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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절 공주의 시인들
공주의 시인들,
식민지 시대와 분단조국 그리고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보내며 시나브로 공동체 울타리의 동반자가 되었으며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저마다 다른 체질들의 토로와 어우러짐으로 ‘공주 시인’이라는 명렬표로 합체된 것도 운명이다. 순수와 참여, 그들 모두 금강 물결과 우금티 사연 그리고 연미산 그림자에 등을 기대며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지역 공동체인 것이다.
시인의 소개 원칙은 공주 소재를 원칙으로 하되 그동안 지역사회와 소통해온 일부 출향 시인도 참조했음을 밝힌다. 시와 소설 혹은 평론, 수필 등 여러 장르를 동시에 쓰는 작가들의 경우 중복을 피하기 위해 하나의 장르만 소개했으며 가급적 현재 공주에 거주한 시인들을 우선순위로 하려고 노력했다.
들어가면서
먼저 지역사회의 연간지인『공주문학』을 떠올리면서 역대 회장단 명단을 소개한다. 1987년에 창립 당시의 회장은 故임헌도 시인이었으며 1990년-1991년의 1대는 故원종린 시인 그리고 2대부터 2년 임기로 조재훈, 이극래, 유병학, 구중회, 조동길, 나태주, 유병환, 이극래, 신현보, 박정란, 유준화, 정연용, 조동길, 안연옥 순으로 이어져 왔으며 2021년 현재 박용주 시인이 회장을 맡고 있다.
『공주문학』에서 활동한 시인의 명단을 무순으로 나열하면, 1994년 제 4집의 경우 강병철, 구중회, 권인주, 김명수, 김연화, 나태주, 유병환, 유준호, 이극래, 이수일, 이효범, 전병철 한상각이며, 2020년 32집의 경우, 강헌규, 김근식, 김배숙, 김승배, 김현주, 김혜식, 문희봉, 박용주, 박정란, 석용현, 손경선, 신현보, 안현옥, 양애경, 양진모, 유계자, 육근철, 이극래, 이병연, 이부용, 이수일, 이재흠, 이종옥, 이희정, 임경숙, 임영남, 임영선, 임타래, 장인무, 정금윤, 정태형, 조동수, 조옥희, 조제선, 조효순, 최대승, 최복주, 김진규, 박정란 등이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충남작가회의> 소속으로 공주에서 활동하는 시인은 최은숙, 김봉균, 김길태, 전병철, 故유지남, 안연옥, 김혜식, 김홍정 강병철 등이 있으며 김도석 시인은 개별 집필 중이다. <충남작가회의>는 2019년 공주와 부여에서 <신동엽 시인 타계 30주년>이라는 큰 행사를 기획하여 전국의 작가들을 초청할 때 <공주문협>의 도움을 받은 바 있다. 그렇게 <충남작가회의>의 공주 소재 시인과 <공주문협>의 시인들을 각자 정체성을 고수하면서 때때로 현안을 공유하기도 했다.
소설과 달리 시인의 명단이 너무 많아 집필에 애로사항이 있었다. 시인의 약력을 소개하고 간략한 평가 후 시 한 편의 전문 혹은 부분만 소개할 수밖에 없다. 예시로 든 시는 행을 벌이지 않았으며 다음 작가를 소개할 때만 구분을 위해 행을 한 줄 띄웠다. 지문과의 구분을 위해 인용시는 굴림체로 필체를 바꾸었다.
공주의 시인들
강헌규는 공주사대 졸업 후 경희대 대학원 문학박사를 받았으며 『문학 21』등단했다. <충청남도 문화상>과 <동숭학술상>을 받았고 시집 『행복한 소크라테스가 되고 싶어라』외 8권이 있으며 밤새도록 책에 묻히는 간서치 체질이다.
아! 저 큰 눈/ 저 유리처럼 맑은 눈/ 저 죄 없는 그리움을 어쩐다냐/ 어느 나라 넓푸른 목장에는/ 암·숫소 부부가/ 다정하게도 풀을 뜯고 있던데// 이웃집 최崔부잣집/ 종우種牛만 황소냐?/ 아버지가 구시렁거리셨다./ “황소를 멕이면/ 차마 못할 일이 많어.” -「접붙여준 우리 집 황소 이야기」부분
구상회는 1929년 生으로 성균관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중등 교장으로 정년했으며 <충남 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대전시문화상>, <대일비호대상>, <동포문학상>을 받았다. 시집, 『정오의 꿈』,『빈 하늘이 푸르다』,『그래도 꿈꾸기』등이 있으며 민족시인 신동엽 시인의 절친이다.
