭐야. . . 우리가 좀 늦게와야 폼나는건데.... 야 우리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자.
신영 : 그냥 앉아있어.
순애 : 오늘 이 집에서 젤 비싼 걸로 먹어도 되겠지?
승리 : 그럼! 돈많은 남자랑 데이트할땐 메뉴를 마음껏 고를수 있어 좋지.
돈없는 놈이랑 만나봐. 먹고 싶은거 포기하고 제일 싼걸 마치 그게 좋아서 시키는척 해야하쟎아.
그래두 남자들은 고마운 것도 몰라요.
신영 : 니들 오늘 오바하지마. 난 지금 결혼보다 일이 먼저야. 알지?
승리 : 위험한데... 이신영.....
신영 : 뭐가?
신영 : 남자들은 튕기는 여자한텐 정복욕을 느끼고, 매달리는 여자한텐 정을 뚝 떼거든.
그 남자를 보내버리고 싶음 매달리는척 연기하는 것도 좋을 듯 싶어.
순애 : 보내긴 왜 보내. 괜챦은 남자라니까. 일단 한번 봐! 글쎄.
승리, 저쪽에서 김지훈 걸어들어오는 것 본다.
승리 : 그럼 그렇지. 또 만날줄 알았다니까!
신영 : 뭐가?
승리 : 저 자식 오늘 죽었어! (손가락 딱치며) 미스터 팽!
순애 : 뭐!
신영 : ??
네 사람, 앉아있다.
오묘한 기류..... 스프먹고 있다.
신영 : . . . .승리 넌 지훈씨랑 어떻게 아는 사인거야?
승리 : 나중에 얘기해줄게.
지훈 : 친구분들이 다 안목이 있으신가봐요.
순애씨도 나 점수 잘준 것같고 승리씨도 나한테 막 치근덕거리셨고.
승리 : 어머머.... 치근덕이라뇨.
순애 : 승리는 타고난 천성이 그래요. 뜻이 있어서 그러는게 아니니까 신경쓰지마세요.
신영 : 승리랑 뭐 . . . .불쾌한 일 있으셨어요?
지훈 : 아뇨. 제가 뭐 저 좋아하는 여자들 한두번 봅니까.
승리 : 김지훈씨, 나한테 잘보여야하지 않을까요? 나, 신영이랑 15년지기 친구예요.
지훈 : 15년이요? 이제 헤어질 때도 되셨네요.
순애 : (큭. . .웃음 터뜨리는)
승리 : 제 친구 이신영, 정말 맑고 순진한 애예요. 댁같은 바람둥이 선수랑은 맞지 않아요.
지훈 : 그럼 승리씨부터 신영씨를 떠나셔야죠.
승리 : 좋아요. 내가 하나 둘 셋 하면 같이 떠납시다.
지훈 : 그래서 우린 따로 만나자구요?
승리 : 이 사람이 진짜.....
신영 : 승리야!
승리 : 저요, 눈 높습니다. 말도 느릿느릿하고 어벙한 듯 섹시한 듯 좀 특이해 보여서 관심가진거지,
당신 제 타입 절대 아닙니다.
순애 : 그만해, 장승리.
지훈 : 감사합니다. 저도 승리씨가 날 계속 좋아하면 어쩌나 불안했어요.
신영 : 지훈씨도 그만하세요.
지훈 : 신영씨가 그만하랩니다, 승리씨. 난 신영씨가 시키는대로 합니다.
승리 : 어이구 예, 장하십니다.
(E) : 순애 핸드폰 벨
순애 : 여보세요.
시봉(E) : 얘 아버지 쓰러지셨다.
순애 : (놀라) 네?
일동 : ??? (뭐지 마주보는)
60. 거 리 / 밤
지훈이 운전하는 차 조수석엔 신영, 뒷자리엔 순애 앉아있다.
지훈 : 마침 신준호 선생이 당직이라 잘됐네요. 지금 잘 알아서 해주고 계실겁니다.
순애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지훈씨....
지훈 : 신영씨 친구면 저한테도 친구죠... 안그래요 신영씨?
신영 : . . . . 네.....
61. 승리 아파트 / 밤
소파에 백을 탁 던지는 승리. 기막힌 듯 픽 웃는.
승리 : 허! 미스터 팽 김지훈. . . 웃겨 정말. . . .
62. 병원 일각 / 낮
시봉, 준호에게 쥬스 따주며
시봉 : 이것 좀 들어요.
준호 : 괜챦습니다.
시봉 : 조카사위 같은 사람이라 내가 좋아서 그래. 마셔 쭈욱. 아이 착하다.
준호 : (마지못해 마시는)
시봉 : 어쩜 이렇게 잘생겼을까 그래... 우리 순애랑 결혼하면 자식들은 다 배우 뺨치게 나올꺼야.
준호 : (마시다 캑)
소라 : 오빠 몇 살이예요? 순애언니랑 얼만큼 친해요?
준호 : 왜요?
소라 : 안 친하면 나랑 친하자구요. 나 어때요?
준호 : 하하하..... 유쾌한 가족이시군요.
순애 달려온다.
순애 : 고모!
시봉 : 응, 순애 왔냐. 아버지 방금 잠드셨다.
소라 : 이 오빠가 다 알아서 해줬다 언니. 오빠가 언니 좋아하나봐.
준호 : . . . .(웃고). . . .
순애 : 준호씨 죄송해요. 감사하구요.
준호 : 제가 뭐 한게 있나요. 내과선생님이 오셔서 다 해주셨죠.
시봉 : 고마워라.... 고마워라... 딱 내 조카사위했음 좋겠네.... 좋겠어....
순애 : 소라야! 엄마 좀 모시고 가줄래?
63. 병원 앞 / 밤
지훈 차 앞에 서있는 신영. 지훈에게 인사하는.
지훈 : 제가 안들어가봐도 되겠어요?
신영 : 네 순애가 그럼 더 부담스럽고 죄송해할꺼예요.
지훈 : 그럼 담에 봐요. 신영씨도 빨리 좋은 연락오길 바랍니다.
신영 : 네 꼭 그래야죠. 조심해 들어가세요.
지훈 : 참, 장승리씨는 애기 잘크고 있습니까? 아까 그걸 안물어봤네.
신영 : .....
64. 병원 일각 / 밤
순애 준호 나란히 앉아있다.
순애 : 어쩐지... 일이 잘풀린다 싶었어요. 취직도 하구 그래서 한껏 부풀어 있었는데
바로 일터지는 것 좀 봐요. 난 계속 힘들 운명을 타고 났나다니까요.
준호 : 살다보면 안좋을때도 있는거지 뭐 그렇게 비관을 하고 그럽니까.
순애 : 준호씨 난 삼십평생 내내 이래요. 죽는 날까지 계속 이럴꺼 같아요. 이렇게 살기 정말 싫어.
(눈물을 찍어낸다)
준호 : 어허! 뚝! (순애 등에 손 올려서 도닥도닥) 울지마요.
순애 : 흑흑. . . (흐느끼며 준호 품에 안겨버린다)
준호 : . . !! (당황). . .
순애 : (좀 더 안겨서 우는데)
신영, 오다가 두 사람보고 탁 서는데서............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