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평(草坪) - 홍양호(洪良浩)
이씨의 별장이 구름과 안개 속에 열려 / 李氏仙莊雲霧扃
그 들판을 가노라니 풀잎이 푸르도다 / 我行其野草靑靑
산 개니 장서각에 햇살 비추고 / 山晴日射藏書閣
객 이르니 방학정에 꽃이 만발했네 / 客到花深放鶴亭
버드나무 강둑에서 낚시로 궐어(鱖魚)를 낚고 / 柳岸垂絲釣江鱖
약초밭 물 길어서 복령(茯苓)을 삶네 / 藥欄流水煑山苓
작은 땅 한 뙈기를 허락하여 준다면 / 一區分華如相許
나도 이곳에 작은 집 짓고 싶어라 / 我欲因之起小欞
[주해]
[주01] 이씨의 별장 : 원문의 ‘선장(仙莊)’은 남의 집을 높일 때 사용하는 말이다.
여기서 말한 ‘이씨’는 충청북도 진천군 초평면 출신의 이하곤(李夏坤, 1677~1724/향년 47세)이다.
이하곤의 본관은 경주(慶州), 자는 재대(載大), 호는 담헌(澹軒)ㆍ계림(鷄林)이다. 1708년(숙종34)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고향으로
내려와 학문과 서화에 힘을 쓰며, 당대의 유명한 문인 예술가들과 교유하였다.
[주02] 장서각 : 이하곤의 완위각(宛委閣)이다. 현재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 양촌마을에 유적이 남아 있다.
이하곤은 책을 매우 좋아하여 수집한 장서(藏書)가 1만 권을 헤아렸으므로 사람들이 완위각을 만권루(萬卷樓)라고 불렀으며, 그 당시
이정귀(李廷龜)의 고택, 안산(安山) 유명천(柳命天)의 청문당(淸聞堂), 유명현(柳命賢)의 경성당(竟成堂)과 함께 4대 장서각으로
꼽히기도 하였다. 이하곤은 완위각을 중심으로 문인 이병연(李秉淵)ㆍ윤순(尹淳), 화가 정선(鄭敾)ㆍ윤두서(尹斗緖) 등과 교유하였
다.
[주03] 방학정 : 이하곤의 완위각에 있던 정자의 이름으로 보인다.
이계집 제3권 / 시(詩)○초년습유(初年拾遺) / 간행년 : 1843년
홍양호(洪良浩, 1724(경종 4) ~ 1802(순조 2) / 壽78歲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