저 지붕 위로 솟은/ 너, 외로움 끝으로/ 햇빛 바랜 오후의 깃발이/ 바람용트림을 하면서/ 구름 한 자락 잡고/ 석양 빗긴 하늘을 저으며/ 아쉬운 듯 석별을 몸부림친다 -「푯대를 세우고」부분
구중회는 전북 완주 출신으로 공주사대 국어과 졸업 후 경희대에서 문학박사를 받았다. <수요문학회> 동인이며 1980년 『심상』신인상을 받았다. <공주문학회>를 결성했고 <공주문인협회> 회장을 거쳤다. 시집 『은하수 건너가며 스치는 여름밤』『걸어 다니는 명당』『한국에서 온 새 한 마리』『입맞춤에서 가을까지』등을 출간했다. <한국풍속문화연구원>을 운영하며 계룡산과 관련한 무속, 백제 관련 연구에 매진하였으며 근래 백제 기악을 연구를 하고 있다.
그의 시적 문장은 애상과 비애감을 동시에 표현하며 문장의 표정에서 위엄을 보이는 것이다. 떠나간 것과 돌아오는 것 사이의 애달픔과 그리움이 무니로 얼룩져 있다. 사변적인 서정시를 추구하면서도, 일상을 통하여 자기 발견을 해나가는 시인으로 평가된다.
네가 나를 떠난 지도 벌써 여러 해가 되었건만 네가 남긴 공부방 먼지나 마당 한 귀퉁이를 내려뜨린 그림자는 맥박처럼 뛰는구나. 괘씸한 것 같으니. 빗자루로 쓸어내고 쓰레기로 불태워도 너는 밥 먹을 때 밥수저로 입으로 들어오고 잠잘 때 이불 속으로 들어온다./ 내 너를 위한, 한 줄의 시도 쓰지 않으리라./ 술독아지 속에 쑤셔넣고 사진틀을 다락 위에 감춰두어도 가을이 비워둔 하늘 아래서 너는 내 눈물을 타고 돌아오는구나. 못 된 것 같으니. 괘씸한 것 같으니…-「가을 1」전문
김명수는 198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공주교대, 충남대대학원 졸업했으며 <웅진문학상>, < 대전시인상>, <충남문학대상>을 수상했다. <한국문협>, <대전시협> 회원이며 <충남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 『질경이꽃』『아름다웠다』『어느 농부의 일기』등이 있으며 <충남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대교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어머니 가슴은/ 하얗게 빛바랜 감자 꽃이다/ 감자밭에서 붓을 주다/ 속 고쟁이를 올리고/ 늘 감자 꽃을 만지고 있었다/ 당신의 속살 같은 것만 골라서 -「감자꽃」부분
김길태는 1972년 공주 출생으로 <충남작가회의>와 <공주 민예총> 회원으로 노동자 시인이다. 시집 『까치 선생 찾아오다』『Eating Together』『지상에서의 삶』을 출간했다.
그러자 한 아이가 묻는다/ 할배는 어느 별에서 왔어요?//......./ 이놈들 장난치지 말고 썩 집에나 가거라/ 엄마 기다리신다// 허리를 쪽 펴고/ 지팡이를 앞세우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돌아가셨다」부분
김도석은 공주대 지리교육과를 졸업하고 공주에서 교직생활을 했다. 시집 「여적」을 발간하면서 독자적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시는 지는 싸움에서 희망을 찾는다. 승리가 아니라 옳기 때문에 싸운다는 젊은 날의 그 결의이다. 굴삭기에 찍힌 은행나무 널브러진 교정에서 그 혼자 주먹을 쥐는 체질이다. 그 주먹을 펴지 말아야 교단의 꿈나무들을 편안하게 바라볼 것 같은 것이다.
