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27. 목요일
전남 장성의 축령산에 다녀왔다.
오전 10시 50분쯤 추암추자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조림공적비를 지나 갈림길에서 축령산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축령산(621m) 정상에 서자 세찬 북서풍이 몰아쳤다. 예보된 기온은 –10도였으나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15도 정도는 될 것 같았다.
세찬 바람을 뚫고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걸었다. 오른쪽 아래에는 넓은 축령산휴양림이 펼쳐져 있었다. 왼쪽 서쪽 사면은 천연기념물 제463호로 지정된 ‘고창문수사 단풍나무숲’이 군락을 이루며 넓게 펼쳐져 있었다.
3.4km의 능선길을 지나자 들독재(은사리에서 금곡영화마을로 넘어가는 고개)가 나타났다.
들독재부터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 내려오자 아름다운 금곡영화마을이 나타났다. 이 마을에서 태백산맥, 내 마음의 풍금 등 7편의 영화 및 드라마가 촬영되었다고 한다.
금곡영화마을에서 편백숲으로 가는 길에 대한 안내 이정표가 확실치 않아서 길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지도와 현지에 세워진 안내도가 모두 부정확한 개념도였기에 대형주차장까지 오르내리는 수고(일명 ‘알바’)를 하게 되었다. 나처럼 길을 찾지 못해서 당황해하고 있던 같은 처지의 2명을 만나서 의견을 나눈 후 제대로 길을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편백숲길이나 추암주차장(더불어 모암주차장도)이 있는 방향에 대한 정확한 안내 이정표가 영화마을에 몇 군데 설치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처음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우리가 겪었던 어려움을 반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텐데 하는 걱정과 함께.
포장된 완만한 임도를 따라 걸어올라 장성편백치유의숲으로 들어섰다. 조림한 지 50~60년이 된 편백과 삼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언덕을 넘어서자 그 울창함이 더해갔다.
산소숲길은 그냥 지나치고 숲내음숲길로 들어섰다. 편백에서 나오는 피톤치드가 가득한 치유의숲을 걸으니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산책로 중간에 아담한 습지가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 놓인 작은 바위 위에 어린 편백 여남은 그루가 소복이 자라고 있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숲내음숲길을 지나자 임종국 공덕비가 보였다. 물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내리며 20여 년간 나무를 심고 가꾸어 오늘날의 이런 울창한 치유의 숲을 후세에게 선사한 임종국 선생의 깊은 뜻을 되새겨 보았다.
추암추자창(음식점 옆에 있는 아주 작은 규모임)에 도착하여 싸간 점심을 간단히 먹었다. 하늘은 맑은 편인데 눈발이 세찬 바람 속에서 흩날리고 있었다.
추운 날씨였지만 편백숲을 거닐며 뜻깊은 치유의 경험을 한 하루였다. 봄이나 가을에 지인들과 함께 와서 치유의 숲길들을 중심으로 산책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추암주차장(225m) → 공덕비 → 갈림길 → 건강숲길 → 축령산(621m) → 들독재(315m) → 금곡영화마을(200m) → 편백치유의숲(축령산휴양림) → (415m) → 숲내음길 → 공덕비 → 추암주차장
* 13.72km, 4시간 1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