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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감염증의 하나. 유행성감기라고도 한다. 갑자기 발열·두통·오한·나른함·기침·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상기도(上氣道)·비강·결막 등에 염증이 생기며, 겨울철에 많이 발병한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RNA바이러스로 A, B, C의 3형으로 분류되며, A형과 B형은 각각 몇 가지의 아형(亞型)으로 다시 분류되는데 해마다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형은 일정하지 않다.
인플루엔자는 보통 여러 지역에 산발적으로 유행하지만 가끔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경우도 있다. 인플루엔자는 상기도에서부터 비말감염(飛沫感染)이 되며, 잠복기는 1∼4일이고 발열은 보통 3∼5일 계속된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 여러 가지 병원바이러스 감염증의 총칭인 감기증후군에는 각각 유사한 상기도 염증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등, 증상이 비슷하므로 각 병원바이러스를 정확하게 판별하기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값을 측정하는 방법밖에 없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2차적으로 다른 병원체에 감염되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기도점막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침해에 의해 괴사(壞死)되는데, 이 부위가 다른 병원체의 2차감염의 온상이 되어 급성부비강염(急性副鼻腔炎)·중이염·화농성기관지염·기관지지염(氣管支枝炎)·폐렴·기관지확장증 등을 일으키며, 때로는 심낭염·심근염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이상과 같이 악성합병증이 수반되기 때문에 인플루엔자를 경시해서는 안된다.
현재까지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 자체에 유효한 치료약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인체가 가진 저항력에 의해 자연치유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안정을 취하고 진해제·해열제 등을 이용하여 합병증이 일어나지 많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플루엔자 환자에게 합병증이 일어나면 만성화되기 쉬운데, 이러한 우려는 최근 합병증의 치료에 항생제를 이용함으로써 거의 해소되어 중증의 치명적인 합병증은 없어졌다. 인플루엔자의 증상이 심할 때는 처음부터 항생제를 투여하는 편이 안전할 때도 있다.
예방에는 백신주사가 이용되는데, 백신은 1∼2주 간격으로 2회 주사하며 그 효력은 수개월∼년간 지속된다. 유행하는 바이러스형과 백신의 바이러스형이 다르면 효과가 적으므로 백신은 최근 유행한 2가지 또는 3가지 형의 바이러스를 사용하여 만든다.
1 인플루엔자바이러스(Myxovirus influenzae) 오르토믹소바이러스과 믹소바이러스속(인플루엔자바이러스속)에 속하는 RNA바이러스로, 길이 80∼120이고 구형인 것이 많지만 선형인 것도 있다.
크게 A, B, C의 3형으로 나뉘며, A형은 A, A, A 등의 아형으로, B형은 B, B, B, B 등의 아형으로 나뉘는데 변이의 정도는 A형 쪽이 크다. A형 바이러스는 항원구조가 조금씩 변화하며, 때로는 급격히 변화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 급격한 변화를 <불연속변화>라고 한다.
가령 A형의 어느 아형의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 아형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획득하지만, 불연속변화에 의해 새로운 형의 바이러스가 생기면 이에 의한 대유행이 유발된다.
B형바이러스에서도 항원구조의 변이는 일어나지만 A형의 경우보다는 작고 유행의 정도도 A형 쪽보다 약하다. 병원바이러스의 동정(同定)은 환자의 양치물로부터 부화달걀 배양법에 의해 바이러스를 분리하거나, 적당한 바이러스의 항원을 이용하여 혈청학적으로 보체결합반응 또는 혈구응집억제반응 등을 실시하여 판단한다.
2 인플루엔자백신 인플루엔자의 유행형은 해마다 변하는 반면, 백신의 생산개시는 유행하기 반년∼1년 전이므로, 예상이 어긋나는 경우도 있고 만일 예상이 적중해도 효과는 80% 정도이다.
또 소수이기는 하지만 백신주사에 대해 심한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하여 집단접종에 반대하는 의사도 있다.
3 질병사 근대의학의 발달로 페스트·콜레라·천연두 등의 역병(광범위하게 유행하는 심한 유행병)이 거의 정복된 오늘날에도 인플루엔자만은 세계적으로 유행이 거듭되고 있다.
이 끈질긴 역병은 그리스시대부터 알려졌으나 근대까지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인플루엔자의 질병사는 불확실하다.
18∼19세기에 문명세계에서는 16번의 세계적인 유행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1847년의 유행 때는 런던에서만 25만 명이 사망하였으며, 89년에는 <옛 아시아감기>라 불린 유행성감기가 크게 유행하였다.
인플루엔자는 대체로 10년 정도의 간격으로 크거나 작은 유행이 주기적으로 되풀이 되고 있다.
인플루엔자 유행사에서 가장 심각한 재액을 기록한 것은 1918∼19년 <스페인감기>의 세계적 대유행이었는데, 이는 옛날 페스트(흑사병)의 참화를 상기시키는 역병사상 일대사건이었다.
이 대유행의 처음 발생지로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미국과 중국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1918년 이른 봄에 미국 병영에서 인플루엔자가 발생하였는데, 공교롭게도 제 1 차세계대전중이었기 때문에 같은 해 4월에는 프랑스전선에 전염되고 4월 말에는 스페인에 퍼졌으며 6월에는 영국으로 옮겨졌는데, 이것을 에스파냐감기라 하였다.
한편 이와 거의 동시에 중국 본토와 일본 해군에서 인플루엔자발생이 보고되었고 5월에는 전중국에 만연되었다.
제 1 차세게대전이 끝난 18년에는 세계 각지에서 유럽으로 병사와 노동자가 모여들어서 인플루엔자 유행의 제 2 파가 유럽을 휩쓸었으며 몇 주일 사이에 인플루엔자는 전세계의 병사와 시민을 급습하여 세계 인구의 약 반수가 이 병에 걸렸다고 한다. 제 3 파는 이듬해 겨울에 발생하여 지금까지 전염되지 않았던 지역을 급습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전염력은 매우 강하고 잠복기는 아주 짧아서, 어느 날 단 1명의 환자만이 있었던 군대에서 이튿날에는 수백 명의 환자가 발생할 정도였다.
특히 20∼40세인 청장년층에 중증환자가 많았고 합병증인 폐렴이 사망의 주된 원인이었다. 이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에 의한 사망자는 미국에서 40만 명 이상, 영국에서 20만 명, 인도에서는 500만 명이었다고 하며 전세계의 사망자 수는 2500만 명으로 추정되었다.
이러한 사망수는 세균학이 의학분야에서 얻은 성과를 크게 위협하는 것이었고, 역학자(疫學者)로 하여금 <역병의 시대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탄식하게 하였다.
57∼58년에는 <아시아감기>가 세계적으로 유행하였는데, 중국에서 처음 발생하여 지구 전역을 휩쓸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전염 속도는 스페인감기보다 훨씬 빨라서 1957년 2월부터 11월까지 전세계에 확산되었다.
이와 같이 인플루엔자가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유행한 것은 현대에 들어와 사람들의 이동이 빈번해지고 신속해졌기 때문이다.
밀집상태인 집단생활, 만원상태인 교통기관, 신속한 항공수송 등 현대사회의 생활환경 변화로 말미암아 전세계 사람들을 거의 동시에 감염시키는 인플루엔자의 폭발적인 위력이 나타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