표정 없이 비를 맞는 사람도 있다/ 서두름도 피할 의지가 없다/ 얼마쯤 걸어왔을까/ 어디로 가는 걸까/ 돌아갈 집은 있을까 -「觀照」부분
김봉균은 2007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충남작가회의> 회원이다. <공주농민회> 소속으로 시민운동가이기도 한 그는 금강과 우금티를 소재로 한 역사의식의 문장을 지향하며 통일과 평등을 추구하는 글을 쓰고 있다. 시집으로 『금강』과 『녹두꽃』이 있다.
한여름 이고 서서/ 마디마디마다 삭인 자리/ 가을이 가득한/ 늙은 호박 긴 주름에/ 그래도 산모의 아픔 씻어/ 태곳적 꿈이 영근다. - 「호박넝쿨」부분
김현주는 2005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했으며 <김현주 한방차 꽃차 교육원> 원장이며 현 <공주문화원 부원장>이다. < 웅진문학상>과 <금강권 문학제 소설 대상>을 받았다. 시집 『저녁쌀 씻어 안칠 때』가 있다.
역마다 빠르게 내리고 지나며/ 안부 묻지 못한/ 마음 칸칸 기억의 얼굴들// 번지 없는 그리움이/ 마음 가득한 봄날에/ 묻는 근황./ -「봄에」부분
김혜식은 공주 <새이학 식당>의 대표이며 시집『민들레꽃』이 있다. 포토 에세이집『쿠,바로 간다』,『무함마드 씨, 안녕』,『골목의 기억』,『코카커스 사진 편지』,『바간 안부』를 발간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아직 국경을 넘지 않았다면/ 밤새 손수 지은/ 아름다운 수의/ 한 번만 입고 날아 봐요// 거기선 아무도 우리를 알아보지 못할 거예요// 그러나 연분은 거기까지/ 나를 만졌거든/ 눈 비비지 말아요// 벌써 눈 먼 당신 -「나비 족속」부분
나태주는 서천 출생으로 한반도의 대표 시인이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초등교직 43년, <공주문화원장> 8년 그리고 43대 <한국시인협회> 회장으로 임한 바 있다. <김달진문학상>, <소월시 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첫 시집 『대숲 아래서』출간 이후 100여 권을 생산했으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출산물이다. <풀꽃문학관> 관장으로 <풀꽃문학상> <공주문학상>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시 「풀꽃」은 이미 한국인 전체의 애송시가 되었으며 공주 재래시장 골목에 <풀꽃 거리>가 조성되어 있으니 한국 문학판에 가장 영향력이 많은 시인으로 평가된다.
오늘도 애썼겠구나/ 잘 자거라 일찍 자거라/ 오늘도 나는 멀리 네가 있어/ /너를 생각하는 내가 있어/ 하루해가 정답고 편안하고/ 세상이 다시 한 번 따뜻해진단다/ 너를 멀리 생각하면/ 하늘도 조그마해지고/ 어둔 밤도 환해지고/ 나의 마음은 젊어지다 못해/ 어려지기까지 한단다/ 그래서 고마워/ 너에게 고마워 -「너에게 고마워」전문
류지남(작고 시인)은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 국어교육과 졸업했다. 91년『삶의 문학』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내 몸의 봄』,『밥꽃』,『마실가는 길』을 발간했다. <충남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2016년 <풀꽃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시는 불꽃 잦아든 숯의 미열 같고 시린 몸 데워주는 아랫목 밥그릇 같다. 그 문장 온도의 솔직한 시선과 목소리에서 비롯된다. 김정숙 평론가는 특히 그의 시집 『마실 가는 길』을 가장 따뜻한 문장으로 평가했다.
