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을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 난
목공 기계들의 이름 그 자체엔 별 관심이 없었다.
늘 거기 그 자리에 있는 그 기계의 이름을
굳이 외워둘 필요가 없기도 했거니와
오히려 이름보다는 그 기능과 사용법을 제대로 아는 것에
더 바빴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직접 내 기계를 사야되는 입장이 되고 난 후에야
기계마다의 정확한 호칭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사용 방법 만큼이나 처음엔 이름들이 어찌나 거창하고 헷갈리던지..
축경사, 축경사 횡절반, 환거기 등등...
모두 일본 한자를 우리말로 발음하니까
이렇게 요란한 이름이 된 게다.
지금부터 소개할 축경사 횡절반..
풀어 쓰면.. 축이 경사질 수 있는(축경사) 가로 자르기(횡절) 지지대(반) 이다.
그러니까 톱날이 각도 조절되는 자르기용 톱이라는 뜻이다.
의미는 알고나면 싱겁다.
톱날의 각도 조절이 안되는 그냥 '횡절반'도 있다.
횡절반이 미끄러지듯 앞뒤로 움직이므로
영어로는 슬라이딩쏘라고도 한다.
일본 기계는 횡절반이 톱날의 오른쪽에 있는 반면
서양 기계는 톱날 왼쪽에 위치하고 있다.
서양의 유명한 펠더나 알텐돌프와 같은 슬라이딩쏘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덩치와 복잡한 외양에 압도당하게 만든다.
그것에 비하면 이 기계는 크기가 새끼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단순한 기능만으로도
정밀성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이 자랑이다.
잘라야 할 목재의 크기나 길이를 감안해서
기계의 앞뒤, 좌우로 여유 공간을 충분히 둬야 한다.
기계실의 거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고 터줏대감 마냥 떡하니 자리잡고 앉았다.
일본 토까이사의 중고 주물 기계다.
국내에 유통되는 일본산 중고 축경사 횡절반은
톡까놓고 토까이사 횡절반이 제일 난 거 같다.
대부분이 토까이사 제품이기도 하지만...

물론 이 기계는 일본내에서도 단종된 제품이다.
6, 70년대 그리고 80년대까지 일본의 목공DIY 열풍이 대단했던 시절에 만들어졌을 게다.
90년대 경기 침체를 겪으며 목공 수요가 갑자기 줄어들면서
하나 둘씩 기계 제조 업체들이 사라졌고 지금은
일본내에서 조차도 목공 기계는 신제품이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고 한다.
기계 대패를 만드는 '이이다'사에서 그나마 그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어쨋든..
사진의 길게 튀어나와 있는 것이 가이드 레일이다.
횡절반이 그 위에 얹혀져서 앞뒤로 미끄러지듯 오간다.
횡절반을 앞으로 끝까지 당겼을 때 톱과의 거리가 1300mm이다.
이는 4*8짜리 합판이나 집성목을 원활하게 자르기 위한 길이이다.
이 가이드 레일도 몸체와 마찬가지로 통채 주물이다.
주물로 되어 있어야 오래 써도 비틀림이 없고 휘지 않는다.
짝퉁 국산이나 저가 중국산은 이것이 봉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이 많다.
이건 아무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다.
목재가 직각으로 절단되기 위해서도 이 가이드 레일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횡절반이 톱날과 평행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인데
이 주물로 된 가이드 레일이 몸체 안의 축과 평행하게 유지되도록
세팅되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레일을 타고 가는 롤러의 유격이나 횡절반의 가로 조깃대도
이 가이드 레일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 만큼 이 기계의 핵심 부위는 가이드 레일이라고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