양파를 썰다가/ 찔끔, 눈물이 돋기도 하는 건// 저 하얀 속살 켜켜이/ 시린 눈물 가득 스며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 함께 살아도/ 그 속을 알 수 없는 매운 양파가/ 소파 끝에서 자울자울 졸고 있다 -「양파에 대하여」부분
박용주는 공주에서 태어나 공주사대 불어교육과와 고려대, 공주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맞췄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하여 <한국시인협회> <충남작가회의> 회원이며 2021년 현재 <공주문인협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시집 『별들은 모두 떠났다』,『가브리엘의 오보에』,『마을로』가 있으며 산문집『달리기는 운동이 아닙니다』와 번역서『잃어버린 나를 찾아서』,『샹송꼬레엔느』『혁명, 마을선언』이 있다. 의당에서 <해맑은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보헤미안/ 걸으며 춤을 추고/ 춤을 추며 탈출하네/ 삶은 단순하고/ 자유는 아찔한 것/ 달콤한 피로/ 짜릿한 허기/ 따뜻한 집안은/ 실로 초라한 문명/ 바람찬 들판은 더없는 놀이터/ 어린 아이와 철없는 시인이 살판나는 곳/ 몸은 이미 당겨진 활시위/ 나는 보헤미안/ 땅의 노래/ 바람의 웅변을 들으며/ 춤을 추며 탈출하네 -「걷다」전문
박정환은 공주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충남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집 『숲속에서』, 『빈 그릇이 빈 그릇이 아니오』가 있다.
수런거리는 하이얀 소리/ 어느 사이/ 그 아래 나란히 앉은/ 모습/ 잊고 싶은 시집의/ 수많은 페이지들/ 신의 날개가/ 쏟아지고 있다 -「숲」부분
박찬세는 우성 출신으로 대전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백조> 출판사에서 일하며 시집으로 『눈만 보다 다 알아』가 있다. 방황하는 청소년에게 위안을 주는 글을 쓰고 있다.
모텔을 만든 것도 어른이다/ 파는 것도 어른이고/ 모르는 척 하는 것도 어른이다/ 그런데/ 왜?!/ 우리한테만 뭐라고 해 -「왜」부분
안연옥은 『작가마당』으로 등단했으며 <연우당> 대표이다. <공주문협> 회장을 역임했으며 「이별 통보」, 「사람의 생각」등을 발표했다. 지역 사회의 후배들을 다독거리는 대모 역할을 하는 중이다.
아마 여행을 떠났을지도 모르겠다/ 문틈으로 정원을 들여다보니 작년 여름에 있었던 킴 노키 애나멜 수국이/ 누렇게 퇴색되어 있고 소래 포구 바람은 수국 옆에서 엉거주춤 넋인 양/ 흔들리고 있었다. - 「이별 통보」부분
이재복(작고문인)은 대전 보문고 교장을 34년 간 역임했다. 유고 시집으로 『꽃밭』과 유고산문집 『어느 그리움에 취한 나비일러뇨』가 있다. 그는 ‘성과 속’ ‘세간과 출세간’이 모두 하나라는 법을 설파하며 호소했다. 김영호 평론가는 예민하게 공명할 줄 아는 감수성의 생래적 시인이라고 평했다.
나는 보살 안에 사는도다/ 보살은 산이요/ 나는 작은 돌이로다/ 돌에도 꽃은 피는도다/ 꽃은 보이지 않고/ 향기 그윽이 들리는도다/ 보살은 내 가장 안에 사는도다. - 「보살상」전문
임헌도(작고시인)는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75년 단국대 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예총 공주 지부장 및 공주문인협회 창립 및 공주 지부장을 역임했다.
천선대 구름 속에서 신선을 찾아가니/ 선인은 간데 업소 동천이 그윽한데/ 송풍은 거문고요, 단풍님은 무류(舞溜)로다 -「천선대에서」전문
박희선은 1923년 논산 출생으로 전북대 교수를 역임했다. 1946년 시집『동백』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새앙쥐와 우표』『혼자 가는 계절』 등 4권을 간행했다.
대적광전(大寂光殿)/ 오래 기두렸던/ 달이나 떠오를 양이면/ 체온이 스민/ 돌 하나를 남기고/ 멀리 떠나는/ 그윽한 새벽이어라 -「지비(紙碑)」 전문
성배순은 『경인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푸른 시인상>, <삶의 문학상>, <웅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세상의 마루에서』,『어미의 붉은 꽃잎을 찢고』,『아무르 호랑이를 찾아서』등과 동화집『세종 호수공원』등이 있다. 그의 치열성은 일상의 감성에 머물러 있기를 거부하는 시적 모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명수 시인은 그가 탈모성적인 시대의 야만성을 일깨우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고 평하였다.
하나하나 풀님들 이력을 소개한다./ 이것 좀 보세요! 풀잎 닮은 새끼 여치/ 쓰다듬다 주인은 그만 다리 하나를 부러뜨렸다./ 이쁜 것은 그저 바라다보아야만 하는 것을/ 왜 깜빡 잊었을까? 이를 어쩌나! 이를 어째! -「시인과 농부」부분
손경선은 보령 출생으로 충남대 의대 출신의 의사 시인으로『시와 정신』신인상으로 등단했다. 공주의료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손경선 내과> 원장이다. <웅진문학상>을 수상했고 시집『외마디 경전』이 있다.
둘째 딸 호주로 유학 보냈다/ 거기서 결혼해/ 마찬가지로 잘 살고 있다// 자식 낳아서/ 교육 시키고/ 배필을 찾아주었으니// 다 이루었다// 저녁 해거름/ 적막이 속삭이는 한 마디// 다 잃었다 -「다 이루었다」부분
양애경은 충남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신춘문예 「불이 있는 몇 개의 풍경」으로 등단하였고 <공주 영상정보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를 지냈다. 시집으로 『사랑의 예감』,『불이 있는 몇 개의 풍경』,『내가 암늑대라면』,『바닥이 나를 받아주네』.『맛을 보다』가 있다. 천륜을 그려낸 그의 시에서 모더니즘의 깊이를 실감케 하니 이것이 시적 행간의 깊이이다.
쌀이 떨어져/ 농협마트에 가야겠다는 나를/ 이젠 마트에 함께 갈 수 없게 된 엄마가/ 자꾸만 말린다/ 얘야, 가지 마/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면 안 돼/ 무거운 건 안 된다니까?/ 엄마 내겐/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무거워요 -「짐」전문
엄기창은 공주 출생으로 『시문학』으로 등단했다. <정훈문학상>, <대전문학상>, <호승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서울의 천둥』『가슴에 묻은 이름』등을 출간했다.
지워져서 더욱 빛나는/ 관음상 입가의 미소처럼// 나도 눈보라에 녹아서/ 돌로 나무로 바람으로 지워지면/ 갈매기 소리 알아듣는 귀가 열릴까// 겨울바다는 비어서 깨끗하다/ 비어서 버릴 것이 없다 -「향일암에서」부분
유병학은 문학박사이며 공주교대 교수를 역임했다. 1984년 <심상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공주문협> 지부장을 역임했다. 시집 『문 하나 사이』,『오늘이라는 선물을』,『사랑하며 행복하며』등과 수필집『네들의 등불이 되어』외 4권을 출간했다.
웅진에서 사비성까지/ 살아 숨쉬는 금강은/ 오늘도 변함없이 흐른다/ 아시아를 호령하던/ 백제의 전설을 싣고서// 어서 하루 빨리 옛 기상을 되찾아/ 나라사랑으로 키우라고/ 금강은 소리 없이 일깨운다 -「금강을 보며」부분
유병환은 서산 태생으로 공주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역임했다. 시집 『혼자 선 나무』등을 출간했으며 『구운몽의 사상적 실상』으로 구운몽 연구의 권위자로 불리운다. 문장의 마디에 그늘이 있으며 깊은 시적 문장과 삶의 애상을 근거로 한 운율을 지니고 있다.
이제는 눈물도 떠나가는 때/ 이제는 한숨도 꺼져가는 때/ 이제는 풀들도 쓰러지는 때/ 이제는 흙덩이도 돌아눕는 때/ 이제는 강물도 가라앉는 때/ 이제는 별들도 눈을 감는 때// 헐벗은 사랑들 허기진 자리/ 술마저 주저앉아 울고 있는 때 -「사연」전문
유준화는 1947년 공주 출생으로 2003년 『불교문학』으로 등단했다. <공주문학>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충남시인협회> 시인상과 <충남문인협회> 작품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초저녁 빗소리 울안에 서성이는 밤』,『네가 웃으면 나도 웃는다』,『어린 왕자가 준 초록색 공』을 발간했다. 섬세한 언어로 서정시의 문장을 완성시키며 낱낱의 시어가 독자들의 심금을 이끌어낸다.
싸릿개비 채반으로 가을 하늘에 아내가 물질을 한다/ 싸릿개비 채반에 반달의 치어들이 가득 잡혔다/ 봄부터 가을까지 뜬 반달을 쏙 빼닮은 그놈들/ 땀방울과 눈물을 몇 종지나 흘렸을까/ 꼬들꼬들 호박 덕장에 달금한 가을빛 함께 익어/ 눈 오시는 날 저녁 밥상에 다시 피어나겠다「호박고지」- 전문
윤강원은 명지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하고 1974년『시문학』으로 등단했다. <한국현대시인협회>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대유공업전문대학 교수. 시집으로 『객토』가 있다.
경쾌한, 잡을 수 없이 빠르게 미끄러지는/ 한 척의 범선/ 아득한 영혼의 밑바닥까지/ 그대 밀어 보내는/ 황홀한 바다/ 두려운 생애의 꿈 덩어리였어/ 처음부터/ 나는 떨고 있었고/ 비로소 나는 시작하고 있었어 -「초연(初戀)」부분
윤석산은 공주 출생으로 공주교대를 졸업하고 한양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를 받았으며 제주대 명예교수이다. 『시문학』으로 등단하여『아시아의 풀꽃』,『전철 안 홍해』,『절개지』,『나는 지금도 운전 중』등을 발간했으며 이론서『화자시학』외 6권을 발간했고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했다.
햇살 속에 버려진 꽃, 그것도 꽃이 아니다./ 꽃을 버린 빈 손과 허전하게 남은 온기,/ 그것은 꽃도 아니다. 꽃과 빈손의 거리/ 팽팽하게 떨려오는 자유, 그게 비로소 꽃이 아닐까/ -「남상 籃觴」부분
이극래는 논산 출생이며『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국제펜클럽> 충남지회장, <한국문인협회> 복지위원을 역임했다. <한국 불교문학상> 운영위원장. <월간문학상> <탄리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하나 둘』,『대기실에서』,수필집『마음의 문을 열고』가 있다.
한 떨기 꽃망울/ 영겁으로 다루어// 저승에 묻지 못한 마음/ 돌 위에 피어나고// 이름 없는 그 이름// 꽃그늘로 길게 늘이어/ 바람도 가만 눈을 감는다 -「무명용사 비」전문
이병연은 공주 출생으로 공주대 국어교육과와 대학원 졸업했다. 1982년부터 국어교사로 일했으며 2021년 현재 이인중학교 교장이다. 2016년 『시 세계』로 등단하여 시집 『꽃이 보이는 날』『적막은 새로운 길을 낸다』를 발간했다. 늦깎이로 등단하여 폭풍집필 중이다.
함께 했던 시간을 불러내자/ 잠시 머뭇거리지도 않고/ 꽃단장하고 나와/ 네가 기다리는 장소로/ 이끌고 가서는/ 그동안 웃을 일이 없었던 것처럼/ 끊임없이 웃게 만드는 것이다 -「방문」부분
이은봉은 공주 출생으로 숭실대에서 문학박사를 받았고 광주대 교수를 역임했다.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충남시인협회>회장을 지냈으며 <유심문학상> <한국카돌릭문학상> <송수권문학상>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좋은 세상』,『생활』,『봄바람, 은여우』,『걸레 옷을 입은 구름』,『분청사기 파편들에 대한 단상』등과 평론집 『시의 깊이, 정신의 깊이』,『실사구시의 시학』등을 출간했다. 분단조국의 아픔을 그려내면서 지역사회의 민중문학을 이끄는 실천적 문학운동 각종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재봉틀 소리/ 재봉틀 소리/ 반장 언니 신경질 팍 터지는 소리/ 재봉틀 소리// 이 뜨거운 용광로/ 타는 불 가운데/ 복덕이의 손가락은/ 손가락인가 가죽인가 기계인가/ 째지는 팝송가락/ 여기여기, 문자의 한숨소리/ 한숨인가, 소음인가, 바람인가// 재봉틀 소리/ 재봉틀 소리/ 주임언니 목청 딱 부러지는 소리/ 재봉틀 소리 -「부설학교 · 소리」전문
이헌석은 『시와 인식』과『월간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갈채의 숲』『네가 시인이라 하니』등이 있으며 <오늘의 문학사>를 운영 중이다.
얼마나 더 흔들려야 지울 수 있을까/ 일주문을 들며, 나며/ 순정하게 씻어내고 싶다./ 흩어진 욕심의 그늘까지 찾아 지우며/ 길을 쓰는 바람이고 싶다 「일주문 앞에서」-부분
임강빈은 1931년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 졸업했으며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나는 왜 눈물이 없을까』,『바람 만지작거린다』,『초록빛에 기대어』,『한 다리로 서 있는 새』,『조금은 쓸쓸하고 싶다』등 13권 상재했다.
나는 어디쯤 걸어왔을까/ 구두 한 켤레 맞추러 왔다가/ 모양도 가지가지/ 진열장의 구두를 보며/ 그 밑창에 눈길을 주며/ 걸어가는 방향은 서로 달라도/ 언잰가는 닳아 없어질 거라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참 오랜만의 일이다 -「구둣방에서」부분
장인무는 한국방송대 국문학과 졸업하고 <금강여성문학회> 회장과 <한국시인협회> 간사로 임하고 있다. <시세계 신인상>과 <방송대 최우수상>, <등룽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 『물들다』가 있다.
초록색 안/ 빨강/ 단단한 껍질/ 달콤한 속살// 칼 끝/ 쩍 벌어진 수박// 씨앗속 씨앗// 검은 씨앗 씹다가/ 문득/ 깨달은 진실// 세상의 어미는 모두 씨앗 -「수박」전문
전병철은 공주사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했으며 시집 『그래도 밥은 꼭 먹는다』와 역사서『팔만대장경도 모르면 빨래판이다』가 있다. 열정적인 전교조 교사로 시국의 아픔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는 문장들을 생산했다.
달도 오그라드는 금강 너머 강 건너/ 미루나무 몇 그루 다소곳이 서있고/ 가을은 코스모스 코끝에 매달려 있다//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바람뿐인 긴긴 세월/ 이제는 쉽게 안아도 되는 사랑이고 싶다 -「그리움」부분
정연용은 영명고와 공주교대를 나와 우성에서 살고 있다. <대전일보> 신추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달빛 사랑』,『인생길 옆 주막집』,『찻잔의 행복』동화집『숲속의 눈물』동시집『해바라기와 할머니』를 출간했다. <한밭아동문학상> <한국인터넷문학상> <충남문학대상>을 수상했다.
맛도 보지 않고 / 유통기한 지났다고/ 버려지는 음식물/ 아까워 버릴 수 없어/ 먹고 죽으면 때깔도 좋다고/ 인생 유통기한 되어가는/ 내가 먹는다 -『유통기한』전문
정용기는 금성여고 교사 출신으로 2001년『심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하현달을 보다』,『도화역과 도원역 사이』,『어쨌거나 다음 생에는』이 있다. 탄탄하고 완벽한 시적 구성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매듭을 잘 조이고 섶을 여며도/ 조금씩 조금씩 새어나오는 어둠/ 처방전도 없는 어둠이 에워싼 버스의 창에 갇혀/ 골똘하게 집으로 가네// 룰루랄라룰루랄라/ 넥타이가 내 목을 매고 퇴근을 하네 -「넥타이」부분
조재훈은 서산에서 성장하여 공주사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를 받았다. 공주대 교수를 지냈으며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을 역임했다. 시집 『겨울의 꿈』,『저문 날 빈 들의 노래』,『물로 또는 불로』,『오두막 황제』등과 연구서 『한국시가의 통시적 연구』『한국 현대시의 숲과 나무』를 발간했으며 『소리와 의미』등의 역서와 『조재훈 문학선집,1-4권』이 있다.
그는 자신의 시적 세계를 심화시키며 후학들에게 자기성찰의 본을 보여주었다. 그가 보여주는 시적 문장의 깊이는 여타 작가들과 결이 다르다. 유한자 속성을 지닌 사물의 한계를 넘어 인간의 오랜 사상적 지층을 재생산하는 귀중한 존재로 거듭난다. 그렇게 인간과 역사탐색을 통해 그 왜소함을 치유하고 승화하는 ‘시인’의 존재론으로까지 확장하면서 자신에 대한 궁극적 긍정으로 새롭게 귀환하고 있다. 아래의 시를 정독해주길 당부한다.
일찍이 새벽닭 울음/ 목 빼어 바라던 산,/ 기르진 남도의 어느 한 고장에서도/ 삽 꽂을 한 뼘 땅이 없어/ 쫓기어 온 서러운 사람들이/ 착한 사람 잘 살 날을 빌며/ 기대던 산, 열릴 미래를 열렬히 믿던/ 든든하던 산, 엄동설한에도 바위마다 타오르던/ 뜨겁던 산, 나무마다 골짝마다/ 촛불을 켜던 산,/ 지금은 혼도 쫓기었나/ 바람 가득찬 빈 산을/ 빈손으로 홀로 넘나니/ 호남 벌판을 헤매는/ 억울한 혼백이여/ 이 작은 통곡 어디에다 뿌리랴/ 어디에다 뿌리랴/ 골짜기마다 불어난 물이/ 저 두고 온 삼남을 적신다면/ 부드럽게 적신다면/ 아, 그런 새벽이 온다면 -「계룡산을 넘으며」전문
최은숙은 한남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봉황중, 공주여중 등에서 근무했으며 시집『집 비운 사이』, 산문집『세상에서 네가 제일 멋있다고 말해주자』,『미안 네가 천사인 줄 몰랐어』,『성깔 있는 나무』를 발간하고 『열세 살 내 인생의 첫 고전 노자』,『열세 살 내 인생의 첫 고전 장자』를 썼다. 엮은 책으로『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시』,『내일부터 빡공』등이 있다. 그의 산문 네 꼭지가 검인정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으며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더불어 진흙 같은 문집을 생산하는 중이다.
입원한 어머니 속옷 챙기러 친정에 갔는데/ 집 비운 사이/ 산고양이 내려와 몸 풀었던지/ 마루 귀퉁이에 새끼 고양이 두 마리/ 곰실거리고 있다/ 곤한 해산을 지켰던 것일까/ 마루 앞까지 다가와/ 까치발 세운 건 강아지풀/ 던져 둔 땔감나무에 돋아난 버섯과/ 펌프 우물가의 푸른 이끼며/ 삭아 내리는 것만 같은 삶 어디에/ 생명의 씨톨 깃들었던 것일까/ 처마 아래 삼줄 드리운 빗소리/눈물이 난다 -「집 비운 사이」전문
최원규는 1933년 공주 출생으로 『자유문학』으로 등단하고 <충남도문화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겨울가곡』,『비속에서』,『불타는 밤』등이 있다. 시적 행간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문장들을 생산했다.
그대 보이지 않는 것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수미산이 가려있기 때문이리/ 그대 미소가 보이지 않는 것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잎새에 가려있기 때문이리/ 그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바람 속에 묻혀있기 때문이리/ 아 두고 온 얼굴을 찾아/ 하늘로 솟구치는 몸부림/ 그대 가슴에 뚫린 빈 항아리에/ 담고 담는 반복이리 -「달」전문
한상각은 공주사대 국문과와 경희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공주사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충남문인협회> 지회장 및 <백제문화연구소> 소장을 운영한 바 있다. 시집으로 『타인의 얼굴』『강둑에 이는 바람』이 있다.
거기는/ 비// 우중충한 날씨가/ 마음마저 어둡게 한다// 가을비!/ 비에 젖는 텅 빈 가슴// 그저 추억에 매달려/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을 낚는다 -「가을비」부분
황우진은 공주 출생이며 『창조문학』으로 등단했다. <웅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장막을 벗고』,『시화를 펼치다』를 발간했다.
늠름하여라/ 창대히 펼쳐진 민족의 기상이여/ 팔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억조창생의 가슴 조각조각 새겨진/ 무궁화 꽃잎이 한 잎 한 잎/ 삼천리강토를 적시며 피어나고 있구나 -「무궁화」부분
마무리하며
채록과 첨삭의 과정에서 수록 여부에 대한 ‘선택의 고뇌’에 시달렸음을 고백한다. 공주의 시인 숫자는 넘쳤으나 지면과 시간, 재주가 빠듯하여 문장들의 경계를 맞추는데 신산의 노력을 기울였음을 밝힌다. 본의 아니게 누락된 시인에게는 장차 다른 지면에서 촘촘한 소개를 약속드린다. 그리고 이 문장들이 장차 공주의 문학 계보를 파악하는데 꼭 필요한 기록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난세를 함께 살아온 동반자들이여, 사연에 대한 부박한 밝힘이 벗들의 궤적에 누가 되지 않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